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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수익률 1,000,000배-81화 (81/170)

<내 수익률 1,000,000배>

상류사회(3)

-31-

지글지글.

구수한 한우 고기의 향은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숯불에서 구워지고 있는 이쁜 한우 꽃등심.

이때 입이 남산만하게 커진 김경수. 그는 고기 겉이 살짝 익자마자 바로 젓가락질을 시작하고 있다.

상추 쌈 쪽은 전혀 만지지도 않고, 살짝 소금만 찍고서 곧바로 입에 넣는 녀석.

우물우물.

“야, 맛있다! 진짜 맛있다!”

평소 잘 먹지 못하던 꽃등심. 이게 웬걸, 그 비싼 꽃등심을 무려 4인분이나 시켜놓은 상태다. 그리고 지금 그는 이 꽃등심만으로 배를 가득 채울 작정이다. 그렇듯 흥분한 녀석의 모습에 현수는 바로 입가에 미소를 띠다가, 잠시 후 자신의 소주잔에 소주를 가득 따라 채웠다.

“야! 너 뭐하냐? 내가 따라줄게.”

정신없이 고기만 먹던 경수가 뒤늦게 손을 뻗는다.

“야, 괜찮아. 이미 따랐어. 근데 넌 뭐하냐? 너도 좀 마셔.”

현수는 경수의 손을 가볍게 물리쳤고, 대신에 그의 앞에 놓여있는 가득 채워져 있는 소주잔을 눈짓을 가리켰다. 그러자, 경수는 ‘아!’ 하며 신음성을 내더니, 얼른 자신의 술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단숨에 잔을 비우고 있는 녀석. 그런 뒤, 그는 자신의 술잔을 현수에게 갑자기 내밀었다.

“야, 내가 너한테 술 한 잔 줄게.”

“야, 너 또 왜 그러냐?”

“인마, 너 주식으로 대박났다며? 창석이가 그러던데, 사업도 한다며?”

“아, 그거?”

“인마, 내가 너랑 대체 몇 년이냐? 십 몇 년이나 됐잖아? 그러니까 나도 알 건 다 안다니까.”

“야, 근데 너, 대체 어디까지 아는데?”

“너, 사업? 사업한다며? 돈 좀 벌어서?”

“아, 그건 그렇긴 하지.”

“봐! 갑자기 네가 여기서 만나자고 해서, 나도 좀 알아봤다니까! 근데 창석이가 얼마 벌었다는 말은 절대 안 하더라. 대체 넌 얼마나 대박 친 거냐? 나한테 이리 졸라 비싼 한우 꽃등심도 다 사 주고?”

그러니까 경수와 현수는 고등학교 동창이자, 대학 동창, 거기다가 고시원 학원 생활도 같이 한, 진짜 단짝 중의 단짝 친구다. 그러다 보니, 경수는 고교 동창 박창석과도 잘 알고 지내는 사이다.

“음. 그리 많지는 않고. 조금 이익 봤어.”

“조금?”

“그래. 뭐, 주식 투자가 다 그렇지 뭐. 주가야 오르기도 하고, 또 내리기도 하고, 다 그렇잖아?”

“하긴···. 그래도 좀 이익은 봤나 보네. 그래, 한 몇천 벌었냐?”

“야, 근데 그런 것보다, 너, 저번 지방직 공무원 시험! 그건 어때? 잘 쳤냐?”

그렇듯 대충 말을 때우고 바로 화제 전환을 하고 있는 현수. 그러면서 현수는 소주를 얼른 마신 뒤, 경수의 잔을 도로 돌려주며 그의 잔에 소주를 가득 채워주었다. 이때, 묵묵히 술을 받던 경수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야, 넌 오늘 기분도 좋은데 그런 잡치는 이야긴 왜 꺼내고 그래? 야! 원샷하자! 원샷! 나 오늘 왕창 술 빨고 싶어.”

그 바람에 미처 안주를 먹을 새 없이 경수가 잔을 톡 치는 바람에 현수는 한 번 더 쓴 소주를 목으로 넘겼다.

“하, 쓰다.”

