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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듯이 열광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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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런, 그냥 물어볼 걸 그랬나?’
그렇듯 최인영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현수는 이내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다. 개미군단을 아는 최인영에 대한 궁금함이 있었는데, 그것을 충족하지 못하자, 계속 최인영이 머릿속에 생각이 나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대한민국 최고 스타.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서 그 사정을 물어보는 것도 요원한 상황이다. 그저 조금 전이 딱 좋은 기회였는데···.
‘흠, 근데 실제 보니까 진짜 엄청나구나.’
최인영도 그렇지만 조세아 역시 그 작은 얼굴에 그렇게 눈들이 이쁠 수가 없다. 마치 머리 뒤로 후광이 발산하는 듯, 빛이 나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들 스타, 스타, 그런 말들을 하나 보다.
“아, 김 대표님! 거기 계셨군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쪽으로 저랑 같이 가시죠. 좀 더 소개해드릴 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다시 나타난 이원진 부사장. 그리고 그의 배려로 현수는 몇몇 금융계 경영진들과 또 인사를 나눌 수 있었고, 그 뒤 밤 10시쯤이 되어서야 파티장을 나와 마침내 집으로 귀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듯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 2022년 7월 7일 토요일 파티는 그렇게 끝이 났지만, 그 이후부터 현수에게는 새로운 일들이 계속 이것저것 생겨나게 되었다.
특히, 그 다음 주 화요일 오전, 이때 현수는 새 인재를 뽑는 직원 면접 과정을 꼼꼼하게 실시했고, 그리고 다음 날 수요일에는 친구 창석과 함께 최민석 촬영감독이 운영하는 작은 스튜디오를 방문해서, 그곳에서 인방 연습과 카메라 대응 요령 등을 숙지하게 되었다.
“근데 그러고 보면, 김 대표님은 의외로 타고난 감각 같은 게 있으신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찾아본 주식방송 BJ들은 좀 딱딱한 면들이 있던데··· 지금 딱 좋습니다. 그런 식의 부드러운 눈빛과 말투! 이게 딱 꿀단지죠. 하하, 아주 좋습니다. 다만, 한 가지 포인트! 강약 조절! 특히 강하게 들어갈 포인트에서 더 세게 눈빛을 주는 게 좋습니다! 드라마 같은 덴, 그런 연기가 들어가면 리얼감이 증폭되거든요.”
특히, 최민석 촬영감독은 필드 경험이 아주 많다 보니, 현수에게 그런 평가를 했는데, 현수에게는 아주 좋은 조언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덧 다음 날 목요일 저녁이 되자, 이때 현수는 이번에는 Stock24 촬영장을 직접 방문해서 생방 연습을 하게 되었다.
일 처리가 무척 빠른 최현세 PD. 그 때문에 생방 일정이 아주 빠르게 금요일로 잡히게 되었는데, 그래서 현수는 지난 월요일부터 이 일로 아주 바빠진 것이었다.
그리고 이날 밤 10시쯤이 되자, 현수는 최현세 PD를 비롯한 관련 스탭들과 함께, 내일 추천 종목으로 선정된 회사 정보에 대한 분석 회의를 진행했고, 또한 파일럿 생방의 운영 방식 등에 대해 회의도 동시에 진행하게 되었다.
그렇듯 바쁘게 목요일을 보낸 뒤, 어느덧 다음 날 금요일 아침이 되자, 현수는 마침내 만반의 준비를 마친 뒤, 생방 시각보다 훨씬 이른 시각인 아침 7시쯤 되어서, Stock24 촬영 세트장에 도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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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서 오십시오. 약속한 대로 일찍 오셨군요. 하하, 오늘 첫 생방인데 준비해야 할 일들도 좀 있고··· 근데 기분은 좀 어떻습니까?”
아침 7시. 그럼에도 이미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는 촬영 세트장. 사실, Stock24의 촬영장은 대형 창고형 공간인데, 이곳에는 총 10개의 세트장이 존재하고 있었다. 또한, 인방 쪽 대기업답게 관련 스탭들의 숫자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한편, 아마추어 BJ 생방 프로젝트인 ‘뉴페이스 파일럿 인방’의 공식 담당자가 된 강윤석 PD. 그는 현수를 전담 마크하게 된 터라, 현수가 세트장으로 나타나자, 아주 밝은 표정을 하면서 오늘 기분을 묻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그는 BJ 왕박사의 전담 PD다. 하지만, 저번 진양화학 주가 대형 폭락 사건으로 인해 BJ 왕박사의 입지가 자연스레 좁아지게 되자, 덩달아 담당 PD인 그도 아주 난처해졌던 게 사실이다.
