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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푸드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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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느덧 30분 뒤.
“하하하, 하하하! 정말 말씀을 잘하시는군요! 하하하, 이중현 변호사님으로부터 대표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 훌륭하신 젊은 경영자분을 이 자리에서 뵙게 되어서 정말 기쁩니다. 그런데 막 회사를 시작하신다는 분이 어떻게 법적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아시게 됐습니까?”
이때, 참치 볼살을 쌉싸래한 멍게내장 소스에 찍어 먹던 현수는 그 쫄깃쫄깃한 식감을 느끼면서도 차분하게 대답했다.
“네. 사실, 주변 도움이 좀 있었습니다. 벤처사업을 해 본 친구가 있었고, 그리고 저도 이것저것 많이 찾아보고, 또 공부도 많이 했습니다.”
“아, 그렇군요.”
“하하. 그보다 변호사님, 오늘 이렇듯 갑자기 시간을 부탁드렸는데, 흔쾌히 응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전 괜찮습니다. 오늘 일정은 다 소화하고 온 겁니다. 그리고 뭐, 제가 있는 곳이 검사 생활할 때보다 너무 늘늘해서, 솔직히 죽을 맛입니다. 대형 로펌 쪽이야 일이 많이 쌓인다고 하지만, 이곳은 규모가 작아 꽤 한가한 편입니다. 뭐, 사무실 대표가 제 대학 선배라, 그나마 저 같은 놈도 받아준 거라 고맙기도 합니다.”
보통 전관 변호사에 유명인사라면 큰 대접을 받을 수 있을 텐데, 김주연 변호사는 이미 정·재계에서 크게 찍힌 사람이었다.
물론 야당 쪽으로부터 정치인 데뷔 오퍼가 왔다고 하지만, 그쪽 성향은 아니다 보니 거절했고, 결과적으로 그는 오갈 데가 없어진 상황이었다. 그렇듯 반골 검사로 이름이 나 있다 보니, 그는 지금 사회적 푸대접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그럼에도 지금 그의 모습을 보면 겉포장이 거의 없는 아주 솔직한 사람 같았다. 거기다가 능력도 아주 출중한 사람이라, 이중현 변호사는 그를 현수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했던 모양이다.
“그럼 변호사님. 제가 술 한 잔 따라 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좋습니다. 저도 따라드리겠습니다.”
그렇듯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김주연 변호사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약주를 잘 드시는 모양입니다?”
“네. 저도 좀 합니다. 변호사님.”
“하하, 아주 좋습니다. 제가 올 초에 검사복을 벗고 나서, 우울한 마음으로 계속 술을 마셨는데, 오늘은 정말 활기가 차서 아주 좋습니다. 하하하.”
그 때문에 술이 든 하얀 도자기 주전자는 어느새 가벼워지고 있었다. 한편, 반골 검사, 정의로운 검사, 촉망받는 젊은 법조인,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뛰어난 소장파 검사, 이런 명칭들을 한몸에 받았던 김주연 변호사는, 이때 남을 잘 배려하면서 남의 일에도 관심이 많은 현수의 태도와 한편으로는 현수의 차분한 말투가 마음에 드는 듯, 좀 더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즉, 대외적 이미지가 강철 검사인 것과 달리 실제로는 억울한 일들을 많이 겪어야 했던 검사 시절 경험들과 그때 답답했던 속내들을 한 번씩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다행히 현수는 그런 일화들이 무척 재밌기도 하고, 또한 무척 신기하기도 했다.
‘와, 진짜 말로만 듣던 검사장 끗발! 진짜 엄청나구나! 근데 이 사람도 진짜 대단한 사람이다. 청와대 외압까지 굴하지 않다니···.’
‘음. 근데 검사장급 전관예우가 그 정도라? 확실히 큰 사업을 하려면, 전직 검사장 정도는 있어야 돼.’
‘음. 하긴, 어느 사회든 정·재계, 법조계 등, 비리가 없을 수는 없지. 근데 이 분, 그 이야기를 할 때마다, 진짜 칼같이 예리해지는구나. 역시!’
