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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하늘을 향해 도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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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밤 9시쯤 뵙는 거로 하죠. 네. 네. 괜찮습니다. 간단히 어묵집에서 한잔하는 거, 전혀 문제 될 거 없습니다. 네. 네. 그럼 그때 뵙도록 하죠.”
그렇듯 일요일 오후 5시 무렵, 현수는 전화를 받았다.
상대는 Stock24의 이원진 부사장.
통화상으로 그는 회사 대 회사 개념에서 제안하고 싶은 게 있다면서 오늘 밤 9시쯤, 시간이 된다면 한번 만나자고 했다.
물론, Stock24 본사는 역삼동에 있고, KHS컴퍼니 본사는 청담동에 있어 거리상 그리 멀지 않은 편인데···. 다만, 갑자기 약속을 잡으려고 해서 그게 좀 부담스럽긴 했으나, 그럼에도 간단히 소주 한잔하면서 이야기 나누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장소 역시 크게 부담감이 없는 어묵집, 즉 오뎅바였다.
‘근데 왜 날 보자고 했을까?’
혹시 저번 주 금요일 그 일 때문일까?
뉴페이스 파일럿 인방 때 생긴 일? 즉, 왕박사와 관련된 그 일 때문에?
‘음. 근데 그건 또 아닌 것 같은데. 회사 일이라고 했으니까, 암튼 만나보면 알겠지.’
그렇듯 갑자기 일요일 밤 약속이 잡혔고, 그래서 현수는 즉시 최승희 과장을 불러 자신의 야간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한편, 최승희 과장은 곧 퇴근할 예정이라, 그 일에 대해서는 강태현에게 바로 전달했다. 왜냐하면, 현수의 근접 경호 야간 책임자는 젊은 30살의 강태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현수는 친구 박창석 외에도 그의 후배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중국집 배달음식인데, 그래도 푸짐하게 배달해서 저녁을 먹었고, 이후 좀 더 사무실에 앉아서 투자 공부와 종목 분석 등을 이어 나가다가, 어느덧 밤 8시 30분이 되자, 강태현과 함께 목적지로 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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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목적지 도착했습니다.”
한편, 뒷좌석에서 잠깐 쪽잠을 잔 현수. 그는 바로 일어났고, 얼른 복장을 가다듬은 뒤 아우디 차량에서 내렸다.
이때, 뒤따르고 있던 경호 SUV 차량에서 한 명이 뛰어나왔고, 그는 강태현과 위치를 즉시 바꾸었다.
즉, 운전석의 강태현은 현수와 함께 움직이게 되었고 다른 경호원은 정차 중인 아우디를 다른 곳에 주차하기 위해서 바로 운전대를 잡은 것이다.
“여기인 것 같습니다.”
“네.”
측근 보디가드 강태현의 수행을 받게 된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뎅바 안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사실, 이곳은 이원진 부사장이 직접 약속 장소로 정한 곳인데, 생각보다 아주 단출한 곳이었다. 즉, 다닥다닥 손님들이 붙어 앉을 수 있게, 좁은 테이블들이 빈틈없이 이어져 있었고, 가게 분위기 역시 고급스러움보다는 아주 심플하면서 아기자기한 면모가 돋보였다.
또한, 일요일 늦은 시간대라서 그런지, 손님들은 다 빠진 상태. 그래서 심야 식당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하고, 한편으로 야간 조명들이 붉으면서도 노르스름한 빛을 뿌리고 있어, 흡사 괜찮은 일본식 선술집 분위기가 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서서 마시는 선술집은 아니어서, 현수는 한쪽 구석진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그럼 손님, 주문 하시겠습니까?”
“아뇨, 아직 일행이 다 안 왔습니다.”
“아, 그래요? 참고로 저희 가게는 10시 반에 문 닫습니다.”
“네. 충분합니다. 주문은 좀 있다가···.”
지금 현수와 강태현이 차례로 들어온 터라, 두 사람만 온 줄 알고 종업원은 메뉴판을 가져와 주문을 물어본 것이다. 그러나 이때, 옆에 서 있던 강태현이 현수의 옆에 앉지 않고, 서너 테이블 떨어진 곳으로 가서 앉자, 종업원은 의아해하며 바로 입을 열었다.
“저분, 일행 아니신가요?”
“네. 맞습니다만, 저는 딴 분과 이야기할 게 있어서, 잠시 따로 앉아 있을 겁니다.”
“아? 네, 뭐 그러시든지.”
그리고 잠시 후, 어느덧 밤 9시 정각까지 딱 5분을 남겨뒀을 때, 밝은 인상을 가진 이원진 부사장이 나타났다.
즉, 현수는 10분 일찍 도착했지만, 이원진 부사장은 약속시간보다 대략 5분 일찍 도착한 셈이다. 두 사람 모두 약속 시간을 칼 같이 지키는 사람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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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벌써 오셨군요?”
