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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방 지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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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습니까? 김 전무님.”
현수는 그렇게 물었는데···. 이때 반대편 소파에 앉아 있는 김주연 변호사는 생각이 무척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지금 현수는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된 거나 다름없다. 즉, 후보자 한 명 한 명을 개인적으로 섭외하는 일은 무척 어려운 일인데, 사회적으로 명망이 두터운 김판석 변호사 덕분에 사람을 직접 고를 수 있는 그런 선택권까지 생긴 게 사실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현수는 이런 고위 법조계 인사들에 대한 합격 여부 결정 뒤, 구태여 탈락이라는 단어를 쓸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다시 말해서, 합격자 한 명을 제외한 다른 두 사람에게는 그들의 위치에 맞추어 적당히 다른 오퍼를 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즉, 더 큰 인맥 형성을 위한 일종의 방편인 셈이다.
“음. 어쩔 수 없이 인사 결정이다 보니, 제 주관적인 평가도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그 부분도 직접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솔직하게 말씀하셔도 전혀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좀 더 현실성 있게 평가해 주시면 더욱 좋습니다. 그럼 경청하겠습니다.”
“네.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표님.”
그리고 그때부터 김주연 전무는 지난 3번의 식사 자리에 대한 소감부터 간단히 이야기했고, 그런 뒤에 자신의 생각을 이제 완전히 정리한 듯, 좀 더 조심스럽게 각 후보자에 대한 평가를 시작했다.
“먼저, 첫 번째 분은 제가 현직에 있을 때도 느낀 거지만, 또한 이번 식사 때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부분입니다. 그분은 사람 됨됨이는 아주 훌륭한 분이신데, 다만, 너무 돈을 밝히시는 게···. 음. 그래서 이런 분은 앞으로도 로펌에서 거액 소송을 맡으시는 게 가장 맞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좀 듭니다.”
“음. 그런 두 번째 분은요?”
“네. 그분은 성격이 좀 다혈질적이고, 또 행동도 다소 거친 것으로, 법조계에서 꽤 유명하신 분입니다. 한편으로, 권력 지향적이라 정치권과의 연결성도 아주 좋습니다. 흠, 다만, 대표님이 그분과 같이 일을 하시기에는 여러 면에서 좀 무리가 있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즉, 간단히 도움을 의뢰하는 관계가 아니라, 옆에 뒀을 땐, 아마 좀 다루시기 힘들 수 있는 그런 분입니다.”
그런 뒤, 김주연 전무는 마지막 후보자에 대한 평가도 덧붙였다.
“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정식 변호사님은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즉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아주 강하신 분입니다. 또한, 과거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재직하셨을 때, 아주 유연하게 권력을 쓰신 터라, 대내외적으로 아주 호평이 많았던 분이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법조계 외에도 정치권까지 그 인맥이 아주 넓게 형성이 되신 분이신데, 특히 사안을 넓게 보시고 또한 아주 포용적인 분이라, 아마 운만 따랐다면 당시에 검찰총장까지 되셨을 분입니다. 다만, 그분 몸값이··· 아주 비쌉니다.”
“음. 그럼, 김주연 전무님의 최종 판단은 어떻습니까?”
“음. 만약 제가 대표님이라면, 저는 무조건 조정식 변호사님을 회사로 모시겠습니다. 특히, 세 분 중, 가장 파워가 세고, 인지도 역시 최고입니다. 거기다가 유연한 성격이라, 아마 대표님과 일을 하실 때, 좀 더 편안하게 크고 작은 도움들을 받으실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네. 그러니까 조정식 변호사님이 김주연 전무님의 픽이라는 거군요?”
“네.”
“하하, 하긴, 저도 대화 때, 가장 말이 잘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두 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우리가 대접을 하는 게 맞을까요?”
“뭐, 그분들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분들이고. 그래서 회사 차원에서 그분들이 재직하고 있는 로펌 쪽과 MOU를 맺는 것 외에도, 그분들을 비상근 고문변호사로 모시게 된다면 앞으로 더 큰 힘이 생길 수도 있을 겁니다. 즉, 이런 식으로 외부 법조계 고문팀까지 구축한다면, 아마 국내 기업들 중에서 우리가 곧바로 탑 급에 들어가게 될 겁니다. 더군다나 김판석 변호사님께서도 대표님에게 큰 호감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하하, 좋습니다. 그럼 그 두 분에 대해서는, 비상근 고문변호사로 영입하도록 하고, 조정식 변호사님은 서둘러 회사에 모시는 걸로 결정하죠. 또한, 조정식 변호사님에 대한 연봉은 업계 최고 수준으로 잡아주시고, 그분의 위치에 맞게 부사장 직책으로 인사 발령하도록 하죠.”
