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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 잠시 쉬었다가 합시다!”
잠시 후, 강윤석 PD는 손으로 목을 긋는 수신호를 했고, 현수는 그 수신호를 받자마자 10분간 방송 중단을 하겠다며 시청자들에게 알리며, 아침 8시 50분부터 시작하여 무려 2시간을 넘게 달려온 생방송을 잠시 중지했다.
물론, 급등장에서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생방송을 진행한다고 하지만, 이 종목은 장 시초부터 주가 변동성이 워낙 큰 바람에, 30분 단위 방송이었던 것이 졸지에 무려 2시간이 넘는 생방송으로 바뀐 것이었다.
그리하여 드디어 방송 송출이 잠시 중단되었는데···. 이때 완전히 얼굴이 시커멓게 변한 것 같은 왕박사, 그는 자신의 알 없는 안경을 데스크 위에 내팽개치듯 내려놓고 있었다.
그리고 호가창을 한 번 더 확인한 뒤, 양손으로 머리를 꽉 쥐고 고개를 푹 숙이던 왕박사. 그런 그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고, 현수를 노려보는데 뭔가 표정이 아주 심상치 않게 변해가고 있었다.
한편, 10분간의 휴식 시간이 시작되었지만 그럼에도 호가창의 변화를 지켜보느라 정신이 없는 현수.
현수는 요즘 투자에 몰두하게 되면 다른 곳에 신경을 쓰지 못할 정도로 아주 집중력이 높아진 상태다.
그런 그에게 왕박사는 조용히 다가갔다. 그리고 무섭게 현수의 뒤통수를 노려보다가, 난데없이 오른손을 높이 들었다.
바로 현수의 뒤통수를 향해 손찌검을 하려는 자세다. 즉, 생방송 중에 개망신을 당한 것에 대한 바로 앙갚음을 하려고 것이다.
‘이 새끼! 내가 누군 줄 알아? 어디서 놀다가 온 새끼인지 몰라도 이 새끼, 어린놈이 입만 살았어.’
즉, 젊은 놈한테 무시를 당했다는 느낌. 그건 그에게 있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저런 핏덩이 같은 놈한테 밀렸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도 없는 일. 차라리 저 못된 놈의 뒤통수라도 한 대라도 때리고, 어른 무서운 줄 알려야 직성이 풀릴 것만 같았다.
‘에이씨!’
그리고 사정없이 손바닥으로 녀석의 뒤통수를 갈겼다. 그런데 바로 그때, 이게 왜 이러지? 왕박사는 갑자기 허우적거리며 몸의 균형을 잃고 말았다. 그 바람에 손바닥은 녀석의 뒤통수가 아니라 허공을 때렸고, 한편으로는 누군가가 자신의 목덜미를 거칠게 잡아당기는 것을 깨달았다.
“에, 어, 억.”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뒤돌아보는 왕박사. 그러나 그 누군가는 그가 고개를 돌릴 틈도 주지 않고, 단숨에 왕박사의 오른쪽 팔을 잡아 팔을 위로 꺾어버렸다. 그리고 동시에 다리를 툭 치는데, 왕박사는 힘없이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동시에 앞으로 밀려나며 왕박사는 곧장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순식간에 완전히 제압되어 버린 왕박사.
이때 너무 놀라서 팔과 가슴이 아픈 줄도 몰랐다가, 뒤늦게 고함을 버럭버럭 지르며 아프다며 난리를 치는 왕박사.
그러나 상대는 절대 풀어주지 않는다.
“우와, 뭐야? 저 여자? 누구야? 금방 날아가는 것 같았어.”
“야, 뭐하냐? 빨리 말려. 왕박사님 고함 지르잖아!”
“야! 빨리 가 봐!”
그렇듯 세트장 상황에 뒤늦게 놀란 스탭들이 재빨리 세트장으로 뛰어들려고 했으나, 바로 이때, 그들보다도 더 빨리 움직이는 이들이 있었다.
신참 BJ 개미군단과 함께 나타났던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들. 그들이 신속하게 세트장 앞을 가로막으며, 두 팔을 벌렸고, 스탭들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이때 한 남자는 재빨리 전화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바로 경찰에 신고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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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로부터 30분 뒤.
평생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던 왕박사. 그런 그가 평생 처음으로 진짜 수치감을 맛보게 된 듯, 지금 그의 턱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현재, 세트장으로 3명의 경찰관들이 나타났고, 김현수 측 변호사까지 나타났다. 단순히 녀석의 뒤통수를 한 대 치고 악담 한 번 퍼부으면 끝날 일이었는데, 경찰에 변호사에 거기다가 자신의 담당 PD인 강윤석 PD와 총괄 PD인 최현세 PD까지 화를 버럭버럭 내며 자신에게 삿대질까지 하고 있었다.
물론, 자신은 억울한 감이 없잖아 있다. 즉, 생전 처음 보는 여자의 손에 강압적으로 제압을 당했고, 그 와중에 목과 팔, 가슴에 통증이 생겨, 자신이 직접적인 폭행을 당한 거라고 항변까지 했지만, 오히려 그 말 때문인지 몰라도 주변 스탭들마저 완전히 싸늘해진 모습이다.
