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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수익률 1,000,000배-132화 (132/170)

<내 수익률 1,000,000배>

만남(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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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부사장님, 보고서는 보셨습니까?”

“네. 잘 봤습니다. 수고 많았습니다.”

“음. 부사장님, 보시니까 어떻습니까?”

“흠. 저도 강 전무님 판단에 동의합니다. 이 친구 젊지만, 아주 영리한 사람입니다. 도저히 그런 대학 출신인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나날이 다른, 점점 더 놀라운 모습들만 보여주고 있죠. 그런 데다가 대화를 할 때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의외로 학식도 풍부하고, 또 예리한 면모들이 아주 많습니다. 혹여 지금껏 학벌을 위장한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음. 하지만 제가 파악한 바는, 얼마 전까지 노량진 공시 학원을 다니던 일개 공시생이었고, 또한 고시원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으음. 그리고요?”

“친구 관계는 아주 좋은 편인데, 요즘 젊은이들 말로 인싸에 해당되는 사람입니다. 특히,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고, 그래서 친구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아주 좋은 편입니다. 다만, 문제는···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염탐할 수가 없습니다. 빅원 씨에스라는 경호업체가 지금 딱 붙어 있는데, 그쪽이 경호업계에서 좀 알아주는 곳입니다. 즉, 밀착 경호를 받고 있어서, 근접 도청이나 이런 것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음. 그런데 우리 말고도 또 미행하는 쪽이 있다면서요?”

“네. 우선 확인한 바로는 한성그룹 쪽입니다.”

“음. 한성그룹이라···.”

“또한, 그 외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이 얼마 전까지 달라붙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싹 사라졌습니다.”

“네. 어쨌든 이번 방송 때문에 김 대표가 더 유명해졌습니다. 그러고 보면,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세상인데, 갑자기 대형 용이 출현한 거나 다름없군요.”

“네. 그런 점에서 저는 김 대표를 아주 영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 유명세로 자신의 부족한 부분들을 모두 다 상쇄해 버렸으니까요. 앞으로 검찰이나 금감원, 국세청 쪽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겁니다. 괜히 함부로 덤벼들었다간, 큰 역공을 당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음. 그럼 그쪽 팬클럽은?”

“네. 그쪽도 확인해 봤는데, 어제 100만 명 돌파 뒤, 현 시각 기준 대략 200만 명 정도로 늘어난 상태입니다.”

“흠, 대단하군요. 참, 뉴스에서 언급됐던 그 종목, 그건 또 어떻게 됐습니까?”

“네? KC이엠알?”

“네. 그 종목”

“아, 이런, 죄송합니다. 부사장님! 제가 그 종목 내용을 보고서에 누락했군요. 흠, 어제 아침 장 시초, +22% 갭 상승 출발 뒤··· 딱 15분 뒤에 상한가 안착했습니다.”

“네?? 정말 상한가에 갔다는 말씀입니까??”

“네. 부사장님.”

“휴우, 이거 진짜 대단하군요.”

결국, 이원진 부사장은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한편, 이원진 부사장에게 보고를 하고 있는 Stock24 강상식 전무 역시 그 표정이 그와 다를 바 없었다.

“흠. 그리고 그 일은··· 대림금융투자와 일성은행 쪽에서 막은 게 확실합니까?”

“···네. 맞습니다. 부사장님. 확인 결과, 그들이 손을 쓴 게 맞습니다.”

“하하, 이거 갈수록 재밌군요. 나이가 어리다고 해도, 절대 가볍게 볼 친구가 아니군요.”

“음.”

“그럼 우선은··· 서울중앙지검 최병학 검사 건은 원하는 대로 처리해주도록 하죠. 사실 저도 무척 궁금합니다. 정말 KHS에서 엠솔루션을 인수할 수 있을지. 그리고 또한 지금껏 그랬듯이, 앞으로 좀 더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림금융투자, 일성은행, 세진금융, 태진그룹, 대현금융 등등, 어쩔 수 없이 당분간 그들 동태도 좀 더 예의 주시하도록 하죠.”