결국, 현수는 얼른 고기 한 점을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었고, 우물우물 씹던 중,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본능적으로 저 너머 안쪽 테이블 쪽으로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사실, 어제 월요일 오후부터 시작해서 오늘 오후 3시 30분, 즉 장 마감 직전까지, 물고 물리는 접전 끝에 자신이 어제 매수했던 삼화공영 종목 주식을 한 번에 매도한 끝에 대략 10억 원 남짓한 돈을 번 현수.

즉,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투자에 앞선 워밍업 차원에서 제법 괜찮은, 꽤 소소한 이익을 얻은 터라, 아주 기분이 좋아졌고, 그래서 정말 기분 좋게 저녁에 친구 김경수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런데 하필 문제가 있었다.

바로 이 장소가 문제다.

“야, 뭐하냐? 내 술잔 비웠잖아!”

“하하, 발동거렸냐?”

“인마, 네가 공시 이야기하니까 그렇잖아. 빨리 따라봐.”

곧이어 각자의 술잔이 가득 채워지자마자, 다시금 금방 술잔을 비워내고 있는 두 사람.

“카하, 난 오늘 술이 달다. 넌 어때?”

“난 쓰다.”

“야, 김현수! 단맛 느낄 때까지 마셔봐. 빨리 받아. 빨리!”

그렇듯 크게 발동이 걸린 경수 때문에 그때부터 두 사람은 정신없이 술을 마시다 보니, 단숨에 소주 2병을 비워냈다.

그 바람에 잠시 머리가 몽롱해지는 현수.

경수 역시 눈이 몽롱해졌다가, 얼른 정신을 차리고는 그는 다시 꽃등심에 탐닉하는 모습이다.

‘하하, 여전하네, 이 녀석은.’

현수는 그런 경수를 보며 씩 웃었다.

사실, 오늘 술 약속은 공부하는 경수 때문에 그간 몇 번이고 미뤄지다가 겨우 만난 것인데···. 그러다 보니 공부하는 경수를 배려해서 현수는 그의 집 고시원 근처, 한우 숯불구이 집을 약속 장소를 잡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약속 장소를 잡고 보니, 정말 우연이 애매하게 맞아떨어진 탓인지, 이 숯불구이 집에서 자신이 아는 사람을 또 만나게 된 것이다.

물론 상대는 자신을 모른 척하고 있었고, 현수 역시 모른 척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현수는 한 번씩 그쪽 테이블로 시선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야, 너 대체 뭐하냐?”

“어? 아! 아니.”

얼른 고개를 돌리고 있는 현수.

“야! 멍하게 있지 말고, 좀 빨리 먹어. 탄다! 타! 한우는 살짝만 익어도 바로바로 먹으면 된다니까.”

이때 경수는 난리를 치며 불판에 남은 고기들을 반반씩 나누어서 불판 가장자리로 옮겼고, 다시 다음 고기를 불판 위에 올렸다.

치이이이익.

순간, 뜨겁게 달구진 불판에 고기가 닿자, 곧바로 소리가 나며 꽃등심이 먹음직스럽게 구워지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경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고, 반면 현수는 쓴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자신의 소주잔을 비워냈다.

그리고 이때, 탁! 소리를 내며 소주잔을 탁자에 내려놓고, 슬쩍 자신의 손목시계를 쳐다보는 현수.

현재 시각, 저녁 7시 38분 36초.

그런데 이 시각, 아니 이 공간이 현수에게는 무척 난처한 시공간이기도 하다.

‘흠, 남자친구가 있었나 보네.’

그 생각과 함께, 자신의 머리를 살짝 신경질적으로 긁적이던 현수는 다시 그쪽을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진짜 사람 일이란 건 아무도 모른다고 하더니, 하필 그 넓고 넓은 서울 땅덩어리에서 하필 같은 숯불구이 집에서 만날 게 뭐란 말인가.

물론, 이곳이 도서관 근처이고, 또 고시 학원들이 밀집된 지역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아주 절묘하게 시간까지 맞아떨어진 것이다.

‘확실히 남친이 맞아.’

현재 남친 같아 보이는 남자와 나란히 앉아 있는 도서관 사서 김상희의 모습, 그 모습을 눈앞에서 보는 게 절대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그런 데다가 그쪽에서는 계속 요란한 웃음소리까지 터지고 있었다.

‘흠. 남자는 별론데.’

