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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려드는 기자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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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탁. 탁. 탁.
정신없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K일보 이기준 기자. 그러나 다행히 마감 시간에 늦지 않게, 최근 강남권 금융소득 부자들의 투자 형태에 대한 분석 기사를 송고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을 마치자마자 그는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부장님. 마쳤습니다.”
밝은 목소리로 그는 문영석 부장에게 간단히 보고부터 했고, 그 후 문영석 부장이 확인을 마칠 때까지 잠시 대기했다.
“야! 이 기자. 이 원고는 다 괜찮은데, 좀 스토리가 밍밍하잖아. 이거 인터넷판으로 오르면 잘 팔릴지 모르겠어. 좀 더 자극적인 거, 좀 더 센 거, 뭔가 세태 고발적인 거, 서민들 감정도 은근히 자극할 수도 있고, 뭐 그런 거 있잖아? 알잖아?”
“네. 그래서 부장님! 요즘 특집 준비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야, 그럼 그거 좀 빨리 좀 해 봐. 취재는 언제 시작하려고?”
“뭐, 우선은 집 주소 외에도 이제 연락처까지 땄습니다. 하하, 이거 진짜 어렵게 구한 거 아시죠? 개인정보 들춘 겁니다.”
“야, 이 기자! 뭐, 불법이고 나발이고, 그거 적당히만 하면 되잖아! 뭘 그걸 새삼스럽게 말하고 그래?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좀 조심은 하고. 참! 언제 쳐들어갈 건데?”
“오늘부터 직접 연락해 볼 겁니다. 혹시 인터뷰 거절하면 바로 집으로 쳐들어갈 작정입니다.”
“저번에 집 근처까지 가 봤다며?”
“네. 근데 그 뭐냐, 슈퍼개미치고는 아주 소박하게 살더라고요. 위장인지, 아지트인지 몰라도 좀 더 뒤져 보면 바로 알겠죠. 근데 나이도 어린 사람이 어떻게 그런 초대박을 터트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참, 그 뒷조사는?”
“제가 드린 서류 안 보셨어요?”
“봤지. 근데 이게 진짜 맞아? 지방대 출신에··· 소득 하나 없고··· 근데 이게 대체 무슨 대학이야? 이런 대학 들어봤어?”
“아뇨. 저도 처음 봤습니다. 수도권 대학이 아니고서는 뭐···.”
“근데 그런 친구가 유가 옵션으로 초대박을 터트렸다? 그런데도 대졸이라는 거 외에는 딴 게 하나도 없다?”
“네. 완전히 깨끗합니다. 계속 지방에 살다가, 왜 서울에 올라왔는지는 잘 모르겠고. 그간 행적도 좀 불분명합니다.”
“이거 완전 끄나풀 아냐? 차명계좌? 혹은 불법세탁? 탈세 등등.”
“음. 뭐, 우선 만나봐야 알겠죠. 절 피하면 뭔가 구린내가 나는 거고, 만약 진짜라면 제가 대박을 치는 겁니다. 하하하, 부장님! 이건 뭘로 가든 무조건 특종입니다. 특종!”
“야, 야, 조용히 해. 이런 건 조용히 하는 거야. 그리고 참, 우리나라 3대 슈퍼개미들 그 기사 건도 다시 준비해봐. 요즘 개인이고 기관이고, 자금 유동성이 많이 커졌잖아? 근데 그 돈이 별로 들어갈 데가 없어. 결국, 다시 주식이나 파생상품 쪽으로 몰릴 수밖에 없을 거고. 이건 확실히 사람들 구미를 당길 사행성 기사거리야. 이번 건, 확실히 잘 다져 봐. 참, 그 정보출처 건은 무조건 잘 숨기고.”
“넵! 알겠습니다. 부장님.”
이기준 기자는 오늘 자신이 작성한 기사가 잠시 후 무사히 출고 완료되자, 곧바로 자신의 자리로 가서 전화기를 들었다.
잠시 후, 통화상 발신음이 계속 갔지만, 의외로 상대는 전화를 받지 않고 있었다. 보통, 이럴 땐 두 가지 이유다. 무척 바쁘거나 혹은 처음 보는 전화라서 일부러 받지 않은 상황. 다시 말해서, 요즘 워낙 스팸 전화가 많기 때문에, 모르는 전화를 받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져 전화 통화가 무척 힘들 때가 많은 것이다.
‘할 수 없지.’
그는 연달아 3번이나 전화를 건 뒤, 곧이어 힘껏 기지개를 켰다. 이미 집 주소도 있는 상태다. 그리고 그 집 주변 상황도 미리 확인해 둔 터라, 언제든 달려갈 준비가 됐다. 다만, 혹시라도 다른 신문사에서 이 건을 미리 알아차리지 않을까 염려가 되긴 했다. 그러나 여러 경로를 거쳐 개인정보를 유출 받은 뒤 이제 작업을 시작하는 일이라 다른 신문사 기자들도 이번 건은 쉽지 않을 것이다.