그나마 이번 뉴페이스 파일럿 인방을 담당하게 돼서, 한숨 돌리게 됐는데···. 특히, 이번 파일럿 생방에서는 어느덧 용도 폐기급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BJ 왕박사를 완전히 다른 쪽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 전환이 생긴 것도 사실이었다.
“···그럼, 오늘 추천 종목 설명 때, 절대 떨지 마시고, 그냥 차분하게 진행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어제 회의 때 말씀드린 대로, 왕박사님은 보조 게스트로 이번 생방에 참여하실 겁니다. 생방 도중에 혹시 돌발 변수가 나오면, 그때마다 왕박사님이 적극적으로 도와드릴 겁니다. 그러니 아무 걱정 마시고, 저희가 신호를 보낼 테니까, 저희 쪽 카메라 쪽을 항상 잘 지켜보시면 됩니다.”
그러면서 강윤석 PD는 다시 한번 진행 절차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러니까, 이번 생방은 현수 단독 생방은 아닌 것이다.
즉, BJ 왕박사가 게스트로 참여하는 형식.
결국, 이번 파일럿 생방을 통해서 신진 BJ를 발굴하려는 이 프로그램을 정착시키는 일 외에도 왕박사의 추락한 이미지를 개선해보려는 전략이 동시에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어느덧 8시쯤 되자, 가볍게 방송용 분장을 하고서 현수는 드디어 세트장 중앙에 앉게 되었데, 바로 그때 나이 많은 BJ 왕박사가 세트장으로 나타났다.
사실, 어젯밤 회의 때 잠깐 인사를 나눴지만, 인상이 딱딱하고 말투도 좀 고리타분해서 현수의 성격과는 맞지 않은 사람이었는데···. 그런 그는 세트장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인상을 쓰며 처음부터 틱틱거리기 시작했다.
“강 PD!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당신은 잘 알지? 나는 K증권에서 팔팔 날아다녔던 사람이야! 외국 기업에서 스카웃 제의도 받았어. 근데 여기 들어왔는데, 기껏 이게 뭐야!! 내가 지금 아주 참고, 또 참고, 또 참는 거 알지? 수십 번이나 마인드 컨트롤도 했어.”
“아유, 왕박사님. 대체 왜 이러십니까? 저번에도 계속 말씀드렸잖습니까? 좀만 더 참으세요. 저번 주 수익률 10% 넘은 거, 저희가 지금 아주 열심히 홍보하고 있습니다. 진양화학 건은 이제 슬슬 덮어야죠. 그러니까, 이번 일은 양해해 주시고, 파일럿 생방하면서 좀 많이 도와주십시오.”
“아이씨! 내가 강 PD 얼굴이 아니었으면 진작에 여기 나갔어. 그때 당한 수모 생각하면 지금도 이가 떡떡 갈린다니까. 시발! 누가 폭락할 줄 알았나? 그 사기꾼 새끼들이 작당을 하고서 언론플레이까지 했는데, 누가 그런 데서 빠져나와? 죽어도 다 털리지.”
그렇듯 초장부터 계속 신경질을 부리다가, 왕박사는 뒤늦게 세트장에 앉아 있는 현수를 쳐다보고는 곧바로 표정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때 한 스탭이 그의 인방용 트레이드마크인 하얀 실험 가운을 건넸고, 그는 그것을 바로 착용했다. 그런 뒤, 알이 없는 동그란 안경까지 쓴 뒤, 터벅터벅 걸어 세트장으로 들어섰다.
이때, 현수는 조용히 일어나, 그에게 간단히 인사를 했는데···. 그러나 왕박사는 현수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자신의 자리에 털썩 앉는다. 그 바람에 미간을 살짝 오므리던 현수에게 그는 잠시 후 독백하듯 한마디 말을 툭 던졌다.
“요즘 애들은, 진짜 버릇이 없네.”
“네?”
그 순간, 현수는 바로 반문했는데···. 그러나 그는 현수 쪽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런 그의 안하무인격인 태도 때문에 순식간에 세트장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고 있었다. 이때 뭔가를 눈치챈 강윤석 PD가 바로 다가와 파일럿 생방 방식에 대해서 계속 설명을 하며, 왕박사의 비위를 맞추려고 아주 노력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 사이 시간은 다시 흘러, 어느덧 아침 8시 47분이 되었고, 이제 방송 시작 시각인 8시 50분까지 딱 3분이 남은 상태라, 방송 전 스탭들마저 모두 초긴장 상태가 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무렵!
한동안 가만히 있던 왕박사. 그런 그가 갑자기 난데없이 이 시각에 딱 맞춰, 다시 시비를 걸어오는 게 아닌가.
물론 현수만 딱 들을 수 있는 그런 작은 목소리였다.