이때, 수행원 한 명과 함께 나타난 이원진 부사장은 아주 밝게 웃으며, 바로 일어난 현수와 아주 힘있게 악수를 나눴다.
이때, 이원진 부사장의 수행원은 조용히 뒤로 빠졌는데, 그 순간 강태현과 그 수행원은 서로 호기심어린 눈빛을 주고받더니, 각자 각기 다른 테이블에 앉았다. 그러고 보면 총 손님은 4명. 그러나 총 3개의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현재 이곳은 다른 손님들이 없어, 특별히 문제 될 것도 없는 상황이었다.
“제가 좀 더 빨리 올 걸 그랬습니다. 하하, 그리고 이 시각에 흔쾌히 응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부사장님. 마침 저도 특별히 할 일이 없었습니다.”
“아, 그럼 혹시··· 댁에 계시다가, 나오신 겁니까?”
“아뇨. 회사에 있다가 바로 나왔습니다.”
“하하, 역시! 성공하시는 분들은 뭔가 달라도 확실히 다른 것 같습니다. 저도 막 회사에서 퇴근하는 길입니다. 하하! 그럼 참, 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원래 이런 곳에선 일본 술을 마셔야 하는데, 요즘 시국도 시국이니까, 그냥 소주 어떻습니까?”
“네. 저도 소주 좋아합니다.”
그러자 이원진 부사장은 종업원에게 소주 1병과 간단히 오뎅 안주 등을 시켰다. 그리고 두 경호원들에게는 야간 간식거리로 몇 가지 음식들을 시켜주었다.
“참, 먼저, 대화에 앞서, 제가 사죄부터 먼저 드리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금요일에 있었던 그 일. 사실, 제가 인방 본부를 담당하지 않지만, 그래도 같은 회사 소속자의 입장에서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김 대표님께 심려를 끼쳐 드려서, 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듯 그가 갑자기 왕박사 사건에 대해서 사과를 하자, 현수는 조금 당황했으나 이내 표정을 밝게 하며 입을 열었다.
“전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 일을 그냥 없던 일로 치부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우선, 그 BJ는 계약 해지하기로 최종 결정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또한, 이중현 팀장님이 직접 나서서, 김 대표님 경호원에 대한 법적 지원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특히 저희가 이렇게 나선 이상, 아마 그 BJ는 결국 고소를 취하하게 될 겁니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렇듯 이원진 부사장이 거듭 미안해하자, 현수는 좀 더 기분이 좋아졌고, 곧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게 변해갔다.
그리고 곧이어 이원진 부사장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본론에 앞서 간단히 Stock24의 이력에 대해서도 잠깐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이때, 그는 Standard Julius라는 미국계 금융그룹을 언급했는데, 즉 Stock24가 글로벌 20위권에 해당되는 막강한 금융그룹인 Standard Julius의 파격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Stock24의 실체는 Standard Julius의 아시아권 세력 확대를 위한 전초기지랄 수 있는 그런 유형의 브랜치 기업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더 소개를 한다면, 저희 Stock24는 국내용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권 금융 패권을 거머쥐기 위해 중국계, 일본계 금융투자회사들과 한바탕 격전을 치를 용의도 있습니다. 특히, 아시다시피, 중국 쪽의 경제 규모는 나날이 커져 가고 있고, 세계 금융계 역시 갈수록 중국펀드 쪽의 압박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고 보면, 현재 중국기업들은 세계적 입김이 아주 대단해지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일본의 자존심이었던 소형 전자 디바이스 제조업체 샤프(Sharp)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고, 미국의 럭셔리 호텔 운영 그룹인 스트래티직 호텔스 앤 리조트를 인수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뉴욕 월도프 호텔 인수, 네덜란드 보험회사 피밧(Vivat) 인수, 미국 대형보험회사 피델리티 앤 개런티라이프(Fidelity & Guaranty Life: FGL) 인수에도 차례로 성공했다.
또한, 최근에는 이런 중국기업들 외에도 일본 기업들 역시 각종 글로벌 인수합병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매년 수백 건의 인수합병 성과를 이뤄내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세계적인 상황 변화 속에, 저희 회사는 좀 더 적극적으로 금융투자 비즈니스를 확대할 생각입니다. 즉, 저희는 미국 자본을 바탕으로 하지만, 국내 토종 자본과 융합된 형태라,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희를 뒤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워낙 많아, 앞으로 저희는 내적 외적 성장 외에도 향후 대한민국 금융정책 구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도 일조할 생각입니다.”
그렇듯 생각 이상으로 이원진 부사장은 포부가 아주 대단했는데, 현수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대한민국 금융정책까지 언급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런데 사실 좀 더 따지고 본다면, 대한민국 금융시장은 아주 열악한 게 사실이 아닌가.
