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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재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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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인사부터 하시죠. 이번 여행에서 저랑 같이 한국으로 온 친구들. 이쪽은 데보라 힐슨. 글로벌 힐슨리조트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힐슨피델리티 그룹의 상속녀이고, 또 현재 힐슨리조트의 부사장을 맡고 있어요.”
한편, 시에나 줄리어스는 자신에게 친한 일행이 있다고 했는데, 놀랍게도 그 일행 중의 한 명이 힐슨피델리티 그룹의 상속녀 데보라 힐슨이었던 것이다.
사실, 처음 봤을 때부터 깜짝 놀랐던 현수는 어쨌든 시에나 줄리어스의 소개를 받은 뒤, 애써 웃으며 데보라 힐슨과 악수를 나눴다. 이때, 데보라 힐슨은 아주 그윽한 눈으로 현수를 쳐다봤는데, 그런 그녀의 눈빛은 바로 그녀의 트레이드마크, 즉 데보라 힐슨의 매력 포인트이기도 했다.
“혹시··· 당신은 무슨 사업을 하세요?”
“네? 아, 저는 투자 쪽입니다.”
“흠, 재밌겠어요.”
목소리 역시 아주 촉촉했는데, 그런 매력적인 데보라 힐슨의 모습에 현수는 그저 멍하니 금발미녀 데보라 힐슨을 쳐다봐야 했다. 바로 자신의 눈앞에서 세계적인 유명 상속녀를 보았기 때문이다.
“킴! 여긴 카일리 맥카시. 맥카시 코스메틱스의 CEO이자 맥카시 가문에 몇 안 남은, 아주 귀한 친구예요.”
곧이어 시에나 줄리어스는 카일리 맥카시도 소개해주었는데, 이때 현수는 또다시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데보라 힐슨과 시에나 줄리어스와 달리, 카일리 맥카시는 훨씬 더 늘씬한 키에 조각같은 북유럽 미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바로 미국 석유 부호, 맥카시 가문의 일원이었고, 5년 전 코스메틱스, 즉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뒤, 순식간에 맥카시 코스메틱스의 순재산가치를 무려 20억 달러로 불린 뛰어난 경영자이기도 했다.
“아, 반갑습니다. 김현수입니다.”
“그럼 당신도 시에나의 한국인 친구인가요?”
“네? 친구? 아, 그게 아니라···.”
이때, 시에나 줄리어스는 바로 입을 열었다.
“KHS컴퍼니, 앞으로 Standard Julius의 새로운 아시아권 파트너가 될 회사야. 이 사람이 그 회사의 CEO이고.”
“그럼 새 파트너?”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시에나. 근데 이 사람, 스티브보다 더 젊어 보이는데?”
그러자 시에나 줄리어스는 현수를 다시 쳐다봤고, 이때 미국인답지 않게 현수의 나이를 바로 물어보았다. 보통 미국인들은 상대의 나이를 잘 묻지 않은 게 일반적인데, 그녀는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그의 나이를 직접 물어본 것이다.
그리고 현수는 한국인이다 보니,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한국 나이로 27, 미국 나이로 하면 25입니다.”
그러자 바로 시에나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Wow! 대체 어떻게 그 나이에 그런 투자 감각을 가질 수 있죠?”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킴! 당신에 대해서는 저도 알 만큼 안다니까요. 참, 데보라, 카일리, 너희들은 잘 모르지? 내가 단지 젊은 사람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최근 윌스트릿 머저리들이 가장 궁금하게 여기는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란 말이야.”
그런 시에나의 말에 두 사람은 바로 큰 호기심을 드러냈는데···. 그러면서도 그들은 각자 자리를 잡고서 푹신한 소파에 앉았다. 현수 역시 응접실 한 소파를 차지하고 앉았는데, 바로 이곳은 시에나 줄리어스가 머물고 있는 호텔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이었다. 식사 전 인사부터 하자는 시에나의 말에 따라 현수는 바로 이곳으로 찾아왔고, 이때 데보라 힐슨과 카일리 맥카시를 차례로 소개받게 된 것이다.