“이보쇼! 경찰 양반. 아니라니까. 아니야! 난 저 새끼 때리지도 않았어. 물론 싸가지가 없어서 뒤통수나 가볍게 한 대 치려고 했지, 그게 무슨 폭행이야? 폭행 미수? 무슨 말 같지 않은 소리나 하고 있어? 내가 저 여자한테서 오히려 폭행을 당했다니까! 저 여자 잡아가! 저 여자 잡아가라니까!”
“아이 참, 나이도 드신 양반이 자꾸 왜 그러십니까? 다들 다 봤다고 하잖아요. 여기 스탭들이 다 봤다는데, 대체 왜 그러세요?”
“야! 대한민국 경찰이 썩었다더니 진짜 썩었네! 야, 양반아! 내가 법 없이도 살 사람이야.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고, 단 한 번도 벌금 딱지 뗀 적도 없어! 이보쇼. 내 말 좀 들어보라니까. 당신들, 저 변호사 때문에 갑자기 태도 바뀐 거 맞지? 이거 경찰이 무슨 사람 가려가면서 일을 해? 아, 시팔,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 나도 변호사 부른다! 부른다고 시팔!”
“참 나, 이 사람이 진짜 왜 그러시나? 지금 우리한테 욕한 겁니까? 자꾸 그러시면 공무집행 방해로 끌려갈 수 있습니다, 경고합니다!”
“아, 시팔, 경찰 나부랭이 새끼가···.”
“하! 이 사람, 도저히 안 되겠다! 갑시다. 바로 서에 가서, 서에서 이야기합시다!”
“내가 왜 경찰서로 가냐고? 나 안 가! 나 못 가! 나 지금 방송해야 돼!”
자기 딴에는 진짜 억울하다며 경찰관들에게까지 화를 버럭버럭 내다가, 결국 왕박사는 경찰관들에게 잡혀, 질질 끌려가고 말았다.
“저기 김 변호사님, 그럼 김 변호사님하고 저 여성분은 저희 서로 좀 오시겠습니까? 자세한 상황을 좀 정리해야 해서.”
이때, 경찰관 한 명은 현수의 변호사에게 다가가 부탁 말을 했고, 그러자 그 변호사는 바로 동의했다.
사실, 조금 전 상황은 좀 애매했는데, 서울중앙지검 전직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가 나타나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지고 말았다.
“그럼 여기 정리하고 바로 경찰서로 가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저 사람은 저희 대표님에 대해 협박, 폭행 미수, 모욕 등의 혐의가 있습니다. 법적 처리에 대한 요청은 잠시 후 서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대답을 한 변호사는 곧이어 현수에게 다가갔다. 이때, 세트장 데스크에 가만히 앉아 있던 현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고, 뒤늦게 그와 악수를 나눴다.
“김 변호사님. 갑자기 오시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뭐, 이제 입사도 결정됐는데, 언제든 저한테 연락 주시면 바로바로 움직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벌써부터 수고를 끼치게 되어 제가 죄송합니다.”
“하하, 아무 걱정 마십시오. 그래도 다행히, 요 근처 법원에 일이 있어 왔다가 바로 달려올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게 아니더라도 즉시 달려왔을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대표님, 아침에 제가 문자 드린 대로, 로펌 쪽은 이번 달 말일까지만 해서, 맡았던 사건들 마무리 짓고, 다음 달 1일부터는 회사에 출근할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김주연 변호사는 깜깜한 현실에 대한 탈출구로 당분간 사기업을 택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특히, 고액 연봉이 보장된다면 소형 로펌 따위보다는 회사 법무팀으로 옮기는 게 오히려 더 정답이 될 수가 있다. 즉, 그는 이중현 변호사처럼 현실과의 타협을 할 생각인 것이다.
“그럼 저 일은 제가 맡아서 잘 처리하겠습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한 뒤, 김주연 변호사는 최승희 과장과 함께 그곳을 나갔다. 그로 인해 이제 주변이 좀 정리가 되자, 그제야 최현세 PD는 현수에게 다가가 무척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사실 그러고 보면, 참 어이없는 일을 당할 뻔한 현수. 물론, 보디가드나 변호사가 없었더라면, 현수가 좀 더 난처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즉, 나이도 많은 왕박사가 나이 핑계까지 대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얼마나 난리를 칠지 모르는 일이었다.
“음.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왕박사님이 그렇게 악한분은 아닌데, 요즘 그분도 스트레스가 아주 많았나 봅니다. 그래도 책임자인 제가 이 일은 책임지고 정리하겠습니다.”
“그럼 그 말씀은?”
“흠. 그동안 왕박사님과 관련해서 안 좋은 일들이 좀 있었는데, 아마 결국 더는 인방이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음. 네. 최 PD님. 다만, 그 일은 Stock24 회사 일이니까 저랑은 상관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제 일은 제 변호사가 알아서 하게 될 겁니다.”
“네.”
