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수익률 1,000,000배-108화 (108/170)

<내 수익률 1,000,000배>

랜드마크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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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베트남 BE파이낸스금융 인수 프로젝트!

사실, 2년 전, Stock24는 Standard Julius와 함께 국제컨소시엄을 꾸민 뒤, 베트남 BE파이낸스금융 인수를 위한 긴밀한 작전을 펼친 바 있다.

그러나 이 인수 프로젝트 쪽에 이미 기존의 유력 팀이 존재하고 있었다. 즉, 세진금융지주회사가 단독 인수팀을 꾸린 뒤, 4년 전부터 BE파이낸스금융 인수에 총력을 기울여 왔던 것이다. 그러나 Standard Julius-Stock24의 국제컨소시엄이 나타나는 바람에 그들의 일정에 갑자기 큰 혼선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거기다가 프랑스계 금융회사들도 이 BE파이낸스금융에 눈독을 들이고서 인수전에 합류하는 바람에, 그때 크게 3파전 형태로 번지면서 치열한 인수 전쟁이 벌어지게 되었다.

사실, 그러고 보면, 한국 금융회사들과 증권사들의 동남아권 금융·투자서비스 진출과 기업인수합병 프로젝트들은 몇 년 전부터 아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것은 정부의 동남아시아권 기업 진출이라는 정책적 도움이 뒷받침되면서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글로벌 금융 진출이라는 긍정적인 부분들 외에도 이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심각한 부작용들이 나타난 것도 사실이었다.

즉, 국내 금융사들끼리 과잉 인수 경쟁이 벌어지면서, 고액의 인수자금이 지출된 뒤, 이후 고스란히 그 피해를 떠안게 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했던 것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지역의 어느 은행 인수전에서 국내 금융사들 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면서, 그때 과잉 인수가가 책정되었는데, 즉 시장 가격 대비 60%나 더 높게 인수대금을 치르면서 그 인수를 완료하는 일들이 발생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저번 베트남 BE파이낸스금융 인수전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터졌던 것이다. 즉, 3파전을 통한 경쟁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무척 답답함을 느낀 세진금융 측은 BE파이낸스금융 측 경영진들과 비밀리 접촉하고, 또한 정부 관리 측과도 은밀한 협상을 벌여, 기존 경쟁입찰이 아니라, 수의계약(Private Deal) 형태로 그 패턴을 바꾸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때 Standard Julius-Stock24 컨소시엄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들 역시 정부 고위 관리들을 움직여 이 은밀한 협상을 무마시켰고, 한편 베트남 언론사들을 통해 이 특혜성 수의계약 관련 사실을 보도하면서 세진금융은 무척 난처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점점 수렁에 빠지고 있는 BE파이낸스금융 인수전, 세진금융 도덕성 문제 이슈화···」

「갈수록 베트남 국민 여론 악화, 세진금융 과연 인수전 성공할 수 있을까?」

「베트남 수사당국, BE파이낸스금융에 대한 내사 시작···」

「세진금융, 정당한 로비 활동에 대한 반박 성명 발표···」

그리고 그런 혼란 속에서 결국 작년 초, 예비입찰을 통한 적격 예비인수후보(short list)가 결정되고, 다시 본 입찰을 통해서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되었는데···.

그런데 바로 그때, 아주 뜻밖에도 프랑스계 금융회사들의 컨소시엄인 ‘알 메트넘’ 그룹과 ‘스탠다드 프랑스’ 증권 등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때 아주 놀라운 사실은 당시 그들이 제시한 오퍼 인수가가 무려 50억 달러. 이것은 거의 원화 6조 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즉, 당시 BE파이낸스금융의 매각 지분 51%에 대한 시세 22억 달러보다도 무려 2배 이상이나 높은 50억 달러를 그들은 제시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세진금융, Standard Julius-Stock24 컨소시엄의 출혈 경쟁 때문에, 그 소동에 휘말려 버린 프랑스계 금융회사 컨소시엄이 난데없이 너무 높은 인수가를 제시한 결과였다.

그렇듯 이 인수 건은 프랑스계 컨소시엄이 최종 승리하며 그대로 끝나는 듯했으나, 문제는 작년 여름에 터져 버렸다.

「알 메트넘 그룹, BE파이낸스금융 인수 철회」

「막대한 인수자금 무리였나? 스탠다드 프랑스 증권, 인수팀 완전히 철수한 것으로···」

「결국, 파국을 맞은 베트남 BE파이낸스금융 인수전···」

그렇듯, 프랑스계 컨소시엄이 갑자기 방향을 선회해서 BE파이낸스금융 인수를 백지화해 시켜버린 것이다.

그 바람에 공중에 붕 뜨게 된 BE파이낸스금융은 결국 지난 1년간 지루한 혼선을 거친 끝에 결국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된 상태였다.

