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수익률 1,000,000배-100화 (100/170)

<내 수익률 1,000,000배>

개미 눈을 뜨다

-38-

한여름 무더위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2022년 7월 20일 수요일.

이날, 현수는 오전 중에 서울일보 장대수 기자와 인터뷰를 했고, 오후에는 경제일보 진병호 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이때 이 인터뷰는 주로 인방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풀어나갔는데, 그러면서도 KHS컴퍼니와 KP커뮤니케이션 소개에도 집중을 했다. 또한, 간간이 투자자로서 현수의 개인적인 수익률에 대한 질문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때 현수는 아주 적당한 선에서 답을 하며 대화를 풀어나갔다.

그리고 이날 인터뷰했던 내용들은 다음 날 활자화가 되어 신문 지면이나 인터넷판 기사에 실렸는데, 다만 생각보다 좀 작은 지면들이 할당되었다.

왜냐하면, 현수가 아직 공개하지 않은 WTI 유가옵션 초대박 사건과 같은 지극히 자극적인 내용들이 없다 보니, 아무래도 중요도 면에서 다른 기사들한테 밀려버린 모양이었다.

즉, 저번에 일제히 게재된 인터넷 주식 스타, 인방 스타라는 기삿거리는 이미 시중에 다 유포된 상태였고, 그래서 더 이상의 추가적인 화제성이 크게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이들 인터뷰 기사들이 세상에 나가자마자, 그동안 내내 잠잠했던 K일보 쪽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변화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물론 현수는 그 변화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그런 분위기 속에서 한여름의 무더위는 계속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

“···네. 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부사장님. 지금 최대한 빨리 조 의원님 쪽에 연락을 취해보겠습니다. 네. 네. 너무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그쪽에서 방해를 주도했다고 해도, 우리가 쉽게 당하지는 않습니다. 네. 네. 네. 그래서 이번 국세청 세무조사가 시작되기 전, 최대한 빨리 윗선에서부터 차단하겠습니다. 그리고 금감원 애들까지 우리 쪽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정리를 해 보겠습니다. 대체 어떤 인간들이 우리 라인을 뒤지고 있는지 몰라도, 반드시 찾아내어 응당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부사장님. 그럼 부사장님은 귀국날짜가? 네. 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렇게 전화를 끓은 Stock24 강상식 전무는 이내 눈빛이 아주 날카로워지고 있다. 현재 Stock24 내의 기업인수합병(M&A)팀은 가장 핵심적인 부서라고 할 수 있는데, 이 팀의 팀장을 맡고 있는 50대 중반의 강상식 전무는 젊은 이원진 부사장의 손발, 즉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특히, 그는 이미 성공한 건이나 다름없는 케이블 방송사 KPG 인수 건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가 없는 입장인데···. 마침, 미국 뉴욕에 머물고 있던 이원진 부사장으로부터 긴급 전화가 왔고, 또 갑자기 긴급 사태를 확인하게 된 것이었다. 그로 인해 그의 표정은 무척 굳어졌는데, 그러고는 잠시 눈을 감고서는 그는 잠시 상황 파악부터 다시 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항상 일들은 쉬운 일이라는 게 절대 없는 법이다.

‘음. 그래, 바로 여기가 전쟁터지.’

강상식 전무는 늘 그렇게 생각하며 그 긴장감 속에서 수십 년을 싸웠고, 그래서 투자금융 쪽에서 쫓겨나지 않고 지금껏 살아남았다.

그래서 그는 이런 위기가 생길 때마다 단지 긴장만 할 뿐 절대 짓눌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늘 그렇지만, 주머니 속에서 송곳이 튀어나오게 되면, 그 송곳을 잘라내거나 그 끝을 한없이 무뎌지게 만들려는 세력들이 언제나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다. 이때, 그들과 싸워서 이기는 순간, 비로소 탄탄한 입지가 구축될 수 있는데, 요즘 Stock24는 이런 투쟁의 상황을 서서히 맞이하고 있는 중이었다.

즉, 현재 Stock24는 아주 빠르고 성장하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이 회사가 설립된 지 이제 겨우 15년 차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이 회사는 아주 빠르게 성장을 했다. 어느덧 시총 규모는 2조 원에 달하게 되었고, 내적 외적으로 많은 부분들이 안정화되었으며, 많은 힘들이 서서히 갖춰지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물론 Stock24를 바닥에서부터 키워낸 이원식 사장이 현재 투병 중이라 상황이 여의치는 않지만, 그럼에도 그의 막냇동생인 이원진 부사장이 형 이원식 사장만큼이나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고령의 이정기 회장이 직접 필드에 나오지 않더라도 Stock24의 발전속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태였다.

