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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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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잠시 후.
서울에서 식품 관련 회사에 재직하고 있는 고교 동창 정세훈, 제약회사에 다니고 있는 영업맨 장광혁, 탁구 관련 물품 회사에 다니고 있는 이재구, 한국대 약대 대학원생 서명석, 아버지 일을 도와 이곳에서 식자재 도매업을 하고 있다는 장성호, 모교 선생님이 된 최홍준, 이 근방에서 동전노래방을 운영하고 있는 백동식 등, 현수를 포함해서 총 8명이 모였고, 금세 이들 때문에 숯불구이 삼겹살집은 한바탕 소란스러워지고 있었다.
“야! 김현수! 너 대체 뭐하냐? 빨리 마셔. 빨리! 나도 너한테 술 한 잔 주고 싶다. 인마, 너 오늘 완전 죽었어!”
“김현수, 이야, 진짜 존나 부럽다. 우리 엄마, 아빠가 지금 나 보고 난리다. 나보고 주식하라고.”
“야, 광혁아, 너 그러다가 집 날리고 개털 된다. 주식이 어디 쉬운 줄 아냐? 현수는 그냥 완전 특이 케이스. 그게 영점 몇 퍼센트냐? 0.000001? 이 정도 될까?”
“암튼 부럽다 부러워.”
“근데 너희들 그거 아냐? 우리 회사 동료들 중에··· 현수 팬클럽에 들어간 인간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
“몇 명?”
“야, 놀라지 마라. 내가 아는 사람만 한 30명, 그리고 우리 팀 전원이 싹 다 가입했어. 부장님까지 가입했다니까.”
“야, 그럼 너도?”
“인마, 당연하지! 참, 현수야. 너 왜 그렇게 말도 잘 하냐? 하나도 안 떨더라?”
“나도 봤다. 그 인방, 진짜 죽이더라!”
“그거 보면서 나 죽는 줄 알았다. 진작에 볼 걸. 그거 상한가 갔지? 아씨, 그때 들어갔으면 돈이 얼마냐?”
“야, 김현수! 그렇게 좋은 게 있으면 진작에 말 좀 하지. 우리도 돈 좀 벌어보자!”
“야! 다들, 잠깐! 명석이 너는 그때 들어갔다며?”
“아, 그거? 하하하. 현수 소식 듣고, 나는 바로 들어가서 종목 샀어.”
“그럼 얼마 벌었냐?”
“액수가 좀 작아서··· 그래도 2천만 원 넘게 벌었다.”
“우아, 씨! 오늘 술값은 그냥 명석이 네가 내라!”
“아냐, 내가 낸다니까!”
“야! 김현수! 너는 좀 잠자코 있어!! 명석이가 1차 쏘고, 넌 그냥 2차 양주 쏘고, 됐냐? 오케이?”
“알았다. 인마.”
“근데 말이야. 현수야! 혹시 또 좋은 종목 없냐? 나한테만 좀 소곤소곤···.”
“야, 이씨이! 백동식! 너 진짜 이러기냐? 좋은 거 나눠 먹어야지! 야, 근데 현수야, 하하하, 진짜 좋은 종목은 어디 없냐?”
“음. 좋은 종목이라···. 음. 그러면 그냥 우리 회사 인방부터 봐. 적어도 분석하고 방송할 거라 최소 마이너스는 절대 안 나올 거다.”
“진짜? 진짜지?”
“물론. 믿어도 돼.”
“오케이! 다들 외쳐! 상한가~ 가즈아~”
“야, 이 새끼! 백동식! 지금 대체 뭔 짓이냐? 아씨, 쪽팔려!! 다들 우리 쳐다보잖아!!”
“쳐다보던가 말던가! 상한가~ 가즈아~”
“아, 미쳐. 혈압 오른다.”
“근데 현수야, 넌 대체 왜 요즘 인방에는 안 나와? 다들 난리다. 너 나오면, 무조건 상한가 간다고.”
“음. 그래서 좀··· 나가기가 힘들어졌어.”
“왜?”
“상한가 기대치가 커서··· 아마 내가 종목을 말하는 순간, 바로 상 칠 가능성이 더 커졌어. 그러니까 더 조심해야지.”
“야, 그게 어디 조심해야 할 일이냐?! 오히려 권장해야 할 일이지!”
“음. 그게, 성호야, 요즘 보는 눈들이 좀 많거든. 아니다. 그만하자. 그 이야긴···.”
“야, 대체 뭐냐? 그거?”
