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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의 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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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김 대표님. 접니다. 지금 통화가 가능하겠습니까?”
“네. 부사장님. 지금 마침 시간이 됩니다.”
“하하. 요즘 이것저것 많이 바쁘신 것 같던데, 어떻게··· 잘 지내고 계십니까?”
“아, 저야 뭐··· 요즘 회사 일에 치여서. 근데 부사장님은 어떻습니까?”
“저도 뭐··· 베트남, 미국, 영국까지 오가며 이것저것 정신이 없습니다. 그래도 기틀은 나름 잘 다져놓고 있습니다. BE파이낸스금융 인수 건 말입니다.”
“네. 수고 많으십니다.”
“참, 다른 게 아니라··· 부탁을 드리고 싶은데···.”
“네? 어떤 부탁을?”
“아, 이번에 저희가 사내 조직 개편을 하면서 새로운 부서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좀 더 시대적 흐름에 맞춰, 저희가 해외옵션투자 본부를 이번에 별도로 신설하게 된 겁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옵션 투자 쪽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 보니 지금껏 거액 투자금을 넣지 못했는데, 다만 이번에는 좀 더 다르게 의욕적으로 이 본부를 운영하려고 합니다.”
“음. 그래서요?”
“우선, 그런 방침들은 정해졌지만, 문제는 이 신설 부서가 여러모로 걱정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즉, 제로섬 게임의 승자가 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 아닙니까? 특히 전략적으로 옵션 투자를 한다고 해도, 아주 대단한 노하우를 가진 외국 펀드들이나 세계적 헷지 펀드들과 자웅을 겨뤄 승수를 잡아야 하니 이게 무척 난감한 일입니다. 그래서··· 만약 KHS컴퍼니로부터 약간의 도움을 받을 수만 있다면, 앞으로 저희 신사업이 탄탄한 기틀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 대표님께 부탁을 드릴까 해서, 이렇듯 갑자기 연락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Stock24에서 새로운 부서를 만들었고, 그 부서의 기초를 다지는 일에 KHS컴퍼니가 약간의 도움을 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하필 그 부서가 바로 옵션 투자 관련 부서, 즉 현수가 초대박을 터트린 바로 그 종목 쪽이었다. 투자 대비 리스크는 아주 클지 몰라도, 큰 수익률이 보장되는 옵션 투자! 그래서 Stock24는 이제 이 옵션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려고 작정을 한 모양이었다.
‘음. 옵션 투자라? 우리를 따라 하려고? 역시 이원진 부사장은 내가 좀 부담스러워진 게 사실이구나.’
현수는 그렇게 생각하며 표정이 약간 굳어졌지만, 통화 목소리는 아주 밝게 이어 나갔다.
“그럼 부사장님, 어떤 식으로 도움을 달라는 것인지, 그 방법이 뭔지··· 아직 감이 오지 않습니다.”
“아, 그게 그리 힘든 일은 아닐 겁니다. 아주 간단한 일입니다.”
그렇듯 먼저 가볍게 말을 툭 던진 뒤 이원진 부사장은 말을 이어 나갔다.
“현재 해외옵션 투자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투자기업은 바로 KHS컴퍼니가 아닙니까? 현재 그 위험한 옵션 투자 쪽에서 연일 승승장구하고 있어, 요즘 뉴욕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선 KHS컴퍼니를 가리켜 옵션 계의 괴물 나침판이라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즉, 그들은 최근 KHS컴퍼니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는··· 일종의 모방 투자까지 고려해야 할 정도로, 옵션 시장에서 KHS컴퍼니의 위상이 아주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 않습니까?”
“음, 과분한 말씀입니다.”
“아닙니다. 저는 사실만 이야기했습니다. 김 대표님이 아직 국내에만 계셔서 잘 모르실 텐데, 언제고 월스트릿을 한번 방문하시면 그곳에서··· 투자업계의 새 괴물, KHS컴퍼니의 명성을 확실히 실감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저희는 그런 측면에서, 솔직히 말해서 KHS컴퍼니의 노하우를 좀 배우고 싶습니다.”
“네? 저희 노하우라고 하시면?”