“음. 강 전무님, 혹시 부사장님으로부터 무슨 중요한 지시 사항이 있었습니까?”

이때, 한쪽 회의용 소파에 앉아 있던 이중현 변호사, 즉 법무팀 팀장이자 무척 소탈한 성격의 이중현 전무는 표정이 굳어있는 강상식 전무에게 질문을 던졌고, 그러자 강상식 전무는 비로소 자신의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뒤 입을 열었다.

“음. 아무래도 세진금융 쪽에서··· 우리한테 태클을 건 것 같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강 전무님! 세진금융에서 왜?”

“아무래도 보복성 같습니다. 음. 우리가 작년 초, 좀 안 좋은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들이 베트남 BE파이낸스금융 인수 작전을 펼칠 때 우리가 Standard Julius와 함께 중간에 훼방을 놓지 않습니까? 그 일에 대한 일종의 보복성 같습니다. 흠. 물론, 그때 우리 컨소시엄도 결국 인수에 실패했지만, 그 때문에 자신들도 실패했던 거라, 그로 인해 쌓인 악감정들이··· 결국 수면 위로 노출된 것 같습니다.”

보통 금융지주회사는 그 아래에 여러 금융회사들을 거느리고 있어, 기업금융, 개인금융, 보험, 증권, 카드 등 막강한 금융 파워를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이런 회사들이 만지는 자산은 일반 투자사와 비할 수 없이 엄청나게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대표적인 금융지주회사 중의 하나인 세진금융지주회사가 지금 Stock24를 노린다는 말이었다.

“대체 어떻게 우리를 공격한다는 겁니까?”

“음. 부사장님께서 지금 주신 정보는··· 어떻게 우리 쪽 정보가 흘러갔는지 몰라도, K2투자파트너스가 우리 쪽 라인인 것을 그들이 감지하게 된 모양입니다.”

“음. 그래서요?”

“우선은 우리가 대한민국에 있는 이상, 아직 세진금융과 맞짱을 뜰 위치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도발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고, 이 현안에 대해서 최대한 방어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제가 도와드릴 일은 뭡니까? 강 전무님. 무엇이든 말씀해주십시오.”

이때, 이중현 변호사는 아주 신중하게 입을 열었고, 강상식 전무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뭐, 금융계에 있다 보면 이런 류의 방해들이 한 두 번 일어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뭐 이번에는 한일은행이 우리를 도와주는 바람에 아주 일이 쉽게 넘어가냐 했더니, 역시 무슨 일이든 그냥 먹는 건 하나도 없나 봅니다. 결국, 이 전무님! 이 전무님 라인을 지금 바로 움직여주시겠습니까?”

“네? 제 라인이라고 하시면?”

“저는 민국당 조국환 의원을 만나 뵙고 올 테니, 이 전무님께서는 국세청 김 차장님을 좀 뵙고 오십시오.”

“아? 김 차장 말입니까?”

“네.”

“음. 김 차장이라···. 네. 알겠습니다. 근데 그 정도로 괜찮겠습니까? 세진금융 정도라면 그 인맥이 더 넓게 퍼져 있을 텐데?”

그렇듯 이중현 변호사가 걱정을 하자, 강상식 전무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우리가 세진금융의 눈에 라이벌 정도는 아니지 않습니까? 세진금융에 비한다면 아직 우리는 새 발의 피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전력을 다해 우리를 건드리지 않을 겁니다. 적어도 우리의 뒤에 Standard Julius가 있고, 또 대명그룹이 있다는 것을 저들도 알고 있을 텐데, 절대 전면전은 못할 겁니다.”

“음.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저들은 우리를 한 번 흔든 뒤, 뭐라도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는 쪽이군요?”

“네. 맞습니다. 그리고 이참에 우리도 한번 크게 단단히 정리를 한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부사장님이 귀국하시면 좀 더 큰 건들이 우리한테 오게 될 텐데, 그 전에 우리도 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이 전무님은 최 상무와 함께 언론계 쪽도 한번 들여다봐 주시겠습니까? 우리가 계속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또 한 번 기름칠을 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뭐, 아시다시피, 언론 쪽은 언제 터질 줄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곳입니다. 혹시 모르게 돌발기사라도 나가게 되면, 서로가 골치 아파지니까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그렇듯 강상식 전무와 이중현 전무는 은밀한 이야기들을 계속 나눴다. 어쨌든 두 사람은 이원진 부사장의 오른팔, 왼팔과 같은 사람들이었고, 특히 Stock24를 이끌어나가는 실세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강상식 전무는 좀 더 두뇌 역할을 하고 있어, 우직한 이중현 전무로서는 강상식 전무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는 편이다.

