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수익률 1,000,000배-90화 (90/170)

<내 수익률 1,000,000배>

무너지는 왕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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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막혔다.

여배우 최인영은 지금 심장의 떨림을 인지할 정도로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있었다.

‘진짜 대단해. 꼭 최면술사 같기도 하고.’

믿음이다.

확신이다.

조금 전, 개미군단은 무조건 오를 거라며 무조건 매수하라고 했고, 같이 나온 50대 중반의 증권회사 간부 출신의 전문가는 무조건 보류 혹은 무조건 매각을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그런 두 사람의 상반된 주장 앞에서,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매수를 택했다.

최인영 역시 그건 마찬가지다.

그녀 역시 재빨리 매수 버튼을 누르며 1,735원대 매도 대기 물량 202,882주를 한 번에 집어삼켰다.

또 다른 개미들 역시 득달같이 달려들었고, 1,755원대 매도 대기 물량 132,335주가 삽시간에 흡수되어 사라져버렸다.

그렇듯 감쪽같이 사라진 대형 박스권.

이때, 깜짝 놀란 개미들, 그들이 다급하게 추격 매수하면서 주가는 무섭게 치솟아 올랐고, 순식간에 저 너머 1,970원까지 수직 상승해 버린 것이다.

‘우와, 세력들이 쫄아서 나가는 것도 처음 보네.’

즉, 하방 기세를 밀어붙이며 하방에서 개미핥기를 하고 있던 주가세력들. 그러나 그들은 이내 터져 나온 폭발적인 매수세에 아주 경악한 듯, 대형 물량들을 황급히 거둬들이고 말았다. 사실, 주식하는 사람들로서는,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게 정말 아찔하면서 정말 짜릿한 쾌감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개미털이 목적으로 대형 블록을 쳐 놓고 항상 주가 상승을 막고 있는 그놈들은 늘 얄미울 수밖에 없는데···.

물론 그들이 주가 급등을 주도하기도 하지만, 그런 세력이 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현재 모습은 정말 사이다감이 될 수밖에 없다.

‘근데 어떻게 저렇게 잘하지? 대체 누굴까? 저 사람?’

점점 더 호기심이 증폭된 최인영은 뚫어져라 모니터 화면을 쳐다봤다. 현재 주가는 1,970원까지 초급등한 뒤, VI에 들어간 상태다. 그리고 그런 호가창을 가리키며 이제야 씩 웃고 있는 개미군단.

‘김현수.’

바로 저 사람의 실명이다.

만약 첫 인사만 하고 끝이었다면 그냥 잊어버렸을 이름. 그러나 자신한테 사인을 받으러 오면서 그는 다시 자기를 소개했고, 그 바람에 암기력이 좋은 최인영은 그 이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개미군단 김현수.’

그 순간, 최인영의 긴 입가에는 사르르 미소가 피어오르고 있다. 지금껏 연예인 생활을 하면서 이런 쾌감을 준 남자는 본 적이 없다. 물론 예능 촬영 때마다 간혹 만나게 되는 아이돌 스타들, 그들은 유머 감각도 아주 뛰어나고 또한 아주 잘 생기기도 했지만, 이런 유형의 감정을 그녀에게 준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저절로 개미군단 김현수에게는 계속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물론 그것이 그의 능력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라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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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 시각, 블로그 부운영자 삐딱소녀는 자신의 초라한 월세 원룸에서, 아래층에서 항의가 들어올 정도로 방방 뛰고 있었다.

조금 전, 개미군단이 매수 추천을 하는 순간, 그녀는 재빨리 매수 버튼을 눌렀고, 1,720원대 매물 5,800주를 사는데 자신의 주식계좌 현금을 모두 썼다.

이른바 몰빵이다!

그리고 무척 초조해하던 삐딱소녀의 두 눈은 이내 한없이 커지고 말았다. 1,755원대까지의 매도 대기 물량들을 순식간에 집어 삼켜버린 매수 세력들. 그 바람에 무척 암담하게 여겨졌던 대형 박스권 매물들이 삽시간에 사라졌고, 마치 먹구름이 걷히듯, 아니 모세가 홍해를 좌우로 가른 기적과도 같은, 그런 아름다운 장관을 그녀는 보게 된 것이다.