그렇듯 현수의 BE파이낸스금융 프로젝트 관련 배경 설명이 간략히 끝나자, 이때 인수합병팀 김상범 상무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음. 먼저 제가 경험한 바를 간단히 말씀드리면, 이쪽 베트남 인수합병 시장 쪽은 원래 태국계 TCC 그룹과 센트럴 그룹 등이 주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국내 금융권 회사들이 앞다투어 베트남에 진출하면서, 이들이 이제 베트남 인수합병 시장에서 가장 큰 핵이 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이들 회사의 인수합병 범위는 금융, 농업, 소비재, 부동산, 어업, 호텔, 건설, 전력, IT 기업 등, 점점 더 업종이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 일부 은행은 글로벌 투자업무(IB) 확대를 위해서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일대에 각 거점 브랜치를 설치한 뒤, 이 거점들을 기반으로, 해외 금융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고 정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고는 김상범 상무는 자신의 두꺼운 뿔테 안경을 슬쩍 만지며 안경을 고쳐 썼는데, 이때 그 안경알 너머로 그의 동공이 아주 날카롭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올해 51살인 김상범 상무는 본래 국내 유명 은행에서 인수합병팀을 이끌던 팀장급 간부였고, 이후 크래비스 파트너스라는 해외 대형 사모펀드 쪽으로 넘어가 잠시 임원을 맡기도 했던, 명실공히 인수합병 분야의 전문가다. 그는 최근 크래비스 파트너스 내, 구조 조정이 일어나자, 스스로 그곳에서 나오게 되었고, 때마침 강세훈 팀장의 추천을 받아 현수의 KHS컴퍼니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동남아권 진출은 항상 양날의 검과도 같습니다. 해외 진출이라는 긍정적인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무리한 인수 전쟁이 자주 발생하는 바람에, 최근 매각 측은 여러 면에서 아주 유리했던 게 사실입니다. 즉, 인수가에 미치지도 못하는 매물을 어쩔 수 없이 흡수해야 하고, 또한 적당한 가격에 그 기업을 판 뒤 엑싯(exit)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봤을 때 BE파이낸스금융 역시 과다 투자를 할 만큼 가치가 있다고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앞으로 경쟁 팀들이 어떤 식으로 인수 경쟁에 뛰어들 것이며, 또한 어떤 식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할지, 이런 것들이 가장 큰 관건입니다. 즉, 우리가 이번 컨소시엄을 참여하게 된다면, 반드시 이런 리스크를 감안하고 진행해야 합니다.”

그렇듯 김상범 상무는 아주 신중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는데, 반면 최민성 차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며, 좀 더 다른 측면에서도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표님. 제 생각 역시 우선 상무님의 말씀과 동일합니다. 즉, 컨소시엄의 결정이 과잉 출자로 결정될 경우 이땐 우리 회사는 적어도 컨소시엄에서 빠지는 것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 우선 제가 봤을 때, 이번 인수전은 이전과 좀 다른 국면으로 전개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러면서 최민성 차장은 앞으로의 인수전 향방에 대해서 예측해 봤다.

“우선··· BE파이낸스금융은 현재 재무 상태가 아주 악화된 상태라, 이전과 달리 그쪽 역시 과잉의 인수가를 절대 요구하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이미 경쟁입찰 실패라는 전력도 있어, 이 전력 자체가 일종의 상한선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경쟁에 참여하는 컨소시엄들은 이런 실패 전력을 감안할 수밖에 없고, 또한 이번 인수 과정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요건들을 충족하는 문제들 외에도,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이번 입찰 경쟁에서 성공하느냐 그걸 더 크게 노리게 될 겁니다. 저는 이번 인수전의 핵심은 바로 이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듯 최민성 차장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이때 현수는 자신도 모르게 턱을 쓰다듬으며 잠시 생각에 잠기게 되었는데···. 왜냐하면, 최민성 차장의 예측을 듣자마자, 이번 인수전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이 뭔지를 대략적으로 깨닫게 된 것이다.

즉, 이원진 부사장의 말에 의하면, 이번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각 회사는 각자의 역할이 따로 있다고 했다.

그래서 가장 규모가 작은 KHS컴퍼니의 역할이 아마도 큰돈을 출자하는 게 아니라면, 뭔가 다른 역할이 있다는 말!

‘설마 입찰가? 음. 그럼 내가 미래 입찰가를 읽는다면?’

그리고 이때, 최민성 차장의 말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제 생각은 이번 인수전 경쟁팀들은 서로 눈치를 보면서, 어쩌면 비교적 낮은 가격들을 써내려고 다들 혈안이 될 겁니다. 물론 초기에는 출혈 경쟁 분위기가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결국 그런 저가 공감대가 확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음. 그럼 다른 변수들은 없을까요?”