어쨌든 그렇게 두 사람은 회의를 마친 뒤, 이제 아주 빠르게 정관계, 언론계까지 하나둘 짚어나가기 시작했다.

##

“···네. 네. 네. 아, 네. 그렇군요. 네. 알겠습니다. 변호사님. 음. 그나마 다행이군요. 네. 네. 네. 무슨 말씀이신지 저도 잘 알겠습니다. 네. 변호사님. 이번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다음 날, 2022년 7월 22일 금요일 아침.

어느덧 오전 10시가 다 되어갈 무렵, 이때 현수는 Stock24 이중현 변호사로부터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이 통화에서 이중현 변호사는 아주 뜻밖의 일을 언급했는데, 그건 다름이 아니라 K일보에서 현재 김현수 특집 기사를 작성하고 있고, 그게 조만간 인터넷판으로 기사화될 예정이라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정말 어이 상실인 것은 그 기사 내용이 무척 부정적이었던 것이다.

즉, 해외 헷지 세력들과 연계된 국내 투자사들, KHS컴퍼니와 Stock24 등의 회사들이 WTI 옵션 투자에서 천문학적인 수익을 얻었고, 그 수익을 바탕으로 자금 세탁을 하고 있다는 허무맹랑한 기사였다.

즉, 처음부터 끝까지 추측에 불과한 완전한 가짜 기사! 그러나 이런 가짜 기사가 나가더라도 법적 처벌이 그렇게 크지 않다 보니, 세상 무서운 줄도 모르고 K일보에서 그런 허위 기사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물론 해당 기사의 작성자는 K일보 이기준 기자! 그는 자기 딴에는 자신의 촉감을 믿고서, 사회 고발성을 담아 혼신의 힘을 다해서 기사를 썼다고 한다. 하지만, 당사자인 현수로는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희 쪽 시스템이 좀 빠릅니다. 예를 들어 저희 회사 이름 ‘Stock24’라는 글자가 들어가기만 하면, 바로 저희는 걸러내서 모니터링을 하게 되는데, 때마침 그게 걸렸습니다. 물론, 다른 일도 있고 해서 좀 더 심하게 들어가긴 했지만···. 어쨌든 저번 일과 연관성이 있는 것 같아, 이번에도 확실히 막아놓겠습니다. 다만, 그 WTI 옵션 투자 건은 대체 뭔지 모르겠지만, 김 대표님께선 따로 대처를 해 두시는 게 좋을 겁니다. 특히, 이 업계는 돈이 오가는 곳이라, 금감원, 국세청, 검찰, 기획재정부, 언론 등등, 많은 기관들이 서로 얽혀 있고, 그래서 더 냉혹하고 또 더 악랄한 일들이 종종 일어납니다. 그러니 항상 조심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물론 부사장님 특별지시가 있으니까, 사소한 것들은 저희가 다 방어하겠습니다.

그렇게 이중현 변호사와의 통화를 마쳤는데, 이때 현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인방 때문에 Stock24와의 연관성이 생겼는데, 이걸 바탕으로 이기준 기자는 완전히 생 소설을 쓴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직접 겪다 보다 보니, 현수는 문득 섬뜩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천문학적인 수익을 얻은 자신이 만약 혼자였을 때 이런 해코지를 당했다면, 아무리 거짓 상황임에도 자신은 그 수많은 사회적 지탄의 집중포화를 받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음. 그래,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다고 했는데···.’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Stock24와의 연결고리 때문에 현수는 다시 한번 난처한 일을 모면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때문에 현수는 이때 돈 이상의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다.

즉, 수익률이 높아지는 것도 좋고, 회사가 커지는 것도 좋지만, 이런 리스크 관리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좀 더 강하게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KHS컴퍼니의 규모가 너무 작다. 그래서 현수는 현시점에서 자신이 좀 더 분발해야 할 일들이 결국 KHS컴퍼니의 내적 외적 성장이라고 봤고, 그래서 좀 더 힘을 내어 국내외 투자에 더 몰두하게 되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그는 시스템 인디펜더스 옵션투자 수익부터 챙기기 시작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