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수익률 1,000,000배-73화 (73/170)

<내 수익률 1,000,000배>

너! 진짜! 진짜! 삐졌냐?

##

현재 현수의 주식계좌 잔고는 퓨전아이텍 주식 980만 주가 있고, 현금으로 대략 4억 1천만 원이 찍히게 되었다.

최초, 회사 보유 주식 245만 주를 가지고 시작했는데, 주식 숫자는 더 많아지게 된 거고, 현금 잔고까지 생기게 된 것이다.

그런 현수의 거래 내역은 곧 화이트보드에 붙었다.

「김현수: 980만 주 매수, 매수가 20원」

이때 흠칫 놀란 눈으로 그 노란색 포스트잇을 뚫어지라 쳐다보던 스티븐 최와 애런 한. 도무지 말이 되지 않은 전략이 완전히 적중한 모습이었다. 그런 절묘한 방식으로 임시직 팀장은 주식 숫자를 원래보다 더 늘려버린 것이다.

‘주식 숫자는 몇 배로 늘어났고, 덤으로 4억이나 벌었다.’

머리가 좋은 스티븐 최와 애런 한. 단숨에 암산까지 마치고는 곧 표정들이 무척 심각할 정도로 굳어지고 있었다.

아무리 정리매매라고 해도 단일가 20원이 나오는 경우는 절대 흔치 않다. 그런데 그런 최악의 단일가가 나오는 순간, 저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완전히 다른 반전을 만들어낸 것이다. 총 4번의 거래로 그는 완전히 다른 포지션을 잡은 것이다. 장 개장 후 불과 1시간 30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아우, Shit!”

순간, 혈압이 확 오르고 있는 스티븐. 자신이 장 초반 거래를 피한 것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는 것뿐이다. 너무 성급한 매수 혹은 매도는 늘 화를 부르는 법. 그런데 지금은 장 초반에 가만히 있다가 그대로 코를 베인 꼴이다.

“스티븐, 힘내죠. 이건 바닥이니까 다시 오를 겁니다.”

옆자리의 애런이 작은 목소리로 격려성 멘트를 했지만, 해외 유명 투자사 재직 때 더 위험한 헷지 투자에서도 꽤 승수가 높았던 자신이 이런 조무래기 판에서 처음부터 밀리는 것은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퍼큐! 퍼큐! 퍼큐!’

속으로 계속 퍼큐를 외치던 그는 우선 자신의 넥타이부터 쭉 늘리며 길게 풀어냈다. 그 바람에 그의 단정했던 넥타이는 제멋대로 흐트러졌지만, 오히려 숨쉬기가 편해지자, 그때부터 그는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또한 마우스를 정신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모니터마다 각종 차트들이 쉴 새 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했다. 또한, 자신이 직접 만든 시세 예측 프로그램들도 차례로 창에 띄워졌고, 그의 눈과 손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긴박한 변화 속에서, 애런 한 역시 정신없이 모니터들을 살피고 있었고, 또한 무언가를 쉴 새 없이 계산하기 바쁜 모습이었다.

그 바람에 증권거래특수 TFT 사무실은 갑자기 큰 열기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물론 한쪽은 커피 여유가 있는 밝은 열기, 다른 한쪽은 얼음장 같은 열기였다.

잠시 후, 현수는 10시 59분 50초 무렵이 되자 좀 긴장된 표정으로 현재 변동 호가들을 쳐다보다가, 곧이어 11시 30분 근처의 호가를 읽어냈다.

이때, 그의 오른쪽 손가락은 언제든 마우스를 클릭할 준비를 갖춘 상태였는데, 바로 그 순간 현수는 뜻밖에도 매도 주문 버튼을 클릭하지 않고, 바로 마우스에서 손을 뗐다. 그러고는 그는 재빨리 매도 주문창을 지워버렸다.

즉, 이번에는 거래를 시도하는 게 아니라, 보류였다.

한편, 스티븐 최와 애런 한은 눈이 빠지도록 호가창을 쳐다보며 찰나의 결정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 확정은 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호가는 이전 20원보다 많이 올라, 75원에서부터 95원 사이에서 정신없이 오고 가고 있는 모습이다. 즉, 지금 호가는 이전보다 비약적으로 오른 셈이라 지금 매도를 하는 것이 나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결국 두 사람은 뜻 모를 한숨을 내쉬며 마우스에서 손을 떼고 말았다.