그렇듯 이런저런 그의 경험들을 들으면서 한편으로는 영리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현수.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법조인의 경험담은 현수에게 인생 지혜들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한편, 45살의 김주연 변호사는 이제 겨우 27살에 불과한 젊은 사업가 김현수가 조금씩 마음에 들고 있었다.
특히, 자신을 바라보며 대화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그의 진지한 눈빛이 마음에 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바로, 학창 시절부터 친구들이 현수를 좋아하게 된 이유인데, 김주연 변호사 역시 맑고 순수한 현수의 눈빛과 태도가 무척 마음에 드는 것이다. 더군다나, 눈앞의 젊은 사업가는 평소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이중현 변호사가 자신에게 직접 추천한 사람이 아닌가.
특히, 최근 들어 자신과 관련된 모든 법조계 상황들이 진저리가 쳐져, 이제 다른 쪽으로 활로로 고민하던 중이었고, 그런데 그런 와중에 이런 추천이 들어온 것은 나쁘지 않지만, 다만 그는 딱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한편 그로부터 잠시 후, 요리사가 직접 가져온 참치 눈물주로 각자 원샷한 뒤, 더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자, 이때 현수는 비로소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 듯 조심스럽게 본론을 꺼냈다.
“그럼 변호사님, 오늘 제가 변호사님을 뵙고자 한 이유를 이제 말씀드려야겠습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제가 드리는 제안이 혹시라도 부족하더라도 절대 오해하지 마십시오. 변호사님의 뜻은 언제든 경청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먼저 양해를 구한 뒤, 현수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우선,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이제 막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한테 사업 자금은 충분합니다. 다만, 저는 아주 훌륭하신 분들을 모시고, 좀 더 크게 보고, 좀 더 원대한 사업을 벌이고 싶습니다. 국내뿐만이 아니라 국외, 저 멀리 미국, 유럽까지 뻗어 나가는 그런 회사를 키우고 싶습니다. 그래서 지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만약 김 변호사님께서 저희 회사에 합류해 주실 수 있다면, 지금 받으시는 연봉보다 훨씬 더 높은, 연봉 5억 원과 추가 인센티브, 그리고 법무실 팀장. 즉, 이사 직책을 드리겠습니다. 제 나이가 어린 것을 떠나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또 그것을 번창시켜 나간다는 의미에서, 저와 함께 큰 회사를 만들어 보시지 않겠습니까?”
아주 차분하면서도 아주 힘있게 제안을 마친 현수. 그러나 김주연 변호사의 표정은 알쏭달쏭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한때 공시생 백수 신세에 불과했던 현수. 그런 그가 이제 사회적으로 저명한 젊은 법조인에게 오퍼를 던질 수 있는 그런 위치에까지 서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김주연 변호사는 약간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음. 제안은 감사히 받겠습니다만, 다만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저도 조금 생각할 기회를 주십시오.”
“물론입니다. 이런 일들은, 좀 더 깊이 생각하고, 또 진행해야 할 일들이 맞습니다. 다만, 혹시 시간을 내셔서 저희 회사를 한번 방문해 주시겠습니까? 저희 회사부터 보시고, 또 제가 하는 일들을 보시면, 좀 더 저희에 대한 믿음이 생기게 될 겁니다.”
“하하, 좋습니다. 그럼 제가 최대한 일정을 내서, 이번 주 안으로 그곳을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근데 시간은 괜찮습니까?”
“언제든 좋습니다. 김 변호사님.”
그러고는 현수는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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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7일 목요일 새벽.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 일찍 일어난 현수는 헬스장을 다녀온 뒤, 차가운 물로 샤워를 마치자마자 일찍 회사에 나갔다.
회사 본사 건물은 현재 전문 보디가드들이 삼엄하게 경비를 하고 있는 터라, 확실히 체계가 잡힌 모습이다.
이 모습에 만족한 현수는 4층 401호,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가 컴퓨터를 켰고, 곧바로 현재 시간부터 확인했다.
아침 7시 25분.
