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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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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김판석 변호사님?”
“아! 인방에서 봤던 대로 정말 훤칠하신 분이군요. 하하하, 반갑습니다. 제가 100세시대 김판석입니다.”
“네. 김현수입니다.”
“하하하, 그 유명하신 개미군단님을 제가 직접 뵙게 되니, 그야말로 제 개인적인 영광입니다. 하하하.”
“아, 아닙니다. 그 정도까진···.”
“자, 자, 안으로··· 아, 참, 이분은?”
이때, 김판석 변호사는 뒤늦게 최인영을 쳐다보고는 흠칫 놀라는 모습이었다. 왜냐하면, 오늘 이 자리에는 회원수 80만 명을 훌쩍 넘어서는 대형 팬클럽 「개미군단의 깨톡 사방사방」 운영자 강남미녀가 나오기로 되어있는데···. 그녀를 중년 아줌마라고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아주 깜짝 놀랄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가 자신의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혹시 이분이··· 강남미녀?”
“네. 김 변호사님. 접니다.”
그러면서 아주 다소곳하게 인사를 하고 있는 최인영.
그런데 그 순간, 김판석은 다시금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아, 근데 제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그렇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이때, 현수가 바로 설명을 했다.
“그럼 제가 설명드리겠습니다. 여기 이분, 강남미녀님은··· 배우 최인영씨입니다. 작년에 케이블 드라마, 스타 매니지먼트에 출연했었고, 최근까지 각종 CF, 각종 드라마, 영화에도 출연했었던···.”
그런데 바로 순간, 설명이 다 끝나기도 전에 바로 가벼운 탄성을 지르고 있는 김판석 변호사. 그는 다시금 놀란 표정을 지으며 최인영을 쳐다보다가, 그리고 한편으로는 주름진 미간이 조금 더 좁혀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니까 강남미녀님이 배우 최인영이라? 흠.’
나이도 많은 자신이 알아볼 정도로 나이는 어려도 아주 대단한 배우라는 이야기다. 하긴 그러고 보니, 5년 전, 자신이 아내와 극장에서 봤던 그 영화가 문득 기억이 났다. 시골 처녀 역할을 맡았던 저 최인영, 그 시골 처녀 때문에 자신의 눈물샘이 쫙 마를 정도로, 그때 한참 울었었는데···. 그런 뛰어난 연기력을 갖춘 배우가 바로 저 강남미녀였던 것이다.
“하하, 최인영씨, 반갑습니다. 김판석입니다.”
김판석은 얼른 표정을 환하게 한 뒤, 인사를 했고, 최인영도 다시금 인사를 했다.
그렇듯 잠깐의 인사를 서로 마친 뒤, 그들은 각자 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이때 나이가 아주 많은 김판석 변호사가 자연스레 안쪽에 앉다 보니, 자연스레 현수와 최인영은 문 쪽으로 서로 나란히 앉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젊은 두 사람을 묵묵히 쳐다보던 김판석은 표정으로는 내내 웃고 있었지만, 그의 속내는 꼭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오늘 그가 김현수를 만나려고 했던 목적은, 순수한 팬심 외에도 자신의 외손녀의 일도 조금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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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잠시 후.
“···하하하, 그럼 그 악플러가 바로 강남미녀님이셨군요? 하하하, 저는 그런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하하.”
그렇듯 대화 중에 그런 우스꽝스러운 대화가 이어지기도 했지만, 음식을 먹는 와중에 간간이 주식 투자 이야기, 옵션 투자 이야기 외에도 현수의 회사 이야기 쪽도 한 번씩 초점이 맞춰지기도 했다.
“···음. 그러고 보니까, 김 대표님께서는 정말 일들이 많으시군요. 흠, 저도 공직에 있을 때 항상 느끼곤 했지만··· 소신과 원칙이 있는 사람이 훨씬 더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가 더 힘이 들더군요···.”
그렇듯 그런 푸념의 와중에 현수는 슬쩍슬쩍 검사장급 인재에 대한 관심도 드러냈는데, 다행히 김판석 변호사는 그런 현수의 의도를 눈치채고는 아주 기분 좋게 자신이 직접 도움을 주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말년에 김 대표님 덕분에 아주 큰 인생 재미를 느꼈습니다. 허나··· 은퇴한 제가 직접 움직일 수는 없으니, 아직은 활발한 제 후배들에게 한번 그 의향을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뭐, 회사에서 연봉을 수십억 원까지 지출할 수 있다고 하니, 아마 그쪽에 끌리는 친구들이 여럿 있을 겁니다. 우선, 고법 부장판사 출신, 대법관 출신, 검사장 출신, 전직 국회의원 출신 등등, 후배들로 한 번 좁혀보고, 제가 적극적으로 추천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현수는 정말 돈으로 살 수 없는 큰 인연을 잡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변호사님.”
“하하하! 그리고 다음에··· 우리 개인적으로 다시 한번 더 만납시다. 그땐, 차라리 제 집으로 초대를 하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직접 주식 투자 기술도 배우고 싶고, 또 제가 한적한 곳에 살고 있어, 아마 잠깐이지만 김 대표님도 아마 세상에서 묵힌 스트레스를 풀기에 딱 좋은 곳이 될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변호사님. 초대해주시면, 언제든 찾아뵙겠습니다.”
