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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수익률 1,000,000배-102화 (102/170)

<내 수익률 1,000,000배>

와런바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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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23일 토요일.

이날 현수는 고민 끝에 팬클럽 오프라인 미팅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우선, 첫 오프라인 미팅이라 어쩌면 주변이 꽤 어수선해질 가능성이 클 것 같고, 또한 첫 미팅은 어쨌든 회원들 간의 친목 다짐 성격이 짙어서, 이번 오프라인 미팅은 우선 건너뛰기로 한 것이다. 더군다나 팬클럽 운영자인 강남미녀 최인영 역시 참석하지 않는다고 해서 현수는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게 사실이다.

그리고 이날 저녁 6시, 강남역 인근 돼지숯불구이 집에서 진행된 이 팬클럽 오프라인 미팅은 생각보다 아주 성황을 이루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날 이 미팅에서는 정말 의외의 인물까지 참석하게 되었다.

왜소한 체격이지만 꼿꼿한 어깨와 또렷한 눈매를 가진 한 노인. 그는 입구에서 자신의 닉네임을 말한 뒤, 한쪽 자리에 조용히 착석했는데, 이때 그를 바로 알아본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조용히 소리죽여 수군거릴 정도로, 그는 정말 유명한 사람이었다.

바로 그의 닉네임은 100세시대.

사실, 그 닉네임은 좀 더 오래 살고 싶은 그의 바람이 담긴 닉네임이겠지만, 그의 원래 신분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즉, 100세시대 김판석.

그의 이름은 구수한 옛 시대 이름인 김판석이었지만, 그러나 그 이름 석 자를 사람들은 바로 떠올릴 정도로 그는 아주 명망있는 사람이었다.

즉, 그는 얼마 전 은퇴를 한 뒤 사람들의 관심권에서 조용히 벗어났던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인권변호사였다.

평생 소신있는 판결을 해 온 덕분에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고, 대법관 후보까지 올랐으나 그 명예를 박차고서 마지막 은퇴 직전까지 인권 변호사로서 맹활약을 했던 그런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런 인물이 오늘 이 오프라인 미팅에 참석한 것이다.

“오오, 저분 닉, 나도 여러 번 봤는데···.”

“그러니까 100세시대가 김판석 변호사님이셨구나. 오, 대박.”

“와, 진짜 대박 사건!”

“그래서 항상 점잖게 댓글을 남기셨나?”

“와, 미치겠다. 내가 존경하는 분을 직접 여기서 보게 되다니···.”

한편, 삐딱소녀 김민지는 김판석 변호사에게 그렇듯 사람들의 관심을 쏠린 사이,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왜냐하면, 오늘 그녀는 팬클럽 부운영자이자 오프라인 미팅 주관자가 되어 전체 인원들을 다 통솔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대학생이 된 뒤에도 온갖 알바에 치여 제대로 대학 생활을 해 본 적이 없는 그녀. 그런 그녀가 한 모임의 대표가 된다는 것은 생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입구에서 사람들과 인사를 할 때마다 그들이 계속 자신을 빤히 쳐다봐서 많이 무안해졌는데, 그 바람에 얼굴마저 무척 상기되어 버렸다.

거기다가 이제 사람들이 어느 정도 착석하게 되자, 그녀는 모임 주관자 자격으로 앞으로 나가 사람들 앞에 서게 되었는데, 그때 가슴이 콩콩 뛸 정도로 너무 떨려서 진짜 미칠 것만 같았다. 더군다나 약간 짓궂은(?) 회원들도 여럿 있었다.

“우와! 삐딱소녀님 진짜 미인이시네요!”

“와, 예쁘다! 최고!”

“삐딱소녀님, 연예인 아니세요?”

“삐딱소녀님, 남자들한테 인기 폭발하시겠다!”

사실, 그녀는 긴 머리를 단정하게 뒤로 묶었고, 오늘은 특별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좋은 옷을 입고서 이곳에 왔다. 늘 수수하게 다녔는데, 오늘은 모처럼 진한 메이크업까지 하고 나왔는데, 이렇듯 자신에게 큰 관심이 쏠릴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바람에 그녀의 얼굴은 이내 발갛게 변해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때 다행스럽게 누군가가 그녀를 도와주었다.