“네. 대표님.”
그렇듯 현수는 각종 투자뿐만이 아니라 인적 인프라까지 점점 더 파워풀하게 갖춰나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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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날 오후 4시, 현수는 국내인수합병팀 장동형 팀장을 불러 비상장 업체인 빅원 씨에스에 대한 인수합병 추진을 지시하게 되었다.
특히, 전날, 빅원 씨에스 강두일 부사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빅원 씨에스의 현재 가치인 500억 원보다 훨씬 더 높은 600억 원을 구두 상으로 제시했는데, 그 때문에 다행스럽게 인수 협상을 위한 물꼬가 이미 트이게 된 상태였다.
“음. 우선, 빅원 씨에스는 비상장 업체라서 사안에 따라 인수합병이 오히려 좀 더 쉽게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즉, 저쪽 요구사항들을 최대한 우리가 수용하는 조건으로 인수합병을 진행하면 좋겠습니다. 다만, 인수합병 소요 시간을 최대한 짧게 해주시고, 또한, 경영권은 현 사장인 강두현 사장과 강두일 부사장 형제들에게 전적으로 일임하겠다고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대표님, 저쪽에서 만약 인수대금 일부를 반환하면서, 지분 참여를 원한다면 어떻게 할까요?”
즉, 그러니까 600억 원을 다 받지 않고 일부 지분을 그들이 보유하려고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네. 그것도 괜찮습니다. 경호업체는 특성상 회사 발전속도가 빠르지 않으니, 성장률도 제한적입니다. 총 지분율 20% 이내에서 지분 참여를 허락해주는 것은 나쁘지 않습니다. 물론, 지분 참여는 오로지 빅원 씨에스 지분에 국한됩니다.”
“네. 대표님. 그리고 또한··· 고용승계 외에도 복지조건이나 혹은 연봉 조건 개선, 이런 세부적인 항목에 대해서 어떻게 접근하면 되겠습니까? 아마 그쪽에서 이 부분도 언급할 가능성이 큽니다.”
“음···. 우선, 고용승계는 무조건 보장하되··· 협상 때 조직 개편은 반드시 필연적인 상황임을 꼭 명시하셔야 합니다. 특히, 최승희 과장을 포함하여, 강태현, 김상윤, 조형강, 이분들은 향후 KHS컴퍼니 비서팀으로 부서 이동을 해야 할 것 같고, 그 외의 경우는 내부 조직 개편 외에는 특별한 인사이동이 없는 것으로 명시하면 될 겁니다. 또한, 연봉은 차등적으로 20% 범위에서 인상하도록 하죠. 아마 이 정도 수준이면, 최근에 또 오른 KHS컴퍼니 직원 평균 연봉의 70%, 80% 수준에는 맞춰지게 될 겁니다.”
“네. 대표님.”
“그리고 혹시 또 다른 질문은 없습니까?”
“아, 마지막으로 빅원 씨에스에 대한 투자 계획이 따로 없습니까?”
“네. 그것도 좋은 질문이군요. 앞으로 200억 원 정도를 빅원 씨에스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고 하십시오. 이 투자금을 기초로, 장비 교체, 시설 투자, 이 외에도 해외 유명 경호업체, 그리고 국제 용병 회사들과의 교류 및 훈련 협조 등··· 이런 부분들도 우리가 투자할 의지가 있다고 어필하시면 좋겠습니다.”
“네.”
그렇게 인수합병 관련 지시를 마친 현수는 어느덧 이날 저녁이 되자, 늦지 않게 SBC 방송국으로 향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오늘 밤 11시 뉴스에 딸린 오늘의 주식 코너 녹화 촬영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확히 저녁 7시 무렵, SBC 방송국, 자신의 대기실에 도착했는데, 이때 현수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아주 뜻밖의 사람들을 그곳에서 만나게 되었다.
아주 환하게 웃고 있는 SBC 뉴스기획국 소속 이형준 차장 외에도 유명 BJ 출신의 주식 캐스터 강남귀족 김준성씨와 레이디LK 강리나씨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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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때, 현수는 놀라며 악수를 했고, 아주 잘 생긴 외모에 눈빛이 다소 차가워 보이는 강남귀족 김준성은 씩 웃으며 곧바로 손을 놓고 있었다.
곧이어 현수는 유학파 출신의 인기 BJ 레이디LK 강리나와도 가볍게 악수를 했다.