“와와아아!! 와아! 올랐어! 올랐어!!”

결국, 그녀는 방방 뛰고 말았다.

시원하게 뻥 뚫려버린 매도 호가들.

그 순간, 호가는 무섭게 치솟았고, 찰나 1,970원대까지 도달한 뒤, 잠시 VI 때문에 멈칫했으나, VI가 끝나자마자 상승세를 곧바로 이어 나갔다. 결국, 호가는 마침내 꿈의 2,000원대 고지까지 점령해 버린 것이다.

특히, 이 종목이 각 주식앱 상위 급등 종목으로 뜨게 되면서, 이 정보를 접한 온갖 개미들이 일제히 몰려드는 바람에 그 상방 매수세는 갈수록 드세어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개미군단의 마법이 다시 터진 터라, 「개미군단의 깨톡 사방사방」 블로그 회원들은 일제히 인방 게시판과 블로그 게시판으로 나누어 몰려들었고, 특히 블로그 쪽 자유게시판은 거의 폭발 직전이었다. 개미군단을 찬양하는 수많은 글들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와,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바로 그거?」

「진짜 죽인다! 이게 바로 모세의 기적!!」

「이젠 세력 나부랭이들은 개미군단님 앞에선 쨉도 안 되네」

「주포 쫄고 나갔음 ㅋㅋㅋㅋㅋㅋㅋ」

「개미군단님 이제 우리나라 3대 슈퍼개미 등극 기정사실 아님?」

「이 정도 지배력이면 단연 최고」

「난 개미군단님 믿고 바로 매수ㅋㅋ」

「후발 추격 1,930원 매수 완료」

「1,960원 매수 완료」

「진짜 지린다!」

「설마 꼭지는 아니겠지?」

「주포새리 완전 식겁한 듯」

「이러다가 상한가 직행?」

「개미군단님 진짜 짱이다! 짱! 짱!」

「블로그 곧 대박 조짐」

「야드라, 매수 다 했지? 난 개미군단님 초창기 추종자」

「근데 개미군단님 매도 신호도 주시겠죠?」

「완전 사이다 터짐ㅎㅎㅎ」

「얼굴 공개, 훈남 인증♡ 개미군단님 방송계 데뷔해도 될 듯」

「미친 쩜상각」

「이건 레전드 아님?」

「저 별사탕 500개 쏴고 왔음^^」

그렇듯 블로그 게시판은 마치 종토방과도 같은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는데···.

한편, 그 시각, 현수는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조용히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조금 전, 호가창에 쏟아진 대형 매도 대기 물량들. 너무 대형 박스권이라, 절대 확신이 없으면 누구도 달려들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적어도 오늘 종가를 알고 있어, 이번에는 밀린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만회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그런 위험한 순간이 너무나도 순식간에 풀려버린 것이다. 특히, 꼬장꼬장한 왕박사때문에 더 드라마틱한 상황이 연출되고 말았다.

특히, 조금 전 호가급등으로 입술이 바짝 마르게 된 듯, 어쩔 줄 몰라 하며 계속 자기 입술을 빨아대고 있는 왕박사. 그는 눈을 얇게 뜨며 호가창만을 정신없이 쳐다보고 있는 모습인데, 그의 표정은 말이 아니게 망가져 있었다.

그런 그를 한번 쳐다본 뒤, 현수는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현재 호가 차트상, 이 기세라면, 앞으로 더 날아갈 기세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제 슈퍼메가급 대박 매수 찬스는 완전히 끝이 났습니다. 그래서 추격하시는 분들은 좀 더 신중하게 매수를 하셔야 합니다.”

그러고는 현수는 호가 차트 한 포인트를 가리키며 또 말을 이어 나갔다.

