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수익률 1,000,000배>
붉은 소낙비
##
“잠깐 컷 하는 게 어떨까요?”
방송 시작 이후 어느덧 1시간째 방송이 이어지자 박창석은 조영우 PD에게 물었고, 조영우 PD는 좌우를 두리번거리다가, 현수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현수는 슬쩍 고개를 저었다.
아직 끊을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현수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현재 호가 25,650원! 조금 더 떨어졌습니다. 이런 변화 형태라면 현 시각 기준으로 거대 음봉이 곧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이런 하방 매도 물량들이 언제 소멸될 수 있느냐 이게 가장 큰 관건입니다.”
그러면서 현수는 현재 호가창의 거래 체결량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다시 설명을 이어 나갔다.
“결국, 이런 호가 하락을 주도하고 있는 이런 하방 매도 물량들이 쉴 새 없이 거래량을 키우면서 아래로 호가를 쭉쭉 밀어내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여러분들은 반드시 대범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래쪽 꼬리가 꼭 길어진다고 해도, 호재 요건이 있는 상황에선 절대 영원한 절벽이라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즉, 이런 하락이 끝나면 반드시 호가 반등이라는 게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주식을 보유하신 주주님들께서는 이런 공포심에 절대 좌절하시면 안 됩니다. 그리고 매수를 노리시는 분들은, 현 시각 기준으로 하방에서 물량을 받아먹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그렇듯 현수의 부분적 주식 매수 추천이 드디어 나오게 되자, 곧바로 호가창에는 묘한 변화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주 가벼워지고 있던 매수 대기창이 극적으로 바뀌며, 갑자기 두터운 매수 대기층들이 쌓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를테면, 호가 25,550원대의 매수대기 주문량이 기껏 1,452주였던 것이 6,693주로 바뀌었다가 순식간에 14,240주로 바뀌고 있었다.
즉, 25,550원, 매수대기 주문량 14,240주
25,500원, 매수대기 주문량 32,155주.
25,450원 매수대기 주문량 36,982주.
25,400원 매수대기 주문량 45,299주.
25,350원 매수대기 주문량 56,231주.
그렇듯 갑자기 매수 대기층이 마치 콘크리트처럼 두꺼워지자, 마치 이런 변화가 못마땅하기라도 한 듯 밑으로 치고 내려오던 하방 매도물량들은 25,550원과 25,500원까지 노리며 더욱 거세게 거대 물량들을 쏟아부었다.
즉, 우수수 쏟아지고 있는 파란 색깔의 거래체결량들!
340.
1,255.
3,205.
632.
10,562.
1,356.
3,603.
12,563.
532.
183.
183.
183.
3,532.
······
그 결과, 25,550원대 매수대기 주문량 14,240주와 25,500원대 매수대기 주문량 32,155주는 순식간에 물량을 소화하고 사라졌는데···. 바로 그때, 다시금 25,500원대에서 추가 매수대기물량이 미친 듯이 달라붙으면서, 이 호가의 매수대기물량은 순식간에 123,530주로 확 불어나고 있었다.
「와! 저거 뭐냐?」
「매수대기물량 10만 주가 넘어」
「대체 무슨 일이래?」
「완전 콘트리트대 형성」
「드디어 반등 신호???」
「개미군단님, 아까 받아먹으라고 했잖아?」
「우와, 지린다! 지려! 진짜 받아먹을 대박 기세」
「그럼 진짜 매수 타이밍?」
「저거 나온 이상, 절대 안 떨어질 듯!!!」
「와, 개미군단님 차트 지대로 읽으시네」
「그럼 곧 상승각?」
특히, 이런 대형 매수대기물량이 갑자기 튀어나오면서, 하방 매도 기세가 확연하게 죽어버렸는데···. 결국, 이 일은 현수의 부분적 물량 흡수 제안 때문에 벌어진 일이지만, 그럼에도 대다수 사람들은 아직 그 판단까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렇듯 밑바닥만큼은 아주 탄탄하게 구축이 되었으나, 그럼에도 주가 상승 기세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하방은 무척 탄탄하지만, 거래량이 갑자기 뚝 끊겨버린 것이다. 그 결과, 현 호가창은 완전히 적막감에 쌓이는 모습이다.