규제도 많고 제도적 하자도 많다. 즉, 제조업 중심의 일본처럼 국내 산업 구조 역시 주로 제조업에 많은 기반을 두고 있다 보니, 불행히도 대한민국 금융계는 선진국과 비교한다면 아주 열악한 게 사실이었다.
일례로, 금융시장을 좀 더 활발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각종 행정 규제는 최대한 제한적으로 집행되어야 하며, 사전 승인 제도보다는 사후 관리 제도를 키우는 게 훨씬 더 개방적인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 실정은 전혀 그렇지가 못하다. 각종 금융과 투자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낮은 것도 큰 문제지만, 금융계 종사자들은 여전히 공무원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게 사실이다. 즉, 고위직 공무원들과 안면을 트고 인맥을 형성하는 일에 더 큰 신경을 써야 하는 게 피할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그래서 뭐, 잡설이 계속 길어지게 됐지만, 다시 말씀드린다면, 저희 Stock24와 귀사가 협력해서 향후 국내외 사업 발전 모델을 함께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김 대표님 회사만의 전략이 따로 있을 테고, 회사 고유의 비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특정 사안에 대해서, 그 특정 사안에 맞춰, 개별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일종의 프로젝트 베이스의 협력 모델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특정 기업 인수 혹은 특정 지분 확보 때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식, 이걸 통해서 그 투자 방향을 다각화할 수 있고, 또한 성공률을 크게 높이는 방식입니다. 다만, 기존과 다른 점은 훨씬 더 빠르고 훨씬 더 신뢰성을 가지고서, 이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것입니다. ”
그러니까 프로젝트 단위의 회사 간 협력을 통해서 각종 수익을 함께 창출하자는 것이었다.
“···사실, 저는 진정한 투자사의 형태는 단순 주식투자, 선물·옵션 투자를 넘어서, 결국 미국식 투자은행(IB) 형태로 단계적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 과정에서 기업인수합병이라는 큰 물고기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됩니다. 과거 독일 은행 도이체방크가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진행하면서 미국 JP모간과 골드만삭스를 위협했듯, 기업 수익률을 높이는데 인수합병은 꽤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듯 계속 이어지는 이원진 부사장의 설명을 들으며, 이때 현수는 자신이 꼭 우물 안 개구리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직 자신은 기업인수합병까지는 고려하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음. 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되는 겁니까?”
“뭐, 우선은 제가 드린 이야기들을 한번 고민해 보시고, 차후에 협력 모델을 같이 마련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오늘 제가 이렇듯 시간을 부탁드린 것은, 이 일에 대해서 확답을 받겠다는 것은 아니고, 기획 가능성을 한번 타진해 보고 싶은 생각 때문입니다. 마침 제가 내일 미국으로 날아가, 미국에서 브리핑도 해야 하는 입장이라, 우선 김 대표님 의견부터 경청하고 싶습니다.”
그렇듯 사정 내막을 다 듣게 된 현수는 이제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느닷없이 일요일 밤에 자신을 만나서 이런 대화를 하는 상황 자체가 뭔가 좀 이상했다. 왜냐하면, 이런 일들은 절대 허겁지겁 처리할 일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듯 성급하게 의견을 묻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다. 그러다가 현수는 이때 뭔가 짚이는 바가 있었다. 혹시 이원진 부사장이 갑자기 독단적으로 KHS컴퍼니를 이 협력사 목록에 집어넣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음. 설마 내가 인방에서 상한가 친 거 때문에?’
어쨌든 그가 자신의 가치를 아주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현수는 기분이 좀 묘해졌다.
그럼에도 이제 자신은 기업을 이끌어 나가는 대표가 되었고, 그래서 평소보다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어, 현수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음. 우선은 그런 좋은 제안을 저희 회사에 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직 저희 회사는 글로벌 인수합병까지는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부사장님 덕분에 좀 더 눈이 활짝 열린 기분입니다.”
그렇게 먼저 감사의 뜻을 표한 뒤, 현수는 자신의 의견도 제시했다.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서는 제가 드릴 수 있는 답은, 우선은 결정보다는 진행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싶습니다. 상호 협력 부분에 대해서도 향후 사안에 따라 좀 더 정밀하게 확인하고 분석한 뒤, 그때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도출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그렇듯, 아직 결론을 낼 수 없다는 말이지만, 그럼에도 이원진 부사장은 그 정도 선의 대답에 아주 만족한 표정이다.
“감사합니다. 하하, 현재 시점에서 그 정도 의견이면 아주 충분합니다. 자, 그럼! 이제 술 한잔하시죠.”
이때, 서로 소주잔을 가볍게 부딪친 뒤, 두 사람은 단숨에 소주를 입에 털어 넣었다.
그렇듯 2022년 7월 17일 일요일 밤, 두 젊은 경영자들은 조금씩 의기투합을 해가며, 좀 더 친숙하게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이때 현수는 자신에게 다시 없을 기회가 주어진 것을 아직은 깨닫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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