“그리고 이 생방, 지금 마무리해야 하지 않습니까? 휴식 텀이 너무 길었는데.”
다행히 현수가 생방송을 속개할 마음이 있어, 최현세 PD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물러섰다. 그리고 곧이어 강윤석 PD는 다시 카메라 세팅을 마친 뒤, 곧이어 ‘스탠바이 큐!’를 외쳤다. 그리고 무려 40여 분 만에 다시 인방은 시작되게 되었다.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지금 방송은 더 할 것도 없다.
“아, 음음. 유료, 무료 회원님들. 지금부터 방송 재개하겠습니다. 개미군단입니다. 갑자기 저희 인터넷 회선에 약간의 오류가 생겨 방송 재개가 많이 늦어지게 된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
그렇게 먼저 머리를 숙이며 사과의 뜻을 전한 뒤, 현수는 곧이어 능숙하게 다음 말을 이어 나갔다.
이때, 그는 아주 환하게 웃으며, 현재 호가창에 대해서 설명을 시작했다.
“휴식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오늘 이 방송을 보시고 계시는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현재 호가 2,350원. +29.83%, 상한가가 계속 유지가 되고 있습니다. 빗장은 확실히 걸렸고, 현재 매수 대기 물량이 무려 390만 주에 이르고 있습니다. 지금 매도를 하실 분들은 지금 바로 하시면 될 것입니다. 다만, 혹시 더 큰 수익 기회를 원하신다면 다음 주 장중에 매도를 하시면 될 것입니다.”
그렇듯 짧은 평가를 마친 뒤, 현수는 이제 표정을 좀 더 진지하게 한 뒤,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사실, 오늘 저의 방송은 이미 끝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종목 상한가에 들어간 터라, 더는 코멘트할 거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방송은 이쯤 해서 마무리하고, 대신에 오늘 처음으로 BJ를 맡게 된 제 소감을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이번 뉴페이스 파일럿 인방을 통해 저에게 좋은 기회를 주신 Stock24 관계자분들과 특히 최현세 PD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실, 저는 이 Stock24가 아니라, 새로운 회사인 KP커뮤니케이션에서 주식 방송을 준비 중에 있는데, 오늘 아주 좋은 경험을 직접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모든 것은 오로지 회원님들 덕분입니다. 항상 감사드리며, 그럼 이상으로, 오늘의 방송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난 현수는 깊이 머리를 숙이며, 오늘 방송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우르르 쏟아지기 시작하는 별사탕들.
「빵빠라방!! 와우우!!! 별사탕 10만 개! 터졌습니다!! 고객님 정말 감사합니다!!」
「별사탕 700개, 고객님 정말 감사합니다!!」
「별사탕 300개, 고객님 정말 감사합니다!!」
「별사탕 5,000개, 고객님 정말 감사합니다!!」
「빵빠라방!! 와우우!!! 별사탕 3만 개! 터졌습니다!! 고객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면, 잠깐의 불미스러운 일은 있었지만, 오늘 방송은 대히트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방송을 기획한 최현세 PD는 이 대히트 방송을 끝낸 뒤, 오히려 잃을 게 더 많아졌다는 점이 문제였다.
가장 먼저, 왕박사가 퇴물이라는 게 확인되었고, 유명인사급 개인 변호사까지 거느리고 있는 김현수의 가치가 생각보다도 높아 자신이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더군다나 김현수는 서로 협의도 되지 않은 KP커뮤니케이션을 언급했고, 그 바람에 자신이 무척 난처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왕박사 때문에 그 코멘트를 문제 삼기에도 또 애매해진 게 사실이다.
“흠. 어쨌든 수고 많았습니다. 별사탕 수익 배분 건은 저희가 정리 끝나면, 곧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아마 수익 10 중의 6 정도가 계좌로 지급될 겁니다.”
그러고는 그와 힘껏 악수를 나눈 현수는 이내 몸을 돌렸다. 이때, 그의 보디가드들이 좌우로 붙었고, 현수의 아침 출근 때와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런 김현수가 움직이자, 이때 잠시 휴식 중이던 유명 BJ 강남귀족과 레이디 LK는 멀리서 두 눈을 반짝이며 현수의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쨌든 그렇게 역대 최고의 BJ 데뷔를 마친 김현수. 그리고 사실 이번 상한가 종목 추천은 워낙 화제성이 큰일이라서, 이런 개미군단에 대해서 더 알아보려는 사람들이 갑자기 확 늘어나게 되었고, 그 바람에 얼마 지나지 않아 N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0위에 ‘개미군단’이라는 단어가 혜성같이 올라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때 아주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 어? 10위 개미군단? 이게 뭐지? 새 영화가 떴나?
- 개미군단? 혹시 알아? 이건 대체 뭐지?
- 개미군단? 새 애니메이션?
- 이게 왜 10위야?
즉, 개미군단이 누군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까지 갑자기 그 단어 검색에 가세하게 되었고, 그 바람에 잠시 후 해프닝처럼 개미군단의 연관 검색어인 ‘최인영’이라는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대이변이 발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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