“그럼 시에나, 어떤 의미에서 이 사람이 중요한 사람이지?”
“간단히 말한다면, 우리 회장님의 아주 까다로운 자문팀에서, 협력 파트너 고려대상이라는 결론이 나왔어.”
“고려대상? 고작 그거?”
“호호, 카일리! 고작이 아니야. 최근에 Standard Julius는 새로운 파트너쉽을 맺는 일에 아주 조심하고 있잖아? 특히, 전략적 제휴가 아니라, 발전적 파트너쉽은 또 다른 이야기이니까.”
“???”
“호호, 카일리, 그렇게 놀란 척하지 마. 어쨌든 킴은 아주 놀라운 투자자야. 수백만 달러 투자로 몇 달 만에 수억 달러 수익을 내는, 그런 천재는 흔치 않거든. 물론, 스티브의 극찬이 아주 대단했지만, 회장님께서도 많이 궁금해하셨어.”
그리고 그 순간, 현수는 다소 난처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자신이 코앞에 앉아 있는데도, 자신의 면전에서 시에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칭찬들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미국 금융제국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Standard Julius가 자신에 대한 궁금함과 더불어 호감까지 품고 있다는 것은 절대 나쁜 일이 아닌 게 사실이었다.
“근데, 킴, 킴이라고 하셨죠?”
이때, 데보라 힐슨이 두 눈을 반짝이며 현수의 이름을 다시 물었다.
“네. 김현수입니다. 참, 제 이름 부르기가 많이 힘들죠? 김현수.”
“킴 혀언, 아, 모르겠다.”
“하하하, 그냥 킴이라고 하셔도 됩니다.”
“네. 그럼 킴! 혹시 리조트 사업에서 우리랑 협력할 게 없을까요?”
“네? 아···.”
“한번 생각해 보세요.”
“네. 힐슨 부사장님, 한번 생각해 보고···.”
“그럼 혹시 좋은 아이디어가 생긴다면 언제든 이쪽으로 연락해주세요. 제 비서 전화번호예요. 그리고 제 이름은 힐슨 부사장이 아니라, 데보라! 알겠죠?”
“네. 데보라.”
그렇듯 목소리가 아주 촉촉한 데보라 힐슨과의 대화가 끝내자, 바로 카일리 맥카시도 관심을 보였다.
“사실, 저희 맥카시 코스메틱스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진출을 고려하고 있어요. 혹시 당신이 저희와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저한테도 연락 주세요. 이건 제 연락처. 비서 연락처가 아니라, 이건 제 개인 연락처에요. 알겠죠? 그리고 저도 카일리라고 부르면 돼요.”
보통 상류층 비즈니스는 알음알음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특히 이런 사교적인 모임에서 친분과 신뢰를 배경으로 순식간에 뭔가가 결정되기도 하는데···. 그래서 현수는 시에나 줄리어스 덕분에 아주 좋은 기회를 갖게 된 것이지만, 그럼에도 현수는 아직 정확히 그 이점을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녀들과의 간단한 담소가 끝난 뒤, 현수는 잠시 후 그녀들과 함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에서 나왔고, 이제 점심을 먹기 위해서 호텔 스카이라운지로 이동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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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입니다.”
한편, 시에나 줄리어스의 최측근 비서인 안젤리나 강은 이번 한국 여행에서 그녀의 최측근 비서 역할 외에도 통역 역할을 맡고 있었다. 즉, 그녀는 재미교포로서 영어, 불어, 중국어, 한국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했는데, 지금은 가장 앞장서서 움직이면서 레스토랑 안내를 아주 예의 바르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은 아주 넓고 화려한 점심 식사 장소에 도착했는데···. 그리고 그곳에는 이미 또 다른 사람들이 먼저 와 있었다.
그리고 이때, 그들을 먼저 발견한 시에나 줄리어스는 바로 현수에게 귓속말을 했다.