그리고 잠시 후, 결정된 단일가는 88원!

사실 이 정도의 호가라면 아까 20원보다는 훨씬 낫지만 그럼에도 이 단일가에 245만 주를 넘기는 것은 그들로서는 도저히 말이 안 되는 게 사실이었다.

즉, 이렇게 팔아봤자 기껏해야 2억 원이 조금 넘는 돈이 생기는 것뿐이다. 목표치에 한없이 미달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문제는 최악의 20원 단일가가 한 번 나온 이상, 언제든 그 아래로 호가가 떨어질 수도 있는 일.

그러고 보면, 20원 호가는 다시 생각해도 최악 중의 최악이었다.

그렇게 88원 매도를 거부한 두 사람은 그럼에도 불안한 마음에 이마를 잡고 멍하니 있거나 혹은 머리를 본능적으로 쥐어뜯다가, 갑자기 뭔가를 확인하고 싶은 듯, 의자에서 살짝 일어났다.

그리고 칸막이 위로 고개를 쑥 내미는 두 사람. 지금 그들의 눈은 화이트보드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즉, 현수가 어떤 거래를 했는지 궁금한 모양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새로운 포스트잇이 화이트보드에 붙지 않았다.

‘오케이, 선방! 고작 20원 때문에 심리적으로 너무 흔들렸어.’

그 순간, 두 사람은 동시에 그렇게 생각하며 안도해 했는데···. 지금 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현수의 거래패턴에 신경이 아주 곤두서게 된 모양이었다.

##

‘와, 근데 이 판은 진짜 도박인데.’

조금 전, 11시 30분 근처의 호가를 읽은 현수는 다음 거래를 기다리며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 그는 이 퓨전아이텍 종목 거래는 그 자체가 도박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통 장외주식으로 보존할 가치가 1이라도 있다면, 20원이라는 최악의 호가는 절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건 정말 심할 정도다.

특히, 아까 20원 때, 수많은 주주들은 심리적으로 무너졌고, 회사 부도가 정말 확정이라고 생각한 듯 그들은 대거 매도 주문을 던지면서, 이때 거래량은 무려 1천4백만 주가 될 정도로 폭증했다.

그리고 그때 거래에 실패했던 사람들은 뒤늦게 88원을 보자 이게 웬 떡이냐며 부랴부랴 매도에 나서면서, 이때도 대량의 물량이 풀렸는데, 누군가는 주식을 매집했고, 누군가는 개털이 되어 털려 나가는 상반된 풍경들이 속출한 것이다.

그리고 실제 종토방에는 이미 욕설과 비명이 난무하고 있었다.

「이건 진짜 개노답, 끝까지 최악!」

「부도 확정! 지금이라도 탈출이 답이다!」

「20원 땡그랑~」

「10원 땡그랑~」

「1원 땡그랑~~」

「존나 개ㅅ발!!!」

「88원에 매도하신 분들, 손 터신 거 축하드립니다」

「곧 10원 임박할 듯, 봐!!! 내 말이 맞잖아!!!」

「늦기 전에 10원이라도 파시는 게」

「88원 매도, 개씹창 –98퍼 개손실」

「전 아직 잡고 있는데··· 부들부들」

「이건 차트상 다시 꼬꾸라질 듯」

「문상하러 왔다가, 미안해서 그냥 감」

「20원? 후덜덜」

「100원 미만 거기서 거기. 빨리 털고 그냥 잊는 게 상책」

「평단가 4천 원! 정일서 그 새끼 꼭 내 손에 죽이고 만다!」

「여러분, 삶을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열린 전화 1393, 24시간 상담 가능합니다」

「혹시 20원에 파신 분?」

「희망 개거품」

「이러다가 정리매매 중단?」

「나쁜 새끼, 벼락이나 처맞아라!」

「(장외거래) 주당 10원에 100만 주 삽니다」

「죽고 싶다」

「88원 매도 완료. 썩을」

그렇듯 분위기는 아주 좋지 않았다.