“자! 자! 다들 좀 조용히 합시다!! 이제 삐딱소녀님 말씀 좀 들어봅시다!!”

그러나 금방 또 누군가가 입을 연다.

“저기, 삐딱소녀님! 강남미녀님은 안 오셨어요?”

“왜 운영자가 안 오셨대?”

그러면서 수군거림이 여기저기서 일어나자, 바로 그때 누군가가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삐딱소녀님! 저는 허니곰팅인데, 마포 쪽에서 고깃집하는 사람입니다. 저희 가게도 오프 하기 딱 좋습니다! 하하, 그 이야기는 그만하고, 이제 다들, 삐딱소녀님 말씀 좀, 진짜 들어보도록 하죠!”

그렇듯 허니곰팅이 힘껏 목소리를 내자, 비로소 장내가 좀 더 정리되는 모습이었다. 사실, 오늘 모인 사람들은 대략 40여 명 정도, 즉, 진짜 열성 회원들만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까 개미군단의 첫 주식중계가 시작되었을 때 그때 처음 개미군단의 놀라운 적중률을 경험했던 초창기 댓글러들이 과반수 모였고, 또한 저번 뉴페이스 파일럿 인방 때 개미군단의 적중률에 크게 감탄한 뒤, 뒤늦게 회원으로 합류한 사람들 일부가 이곳을 직접 찾아온 것이었다.

특히, 멀리 울산에서 KTX를 타고 올라온 울산멍현과 갓장어도 있었고, 또한 멀리 광주에서 올라온 집농땡이, 위조따발, 다파라머거, 티끌모아똥도 있었다. 그 외에 허니곰팅, 100세시대, 연수엄마, 와런바피, 주식초딩, 몰빵천사, 대탐소실, 진구사랑, 똥침빵, 처녀귀신, 상할가, 처녀무당, 김상봉씨, 니가가라, 오리무중, 아마이너스, 큰꼬모니, 배불러, 던킨형, 만두언냐, 하루좋아, BTS짱, 초리뽕, 냐옹이, 낭랑50세 등등,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한 닉네임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 것이다.

특히, 이번 모임은 특별히 개인 명찰들이 준비되었는데, 이것은 운영자 강남미녀가 직접 준비했고, 삐딱소녀가 그것들을 받아서 가져온 것인데···. 그래서 다들 개인 명찰들을 각자 오른쪽 가슴 쪽에 달고 있어, 서로가 서로를 더 알아보기 쉽게 된 게 사실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삐딱소녀는 드디어 용기를 내어 입을 열게 되었다.

“음. 그럼 제가 이제 조심스럽지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오늘 강남미녀님은 다른 아주 중요한 일들이 갑자기 생기는 바람에, 아쉽게도 못 오시게 됐지만··· 저는 블로그 부운영자인 만큼 오늘 모임을 최대한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참, 여기 명찰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삐딱소녀입니다.”

그러면서 삐딱소녀 김민지가 머리를 깊이 숙이며 인사를 하자, 모두 일제히 열렬한 박수로 환호해줬다.

- 와! 쫙, 쫙, 쫙, 쫙, 쫙!

그리고 곧 이어지는 말.

“참고로 오늘 식비는, 아쉽게도 참석을 못 하신 강남미녀님께서 모두 내시기로 하셨습니다. 그러니 마음껏 부담없이 즐기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 순간, ‘우와!’ 하며 사방에서 한바탕 큰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알고 보니 운영자 강남미녀가 대단한 물주였던 것이다.

이때, 요란한 박수소리까지 터져 나왔는데, 그 바람에 다시 좌우가 무척 어수선해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삐딱소녀는 눈을 말똥말똥 뜨며 분위기가 가라앉길 기다렸는데, 그래도 다행히 장내가 다시 조용해지자, 그녀는 다시 말을 이어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물 한 모금을 막 마신 100세시대가 갑자기 손을 드는 게 아닌가.

“아, 혹시 하실 말씀, 있으세요?”