그렇듯 대화의 진전이 아주 잘 되게 되자, 현수는 그 시간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정말 즐겁게 저녁을 먹은 뒤, 현수는 곧이어 100세시대 김판석 변호사와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작별하게 되었고, 한편으로는 최인영과 바로 헤어지기 아쉬워 김판석 변호사 몰래 카톡을 주고받은 뒤, 잠시 후 두 사람은 같이 움직이게 되었다.
즉, 최인영이 몰고 온 차량은 현수의 보디가드가 대신 운전하고, 최인영은 현수와 함께 아우디 뒷좌석에 나란히 앉게 된 것이다.
“그럼 어디로 모실까요?”
이때, 강태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현수에게 물었고, 반면 현수는 여전히 아름다운 아우라가 만발하는 최인영을 약간 긴장된 눈으로 쳐다본 뒤, 이내 밝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괜찮겠죠? 인영씨, 밤 날씨도 좋은데, 그럼 산책 겸, 한강 공원으로 가죠. 중간에 가게에 들러, 눌러쓸 모자랑 마스크도 살게요.”
그리고 잠시 후, 아우디 차량은 부드럽게 움직이며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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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음. 대표님. 저번에 알아보라고 지시하신 내용들··· 서울중앙지검 후배들에게 전화를 한번 돌려, 좀 더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음. 그건 어떻게 됐습니까?”
“우선! 금융·기업범죄전담부, 즉 형사 제7부에서 우리 쪽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음.”
“그리고 실제로 다다음 주 정도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려고 그쪽에서 준비 중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요?”
“흠. 다만, 일정의 변화가 생겼는데···.”
“네?”
“즉, 어제 상부에서 일정 조정 지시가 내려와, 그 일이 현재 잠시 보류가 된 상태라고 했습니다.”
“아, 그래요? 으음.”
“근데 사실, 저는 대표님 말씀 듣고서, 좀 많이 놀랐습니다. 그래서 제가 개인적으로 좀 더 알아봤는데···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 선배들을 통해서 들은 이야기들이 몇 개 더 있습니다.”
그렇듯 김주연 변호사가 보고 말미에 뜻밖의 이야기를 하자, 현수는 바로 호기심을 품고서 두 눈을 반짝거렸다.
사실, 어느덧 내일부터는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터라, 무척 바쁜 목요일 오전이지만, 그러나 이번 일만큼 더 중요한 일은 없다고 보고서 현수는 아침 일찍부터 법무팀장 김주연 변호사를 호출해서 보고를 받는 중이었다.
“음. 우선, 이번 일이 시작된 것은 일부 금융권 쪽에서 이런저런 투서와 압력이 들어와, 결국 내사가 시작되었다고 했습니다.”
“네? 금융권에서 말입니까?”
“네. 그 선배님들 말씀을 들어보니, KHS컴퍼니의 배후에 불법적인 헷지 펀드가 도사리고 있다며, 그래서 최우선적으로 증거를 확보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합니다.”
“음. 헷지 펀드라? 대체 어느 쪽 말입니까?”
“저도 이 부분이 희한한데, 검찰 위쪽에서 언급된 것은 바로 제이콥 리 미국 차관보였습니다. 하지만 대표님! 우리는 제이콥 리 차관보의 헷지 쪽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지 않습니까?
“네. 그 부분은 상당히 애매하군요. 만약 그들이 제이콥 리 차관보를 노린다면, 차라리 Stock24를 압수수색하는 게 나을 텐데, 왜 우리를 노리는지 모르겠군요. 혹시 다른 내막이 있습니까?”
“네. 대표님. 저 역시··· 그 내막에 대해서 바로 호기심을 품고서 여러 각도로 접근을 해 봤는데, 물론 그 전에 몇 가지 환경적인 부분들도 수사적 관점에서 꼭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Stock24의 공식적인 회장, 비록 비공식적으로 은퇴한 상태지만, 이정기 회장! 이 사람을 주목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김주연 변호사는 자신의 특기를 아주 유감없이 발휘하기 시작했다.
“우선, 대표님도 아시는 사실까지 모두 정리하면, 이정기 회장은 이원진 부사장의 친부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정·재계에서 아주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미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꼭 그렇지도 않다고 하더군요. 간간이 정치권 주요 인사들과 긴밀한 회동도 하고 있고, 일부 재계 회장들과의 만남도 수시로 갖고 있습니다.”
“음. 그래서요?”
“아시다시피, 그는 국내 제1위 재벌그룹, 대명그룹 회장이자 현재 노환으로 병석에 누워있는 정진태 회장의 오랜 친우입니다. 하지만, 그의 위치는 단순한 친우 이상입니다. 과거 이정기 회장은 각 정권을 거치면서 정부 부처 주요 관료, 즉 청와대 수석비서관, 각 부처 차관, 장관 등등을 역임했습니다. 또한, 국정원 이전에 안기부 요직까지 차지했던 인물입니다. 다시 말해서 오늘날의 대명그룹을 만든 일등 공신들 중에 정부 관료 쪽 최고 공신은 바로 이정기 회장입니다.”