즉, 다르게 본다면, 일촉즉발! 다시 말해서 포화가 터지기 일보 직전이라고 해야 할까.
한편, 그렇듯 매수 대기창이 탄탄해진 만큼, 바로 매도 대기창도 변화가 생겨났다. 이때, 누군가가 매도물량을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면서, 매도 대기 진영을 빠르게 구축하는 모습인데···.
특히 오늘 호가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일종의 시그널 선을 구축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즉, 오늘 상방 기세가 확실하다면, 적어도 묵직한 매도 대기선 하나 정도는 바로 뚫어내고 올라갈 수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 그런 목적 때문인지 몰라도, 특정 호가대에서 계속 매도물량들이 잔뜩 몰리면서 그 덩치가 무섭게 불어나고 있었다.
즉, 25,900원대에 몰린 매도 대기 주문량은 무려 120,639주다.
그리고 25,850원대 매도 대기 주문량은 12,981주.
25,800원, 매도 대기 주문량 7,662주.
25,750원, 매도 대기 주문량 5,983주.
25,700원, 매도 대기 주문량 2,661주.
25,650원, 매도 대기 주문량 1,676주.
25,600원, 매도 대기 주문량 655주.
25,550원, 매도 대기 주문량 333주.
그렇듯 25,550원에서부터 25,700원대까지는 다소 헐거워졌지만, 그 이후부터 더 두터워진 모습인데, 특히 25,900원대가 가장 압권이었다.
즉, 25,900원대의 120,639주는 단순 탈출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 마치 하나의 상방 저지선 같은 거대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모습인 것이다.
「아, 존나 저거 뭐야? 12만 주 대체 누구야!!!」
「누가 대차게 똥 쏴놓고 가네」
「저걸 어떻게 뚫냐고?」
「겁나 짜증 나는 새끼 등판」
「하방에서 받쳐주면 뭐해」
「ㅋ 좋다 말았네」
「솟구쳤다가 무너졌다가··· 젠장 이거 뭥미?」
「거래량 실종각???」
「아마 한동안 움직이긴 힘들 듯」
그렇듯 실시간 댓글창도 다시 난리가 나고 있었다. 기대감이 퍼졌다가, 지금 호가창의 변화는 바로 찬물을 끼얹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때 이런 상황이 나타나자, 현수의 입꼬리는 쓱 길어지고 있었다. 즉, 주가가 상한가로 날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새가슴인 개미들을 솎아낼 필요가 있는데, 조금 전 상황이 바로 그런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 그러고 보면, 현재 자신은 개미들을 위한 방송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역설적으로 지금 상황에서 자신은 그 반대편 개미들을 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호가 급등이 일어났을 때 그들이 갑자기 물량 투하를 시도하게 된다면, 호가는 절대 시원하게 날아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 아니다. 좀 더 기다려 보자.’
그리고 그로부터 30여 분 동안, 호가는 조금 움직이긴 했으나, 내내 제자리 맴돌기가 이어지게 되었는데, 그 와중에 하방 매도물량들은 계속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는 모습이었다.
‘음. 아직도 아니다. 더 나와야, 내 개미들이 좀 더 많이 먹지.’
현수는 그렇게 생각하며 더 기다렸는데, 어느덧 오전 11시 10분이 다 되어가고 있는 시각이었다. 다시 말해서 현수는 거의 2시간 남짓 풀로 생방송을 이어간 것이다. 그럼에도 그 지루한 공방전은 계속되고 있었는데, 도무지 뾰족한 변수가 나오지 않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다시 20여 분이 지나갈 무렵, 이때 매도 세력들은 좀 더 큰 자신감이 갖게 된 듯, 더 강력한 매물대를 위쪽에 쫙 깔아 버리는 것이 아닌가.
즉, 25,900원대에 몰린 매도 대기 주문량은 갑자기 더 늘어나, 순식간에 무려 230,529주에 달하게 되었다.
이건 그야말로 큰 바위를 대차게 땅에 꽂아버린 모습이 아닌가.
그런데 바로 순간, 현수는 주먹을 꽉 쥐었다.
‘23만 주? 그럼 아래 열까지 포함하면 대략 34만 주다.’
그렇듯 빠르게 셈을 마치자마자 이내 표정이 밝아진 현수는 이때 서둘러 입을 열었다.