“아, 여기서 오해하실 건 없습니다! 귀사의 영업 비밀까지 저희에게 공개해달라는 것은 절대 아니고··· 다만, 김 대표님께서 저희 직원들을 위한 교육 강연을 몇 차례로 진행해주십사 부탁을 드리는 겁니다.”
“아, 그럼··· 저한테 교육 강연을 요청하시는 겁니까?”
“네. 김 대표님! 간곡하게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그 순간, 현수는 바로 머리를 굴렸다. 즉, 교육 강연이라고 하면, 바로 세미나! 이것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 그렇듯 아주 큰 부탁은 아니다 보니, 그 세미나를 자신이 못 해줄 것도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의 투자 핵심은 바로 미래 호가를 읽는 능력! 그러나 거기서는 그 부분을 언급할 수 없을 테니, Stock24 측이 아무리 자신의 강연을 열심히 듣는다고 해도 아마 큰 도움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서 현수는 선뜻 수락하고 싶었지만, 그게 생각보다 내키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끝끝내 KHS컴퍼니를 향한 압수수색 건을 이야기하지 않는 이원진 부사장의 모습에서 그의 이중성을 다시금 느꼈기 때문이다.
‘음. 이걸 어떻게 한담?’
그렇다고 이대로 연을 끊을 수도 없는 일. 왜냐하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BE파이낸스금융 인수 건이 아직 남아 있고, Stock24를 완전히 적을 돌리기에는 그들이 가진 파워를 또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대신에 저희도 부탁이 있습니다.”
결국, 현수는 몇 초의 사이를 두고 생각을 정리한 뒤, 그렇게 말을 던졌다. 즉, 저번에 대림금융투자 서한진 전무와 일성은행 김신욱 상무를 만난 뒤, 그때 느낀 바가 있다 보니, 현수는 좀 더 머리를 굴리게 된 것이다. 다소 영악해진 거라고 봐야 할까.
“네? 부탁이라고 하시면? 우선 말씀하십시오. 김 대표님.”
“아마 부사장님께서도 아실 텐데, 저희가 최근 IT 기업 엡솔루션에 대한 공격적인 인수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아, 그거? 네. 저도 신문에서 봤습니다.”
“그 일과 관련해서 간단한 도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오늘 강진산업 최충식 회장이··· 아침에 저희 비서팀으로 직접 전화를 해 왔습니다.”
“??”
“이때, 아주 난감한 일이 발생했는데, 그자가 저희 비서팀 직원에게 아주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고 하더군요.”
“욕설? 음. 그래서요?”
“최충식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그게 가능할까요?”
“네??”
“아! 좀 더 설명을 드리면, 현재 서울중앙지검 현직 부장검사 최병학 검사, 이 사람이 최충식 회장의 뒤를 봐주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최병학 부장검사는 최충식 회장의 조카입니다. 즉, 증거는 아주 확실한데 그간 아무런 조사조차 진행이 안 됐던 게, 바로 그런 일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음. 그러니까··· 최병학 부장검사를 막아달라? 바로 그 말씀입니까?”
“네. 그 부장검사만 막아주시면, 저희 쪽에서 나머지 작업들은 다 알아서 진행할 겁니다.”
“음. 그럼 혹시··· 김주연 변호사님이 직접?”
“네. 맞습니다.”
“하하하, 무슨 말씀인지, 이제 잘 알겠습니다. 뭐 그 정도는 뭐, 크게 무리가 갈 정도도 아니고, 제가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부사장님.”
그렇듯 현수는 부탁을 받는 대신 자신도 직접 부탁을 했다. 그러고 보면, 별로 마음이 내키지도 않은 대림금융투자 서한진 전무와 일성은행 김신욱 상무와 손을 잡았듯이, 현수는 Stock24와의 관계도 그런 식으로 정리하기로 한 것이다.
즉, 일례로 정치권에서 각 당 국회의원들은 정치적 현안을 놓고서 서로를 비난하며 헐뜯고 또 격렬하게 싸우지만, 따로 사석에서 만나게 되면 환하게 웃으며 아주 즐겁게 식사를 같이 하는 경우들이 종종 일어나게 된다. 왜냐하면, 한때의 적이 아군이 될 수도 있고, 또 아군이 다시 적이 될 수도 있는 곳이 바로 그 위쪽 세상의 일이기 때문이다.