“저도 항상 느끼는 거지만, 주식은 언제나 판단입니다. 이런 포인트에서 과연 이 호가가 오를까? 아니면 내릴까? 항상 이걸 제대로 판단하고 대응해야 하는데, 이 일들은 항상 무척 힘이 듭니다. 다만, 절 믿고서, 아까 매수 기회 때, 따라와 주신 분들께는 깊이 감사드립니다. 반면, 절 믿지 않으신 분들은 어쩔 수 없겠지만, 정말 좋은 기회를 놓치신 데 대해 조용히 애도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니까 왕박사의 말을 쫓아 매수를 주저했던 사람들은 오늘 최고의 수익 찬스를 놓쳤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런 현수의 언급이 끝나자마자, 조금 전 왕박사의 아주 격앙됐던 목소리를 잊지 않고 있던 인방 시청자들은 더는 참지 못하고, 일제히 인방 게시판에 분노를 터트렸다.

「존나 구려, 왕박사 저 새끼, 저번 진양화학 때도 개말아 먹더니」

「내가 미쳤지, 왕박사 말에 홀라당 넘어가다니」

「개 쩔어, 개미군단님 짱!」

「왕박사 개좇 됐다」

「무슨 저 타이밍도 못 읽고, 지가 전문가라고?」

「순 사기꾼 새끼」

「왕박사 꺼져!」

「꺼져라!」

「꺼져!」

「꺼져!!」

「순 사기꾼 새끼」

「아 놔, 2,030원 고점에서 매수했음. 짜증 이빠이」

「왕박사, 퇴물 다 됐네」

「올해 최고의 반전 드라마?」

「하한가 직행? 야! ㅆ바 상한가 직행하겠다!!!」

「존나 ㅆ구려」

「ㅂㅅ새끼가 어따대고 우리 개미군단님한테 미쳤다고 지랄이야?」

「왕박사! 이제 은퇴하시지」

「진양화학 2탄 터진 거심?」

「존나 꼬시다 왕박사 ㅋㅋㅋㅋ」

「존나 잘난 척 쫄라하더니, 존나 쪽팔리겠다」

「눈 봐라, 썩은 동태 눈깔, 왕박사」

「미쳤지, 내가 미쳤어, 왕박사 말을 믿다니」

「왕박사 너 ㅅㅂ, 밤길 조심해」

「존나 괜히 쫄았네. 왕박사 썩을 놈」

「근데 저 사람, 개미군단 유명해?」

「야! 개미군단님도 모르셔? 우린 그분 팬클럽 소속 ㅎㅎ」

「개미군단님 종토방 최고 스타!!!」

「개미군단님은 주식의 신 ㅎㅎㅎ」

「개미군단님 초 울트라 짱!」

지금 왕박사에게 쏟아지고 있는 분노는 잠시 후 개미군단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왕박사, 그는 표정을 바로 고친 뒤, 시청자들을 향해 자신의 의견을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흠흠. 저도 이제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뭐, 전문가들도 항상 당황하는 게 바로 주식판은 너무 변수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소 뒷걸음질 치다가도, 어쩌다가 맞을 수 있는 게 바로 이런 주식판입니다. 어쨌든 조금 전 상황은 무척 위험했던 게 사실이지 않습니까? 우리 회원님들께서는 항상 조심하셔야 합니다. 잘 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망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흠흠. 저는 전문가, 비전문가 시절을 포함해서 주식 인생 30년 동안 별의별 산전수전을 다 겪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도박은 절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주식은 절대 도박이 아닙니다! 음, 음!”

그렇게 왕박사는 조금 전 일을 폄하하는 발언을 했는데, 이때 현수가 바로 웃으며 그의 말에 대응했다.

“그럼 왕박사님, 지금 차트를 보시면, 앞으로 호가 방향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그렇듯 갑자기 현수가 자기에게 질문을 던지자, 순간 몸이 움찔해지는 왕박사. 그 순간, 그는 재빨리 동공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현재 호가창의 변화를 보면서 그래도 뭔가를 깨달은 듯 두 눈을 반짝거렸다.