“답답하더라도 좀 참아요. 사정상 어쩔 수 없이 저들을 초대했으니까요. 우리는 중간에 일어나면 돼요.”
그러고는 그곳으로 다가가자, 이때 가만히 앉아 있던 그들은 그 인기척에 바로 반응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그들은 하나 같이 아주 깔끔한 정장 차림이다.
남자 두 명에 여자 한 명.
이때 그들은 시에나 줄리어스를 먼저 쳐다봤고, 곧이어 데보라 힐슨, 카일리 맥카시 순으로 시선을 옮긴 뒤, 마지막으로 무척 의아한 눈빛을 보이며 현수를 쳐다봤다.
그러나 그런 눈빛은 금방 사라지고, 그들은 각자 재빨리 자신들을 소개했다.
“인사드립니다. 저는 한성그룹 이민수 전무입니다.”
“저도 인사드립니다. SP그룹 최현진 상무입니다.”
“인사드립니다. 대림금융투자 서한진 전무입니다.”
그렇듯 아주 정중하게 자신들을 소개하는 그들.
그런데 이때 현수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냐하면, 이들의 면모가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한성그룹은 국내 30위 권의 재벌그룹. 그런 그룹에서 전무 직책에 있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닌데, 올백으로 머리를 넘긴 이민수라는 남자는 무척 젊어 보인다. 딱 봐도 견적이 나오는 게 바로 재벌 3세임이 틀림없다.
한편, 현수는 SP그룹 최현진 상무를 보자마자 바로 그녀를 알아봤다. 왜냐하면, 그녀에 대한 기사들이 여러 차례 신문에 실렸기 때문이다. 20대 중반의 나이지만, 카이스트 수리과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천재, 그런 놀라움을 떠나서 그녀는 재계 50위권 SP그룹 최태문 회장의 장녀이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 대림금융투자의 서한진 전무. 안경을 쓰고 있는 그 역시 무척 젊어 보였고, 그래서 그 역시 재벌가의 직계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 그들이 먼저 인사를 하자, 곧이어 데보라 힐슨과 카일리 맥카시는 자신을 소개했고, 이때 시에나 줄리어스는 간단한 인사 외에는 자신에 대한 소개가 필요 없다는 듯, 바로 현수를 소개했다.
“이쪽은 KHS컴퍼니 대표 킴입니다.”
그러자 현수는 재빨리 자신의 이름을 다시 그들에게 이야기했다.
“네. 소개받은 김현수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때, 한성그룹 이민수 전무, SP그룹 최현진 상무, 대림금융투자 서한진 전무는 다들 미간을 오므리며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KHS컴퍼니라는 회사를 지금껏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자리에 앉죠. 제가 오늘 호스트니까 마음껏 즐기세요.”
그렇게 시에나 줄리어스는 말하며 가장 상석에 앉았고, 한편 비어있는 다른 자리에 데보라 힐슨, 카일리 맥카시, 현수가 차례로 앉았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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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서 전무님, 저 사람 누군지 압니까?
- 아뇨. 저도 오늘 여기서 처음 봤습니다. 회사 이름도 처음 들었고.
- 근데 어떻게 그런 사람이 시에나 줄리어스의 옆자리에 앉아 있죠?
- 으음.
- 혹시 30대 그룹 내에서, KHS컴퍼니라는 회사를 만든 적이 있을까요?
- 음. 그럴 리가요? 제가 재계 분포만큼은 완전히 꿰고 있는데···.
- 흠, 그럼 모르신다? 대체 누구길래 저들이 저렇게 친하지?
그렇듯 서로 옆자리에 앉은 한성그룹 이민수 전무와 대림금융투자 서한진 전무는 한 번씩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시에나 줄리어스와 현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애피타이저 요리들이 다 나온 뒤, 메인요리로 옮겨가자, 이때 더는 참지 못한 한성그룹 이민수 전무는 결국 입을 열었다.
“음. 저기, 대화 중에 죄송한데, 김현수 대표님, 근데 김 대표님은 줄리어스 부사장님과 어떤 친분이 있으신 겁니까?”
