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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친(1)
-51-
“현수야! 어서 와! 우리 아들!”
한순간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있는 엄마, 그리고 얼마 전, 다니던 직장(중소기업)에서 은퇴를 한 뒤 이제는 취미삼아 목공소 일을 시작한 아버지.
비록 풍족하진 않지만, 평생 악착같이 저축을 한 터라, 노년을 보낼 자금을 어느 정도 확보한 그들은 지금껏 아들의 일 때문에 그저 속상했는데···.
그러나 승천하듯 아들의 앞날이 술술 풀리게 되자, 그 모습이 무척 놀랍고 또한 무척 대견하기만한 것이었다.
“엄마, 잘 지내셨죠?”
“그럼, 그럼, 엄마는 잘 있어. 근데 우리 아들, 많이 힘들었나 보다. 얼굴이 많이 해쓱하네?”
“아뇨. 전 괜찮아요.”
“호호호. 그래? 근데 현수야, 어쩜 넌 그렇게 잘 할 수가 있어? 신문에도 나고, 사람들이 지금 난리야. 난리.”
“아, 그게··· 그냥 좀···.”
“어이, 당신, 잠깐만 그만해. 현수야! 넌 아빠한텐 인사도 안 하냐?”
“앗, 죄송합니다.”
이때, 얼른 엄마의 품에서 떨어져나와, 아버지와 힘껏 포옹을 하고 있는 현수. 이때, 그의 아버지는 요란하게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아마 현수가 공시에 합격한 뒤, 집에 왔어도 이렇게 큰 환대를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현수는 한낱 공시에 비할 수 없을 정도의 위치가 된 것이 아닌가.
“그리고 참, 이쪽은··· 제 경호원들인데···.”
어느 정도 인사가 끝나자, 현수는 이때 강태현 등을 소개했는데, 마침 아파트 현관문 뒤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은 잇달아 얼굴을 내밀며 머리를 90도로 숙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깜짝 놀라게 되는 두 사람.
“뭐? 네 경호원들?”
“네. 이분들이 저한테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럼 태현씨, 그 선물들은 이쪽에도 두고, 이제 쉬시면 됩니다. 오늘 수고 많았습니다.”
“아닙니다. 대표님. 교대 전까지 계속 대기하겠습니다.”
그러고는 강태현 등은 선물들을 가져와 현관 안쪽 거실 바닥에 층층이 쌓았는데···.
그저 놀란 듯 쳐다보고 있는 두 사람.
그리고 잠시 후 경호원들이 조용히 밖으로 나가자, 비로소 현수는 거실 소파 쪽으로 가서 앉았고, 그때부터 부모님과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마 자신에 대해서 많은 게 궁금할 거고, 또한 이미 신문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확인했음에도 다시금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 마음을 예상한 현수는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했는데···.
그렇듯 긴 대화가 이어지던 중, 어느덧 2조 원, 3조 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는데, 바로 그 순간 두 사람의 눈과 입, 그리고 손마저 바들바들 떨리고 있는 것을 현수는 목격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평생 소시민으로 살았던 그들에게 10억 원만 있어도 아주 대단한 일인데, 아들은 무려 2조 원, 3조 원대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돈을 굴리는 회사의 오너가 되어 있었고, 그래서 그건 다시금 확인해도 또 놀랍고 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무려 3시간 남짓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계속되었는데···.
그리고 마침내 한남동 집 이야기와 보안 문제에 관해서 이야기가 되자, 그들은 이제 고향 터전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해야 한다는 게 무척 부담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러나 당장 이사를 하는 게 아니라, 적어도 한 달 이상은 남았다는 사실에 다시금 두 사람의 표정은 밝아지고 있었다.
“엄마, 아빠. 혹시 모르니까 이사 전까지, 특히 조심해야 돼요. 특히, 요 근처에 집 한 채를 제가 따로 제 이름으로 하나 사 뒀는데, 당분간 거기 몇몇 보디가드들이 상주할 거예요. 혹시 필요한 거 있으면 그분들한테 직접 도움받으면 되고요. 참, 그 새집은··· 서울 사시다가 혹시 여기 오고 싶으면 언제든 사용하면 되고요.”
이른바 고향 별장까지 현수는 따로 마련해 놓은 것이다.
“그리고 매달 생활비는··· 제가 아주 많이 드릴 테니까 이제부터는 편안하게 사세요. 사실, 제가 투자로 모은 돈··· 평생 다 쓰려고 해도 절대 다 못 쓰는 돈이니까요.”
“근데 현수야!”
“네?”
“혹시 너··· 사기, 뭐 이런 건 아니지? 주식으로 돈 번 사람들 중에 쇠고랑 차는 사람이 많이 있잖아?”
“아뇨. 그런 거 하나도 없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 돈을 받아서 투자를 하는 것도 아니고, 또한 제 말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습니다.”
“아, 그래?”
“그러니 아무 걱정 마세요. 참, 이것도 받으세요.”
이때, 현수는 신형 휴대폰 두 개를 내밀었다.
“이게 뭐야?”