서둘러 해외선물·옵션창부터 띄우고, 동시에 국내 주식창도 다른 모니터에 띄웠다. 이제 제대로 한 건을 다시 터트려야 할 것 같았고, 그래서 이전보다 더 집중하다 보니 현수는 정신없이 바빠지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아침 8시 28분 32초.
‘좋아. 오늘은 이 종목을 메인으로 해서 진행해 보자.’
그렇듯 현수는 간만에 해외옵션 종목 하나를 집어내게 되었고, 이제 본격적인 투자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물론, 국내 주식 종목 베가독스 투자 건이 아직 남아 있어서, 한쪽 모니터에는 베가독스 호가창을 띄어둔 상태다.
‘음. 근데 이 종목은 미국 개별주식옵션 종목 쪽이라, 확실히 생소하단 말이야. 뭐, 그래도 기초자산(주가) 차트만 잘 들여다보면, 뭔가 방법이 생기겠지.’
즉, 장내 파생상품들 중의 하나인 개별주식옵션에 현수는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특히, 이런 거래는 결국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삼기 때문에, 미래 시점을 기준으로 하되, 향후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권리들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즉, 이런 옵션들은 결국 만기일에 실물 주식을 인수하고 인도하는 실물 결제방식으로 이루어지게 되는데, 다행히 장중에 옵션들을 사고팔 수가 있어, 기초자산 변동성을 기준으로 다양한 헷지 전략들이 가능해진다.
다만, 현수가 관심을 두고 있는 종목은 미국 개별주식옵션 쪽이라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아주 생소한 게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국내에서는 일반인들이 국내 증권사를 통한 미국 개별주식옵션 거래는 사실상 금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할 수 없이 현수는 회사 법인 이름으로 거래를 하되, 또한 미국 영주권자인 박창석의 신분을 이용해서 아주 어렵사리 미국 현지 선물·옵션계좌까지 오픈해둔 상태다.
즉, 회사 설립과 함께 이런 일들을 차례로 세팅하느라 그간 박창석은 나름 신경을 많이 썼던 게 사실이다.
‘흠. 근데 이게 뭔가 잘 될지 모르겠지만, 뭐든 시작부터 해 보자. 그래도 확실한 것은 최근 2주일 간 가장 큰 변동성을 보였고, 가장 위험한 종목! 가장 위험한 도박! 이런 상황이 나한테 딱이니까.’
사실, 국내 장내 파생상품 쪽에도 30여 개의 개별주식옵션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그 변동성이 생각보다 크지 않아 현수는 썩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시장은 뉴욕증권거래소(NYSE), 나스닥(NASDAQ), 아멕스(AMEX) 등, 주식상장 총 종목수가 무려 7,500개를 넘어서고 있었고, 또한 개별주식옵션은 그 절반 정도에 해당되는 숫자가 존재하고 있다 보니, 그 다양성이 어마어마했다.
물론 시장이 너무 커서 그 전체를 모두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가장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종목들은 좀 더 쉽게 찾아낼 수가 있다.
‘근데, 이 찰스푸드스. 이 식품회사는 왜 갑자기 난리지?’
특히, 최근 몇 주간 이 종목은 변동성이 너무 높아, 옵션 승수가 수십 번이나 엇갈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런 변동성에 주목하며, 현수는 주 단위로 만기가 되어 돌아오는 위클리 옵션 쪽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리고 그때부터 현수는 아주 바쁘게 미국 주가 차트와 옵션창을 대비해서 보며, 전략을 세워나갔다.
물론, 이런 옵션 쪽은 미국증시가 개장되는 시각에 맞춰 대응을 하는 게 맞겠지만, 미리 준비해서 나쁠 것도 없다.
‘음. 어쨌든 현재, 주가가 폭락한 상태에서 풋옵션 매수 쪽이 극성을 부리는 시점이니까, 이건 꼭 공매도 상황 같네.’
그러나 그런 주가 폭락이든 주가 상승이든 간에 미리 정확한 값을 알게 된다면, 큰 대박이 터지는 게 바로 선물·옵션 쪽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즉, 변동성 자체가 바로 꿀 같은 대박을 안기는 최대 동력원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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