현재 호가는 2,150원을 찍은 뒤, 매도 매물들이 갑자기 몰려들면서 호가가 조금씩 떨어지려고 하는 국면이다. 즉, 호가가 갑자기 너무 올랐으니 조정이 필요한 상태. 특히, 점점 매도 기세가 강해지고 있어, 어쩌면 순식간에 피뢰침만 만들고 호가가 다시 주저앉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음. 마침 질문을 하니까 전문가의 입장에서 제가 답변을 하자면··· 뭐, 저의 오랜 수십여 년간의 경험상, 현재 구간은 정말 위험합니다. 이건 금방이라도 추락해서 무너질 수도 있고, 특별한 호재가 없는 상태인데도 반등 기세로 호가가 급등한 거라, 더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적절한 때 매도부터 하시고, 그렇게 수익을 챙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렇듯 애매하게 인방 BJ다운 코멘트를 했는데, 그 코멘트를 마친 왕박사는 곧이어 현수를 노려보며 자신의 화살을 날렸다.

“그럼 제 의견은 들으셨을 거고, 그럼 개미군단님 의견은 뭡니까?”

이때, 현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무척 매섭다. 그러나 현수는 그런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단지 카메라 정면만 바라보며 대꾸했다.

“아무래도 앞으로는, 아까보다 더 좋은 매수 찬스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제 생각은 작은 수익이 언제든 터질 수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제 의견은, 지금이라도 매수를 원하시는 분들은 매수를 하시길 권장합니다. 물론 이때 투자자분들께서는 항상 신중해야 합니다. 그것만 지키신다면, 지금 당장 매수하셔도 무방합니다.”

그렇듯 현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왕박사는 바로 짜증을 냈다.

“아니, 이 새끼는 계속 내 말에 반대로···.”

그러나 그 순간, 왕박사가 흠칫 놀라며 입을 꾹 닫았다. 지금 생방송 중이라는 것을 깜빡할 정도로 확 짜증이 났던 것이다.

그래서 얼른 표정을 고친 왕박사는 다시 말했다.

“흠흠. 그러니까 제 말은 무조건 조정이 시작될 거라는 겁니다. 너무 많이 올랐어요. 딱히 호재도 없는 이런 종목에서···.”

그러나 이때, 현수는 이번에도 놓치지 않고 그의 말에 바로 반박했다.

“왕박사님, 아까 저한테 새끼라는 발언을 하셨는데 그 발언에 대해서 꼭 사과 발언을 하시기 바랍니다. 명예훼손 사유가 됩니다. 그리고 또, 왜 호재가 없습니까? 그간 유상증자 유언비어 때문에 주가가 크게 추락했습니다. 그 악재가 해소된 것만으로도 상당히 큰 이슈가 큽니다. 이건 더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순간, 왕박사의 얼굴은 갑자기 벌겋게 달아올랐다. 자신이 말 실수를 하긴 했지만, 젊은 놈이 그걸 또 따지고 들지는 몰랐던 것이다. 단 하나도 자신에게 지지 않으려고 하는 현수의 모습에서 결국 왕박사는 말문이 턱 막히고 말았다.

그리고 바로 그때, 또 다른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현수가 조금 전에 언급한 호재 분석 이슈가 개미들에게 또 다른 믿음을 준 모양이었다. 그때부터 호가창은 다시 날뛰기 시작했다.

특히, 2,190원대까지 쭉 몰려있던 대형 박스권은 순식간에 무너졌고, 호가는 더 높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악재 해소와 현수의 마법, 이것이 이중으로 겹치게 되자, 중소형 규모인 이 종목은 미치듯이 주가가 솟구쳤고, 마침내 전날 종가 대비 +28%대의 구간에 진입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이제 상한가를 코앞에 두게 되자, 삐딱소녀, 강남미녀 등 모든 사람들은 더 가슴을 졸이며 호가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어느덧, 오전 11시 2분 31초! 장 시작 뒤 불과 2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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