“네. 부사장님.”

그렇듯 이원진 부사장은 이것저것 주변 상황 때문에 고민들이 아주 많아졌는데···. 즉, 금융계 최상위권으로 올라서기 전까지, 사방에 도사리고 있는 수많은 적들을 절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편 그 시각, 최인영의 절친 영화배우 조세아는 하얀 블라우스에 하반신이 짝 달라붙는 검정 스키니핏, 그리고 검정 첼시 부츠를 신은 채,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한 번씩 불어대는 가을바람에 긴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무척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던 그녀는 이때 아주 뜻밖의 흥미로운 광경을 접하게 되었다.

자신의 저 앞쪽, 저 너머 인파 사이에서 한 남자가 이십여 명의 카메라 기자들을 이끌고 다니고 있었는데···. 그 남자를 찍으려고 기자들은 쉴 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는 반면, 주변 행인들은 내내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대체 그 남자가 누구인지 몰라 계속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 모습인 것이다.

그리고 잠시 뒤, 그 남자는 어느새 검색대 너머로 사라져버렸는데···. 이때 조세아는 미간을 살짝 오므리며,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누구지?’

즉, 그 남자가 고개를 살짝 돌릴 때 그때 보게 된 얼굴. 그런데 분명 그 얼굴은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얼핏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도저히 그가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은 그녀는 한 번 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곧이어 표정을 바꾸며, 자신의 공항 패션 사진을 찍기 위해 나타난 일단의 기자들을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김 기자님. 박 기자님, 송 기자님.”

“세아씨, 포즈 좀 잘 취해주세요. 바로 찍을게요.”

사실, 보통 연예인들이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위해 공항에 오게 되면, 소속사는 미리 기자들에게 연락을 취해 이른바 공항 패션이라는 사진을 찍게 된다. 일종의 홍보성 사진인데···. 그런 카메라 플래시들이 자신을 향해 요란하게 터지면서, 이때 행인들이 ‘와, 조세아다!’ 라고 외치며 몰려들자, 그녀의 입가에는 이내 잔잔한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이런 반응들은 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녀의 기분을 무척 좋게 만들기 때문이다.

찰칵. 찰칵. 찰칵.

그때부터 밝게 웃는 표정, 선글라스를 벗은 모습, 그리고 또 환하게 웃으며 앞으로 걸어가는 모습 등을 찍은 뒤, 이후 그녀는 티켓팅을 마친 스탭 세 사람들과 함께 곧바로 공항검색대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 와중에 행인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던 그녀는 이때 슬쩍 한 스탭에게 질문을 던졌다.

“팀장님, 근데 아까 기자들이 한가운데로 몰렸던 거, 그 사람 대체 누구예요?”

“어? 누구?”

“아까, 조금 전에···.”

“어? 아아, 그 사람?”

“네. 대체 누구예요?”

“어? 세아씨 진짜 몰라?”

“네. 몰라요. 혹시 유명한 사람이에요?”

“참, 세아씨 주식 같은 거 안 하지?”

“주식? 그렇게 어려운 거··· 저 절대 안 하죠.”

“하하, 그러니까 모르지. 저 사람 개미군단.”

“네에??”

“별명이···. 그러니까 별명이 개미군단. 아, 김현수 대표라고 하면 알까?”

“네??”

“김현수 대표라고 요즘 갑자기 확 떴잖아! 주식 캐스터 김현수 대표, 몰라? 암튼, 아까 티켓팅하다가 나도 봤는데, 벌써 기사까지 떴더라고. 베트남에 M&A 일로 출국한다고 그러더라고···.”

“네에?”

도무지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 조세아는 큰 눈만 반짝거렸는데,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그는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M&A 몰라?”

“그게 뭐예요?”

“하하하, 인영씨는 그런 거 아주 잘 알고 있던데···. 암튼, 나이는 아주 젊은데, 벌써 몇조 부자라고 하고,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네에? 몇조 부자라고요??”