“너 이 새끼, 백수 새끼지? 요즘은 개나 소나 전문가라고 개지랄을 하고 있어. 대충대충 책보고 공부한 새끼들, 그런 병신 새끼들이 이 판에 들어오니까, 인방 방송, 다 사기꾼이라는 개소리나 듣지. 괜히 아는 척하지 말고, 종목 소개 끝나면, 그냥 주둥이나 닥치고 있어.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그리고 그 순간, 현수의 얼굴은 곧바로 확 붉어지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질 나쁜 직장 상사들이 있는 직장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현수. 그로서는 이런 험담은 생전 처음 듣는 것이었다.
그래서일까. 최악의 꼰대인 왕박사의 말투와 행동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현수. 그는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고, 곧바로 목에 심한 핏대까지 세우며 세트장이 울릴 정도로 큰 고함을 지르고 말았다. 그러고 보면, 이럴 땐 직장 경험이 없는 게 그나마 시원스러운 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왕박사는 정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얼굴이 아주 순해 보여서, 자신의 험담을 들어도 함부로 대들지 못하고 그냥 속앓이만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녀석이 생방을 하게 되면, 더 당황해서 완전 바보 멍청이가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즉, 비열하게도 그런 상황까지 고려했던 왕박사. 이때, 자신의 가치는 저 녀석을 밟고서 아주 아주 빛이 날 거라고 예상했던 것이다.
그런데 하필 젊은 상대가 생방 직전에 저렇게 폭발을 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뭐야!! 대체 왜 그러세요?”
놀란 강윤석 PD. 그는 즉각 세트장으로 뛰어들려고 했으나, 놀란 스탭들이 재빨리 그를 제지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그 자리에 서서 고함을 질렀다.
방송 시작까지 딱 1분 33초가 남은 시각.
아주 위급한 상황이다.
방송사고가 터질 수도 있는 상황!
서둘러 현수를 진정시킨 강윤석 PD. 그리고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왕박사를 노려봤다. 이때 얼굴이 납덩이처럼 굳어진 왕박사, 그는 애써 모른 척하며 입을 꾹 닫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도 다행히 현수가 다시 자리에 착석하게 되었고, 그렇듯 모두가 불안한 가운데 드디어 생방이 시작되게 되었다.
“음. 음. 안녕하십니까? 유료회원님들, 그리고 무료 회원님들, 오늘도 재운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그럼 시작에 앞서, 파이팅부터 먼저 외쳐보겠습니다. 파이팅! 하하하, 저는 BJ 왕박사, 인사드립니다. 그럼 오늘 방송은 일전에 말씀드린 대로, 특별히 아마추어 전문가 생방 프로젝트인, 일명 뉴페이스 파일럿 인방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메인 BJ가 아니라, 보조 BJ로서 틈틈이 그 역할을 다하게 될 겁니다. 먼저 이 분부터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 분은 웹상 종토방에서 꽤 유명세를 날렸다고 하시는, 일명 개미군단님이십니다. 오늘 딱 하루만 여기서 볼 수 있는 특급 아마추어 BJ, 개미군단님을 힘차게 환영해 주십시오.”
그렇게 인사말을 끝낸 왕박사는 약간 굳은 표정으로 현수를 쳐다봤고, 이때 현수는 언제 화를 냈냐는 듯 아주 환하게 웃으며 자기소개를 다시 이어 나갔다.
특히, 오늘 방송은 기존 유료방송이 아니라, 무료방송분도 포함되다 보니, 유료, 무료 가리지 않고 누구나 접속할 수 있게 되는 프로모션 방송이다. 대신에 이 방송에 후원 기능을 설정했는데, 이런 방송 모델은 Stock24의 초기 방송 모델이기도 했다.
즉, Stock24는 방송 초창기, 유료회원 모집이 아니라, 한동안 광고 수익이나 별사탕 수입 등으로 상당한 수익을 창출했는데, 특히, 다른 인방과의 차이를 두기 위해서 별풍선이 아니라 별사탕이라는 용어를 쓰며 후원금으로 받아 수익으로 삼았고, 이때, 후원에 쓰이는 별사탕 1개의 가치는 딱 100원 가치였다.
그리고 잠시 후, 현수의 얼굴이 크로즈업되면서 생방 화면 가득 잡히게 되자, 그 순간 한쪽 인방 게시판에는 한바탕 큰 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보조 BJ인 왕박사로서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
즉, 현수가 미리 댓글러들에게 보낸 이메일 때문에 그들 댓글러들 외에도 현수의 팬클럽 회원들까지 벌떼같이 나타나, 지금 게시판은 마치 소낙비처럼 어마어마한 댓글들이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현수가 먼저 종목 설명을 하는 와중에도, 별사탕 후원들은 미친 듯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펑! 펑! 펑!
터지기 시작하는 후원 열풍들!
비록 진짜 주식방송이 시작하지도 않았음에도, 벌써부터 후원 열풍은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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