“음음. 다시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그간 호가창을 보시면서, 많이 지루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현재 호가창을 보시면, 더 이상의 하락은 절대 없다는 것을 다들 아실 겁니다. 즉, 오늘 호가 기준으로 해서, 이미 바닥에 도달했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그러나 위쪽으로 보시면, 현재 상방 매도 대기 물량들이 잔뜩 몰려있는 상태입니다. 그 때문에 하방 압력이 무척 거세어져 호가가 전혀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게 먼저 현 상황부터 짚은 뒤, 현수는 좀 더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꼭 기억하셔야 할 게 있습니다. 먼저 제가 앞서 말씀드렸던 호재 가능성 부분!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저는 이 대목에서 좀 더 다른 관점에서 제 의견을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고는 현수는 매도 대기 물량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것들, 아주 묵직해 보이시죠? 그러나 과연 이게 앞으로 계속 영원할까요? 만약 강풍이 불게 된다면 과연 언제까지 이 물량들이 계속 이곳에 남아 있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 판단은 추가 추락세가 없어진 바로 이 시점! 바로 이 시점이야말로 더 늦출 수 없는, 최고의 매수 찬스라는 겁니다. 물론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겠지만, 제 판단은 그렇습니다. 이제 여러분께서 직접 결정하십시오!”
그렇듯 현수는 지루한 호가창을 가리키며 갑자기 매수 찬스라고 이야기했는데, 그런 뜻밖의 말을 듣게 된 사람들 대다수는 이 의견에 무척 당황한 듯, 잠시 실시간 댓글창은 적막에 휩싸이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런 당황함도 잠시, 곧이어 부정적인 의견들이 댓글창에 우수수 쏟아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꿈쩍도 하지 않은 호가 상태에서, 한편으로는 거대한 매물들이 잔뜩 쌓여 있는 불길한 상황에서, 개미군단이 뜬금없이 매수 추천을 했기 때문이다.
「이거 대체 무슨 개소리?」
「이게 개소리 맞죠?」
「지금 사면 쫄망 각」
「난 안 살래」
「뭐야? 왜 사래?」
「진짜 구리네. 어떻게 지금 사래?」
「내 생각엔 좀 더 기다리는 게 맞아」
「지금 매수하면 개좇 됨」
「개미군단 뭐 하는 새끼? 좇도 아니네?」
「뭐야? 뭘 사라고?」
「혹시 사는 사람 있남요?」
「개소리 들지 말고 나가자」
「뭐야? 좇도 아니네」
그렇듯 부정적인 의견들이 주르르 쏟아졌는데, 반면 현수를 신뢰하는 사람들은 잠시 멍해졌으나, 곧이어 그들은 앞다투어 매수에 나섰다.
그리고 바로 그 찰나, 갑자기 호가창이 이상해졌다.
25,600원대 매도 대기 물량이 순식간에 쓱 흡수되어 사라졌고, 25,650원대부터 25,850원대까지의 거대 물량들이 순식간에 증발되어 사라진 것이다. 그런데 그냥 사라진 게 아니라 갑자기 빗발치듯 붉은 소낙비같은 거래체결들이 뜨고 있었다.
이때, 놀란 사람들은 뒤늦게 25,900원대에 몰린 230,529주를 공략하려고 했으나, 누군가 이 물량마저 단 한방에 흡수해 버렸다.
「앗!!! 뭐야!!!」
그 순간, 경악한 사람들.
그러나 너무나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호가 변화를 추격하기에는 대다수 사람들의 손이 너무 느린 편이다.
즉, 단숨에 더 위쪽 구간인 25,950원대부터 26,700원대까지 흩어져 있는 아주 얇디얇은 물량들마저 순식간에 흡수되어 사라져버렸고, 대다수 개미들이 허둥거리는 사이, 어느새 27,900원까지 치솟아 버린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28,000원대를 훅 넘어서, 바로 28,400원을 찍는 순간, 호가창의 모습은 싹 바뀌어 버렸다.
「우와! VI 발동!」
「미쳤다! VI 터졌다!」
그리고 이때, 실시간 댓글창은 아연실색한 사람들의 경악과 짙은 탄식들이 폭발하듯 터져 나오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