사실, 다소 까다롭게 느껴지는 시에나 줄리어스에게 바로 묻지 못하고, 그는 김현수에게 질문을 던진 것이었다.
이때, 현수는 그 질문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잠시 생각하다가, 결국 좀 더 쉬운 방법, 즉 오늘 일정을 간단히 설명하면서 그것으로 그 대답을 대신하기로 했다.
“뭐, 간단히 말씀드리면 일이 있어 여기에 오게 된 겁니다. 식사 후, Standard Julius와의 MOU 체결이 있고, 이후 인수합병 관련 국제컨소시엄 구성에 대한 공식 발표도 있을 겁니다. 그 일 때문에 여기에 오게 된 겁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한성그룹 이민수 전무, SP그룹 최현진 상무, 대림금융투자 서한진 전무 등은 깜짝 놀라며 현수를 뚫어져랴 쳐다봤다. 왜냐하면, 그들 역시 Standard Julius 그룹과 공동 파트너십을 맺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전 처음 보는 남자가 이미 그런 어려운 일을 달성했던 것이다.
사실,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Standard Julius에 대한 공개 정보는 고작 글로벌 20위권, 혹은 정확하게는 세계 10위권 중반에 드는 대형 투자은행(IB)이라는 것뿐이다. 특히 자산규모 2,300억 달러(원화 기준 260조 원)는 아주 대단하긴 해도, 그런데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바로 Standard Julius가 가지고 있는 엄청난 인맥이다. 즉, Standard Julius는 미국 정치계, 문화계, 경제계 등에 두루 인맥을 갖고 있으며, 실제 이 가문 출신의 일원 중에는 상원의원, 주지사, 미국 연방 정부의 장관이 된 이들이 여럿 나왔다. 더군다나 Standard Julius의 가장 강력한 힘은 그들이 투자하고 있는 미국 방산업체에서 흘러나온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 위력은 아주 막강했다.
그래서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좀 더 쉽게 미국권역에 진출하고, 또한 각종 로비 활동을 벌일 때, Standard Julius로부터 조력을 받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이점이 되는 셈이었다.
“음. 저기, 죄송한데, 혹시 명함 한 장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그러고 보면, 조금 전, 시에나 줄리어스, 데보라 힐슨, 카일리 맥카시에게는 명함을 건넸지만, 잘 모르는 현수에게는 명함을 건네지 않았던 한성그룹 이민수 전무는 뒤늦게 현수에게 명함을 요청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SP그룹 최현진 상무와 대림금융투자 서한진 전무도 앞다투어 그 부탁을 했고, 결국 현수는 뭔가 기분은 찝찝했지만, 그럼에도 어쨌든 자신의 명함을 그들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그 뒤, 이번 식사의 메인요리가 나와서 그걸 먹느라 잠시 대화가 뜸해지긴 했으나, 곧이어 디저트가 나왔을 때 다시 대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그렇게 식사를 마친 현수와 시에나 줄리어스는 곧이어 먼저 일어났는데···. 기자회견 전까지 할 일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즉, 두 사람은 호텔 회의장으로 가서, 양사 간의 MOU 체결을 진행했으며, 또한 그게 끝나자마자 바로 베트남 BE파이낸스금융 인수를 위한 국제컨소시엄 구성에 대해서 기자들 앞에서 발표를 하게 되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Stock24 이원진 부사장이나 롱텀펀드의 잭 데이비스 부사장은 참석하지 않았는데···.
두 사람은 오늘 아침 일찍 베트남 하노이로 날아갔기 때문이다. 즉, 롱텀펀드 잭 데이비스의 아주 바쁜 일정 때문에 이원진 부사장은 그의 현지 실사를 돕고자 그와 동행을 해 줬던 것이다.
그리고 한편, 이날 저녁, 일부 케이블 TV 뉴스 외에도 각 언론사 인터넷판 기사에는 이 국제컨소시엄 관련 보도들이 일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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