비록 허우대는 멀쩡해 보이고, 키도 제법 크지만, 아까 잠깐 본 남자의 얼굴은 그렇게 준수한 편이 아니었다. 그냥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냥 샐러리맨 같은 모습. 다만, 등을 돌리고 앉아 있어, 두 사람을 정면에서 보지 않아도 되니까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한 번씩 눈에 들어오는 그들의 뒷모습은 영락없는 애인 같은 모습이다. 서로 귓속말을 하기도 하고, 또 서로를 쳐다보며 웃기도 하고···.

‘아우, 괜히 쳐다봤나? 괜히 계속 성가시네.’

그렇게 계속 마음을 다독이지만, 이상하게도 계속 그쪽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런데, 바로 그때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그 두 사람의 반대편에 앉아 있는, 즉 그들의 일행인 듯한 여자, 그 여자와 현수의 눈이 딱 마주쳐 버린 것이다.

그 순간, 뭔가 들킨 사람처럼 놀란 현수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는데, 그러다 다시 놀라며 바로 고개를 다시 그쪽으로 돌렸다.

하지만 이때 여전히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여자.

그 바람에 다시 놀라, 현수는 바로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러고는 무안해서 소주 한 모금을 마시다가, 이내 고개를 갸웃거리며 슬그머니 그쪽을 다시 쳐다봤다.

무언가 좀 이상했다.

딱 봐도 김상희의 친구인 것 같은데,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얼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닌가? 흠, 모르겠다. 아씨, 젠장, 내가 계속 왜 이러지? 술이 취했나? 이젠 이쁜 여자만 보면 그냥 기억도 왜곡되나? 참, 나.’

현수는 자기 스스로에게 혀를 차며, 곧바로 소주잔에 술을 가득 채운 뒤, 이내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사실, 김상희의 앞에 앉아 있는 여자는 이런 가게에서는 도무지 보기 힘들 정도로 아주 대단한 미녀다. 도서관 사서 김상희가 이쁘장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그 여자는 그 이상, 그 이상이었다.

즉, 잠깐 봤음에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유난히 눈이 컸고, 얼굴에 은근히 빛이 나는 듯했으며, 또한 긴 갈색 머리가 유난히 도드라지게 보이는 그런 여자다. 특히, 동공이 워낙 새카매서 그런지, 그녀의 인상은 머리 깊이 확 박히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야, 김현수! 넌 대체 또 뭔 생각을 그렇게 하냐?”

“어?”

경수 때문에 다시 정신을 차리게 되는 현수.

“야, 이거! 우리 2인분 더 추가해도 돼?”

“어? 벌써 다 먹었어?”

“야, 이거 양도 얼마 안 돼.”

“그래. 시켜, 시키자. 나도 이젠 좀 제대로 먹게. 오늘 나도 허리띠 풀고 왕창 먹을란다.”

갑자기 이상한 스트레스를 받아 식욕이 왕성해지는 현수. 그 바람에 경수는 환하게 웃으며 바로 주문을 날렸다.

“이모님! 여기 2인분 추가요! 같은 거로요! 소주도 한 병 더 주세요! 참, 여기 마늘도 더 주세요!”

그렇게 다시 고기판, 술판이 벌어지게 되었다.

##

“우와아~ 나 진짜 오늘 기분 대빵 좋다! 내가 너한테 완전 제대로 얻어먹을 줄 누가 알았겠냐? 근데 왜 이래? 왜 이렇게 몸이 흔들리지?”

비틀비틀.

현재 현수와 경수는 어깨동무를 하며 비틀거리고 걷고 있다. 이때, 현수보다 키가 조금 작은 경수는 아주 힘들게 현수의 어깨에 팔을 올리고 있다.

그러고 보면, 어느덧 새벽 2시.

1차 한우 꽃등심부터 시작해서, 2차 노래방, 3차 맥주집, 4차 포장마차까지 원 없이 달린 두 사람.

그간 현수는 투자 일로 바빴고, 경수는 공시 공부로 바빠, 모처럼 만난 두 사람은 그간 쌓인 스트레스를 술과 수다로 풀다 보니, 하룻밤이 모자랄 지경이다.

그 바람에 술이 잔뜩 취해 두 사람은 비틀거리며 좁은 골목길을 걸어갔는데, 곧이어 두 사람은 경수가 살고 있는 고시원을 코앞에 두게 되었다.