“우선, 케이스, 즉 전력이 있다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즉, 저번 프랑스 컨소시엄이 인수 철회를 하면서 BE파이낸스금융의 매력도가 완전히 바닥을 쳤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특히, BE파이낸스금융의 재정 악화 사실까지 터진 상황이라, 이젠 매각 측이 아니라, 매수 측이 한결 더 유리해질 수밖에 없는 국면입니다.”

“그래서요?”

“즉, 그런 상황에서 다시 한번 더 매각에 실패한다면, BE파이낸스금융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지도 모릅니다. 다시 말해서, 이번에 그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가격이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매각 측은 더 늦출 수가 없어 좀 더 적극적으로 매각 절차를 밟게 될 겁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변수는 매각 측이 아니라 인수 후보 경쟁팀에서 나오게 될 겁니다.”

“음. 입찰가가 보다 중요하다는 말씀이군요?”

“네. 그것 외에도 아마도 후방에서 각종 일들을 꾸밀 가능성이 큽니다. 유언비어나 언론 보도, 각종 음해성 보도, 이런 것들이 횡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종의 더티 게임이 될 수도 있는데, 어쨌든 M&A시장에서 매수자는 늑대와 같은 거 아닙니까? 더 먹음직한 먹이를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획득하는 게 바로 그 세계입니다.”

이때, 현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다,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현수는 M&A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쪽 분야에 대한 공부를 최근에 열심히 한 터라, 그래도 대략적인 흐름을 이제 알게 된 상태다. 즉, 이번 인수전은 과거에는 상방형 과잉 출혈 경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하방형 눈치 싸움이 아주 심각하게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었다.

“우선 숏리스트(Short List)에 들어가는 것은 Standard Julius와 Stock24가 주도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점은 우리가 전혀 염려할 부분들이 아닙니다.”

즉, 여기서 숏리스트라는 것은 인수 후보들 중에서 적격후보를 가려내는 것인데, 이때 매각 측에서 인수 후보들의 인수 의지와 자금력 등을 판단해서 인수 후보들을 솎아내는 것이다. 그 과정을 거친 뒤, 소수의 인수후보로 선정이 되면 이때부터는 비밀유지각서(Non disclosure agreement), 인수의향서(Letter of intent) 등을 제출하고, 회사 관련 정보들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런 정보들을 바탕으로 본 입찰에 들어가게 되고, 이후 본 실사(due diligence) 과정 등이 남아 있지만, 이런 일들은 아마도 Standard Julius와 Stock24가 주도하게 될 것이다.

“···다만, 우리 회사가 향후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할 미션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단계에서 우리는 이 컨소시엄에 합류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 이것에 대한 판단부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드린 자료들을 통해서 어느 정도 분석을 했을 테니까, 그럼 이제부터 각자 의견을 저한테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김 상무 등은 서로의 얼굴을 한 번씩 쳐다보다가, 곧이어 자신들의 의견을 차례로 개진하기 시작했다.

“음. 대표님, 저는 무조건 찬성입니다. 대표님께서 우리 팀을 이렇게 꾸린 이상, 이번 컨소시엄 참여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아주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또한, 총액 기준 20%라는 이익 배분 역시 절대 나쁘지 않은 조건입니다.”

“네! 저도 찬성입니다! 다만 컨소시엄을 통한 자금 지출에 대해서는 좀 더 세밀하게 조건을 달아둘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네. 대표님, 저 역시 찬성입니다. 특히, BE파이낸스금융 인수 건은 베트남뿐만이 아니라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는 핫 프로젝트입니다. 만약 이 계약을 성사한 뒤, 큰 수익이 터트리고 엑싯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다면, 이번 M&A 건은 랜드마크딜이 되어, 우리 회사 가치를 더욱 빛낼 수 있을 겁니다.”

“아, 근데 지금, 랜드마크딜이라고 하셨습니까?”

“네. 대표님.”

그리고 그 순간, 현수는 살짝 웃음을 보였다. 아직 인수합병 시장에서 새파란 핏덩이에 불과한 KHS컴퍼니. 그러나 정말 이번 일이 잘 된다면, KHS컴퍼니는 대외적으로 자랑할만한 큰 실적, 즉 랜드마크딜을 했다고 떳떳하게 말하고 다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성공 실적이야말로 또 다른 인수합병 프로젝트를 실시할 때 큰 장점이 될 것이 아닌가.

“그럼 좋습니다. 우선 조건부 합류를 결정하고, 다시 세부적인 일정을 잡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현수는 회의를 마무리했는데···. 그리고 그로부터 나흘 뒤 역삼동 Stock24 본사에서 현수는 이원진 부사장 외에도 Standard Julius의 젊은 여성 임원 시에나 줄리어스와 회의를 진행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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