‘참, 대한민국 3대 슈퍼개미들, 그 기사도 새로 작성해야 하는데···.’
이른바 대한민국의 전설적인 3대 슈퍼개미들. 이기준 기자는 그중의 몇 사람을 실제 본 적도 있었다.
일명, 압구정 미꾸라지 윤 모 대표, 목포 세발낙지 장 모씨, 전주 투신 박 모씨. 이들은 과거 2000년대 초반 증권시장에서 큰 명성을 떨친, 전설적인 슈퍼개미들이다.
특히, 위험을 이리저리 잘 회피한다고 해서 압구정 미꾸라지라는 별명을 가진 윤 모 대표는 자본금 8천만 원을 선물 투자에 집어넣어 1,300억 원까지 불린 뒤, 아주 유명해진 사람이다.
그리고 목포 세발낙지 장 모씨는 모 증권회사에서 근무하면서 하루 거래 9천억 원대의 선물거래를 중개하면서 투자자보다는 투자계의 큰손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물론 나중에 이런저런 투자를 하다가, 결국 사기 혐의로 징역형을 살기도 했다.
또한, 전주 투신 박 모씨는 개인치고는 자금력이 워낙 대단해, 투자신탁사 하나 정도의 증시 파워가 있다고 해서 ‘전주 투신’이라는 명성을 얻기도 했다.
그리고 이후, 이들 외에도 새로운 슈퍼개미들은 계속 출현했다. 예를 들어, 중소형 회사 종목에 10년 이상의 장기투자를 해서 4,000배가량의 수익률을 보였던 주식 농부 박 모 대표, ‘아는 종목’만 소신 투자해서 자본금 4억 원을 500억 원으로 키웠던 카이스트 김 모 교수, 저평가·저가 종목을 장기 투자해서 큰 수익을 낸 것으로 유명한 손 모 대표 등, 이들은 이미 각종 언론에서 활발히 보도가 되었던 놀라운 투자자들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보통 때와 달리, 장기투자 쪽이 아니었다.
가치투자 쪽도 아니었다.
즉, 단기 투자만으로도 벼락같이 수익을 창출한, 초대형 초대박 사건이 한국 투자계에 터진 것이다.
더군다나 그 일의 주인공은 겨우 27살, 무직자 출신의 젊은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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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막 회사 지하주차장에서 나오던 현수는 갑자기 격렬한 휴대폰 진동음을 느꼈고, 그래서 다시금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지금 아우디 뒷좌석에 편안하게 앉아, 강남 테헤란로에 위치한 공인중개사 사무실로 향하던 중인데, 이때 그는 미간을 약간 찌푸리며 발신자 번호를 유심히 살피지 않을 수 없다.
계속해서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오고 있는 누군가.
벌써 5번째다.
웬만하면 모르는 전화번호는 받지 않은 주의인데, 그럼에도 계속 전화를 걸어오고 있는 상황이라, 결국 현수는 참지 못하고 통화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여보세요.”
그렇게 현수가 입을 떼자마자, 곧바로 짧은 탄성과 함께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오고 있었다.
“혹시 김현수씨 맞죠?”
“네. 그런데요,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아, 다행히 통화가 됐군요. 하하, 저는 K일보 이기준 기자입니다. 정말 갑자기 연락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데 다름이 아니라, 사실 제가 선생님을 잠깐 인터뷰를 꼭 하고 싶습니다.”
“네?”
“아, 놀라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잠시만요, 좀 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저희 K일보는 국내 10위권 안에 드는, 아주 유명한 일간 신문사입니다. 사실, 저희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드리기 위해서 늘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다만, 저희가 김 선생님께 갑자기 연락을 드린 것은, 김 선생님의 뛰어난 투자 감각에 큰 감동받고서···.”
그런데 그 순간, 현수는 깜짝 놀라며 바로 전화를 끊고 말았다. 현수는 진짜 깜짝 놀란 것이다.
K일보 이기준 기자? 그런데 어떻게 그런 사람이 자신의 연락처를 알고서 자신한테 전화를 한단 말인가? 대체 자신의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고서? 또 자신의 투자 감각을 어떻게 알고서? 혹시 인터넷 댓글 방송 때문에? 설마 유가 옵션?? 그러나 그런 사실을 그 사람이 어떻게 알고 있단 말인가. 자신의 연락처가 따로 공개된 적도 없는 데도 말이다.
정말 뜻밖의 상황이라 현수는 우선 갑자기 머리가 멍해졌다. 이건 아직 깊이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잠시만요. 최 과장님. 잠깐 정차 좀 해주시겠어요.”
현수가 그렇게 부탁을 하자, 운전석의 최승희 과장은 곧바로 뒤쪽 SUV 차량에 연락을 취했고, 또한 대로변 끝 차로 쪽으로 바짝 붙이며 잠시 정차를 했다.