“다른 게 아니라, 요즘 이상한 전화들 많이 오죠?”
“아, 그래. 그렇긴 한데.”
“그러니까 이참에 전화번호 바꾸면서, 필요없는 전화번호들은 싹 다 정리하시는 게 어떨까요? 특히 이 휴대폰들은 제 경호업체에서 특수 칩을 삽입해 둔 거라, 어떤 경우에서든 위치 추적이 가능해요.”
“그래?”
“그리고 이것도.”
현수는 그때부터 자신이 준비해온 선물들을 풀기 시작했는데, 명품가방, 귀금속류, 화장품 등등 온갖 선물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주 풍성한 선물이었다.
그 바람에 두 사람의 두 눈은 점점 더 찢어질 듯 커져가고 있었고, 한편으로 입가에 함박 웃음꽃이 만발해져 가고 있었다.
##
그리고 다음 날, 2022년 9월 10일 추석 당일.
대단한 현수가 집에 왔다는 소식에 평소에 잘 오지 않던 친척들까지 현수의 집으로 우르르 나타났다.
그러고 보면, 1남 2녀 중 장남인 아버지. 딸만 딱 둘인 집안 출신인 어머니. 그렇듯 형제자매가 그렇게 많지 않다 보니, 현수에게 친척들 숫자는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었다.
물론, 친가, 외가 쪽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두 일찍 돌아가셔서, 명절 때마다 친척들이 잘 모여지지 않은 편인데, 이번 추석에는 고모들 외에도 아버지의 먼 사촌들까지 현수의 집을 찾아온 것이었다.
그래도 그나마 친척들 숫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아, 현수는 약간의 북적거림 속에서도 그저 웃으며 그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특히, 지잡대 출신이면서도 공시생 백수였던 현수가 갑자기 대단한 회사의 대표가 된 것이 무척 신기한 듯, 그들은 계속 현수에게 말을 걸어왔는데···. 한편, 2년 전 명문 한국대에 입학한 뒤 의기양양했던 사촌 동생은 현수의 옆에 계속 붙어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현수를 아주 귀찮게 하고 있었다.
즉, 지잡대 출신인 현수가 주식으로 돈을 벌었으니, 자신도 주식 투자를 해 보려고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조만간 본격적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하겠다고?”
“네. 형도 하는데, 저도 못할 게 없잖아요? 저, 멘사 회원인데.”
“음. 멘사? 그래, 뭐. 그건 네가 알아서 할 일이고···. 다만, 이거 하나만 명심해라. 다른 사람들은 박격포, 탱크까지 들고서 주식 판에 뛰어드는 거고··· 네가 지금 말한 2천만 원은 딱 주먹 하나 쥐고 주식판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보면 될 거다.”
“에게! 그게 무슨 말이에요? 2천만 원이 무슨 주먹이에요? 형도 150만 원 가지고 했다면서?”
“아, 그거야···.”
“쳇! 형은 성공했다고, 제가 그런 거 못 할 것 같아요?”
“알았다. 알았어. 아마 너도 잘 할 거다.”
결국, 현수는 피식 웃고 만다. 즉, 뭔 말을 해도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는 것은 현수는 바로 깨달은 것이다.
그러고 보면, 대부분 사람들은 주식 투자를 하기 전, 자신이 어쩌면 상위 몇 %의 투자 재능이 있을 거라고 잔뜩 기대심을 품는 게 사실이다.
특히, 신문에 나오는 기사들 역시 주식 투자로 큰돈을 번 사람들의 이야기가 태반이다 보니, 그런 기사에 누구나 홀라당 마음이 뺏기는 게 사실인 것이다.
그러나 실제 주식판에선 크고 작은 투자들을 실패한 뒤, 한숨만 내쉬는 아주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를테면, 1,000만 원에서 2배를 먹으면 2,000만 원, 2,000만 원으로 2배를 먹으면 4,000만 원, 이런 식의 머릿속 상상은 언제든 가능하지만, 이게 실제로 일어나는 경우는 정말 희박함,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근데, 형! 제가 이것저것 좀 찾아보니까, 초보자들은 특히 개미털기를 아주 조심하라던데, 그거 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아니, 자기가 투자를 했으면, 왜 쫄아서 털고 나가요? 순 바보들 아냐?”
정말 주식에 대해서 뭣도 모르고 있는 사촌 동생. 그의 물음에 현수는 다시금 피식 웃고 말았다.
사실, 누가 주식판에서 털리고 싶어서 털리는 걸까. 그저 상황이 그런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흠, 그럼 한번··· 예를 들어볼까. 만약 네가 가진 주식의 현재 주가가 –3% 떨어지면 넌 털고 나갈래? 아니면 갖고 있을래? 예를 들어 2천만 원 투자라면, –3%는 –60만 원!”
“형! 당연히 존버지.”
존버? 이때, 입꼬리를 살짝 올리던 현수는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럼 주가가 –10% 떨어지면, 손해 200만 원 상황. 이땐 어때?”
“그야, 그때도 당연히 존버.”