“아니다. 아냐. 참, 명석아. 그땐 진짜 고마웠다.”
“어, 뭐? 아, 그거? LK바이오닉스? 그건 벌써 꽤 지난 이야기잖아.”
“그래도 고맙지. 참, 홍서영, 네 여친하고는 잘 되고 있냐? 내가 그땐 진짜 눈치가 없었다.”
“하하하, 내가 살짝 말할 걸 그랬어.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좀 애매했거든. 참! 네가 경수 데려갔다며?”
“응. 우리 회사에 들어오기로 했어. 뭐, 정확하게는 창석이 밑에.”
“창석이? 그 자식도 잘 있지?”
“아마 지금··· 회사에 죽치고 있을 거다. 추석이고 뭐고, 우리 회사 첫방이 추석 끝나고 바로 시작이거든.”
“와, 진짜 죽인다.”
그렇듯 대화의 중심은 바로 현수, 그에게 온통 집중되고 있었다.
그 와중에 그들은 술을 진탕 마시며 또 한창 떠들어대다가, 그러던 중 고향 토박이가 되어버린 장성호와 백동식이 이때 슬쩍 딴 이야기를 시작했다. 왜냐하면, 두 사람은 이곳에서 계속 살다 보니, 다른 친구들 소식도 많이 알고 있었고, 더군다나 두 사람은 현수의 대학 동기들이기도 했다.
“야, 현수야. 너 예전 여친 혜정이 말이야.”
그리고 그렇듯 갑자기 그 말을 툭 던지고 있는 장성호.
그 바람에 현수는 흠칫 놀라고 말았는데, 이때 다른 친구들은 아주 큰 호기심을 보이며 두 눈을 말똥거리기 시작했다.
한편, 현수는 아주 난처해하며 장성호를 제지하려고 했지만, 어느덧 술에 좀 취한 장성호는 앞뒤 가리지 않고 계속 자기의 말만 이어 나갔다.
“나는 말이야. 니네 둘이 대학 졸업하면 바로 결혼할 줄 알았다니까. 한 2년 만났지? 완전 바퀴벌레처럼 딱 붙어 다니길래, 진짜 그럴 줄 알았다니까. 근데 졸업하자마자 바로 차였지?”
“야! 그만하자. 왜 술맛 떨어지게 옛날 이야길 하고 그래?”
“인마! 잘 들어! 너 그거 아냐? 그 혜정이가 곧 결혼한다잖아!”
“어?”
“너랑 헤어지고 소개팅, 맞선, 쉴 새 없이 하다가··· 남자 만났나 봐. 내가 건너건너 소문으로 듣기로 그 남자, 한전 다니고 있다고 하던데.”
“한전?”
“한국전력공사. 다들 알지? 공사 쪽도 신의 직장인 거.”
“음.”
“근데 한전이고 나발이고. 그거 보면 참 바보 같지 않냐? 혜정이, 아니 혜정이 저거 엄마! 이런 현수 그때 잡아뒀으면, 혜정이 팔자, 완전 폈을 텐데.”
“야, 성호야. 이제 그 이야긴 그만하자.”
그렇듯 현수가 다시 두 손을 저었지만, 그러나 장성호는 더 목소리를 크게 냈다.
“아니!! 잠깐만 더 들어봐!! 이게 진짜 진짜 하이라이트라니까!!”
“???”
“다들 알지? 현수 소식 우리 단톡방마다 쫙 퍼진 거. 그거 혜정이도 봤나 봐.”
“어??”
“그리고 내가 건너 건너서 들었는데, 혜정이 말이야. 그날 네 소식 듣고서, 자기 엄마랑 대판 싸웠다잖아. 거의 뭐, 거실에 있는 거, 거의 다 부수고 그대로 가출했대. 엄마랑 절대 같이 안 산다고!”
“음.”
“근데 그 뒤에 어떻게 된 줄 알아?”
이때, 표정이 잔뜩 굳은 현수와 달리, 다들 눈이 동그래져 장성호의 입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뜻밖에도 다음 말은 장성호가 아니라 백동식의 입에서 바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야! 그건 내가 말할게! 그 뒤, 혜정이 저거 엄마, 혜정이 파혼시키겠다고 한바탕 난리쳤었어. 그리고 현수 너 찾아간다고 또 난리치다가, 결국 혜정이 시모가 될 사람한테 그 자리에서 뺨따구 직빵으로 얻어 맞았다잖아.”
“와, 진짜? 진짜야?”
그 순간, 말이 없는 현수와 달리, 다들 놀란 표정이다.