“음.”
“즉,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정경 유착의 가장 큰 예가 바로 정진태 회장과 이정기 회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이미 지나간 일. 즉, 그들의 일들은 이제 심판할 수 없는 과거가 됐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정기 회장의 파워는 아직도 현재진행형! 다시 말해서, 과거 자신은 대명그룹을 비호했지만, 지금은 대명그룹의 비호를 받고 있다고 보시면, 좀 더 이해가 빠를 겁니다.”
“아, 그렇군요. 솔직히 거기까진 저도 몰랐습니다. 워낙 상류층들의 일이라···. 그래서 Stock24도 그렇게 빨리 성장할 수 있었군요?”
“네. 그런 암묵적 성장 지원 외에도, 여러 겹의 보호막에 둘러싸여 있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음. 근데 그게 만약 사실이라면, 대체 우리 문제는 뭡니까? 우리는 Stock24의 협력사가 아닙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의외로 그거 때문에, 이 문제는 좀 더 쉽게 풀리게 됩니다.”
“네?”
“즉, 국내 정서상 제이콥 리에 대한 해묵은 반감이 있고, 또한 그의 헷지 펀드에 대한 정부의 조사 의지가 있는 것은 어쨌든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미국 현직 공직자인 제이콥 리를 직접적으로 공격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Stock24를 겨냥할 수도 없는 상태입니다. 결국, 오갈 데 없는 화살은 우리 쪽으로 날아왔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즉, 다시 말해서 현재 논리상 가장 만만한 곳, 그러나 갑자기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회사, 또한, 제이콥 리와의 관련성이 있다면, 그와의 연결 관계를 추적하는 데 가장 좋은 위치에 있는 회사, 그게 바로 우리 회사입니다. 물론, Stock24와의 연결성은 이미 있으니까요.”
“네?”
“즉, 국가 사정기관들이 군침을 흘릴 만한 요소가 우리 회사에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Stock24가 우리를 보호하려고 마음먹는 순간, 그 모든 것에 해당 사항이 되지 않게 됩니다. 그것은 Stock24를 노리지 못하는 이유와 똑같이, 우리 KHS컴퍼니 역시 노릴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검찰, 금감원 등은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려고 했습니다. 이게 뭘 의미하겠습니까?”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현수의 표정은 곧바로 아주 굳어지고 있었다. 그 순간, 바로 뭔가를 깨달은 것이다.
“음. 알겠습니다. 이원진 부사장이로군요.”
“네. 그렇습니다. 즉, Stock24가 KHS컴퍼니와 제이콥 리의 연관성이라는 명목으로 사정기관 쪽에 먹잇감으로 던진 겁니다. 결국, 사정기관이 우리를 집중적으로 조사해야 할 이유를 그들이 제시한 겁니다.”
“그럼 그 이유는?”
“결국, Stock24는 사정기관들을 움직여 수사를 벌인 뒤, 만일을 대비해서 뭔가 대비책을 쥐려고 했던 게 분명합니다. 대체로 이런 공작성 수사는 간간이 있긴 한데···. 즉, 우리 회사가 순식간에 Stock24에 버금가는 회사로 성장하자, 큰 경계심을 갖게 된 게 분명합니다.”
“음. 그렇군요. 김 변호사님. 어쨌든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래도 계속 추후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부탁드립니다.”
“네. 대표님!”
그렇듯 김주연 변호사의 해석을 다 들은 뒤, 현수는 한동안 가만히 앉아서 눈을 감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실제로 이원진 부사장의 놀라움이 충분히 상상이 되기도 했다. 불과 한두 달 전만 하더라도, 영세했던 KHS컴퍼니. 그러나 현재 기준, 자산 규모가 더 커져 버려, 이제 어느덧 3조 원대를 달려가는 기업으로 도약해 버렸다.
‘음. 하긴, 너무 빨리 성장했어. 어쨌든 더 위로 올라가면, 결국 친구보다는 적이 더 많다는 말인데···.’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이원진 부사장이 자신을 갑자기 견제하게 되었지만, 그러나 반대로 이원진 부사장을 견제하고 있는 대림금융투자나 일성은행 같은 곳이 국내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 Stock24의 힘이 세긴 해도, 그게 완벽하진 않으니까.’
즉, 대림금융투자와 일성은행의 간섭을 받자, 그 행위가 중단되었다는 점에서 현수는 틈새가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게 된 것이다.
비록 Stock24가 아주 대단한 곳이긴 하지만, 미국 국무부 차관보 제이콥 리 본인도 아니고, 한국 재계 1위 대명그룹 정진태 회장 본인도 아니지 않은가.
어쨌든 그렇게 재계 위쪽의 큰 흐름을 한번 엿보게 된 현수는 그 다음 날 아침, 드디어 추석을 맞이하여 고향 집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길에 현수는 계속 최인영과 카톡을 주고받게 되었는데···.
다행히 그녀와의 카톡 덕분에 지루한 귀성길을 무사히 끝낸 현수는 마침내 자신의 고향 집에 도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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