“음. 그런데 말이야. 만약에 주가가 계속 떨어질 것 같으면? 그런 상황이라면 이건 어떨까? 예를 들어, 차라리 그 시점에서 그냥 팔고, 더 아래 호가에서 사면, 그게 더 이익이 나는 거 아냐?”
“어? 아아, 그건 또 그렇네. 하긴, 더 낮은 가격에서 사면 주식 숫자가 늘어나니까.”
“맞아. 그러니까 하락이 터지면, 바로 팔고, 더 낮은 호가에서 다시 사는 게 괜찮다는 거잖아?”
“음. 그렇긴 한데.”
“그럼 다시 돌아가자. -3% 상황에서 호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으면? 그때 빨리 팔고, 다시 사면 더 이익이 아닐까?”
“음, 그것도 그렇네요. 논리적으로 보면, 하락세가 맞다면 빨리 팔고, 더 낮은 가격에 다시 사는 게 맞으니까.”
“그래. 그게 논리적으로 그게 맞지. 근데 여기서··· 네가 잊고 있는 게 있어.”
“?”
“개미털기. 그 순간 넌 털린 거야.”
“???”
“뭔지 알겠지. 그리고 이렇게 무너지는 건··· 결국 호가 최저점에 대한 유혹과 막연한 환상 때문이라고 볼 수 있어. 즉, 같은 돈으로 최저점에서는 가장 많은 주식수를 살 수 있으니까. 그래서, 팔고 다시 사면 된다고 다들 생각하게 돼. 그렇지만, 반등과 슈팅 포인트! 이런 것들은 갑자기 한순간에 일어나게 되고, 진짜 최저점을 잡으려는 순간 이미 늦는 경우가 많아. 더군다나 이런 경우도 있어. 이게 반등인 줄 알았는데··· 더 큰 추락을 위한 일시 반등인 거. 정말 미치는 경우지.”
“음. 그럼 형! 어쨌든 하락세에 있는 거, 적당히 잡아 계속 존버하면 되겠네요? 언젠가는 오를 테니까.”
“하하, 그게, 또 그렇지도 않아.”
“???”
“한번 주가가 떨어지게 되면, 서서히 공포심이 퍼지게 돼. 만약 종토방에서 악재 소문 같은 것이 퍼지기라도 한다면, 더 공포심이 만연하게 되고. 이때, 마음 약한 개미들부터 탈탈 털리기 시작하는데··· 이게 보통 형태가 하방 매도야.”
“음.”
“이 하방 매도 때문에 호가는 더 떨어지게 되고. 물론, 이때 세력이 큼직한 매도물량을 바로 위쪽에 쌓아 둘 거야. 이건 무조건 아래로 호가를 밀어붙이는 형태. 이런 걸 보면, 누구나 다 알게 돼. 호가가 더 떨어질 거라는 것. 그래서 다들 더 견디기 힘들어지고, 결국 존버가 쫄보가 되는 거지.”
“음. 그래도 계속 버티면 괜찮지 않을까요? 주식하는 제 친구들 말로는, 무조건 존버가 답이라던데?”
“답? 하하, 주식판에 그런 게 어딨어?”
“???”
“개미털기 상황이 아니라, 진짜 상황이 안 좋아 주가하락세가 터지면, 마냥 존버하다간 그대로 쫄망각이잖아.”
“음.”
“그리고 실제로 존버하다가, –50%대, -80%대 혹은 상폐까지 당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래서 이런 존버를 택할 때는 꼭 재무제표와 회사 사정, 회사 비전을 몇 번이고 확인해야 돼. 즉, 만성 적자기업은 전환사채 발행, 유증(유상증자) 확률이 갈수록 높아지게 되고, 주가는 걷잡을 수 없이 바닥을 칠 거야. 또한, 최대주주의 보유 지분율이 낮은 기업은 신사업 투자 역량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고, 책임감도 많이 약해질 수밖에 없어. 이런 기업의 발전속도는 당연히 떨어질 테고, 결국 다시 적자, 혹은 최악의 상폐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져.”
그러면서 현수는 테마주도 언급했다.
“다만, 이쪽에서··· 테마주는 또 다른 이야기인데, 그냥 여긴 테마 이슈만 있으면, 기업 실적, 채무 상태와 무관하게, 그냥 무조건 호가 상승세가 발생할 수도 있어. 그냥 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벌떼같이 달려드니까, 호가가 그냥 오를 수밖에. 다만, 상투를 잡는 순간, -10%에서 최대 –30%까지 손절 각오는 해야 돼.”
“아아아···.”
이때, 과도했던 의욕과 달리, 뭔가 머릿속이 무척 복잡해진 듯 자신의 뒤통수를 심하게 긁고 있는 사촌 동생. 그런 녀석을 힐끔 쳐다본 뒤, 현수는 곧이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침 손목시계를 확인해 보니 어느덧 시간이 꽤 되어, 저녁 6시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참, 6시에 다들 모이기로 했는데.’
즉, 고향 친구들과의 만남.
현수는 그들을 만나기 위해서, 잠시 후 집에서 나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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