특히 100세시대는 앞줄에 앉아 있어서 그가 손을 드는 것을 삐딱소녀는 볼 수 있었고, 그래서 그렇게 물었는데, 이때 천천히 자리에 일어난 100세시대는 아주 인자하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여기 식비는 강남미녀님이 내신다고 하셨으니까 제가 함부로 공을 가로챌 수는 없겠지요. 대신에 제가 2차 맥주만큼, 제가 계산하겠습니다. 괜찮겠습니까?”

그렇듯 아주 듣기 좋은 노인의 목소리가 장내에 퍼져나가자, 그 순간 눈이 동그래지던 사람들은 곧이어 일제히 떠나갈 듯 박수갈채를 쏟아내게 되었다.

“우와아아! 변호사님 진짜 멋지십니다!”

“감사합니다. 변호사님!”

“변호사님! 킹 짱!”

“와! 진짜 감사합니다.”

“와, 와, 대박! 여긴 사람들이 왜 이렇게 좋지?”

“근데 나도 쏴야 하는 거 아닌가? 개미군단님 덕분에 건진 수익률이 얼만데···.”

“형님, 저도 마찬가집니다. 다들 뭐 그런 마음 아니겠습니까?”

“하하, 그렇겠지? 근데 이런 좋은 날, 개미군단님이 안 오셔서 많이 좀 아쉽네.”

“그러게요. 그분 나이가 딱 제 조카뻘인데···. 아, 근데 형님, 저기 좀 보세요. 꽤 미인이신데?”

그렇듯 잠시 통제가 안될 정도로 서로 대화가 이어졌는데, 이때 몇몇 사람들은 한쪽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는 어느 여자 쪽으로 시선이 쏠리고 있었다. 왜냐하면, 어느덧 저녁 시간대이고 이곳은 실내인데, 그럼에도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녀의 드러난 이목구비만 봐도 보통 미인이 아닌 것만 같았다. 특히, 얼굴은 워낙 작은 데다가, 또한 몸매도 보통 몸매가 아닌 듯 보였고, 갈색빛 긴 머릿결은 무척 탐스러운 모습이다.

“야, 저 여자, 와런바피 맞지?”

“응. 아까 나도 봤어. 명찰이 와런바피 맞던데?”

한편 젊은 남자들 역시 그 여자 쪽으로 시선을 한 번씩 던지고 있었다.

“근데 왜 선글라스를 안 벗지?”

“대체 뭐야? 저거?”

“근데 좀 많이 이쁜 거 아냐?”

“음. 뭐지, 저 여자?”

그렇듯 또 다른 수군거림들도 생기고 있었는데, 이때 누군가가 다시 전체 분위기를 정리했다.

“저기, 저기요! 죄송한데, 다시 좀 조용히 하시는 게 어떨까요? 삐딱소녀님이 하실 말씀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은데?”

“네! 맞습니다! 우리 잠깐 좀 조용히 하도록 하죠!!”

그렇듯 몇몇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통제를 하자, 100세시대의 2차 맥주 발언 이후 혼란해졌던 분위기가 다행히 정리가 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덧 귓불까지 상기되어 있는 삐딱소녀는 다시 입을 열게 되었다.

“음. 음. 감사합니다. 사실, 제가 이렇게 시간을 계속 끌면 안 되는데··· 다른 게 아니라··· 오늘 이 오프를 위해, 개미군단님이 직접 이곳에 보내온 메시지가 있는데, 그걸 제가 직접 읽어드리기 위한 겁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바로 두 눈에 힘이 들어가며 집중해서 삐딱소녀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개미들의 신, 주식의 신, 개미군단이 메시지를 보내왔다는 사실에 다들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다.

그리고 곧이어 삐딱소녀는 개미군단이 보내온 메시지를 조심스럽게 읽어나갔다.