“흠, 근데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확실히 김 대표님은 뭔가 다른 사람들과 확실히 다른 것 같습니다. 놀랍게도 적응력이 아주 빠르시고, 또한 인수합병 패턴 역시! 아주 공격적이고 또 적극적이라, 누가 봐도 처음 인수합병 일을 하시는 분 같지가 않습니다. 하하하! 암튼 제가 여러 면에서··· 배울 게 아주 많다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흠! 아닙니다. 부사장님.”
“하하하, 아무튼 제가 다음에 다시 전화 드리지요. 그리고 그 부장검사 건은 확실히 처리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윈윈할 수 있길 바랍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그렇듯 현수는 엠솔루션 인수를 위해 새로운 교두보를 마련하게 되었는데···. 그리고 한편 이 통화를 통해서, 현수는 Stock24 이원진 부사장에 대해서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하게 되었다.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과거 이원진 부사장을 처음 만났을 때도, 이원진 부사장은 신뢰 중심의 동반자 관계가 아니라, 말끝마다 윈윈(win-win) 관계만 언급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지금도 그는 이번에도 그런 말을 했었다. 즉, 현수는 이제야 그 말뜻이 무엇인지 좀 더 명확하게 알게 되는 기분이었다.
다시 말해서, 서로 줄 게 있고, 또 받을 수 있는 관계, 그리고 각자의 기업을 위한 사활을 건 전쟁!
이 자본주의 전쟁터에서 이원진 부사장이 어떻게 살아남고 또 어떻게 살아가는지, 현수는 그 면면을 알게 되는 기분이었다.
‘음. 그럼, 줄 건 주고, 또 받아내는 방법, 즉, 앞으로 이들을 어떻게 활용하면 될까? Stock24, 대림금융투자, 일성은행, 한일은행, 한성그룹, SP그룹, Standard Julius, 롱텀펀드 등등···. 음. 그럼, 그런 식으로 그들과 접촉한다면··· 연말로 연기된 압수수색 건도, 아마 어쩌면 완전히 덮을 수 있겠는데···.’
그리고 그때부터 현수의 머리가 아주 영악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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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느덧 2022년 9월 14일 수요일 오후 4시.
이때, 현수는 투자본부 본부장 강세훈 상무와 정민경 팀장, 조진웅 팀장, 박신연 팀장 등과 함께 긴급 투자 회의를 열게 되었다.
특히, 이 회의에 해외법인본부 본부장 겸 뉴욕 법인으로 곧 파견될 김상범 전무가 참여하게 되었는데···.
이때, 현수는 뉴욕 법인 등과의 긴밀한 업무 라인을 설정했고, 또한 다음 주부터 각 법인에서 미국 선물옵션 투자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해외법인에서 획득한 각종 정보들을 공유할 수 있는 핫라인 설정과 안정적인 정보 교류를 위해, 인터넷 보안 서비스 업체와의 업무협약 및 각종 계약 체결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그 외에도 각 종목별 세부 투자 계획까지 짠 뒤, 현수는 2시간 남짓 이어진 회의를 마쳤는데···.
그리고 이날 밤늦은 시각, 현수는 직접 Standard Julius의 시에나 줄리어스에게 전화를 걸어 대림금융투자와 일성은행 간의 만남 일정을 확정지었으며, 또한 자신의 9월 하순 뉴욕 방문 때 시에나 줄리어스와 다시 식사를 같이 하기로 약속을 잡기도 했다.
그리고 드디어 목요일이 되었고, 이날 저녁 무렵, 현수는 좀 더 일찍 SBC 방송국으로 향하게 되었다.
즉, 오늘 국내 증시가 마감한 것을 바탕으로 주식방송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식 캐스터 방송은 꼭 생방송을 할 필요가 없어서, 촬영을 먼저 하고 나중에 편집된 녹화본을 딱 시간에 맞춰 방송하는 형식이 될 거라고 했다.
그래서 현수는 저녁 7시쯤 SBC 방송국에 도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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