그런데 한편, 바로 그 시각!
K일보 이기준 기자는 곧바로 다시 전화를 계속 걸었지만, 상대는 전화를 받을 생각이 전혀 없는 모양이었다.
‘아이씨, 왜 안 받아? 이거 괜히 내 신분을 밝혔나? 그냥 쳐들어갈걸. 흠, 근데, 이거 뭔가 좀 이상한데? 거주지도 그렇고, 확실히 뭔가 냄새가 술술 난단 말이야.’
그러면서 두 눈을 반짝이던 이기준 기자. 그러다가 잠시 후, 그는 갑자기 고함을 확 질렀다.
“야! 배상태! 야, 상태야! 빨리 카메라 챙겨! 지금 나가자!”
그렇게 이기준 기자가 취재 출동을 알리자, 뒤쪽에 앉아 있던 아주 젊은 후배 기자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메라를 즉시 챙긴 그는 백팩을 등에 멘 뒤, 사무실 밖으로 빠르게 뛰어나가는 이기준 기자를 재빨리 뒤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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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 알겠습니다. 부사장님. 네. 그럼 그렇게 알고, 거기서 기다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한편, 현수는 도로변 정차를 하던 중, 이원진 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때, 자신에게 기자가 붙었다는 이야기를 그에게 전했는데, 구태여 WTI 유가 옵션 초대박 사실을 말할 필요도 없이, 워낙 웹상에서 현수가 유명하다 보니, 이원진 부사장은 그 즉시 회사 법무팀을 가동시켜 대처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면, 이원진 부사장은 현재 투자업계에 몸을 담고 있다 보니, 얼마나 기자들이 껄끄러운지 그도 잘 아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자들을 차갑게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주가 상승과 하락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대체로 이런 경제부 기자들이다. 그들이 게재한 기사들 때문에 주가가 갑자기 급등하기도 하고 또는 급락하기도 한다. 또한, 기업의 대중 호감도를 높이는데도 이런 경제부 기자들은 큰 역할을 해 준다. 그래서 어쩔 수 없는 공생 관계인 것이다.
“이제 됐습니다. 최 과장님, 계속 가도록 하죠.”
현수가 그렇게 말하자, 비로소 최승희 과장은 다시 엑셀을 밟으며 아우디 차량을 아주 부드럽게 운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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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잠시 후, 현수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들렀고, 이때 저번 주에 이야기했던 집 구매 건을 이제 마무리 짓게 되었다.
“그럼 저는 청담동 빌라와 한남동 유엔빌리지 쪽 주택, 이 두 곳을 모두 계약하겠습니다.”
그렇듯 현수가 2채 구입을 결정한 것은, 한 곳은 자신이 살되, 다른 한 곳은 부모님이 살 수 있도록 해 줄 생각인 것이다.
“우아, 사장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잠시만요. 그럼 제가 지금 당장 저희 사장님을 모시고 오겠습니다.”
결과적으로 현수가 집 2채 합계 160억 원을 육박하는 거래를 하겠다고 하자, 젊은 직원의 입은 완전히 찢어질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의 일들은 아주 일사천리였다.
다만 청담동 빌라는 한 달 뒤에 입주가 가능하다고 했고, 한남동 유엔빌리지 쪽은 3달 뒤에나 입주가 가능하다고 했다.
어쨌든 현수는 이제 공식적으로 호화 주택 2채의 주인이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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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오피스텔로 가시죠. 근데 참, 최 과장님. 괜히 저 때문에 교대 타임이 좀 바뀌게 됐는데,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우선, 가계약부터 한 뒤, 실제 계약서는 내일 저녁에 그쪽 집 주인 혹은 집 대리인과 계약서를 쓰기로 했는데, 그래서 이제 현수는 자신의 오피스텔로 향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때, 최승희 과장에게 그 이야기를 꺼냈는데, 그녀는 바로 웃으며 대답하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사장님.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네.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참, 좀 있다가 변호사 한 분이 오시기로 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그 일 때문인데··· 제 오피스텔 앞에서 만난 뒤, 근처 커피숍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눌 생각입니다.”
“네. 사장님. 말씀대로 저희도 준비하겠습니다.”
즉, 이원진 부사장은 회사 법무팀 변호사를 바로 현수에게 파견해 준 것이다. 정말 빠른 대처였다.
그리고 잠시 후, 현수는 오피스텔 앞 도로변 한쪽에 정차했는데, 이때 오피스텔 입구 쪽에 가만히 서 있는 여름 정장 차림의 중후한 모습의 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이원진 부사장이 이야기해줬던 그 인상과 딱 들어맞았다.
그래서 현수는 곧바로 차에서 내렸고, 그쪽으로 다가가자 이때 SUV 차량의 보디가드들이 그의 옆으로 바로 따라붙었는데, 그런데 바로 그때 한쪽 옆에서 또 다른 사람들이 번개같이 현수 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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