“안녕하십니까? 개미군단입니다. 사실, 저는 제 팬클럽이 만들어졌다는 강남미녀님의 이메일을 받고서 아주 깜짝 깜짝 놀랐습니다. 사실, 제가 그렇게 뛰어난 사람이 아님에도, 저한테 그런 애정을 가져주셔서 정말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런 의미에서 특히, 이 팬클럽을 개설해주신 강남미녀님과 부운영자인 삐딱소녀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비록 제가 다른 선약이 있어 오늘 오프 미팅을 참석하지 못해 정말 죄송하고 또 죄송할 따름이지만··· 오늘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으로 3주 뒤! 그러니까 8월 12일 금요일! 이날 저희 KP커뮤니케이션에서는 향후 사이트 오픈에 앞서서 대대적인 프로모션 방송을 진행하게 될 예정입니다. 이때 오늘 제가 참석 못한 죄송함을 그 방송을 통해서 반드시 만회하겠습니다. 현금 총알 단단히 준비하시고, 그날 저와 함께 상한가, 저 상한가를 향해서 한 번 날아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정말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그렇게 이어진 개미군단의 메시지는 마지막 인사와 함께 마무리되었는데···. 그런 낭독이 끝나자 다시 장내는 아주 소란스러워졌다.

“8월 12일이라고? 그때 휴가철인데? 그래, 절대 휴가 못 가지! 절대 못 가지!”

“우와, 진짜 기대감 쩌는데!”

“대박! 개미군단님이 찍은 종목이면 무조건 상한가다! 상한가!”

“와, 대박 소식이다. 대박!”

“존나, 진짜 쩐다! 장호야, 우리 단단히 해 보자!”

“야, 김명현, 그럼 너 지금 돈은 얼마나 있냐?”

그렇듯 기대에 가득 찬 반응들이 곳곳에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때, 삐딱소녀는 이제 자유롭게 대화를 해도 된다고 외쳤지만, 이미 활발한 대화들은 곳곳에 시작되고 있었다.

“어머, 연수엄마님, 근데 궁금해서 그러는데, 혹시 아드님 성함이?”

“네. 맞아요. 김연수, 지금 초등학생인데···.”

“아, 그러시구나. 근데 연수엄마님은 주식 투자를 꽤 하셨나 보죠?”

“그냥 뭐··· 전업주부이다 보니, 별로 재밌는 일들도 없고, 그래서 취미 삼아서 그냥 하다가··· 아, 근데 만두언냐님, 혹시 학번은 어떻게 되세요?”

“네? 저요? 저 97학번인데.”

“어머, 그러시구나.”

“그럼 연수엄마님은?”

“저도 97학번입니다.”

“어머!”

그리고 그 순간, 두 사람은 순식간에 짝꿍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사실, 저··· 몇 달 전에 아미(ARMY)도 가입했는데, 요즘은 BTS보다 개미군단님이 더 좋더라고요. 호호호.”

“어머, 저도 그런데. 만두언냐님도 BTS 좋아하셨구나.”

“당연하죠. 제 딸애도 BTS 좋아하지만, 아줌마들의 우상 아니에요? 호호호.”

그렇듯 별의별 대화들이 지글지글 익어가는 숯불 고기와 함께 시작되면서, 장내는 아주 떠들썩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구석진 곳에 가만히 앉아 있던 와런바피를 향해 누군가가 슬그머니 대화를 걸기 시작했다.

“저기, 와런바피님, 근데 그 선글라스 좀 답답하지 않으세요?”

“네? 아, 저는 괜찮아요.”

“어, 이상하다. 설마, 와런바피님!”

“네?”

“연예인?”

“······!”

“아, 하하하! 그냥 농담입니다. 혹시 눈 수술하셨어요?”

“네??? 아, 뭐, 그게···.”

“하하하, 뭐, 그럴 수도 있죠. 저도 여기 쌍꺼풀 돈 주고 한 겁니다. 요즘은 남자들도 외모에 관심이 많거든요. 사실 뭐, 이 쌍꺼풀 덕분인지 몰라도, 저 이번에 대기업 합격했습니다. 8월 첫째 주부턴 신입사원 연수도 가야 하거든요.”

“음, 축하드립니다.”

“근데 와런바피님, 와런바피님은 왜 그렇게 목소리가 좋으세요? 성우 하셔도 되겠다? 아니, 딱 모습이 꼭 연예인 같으시고.”

“아, 아닙니다.”