이때, 현수의 보디가드들이 좀 거리를 두고서 조용히 뒤따르고 있었는데, 이때 경수는 술 때문에 제정신이 아닌 듯, ‘야, 너 술값 안 냈냐? 누가 계속 쫓아오는데?’ 이러면서 헛소리를 남발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야, 다 왔다. 경수야! 좀 정신 차려!”

어느덧 경수가 사는 고시원 앞에 도착하자, 현수는 경수의 어깨를 흔들며 그의 정신을 깨웠는데, 이때 갑자기 실눈을 치켜뜨고 현수를 쳐다보던 그는 난데없이 목소리를 확 높였다.

“야! 너 완죤 피라미였잖아!”

“어?”

“근데 어떻게 네가 주식 해서 돈을 벌어?”

“야, 그만, 조용히 해. 니네 고시원 앞이야.”

“야! 나야 뭐! 그때 개털되고 손 털었지만, 대체 넌 어떻게 한 거냐!! 가기 전에 노하우나 한번 전수하고 가라!”

그러고 보면, 술 마시는 내내, 계속 그 이야기를 물어보던 경수. 그때마다 현수는 대충 얼버무렸는데, 그 대답이 신통치 않게 들렸던 모양이다. 술김에 다시 고함을 지르고 있는 경수.

“야! 빨리 말해! 형아가 묻잖아!!”

“야, 김경수. 조용히 좀 해. 조용히 하면, 내가 다시 알려주게.”

“야, 빨리 말해. 나도 조용히 했다.”

“뭐? 조용히 했다고? 하하, 알았다. 알았어. 그럼 간단한 팁만 하나 줄게. 그렇다고 괜히 너 주식 하지 마라. 보통 사람은 주식 하다간 돈 다 날리고 말아.”

현수는 눈이 몽롱해진 경수를 한번 쳐다본 뒤, 좀 더 설명했다.

“사실, 이건 내 이야기는 아니지만, 주식 초보들한테 해 줄 수 있는 말이거든. 그러니까 우선 달걀은 한 바구니에 담는 게 아니다. 자칫 한 바구니에 담겨 있다가, 왕창 다 깨질 수 있으니까, 꼭 나눠서 담아야 해. 분산투자! 그리고 다음 말은 초보들한테는 좀 가혹한 말이니까 잘 들어. 주식 장에서 열 번을 먹어도, 개미는 한 번만 날리며 원점 복귀 내지 손절로 개털이 돼. 그러니까 투자는 정말 조심해야 돼. 이때, 꼭 장기투자·소신투자를 하는 게 맞아.”

그렇듯 현수는 진지하게 설명을 했는데, 이때 경수의 표정이 갑자기 이상해지고 있었다. 갑자기 입이 이리저리 움찔거렸고, 한 번씩 목을 앞으로 발작하듯 내미는 모습이다. 그러더니 그는 자신의 입을 사정없이 두 손으로 움켜쥐었고, 동시에 정신없이 고시원 안으로 뛰어들어가는 게 아닌가.

그 바람에 현수는 경수와 작별 인사도 못 나눈 채 멍하니 서 있다가, 뒤늦게 손을 흔들며 등을 돌렸다.

“하하, 괜찮겠지?”

그렇게 독백하며 한 발 내딛는데, 바로 이때 젊은 보디가드 한 명이 현수의 옆으로 바짝 따라붙으며 그를 부축했다.

사실, 조금 전, 경수를 보낸 뒤 뒤늦게 술기운이 확 몰려들던 현수. 다행히 보디가드의 부축을 받자, 그제야 좀 더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럼 사장님, 제가 모시겠습니다. 이쪽으로 가시죠. 차량은 저쪽 끝 도로변에 대기 중입니다.”

이럴 때 좋은 게 보디가드의 존재다. 현수는 그의 부축을 받으며 골목길을 천천히 걸어서 이동했는데···.

“그리고 참, 아까 최승희 과장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게 있는데, 좀 늦었지만 지금 말씀드리겠습니다. 최 과장님 말씀은, 저번에 신청하신 국내 A신용카드사의 블랙카드 신청 건이 심사 통과되어 곧 카드 발급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아마 며칠 내로 카드사 직원이 사장님께 연락을 하실 거라고 합니다.”

“아, 그래요?”

현수는 그저 술김에 씩 웃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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