“그럼 혜정이는 어떻게 됐어?”
“아, 이것도 건너건너 소식 들었는데, 그 한전 남자가 혜정이를 애지중지 달래서, 결국 다음 달에 결혼식 올리기로 했대. 그리고 이게 진짜인지 거짓인지 몰라도··· 이미 애를 가졌다고 하더라고. 흠. 암튼, 그건 잘 모르겠고. 어쨌든 그 때문에 모녀지간이 완전히 틀어졌나 봐. 쯧쯧쯧. 그 엄마는 지금 머리 싸매고 완전히 드러누웠다고 하고.”
“우아아! 이거 순 고소미, 완죤 지대로네.”
“현수야, 봐라. 봐! 너를 멸시한 아줌마 최후가 진짜···.”
“야, 근데 현수야, 너 괜찮냐?”
그렇듯 남의 이야기에 큰 관심이 보였던 녀석들은 뒤늦게 현수를 쳐다봤다. 이때, 쓴 미소를 짓고 있던 현수는 가볍게 술 한잔을 마신 뒤, 술잔을 탁! 소리가 나게 탁자에 내려놨다. 그리고 현수는 말을 했다.
“다들 혜정이 이야긴 이제 그만하자. 전 여친 가출한 이야기 듣는 게 어디 좋겠냐? 사실, 나는 작년에 공시 연달아 떨어지고 그때 소주 진탕 마시면서, 그때 완전히 지워버렸어. 그건 경수가 잘 알 텐데. 암튼 나 지금··· 완전히 말짱하니까, 우리 딴 이야기나 하자.”
그렇듯 현수가 그렇게 말하자, 다들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래. 맞아. 현수 말대로 이제 딴 이야기하자.”
“그러자. 뭐, 근데 사실 말해서··· 혜정이가 좀 이쁘긴 이쁘잖아···.”
“인마! 이쁘면 뭐하냐? 걔랑 계속 갔다면, 걔 성격 때문에 현수가 많이 힘들었을 거야.”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너도?”
“나도 좀 그렇더라. 걔가···.”
“그러니까 착한 여자가 좋다니까.”
“야, 너도?”
“인마, 난 아냐! 나는 무조건···.”
“야! 장성호! 백동식! 정세훈! 장광혁! 이재구! 이제 좀 그만하라니까!”
“아, 흠흠! 그래, 알았어.”
“미안, 미안.”
“그래, 진짜! 우리 그만하자!”
“자! 자! 다들 주목!”
“???”
“그러지 말고 빨리 다들 술잔 채워! 우리의 떠오르는 현수를 위하여 우리 축하주 한 번 하자! 빨리 잔 채워!”
그렇게 가득 술로 채워진 술잔들이 한가운데로 모였고, 그 순간 다들 ‘현수를 위하여!’를 외치며 일제히 소주를 자신들의 입에 털어 넣었다.
그렇게 다시 단합된 그들은 다시금 떠들어대고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날, 무려 5차까지 이어진 끝에, 현수는 이때만큼은 온몸을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간신히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렇듯 추석 기간 동안 고향 집에서 시간을 보낸 현수는 다음 날 일요일 저녁 늦게 서울로 올라왔는데···.
그 뒤 다음 날 월요일 아침, 드디어 KP커뮤니케이션이 첫 인방을 하는 광경을 지켜보게 되었다.
‘뭐, 첫 시작부터 시초가 갭 상승 종목들만 골랐으니, 시작은 나쁘지 않아. 인방 접속 회원 숫자도 충분하고···. 또, 인방 시작과 동시에 회원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까 어쨌든 좋은 징조야.’
그리고 한편, 현수는 악질 강진산업이 최대주주로 있는 IT기업 엠솔루션에 대해서 공격적인 장내 주식 매수를 시도하게 되었는데···.
즉, 기존 전환사채의 전환가액을 더 낮춰서 편법적인 수익률 향상을 꾀하던 강진산업 측이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행동을 개시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간 강진산업 측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던 인수합병팀 김상범 상무와 국내주식팀 정민경 팀장 등, 그들은 즉각 이 사실을 현수에게 보고한 뒤, 곧바로 장내 물량 확보를 위한 본격적인 매집 활동을 준비하게 되었다.
즉, 바야흐로 KHS컴퍼니가 단독으로 공격적인 인수합병 전쟁을 드디어 시작하게 된 것이다.
물론 첫 시작은 IT기업 엠솔루션!
그리고 로보유닉스, 넷피앤피 순으로, 현수는 인수전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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