“참, 저 오리무중입니다. 여기 명찰.”

“아, 안녕하세요?”

“참, 저 16학번입니다. 그럼 와런바피님은?”

“아, 저는 그게···.”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누군가가 와런바피의 등 뒤에서 와런바피의 어깨를 가볍게 툭 친다.

“와런, 이제 나가자.”

“아, 지금 가야 돼?”

그 순간, 고개를 바로 돌리며 자신의 뒤쪽을 향해 말을 하고 있는 와런바피. 이때 흠칫 놀라며 고개를 쏙 드는 오리무중은 와런바피의 등 뒤 좌석에 앉아 있던 여자를 쳐다봤다. 바로 이때 오리무중의 눈에 들어온 명찰 속 닉네임은 바로 ‘김상봉씨’이라는 닉네임이다. 남성형 닉네임과 달리, 김상봉씨는 여자였다.

“네? 지금 가시겠다고요?”

곧바로 뭔가를 깨달은 오리무중은 깜짝 놀라며 바로 의향을 물었고, 이때 김상봉씨는 힐끔 그를 쳐다보다,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때, 오리무중의 두 눈은 갑자기 저절로 커지고 말았는데···. 앉아 있을 때와 다르게 김상봉씨는 아주 늘씬한 모습을 하고 있던 것이다. 특히, 두 갈래로 머리를 땋은 그녀는 몸에 딱 달라붙는 반팔 티셔츠를 입고 모자도 쓰고 있는데, 얼굴에 약간 주근깨가 있긴 해도, 서구적으로 생긴 아주 이쁘장한 모습이었다.

“저희 지금 가봐야 해요. 잠깐 참석한 거라, 이제 분위기도 봤으니까 가볼게요.”

“네?”

“저희, 다른 약속 있어요.”

“네? 하지만···.”

“야, 가자. 와런.”

그리고 이때, 와런바피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고, 놀란 오리무중도 뒤따라 일어섰다. 그리고 그 순간, 오리무중은 엉겁결에 와런바피의 손을 잡아 만류하려고 했지만, 어느새 피해버린 와런바피는 다른 사람들한테 깍듯하게 인사를 한 뒤, 곧바로 가게에서 나가버렸다. 결국, 오리무중은 자기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만다.

“야, 너 실패냐?”

“······.”

“자식, 눈만 높아 가지고, 어디 될만한 데 덤벼야지, 내가 봐도 딱, 보통 여자가 아닌 것 같던데?”

“뭐?”

“너 대충 안 봤냐? 그 작은 얼굴에 그 몸매, 선글라스, 딱 보면 척이잖아.”

“······?”

“연예인 지망생, 아니면 모델, 뭐 그런 거 아니겠냐?”

“음.”

“인마! 너 대기업 붙었다고 여자가 다 너한테 홀라당 넘어갈 줄 아냐? 야! 정신 차려!”

“아이씨!”

결국, 오리무중은 소주 한잔을 바로 들이켰다. 그리고 그의 친구인 닉네임 ‘니가 가라’는 위로하듯 그의 소주잔에 다시 술을 부어주었다.

그리고 한편, 가게 밖으로 나온 와런바피과 김상봉씨, 그 두 사람은 나란히 보폭을 맞추며 빠르게 걸었고, 곧이어 인근 빌딩 유료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어느덧 차량 앞에 서자, 비로소 김상봉씨가 입을 열고 있다.

“야, 인영아, 너 아까 큰일날 뻔한 거 알지?”

“음. 그러니까 언니랑 같이 온 거잖아요.”

“치이. 그럼 된 거네? 내가 적당히 도와준 거니까.”

“네. 고마워요. 언니.”

“근데 왜 김상봉씨야? 너무 촌스럽게.”

그러자 와런바피는 웃으며 자신의 코디 신지영에게 대답했다.

“재밌잖아요. 이런 닉은 좀 촌스러워야 좋아요. 종토방에 가면 이런 촌스러운 닉이 되게 재밌어요.”

“그래. 알았다, 알았어. 가자.”

그리고 잠시 후, 와런바피를 태운 차량은 조용히 출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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