그리고 그때서야 진짜 깜짝 놀라고 있는 조세아.

“근데 세아씨, 갑자기 왜 그래? 서 있지 말고 빨리 가자. 시간 늦었어.”

“아, 네. 팀장님.”

“참, 그리고 검색대 지나서 출국 수속까지 마치고 나면, 아마 촬영 스탭들이 진을 치고 있을 거야.”

“아.”

“그러니까 나가자마자 바로 촬영 들어가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 그리고 이제부터 고생길이니까 그냥 죽었다 생각하고 촬영에 임해. 뭐 그래도··· 오지의 법칙 다녀오면, 이슈화는 될 거니까, 다음 영화 나오기 전까지 인지도 관리는 확실히 될 거야. 참, 김병문씨도 많이 도와주겠다고 했으니까 우리 힘내자.”

“네. 실장님.”

그리고 잠시 후, 조세아는 공항검색대를 통과한 후 출국 수속을 밟았고, 그런 뒤 혹시나 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그 남자를 찾아봤지만, 이미 멀리 가 버린 듯 보이지가 않았다. 결국,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것을 포기한 그녀는 곧이어 재빨리 최인영에게 카톡을 보냈다.

→ 인영아, 나 지금 공항ㅜ

→ 조금 전 공항에서 개미군단 봤는데··· 너 개미군단 알지? 아주 유명하다던데ㅠ 난 몰라ㅠ

→ ㅠㅠ 이제부터 오지의 법칙 시작 ㅠ.ㅠ

→ 카리브해 파나마 괜찮겠지?

→ 암튼 드라마 촬영 잘해. 난 다이어트하고 올게ㅠ

그러고는 잠시 후 조세아는 출국 전, 공항 촬영에 투입되게 되었다.

##

그리고 한편, 영화배우 조세아와 달리, 현수는 잠시 후 베트남 하노이행 비행기에 탑승하게 되었고, 그로부터 4시 30분 남짓한 비행을 끝낸 뒤, 드디어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노이바이(Noi Bai) 국제공항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공항에서 나온 현수는 곧이어 호안끼엠 호수(Hoan Kiem Lake)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 5성급 호텔에 도착했고, 이때 화사한 정원까지 딸린 executive suite 룸에서 베트남에서의 첫날 밤을 보내게 되었다.

특히, 이날 밤, 긴 비행기 여행 외에도 이런저런 피로가 겹친 현수는 좀 더 일찍 잠자리에 들게 되었는데···.

왜냐하면, 내일부터는 Standard Julius의 윌리엄 폭스 이사, Stock24의 김종진 전무, 롱텀펀드의 마크 그린백 사장, 와이엇 커드슨 이사 등과 함께 BE파이낸스금융 측 인사들을 만나, BE파이낸스금융 인수 관련 각종 협의들을 진행하기 때문에, 이때 튼튼한 체력은 필수였던 것이다.

“···그럼 최 과장님, 그리고 태현씨, 상윤씨, 형강씨, 준성씨, 많이 피곤하실 텐데, 이제 좀 쉬세요. 저는 좀 일찍 자겠습니다.”

그러나 경호 총책임자인 최승희 과장은 곧바로 고개를 젓고 있었다.

“아닙니다. 대표님. 저흰 아주 괜찮습니다. 오늘 태현씨는 대표님 방에 머물며 근접 경호를 하게 될 거고, 나머지 저희들은 각자 방에 대기하면서, 교대로 야간 경호를 진행하게 될 겁니다.”

그렇듯 그녀가 아주 완강하게 말하는 터라, 할 수 없이 현수는 잠시 후 혼자서 아주 푹신한 침대에 누웠고, 그리고 곧이어 아주 달콤한 잠에 빠져들게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시간은 아주 빠르게 흘러가, 어느덧 어둠이 더 무르익은 자정이 되어갈 무렵, 그때 아주 뜻밖의 일이 현수의 executive suite 룸 앞에서 일어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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