“어머, 김현수 대표님. 잠깐 지나가시는 걸, 뵌 적은 있는데, 이렇게 인사 나누는 건 처음이네요. 레이디LK 강리나입니다.”
그러고는 애교 있게 웃고 있는 강리나.
“네. 반갑습니다.”
그렇듯 인사가 끝나자, 곧이어 이형준 차장은 바로 입을 열었다.
“하하하, 김 대표님 덕분에 이분들 방송도 연일 화제성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때문인지 몰라도 코스피 지수, 코스닥 지수도 연일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고요. 하하하!”
그렇듯 아주 기분 좋게 웃은 이형준 차장은 또 말을 이어 나갔다.
“참! 오늘 이 두 분이 여기까지 오신 것은 김 대표님과 인사를 꼭 나누고 싶다고 해서. 하하, 근데 김 대표님, 괜찮으십니까? 뭐, 아직 촬영까지 시간은 좀 남아 있으니까··· 그럼 이분들과 이야기 나누십시오.”
그렇게 말하며 이형준 차장이 나가자, 곧이어 레이디LK 강리나는 현수를 빤히 쳐다보며, 애교있게 인방 관련 이야기들을 이어 나갔다.
특히, 그녀는 무척 지적이고 또한 애교가 많아 현수의 표정은 자연스레 밝아졌는데···. 그러나 조금 있다가 김준성이 입을 열자 이때부터 현수의 표정은 조금씩 굳어지고 있었다.
사실, 그러고 보면, 유명 BJ 김준성은 개미군단이 나오기 전, 주식 인방계의 1인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현수의 등장! 그로 인해 그에겐 아주 힘든 경쟁자가 생긴 거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실제 그 때문인지 몰라도, 그는 지금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입에서 흘러나온 말들은 뭔가 꼬여 있는 게 사실이었다.
“흠, 근데 제가 인사차 만난 사람한테, 제가 이런 말까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흠! 아까 이 차장님 말씀은 좀 심하더군요.”
“······?”
“특히, 제 주식 캐스터 흥행이··· 다른 사람 도움이라는 건, 도대체가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흠. 첫 대면에 이런 말까지 해서 좀 죄송하지만··· 뭐, 제 자랑까진 아니고, 제가 몇 년간 인방을 하면서 상한가를 친 종목이 몇 개인 줄 아세요? 무려 네 번이 넘습니다. 근데 제가 알기로 그쪽은 겨우 두 번인가, 맞죠? 제 학벌에 제 인방 경력까지 보면, 제가 어디 도움받을 처지입니까? 어때요? 제 생각이 맞지 않아요?”
그렇듯 강하게 자존심까지 드러내며, 또한 다소 무례한 질문까지 던지고 있는 김준성. 비록 그의 목소리 톤 자체만큼은 아주 듣기 좋았지만, 그럼에도 그런 그의 모습에 강리나는 바로 미간을 팍 찌푸리고 있었다.
특히, 이 와중에 강리나는 뭐라고 간섭할 생각마저 싹 사라진 듯, 입을 꾹 닫고서 옆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때, 현수는 그런 강리나의 표정들을 보면서, 아무래도 그의 이런 태도는 그의 본래 모습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현수는 바로 피식 웃음이 넘어왔다.
구태여 저 사람은 자신의 면전에 와서 꼭 저런 말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다시 말해서 자신이 대단하다는 것을 어떡하든 알리고 싶어 안달이 난 모습이다. 하긴, 현수가 활동하기 전, 강남귀족 김준성이 아주 대단한 BJ였던 것은 사실이니까.
‘음. 근데 기분이 좀 나쁜데? 겨우 두 번이라고? 겨우 두 번???’
그리고 그 때문에 살짝 미간을 찌푸릴 뻔하던 현수. 그러나 그것도 잠시, 현수의 표정은 이내 싹 바뀌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때, 그는 아주 좋은 묘수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실, 요즘 머리 쓰는 일이 너무나도 많다 보니, 아무래도 잔머리 역시 많이 늘어난 모양이다.
‘음. 어쨌든 이 사람도 싹수가 좀 노란데, 왕박사 때도 그랬고. 좋아. 그럼 차라리 내 이득이나 챙기자. 뭐, 나랑 Stock24는 어쨌든 윈윈 관계일 뿐이니까, 모른 척하며 인방 라인 쪽에 작은 폭탄 하나 던져주고, 대신에 KP커뮤니케이션 홍보나 한번 제대로 할까.’
그렇듯 그런 생각을 마친 현수는 곧이어 김준성을 빤히 쳐다보며 약간 도발적으로 입을 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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