‘흠, 좀 도와주고 싶은데···.’

그런 동정심이 저절로 생기기도 했지만, 현수는 곧 고개를 젓고 말았다. 그러고 보면 이번 정리매매는 너무 심각한 거래다. 뭘 해도 저들은 절대 이익을 볼 수 없는 구조인 것. 즉, 본래 투자 원금과 비교한다면 절대 그 원금을 회복할 수가 없다.

그런 데다가 정매꾼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이런 도박판에서 자칫 절묘한 힌트가 나가게 된다면, 오히려 자신의 일에 큰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 즉, 자신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980만 주는 너무나도 커서, 이걸 장내에 풀어내기가 무척 힘들어질 수도 있다. 더군다나 이런 물량을 최종적으로 받은 누군가는 결국 큰 손해를 입게 될 판인데, 오히려 그게 다시 저들이 될 수도 있는 일이 아닌가. 그만큼 이곳은 정말 위험한 판이다.

즉, 이곳은 단순히 상승장 혹은 하락장이 아니라, 언제든 판이 뒤집힐 수 있는 그런 어마어마한 변동성의 도박판인 것이다.

‘이미 망가진 주식이다.’

결국, 현수는 쓴 미소를 지으며 주식 종토방에서 나왔다.

아무리 자신한테 능력이 있다고 해도 자신이 모든 사람의 악재를 다 책임질 수는 없는 일. 그러고 보면 저들 주주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것에 대해서 지금 스스로 책임을 지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러, 어느덧 오전 11시 29분 56초.

다시 숨 막히는 거래타이밍이 다가왔고, 이때 현수는 먼저 12시 근처의 호가를 확인했는데, 결국 1초간의 주저함을 끝내고, 이번에도 이번 타이밍을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즉, 자신한테는 980만 주(전체 주식의 12%)라는 좀처럼 다 털어내기 힘든 대량의 물량이 있는 터라, 더는 주식을 추가로 확보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다고 헐값에 팔 생각도 없어, 현재로서는 좀 더 기다려 볼 생각인 것이다.

잠시 후, 확정된 단일가는 56원. 이때, 거래량은 고작 160만 주. 생각보다 물량이 많이 나오지 않았고, 대신에 호가는 더 내려갔다.

아마도 이전 호가에서 88원을 본 터라, 혹시나 하는 사람들이 이번에는 매도를 잠시 보류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다시 12시가 가까워지자, 호가창에 혼란이 갑자기 가중되더니 곧이어 나온 단일가는 정말 어마어마했다.

단일가 26원!

급속도로 떨어져 버린 호가다.

그렇듯 현재 호가는 88원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고, 이날 저녁 6시, 마지막 거래를 마감했을 때, 이때 단일가는 고작 38원이었다.

##

“하하, 첫날인데 어땠습니까?”

Stock24 본사가 입주하고 있는 고층 빌딩의 3층 직원 식당가.

한편, 저녁 6시 20분 무렵, 증권거래특수 TFT 사무실에 잠시 들른 이원진 부사장은 현수와 함께 3층으로 내려갔고, 거기서 두 사람은 저녁을 함께 먹게 되었다. 그 와중에 이원진 부사장은 그렇듯 첫날 소감을 묻고 있었다.

그래서 현수는 오늘 있었던 일들을 간단히 보고했는데, 이때 이원진 부사장의 표정은 여러 번 바뀌고 있었다.

특히, 245만 주씩 나눠서 시작했다는 대목에서 표정이 약간 굳어지긴 했으나, 몇 번의 거래 과정 뒤, 현재 현수가 980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되자, 그의 입꼬리는 한없이 길어지고 있었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뭐든 김 팀장님이 다 알아서 하십시오. 대신에 모든 물량은 장중에 다 털어내야 합니다. 하하하.”

주변을 의식한 듯 작은 웃음소리였지만, 그럼에도 이원진 부사장은 아주 유쾌하게 웃고 있었다.

##

그리고 다음 날, 2022년 6월 28일 화요일 아침.

이른 아침에 현수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회사에 출근했다.

이때, 자신이 가장 빨리 사무실에 도착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자신보다 더 빨리 출근한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스티븐 최와 애런 한.

그들은 현수가 나타나자, 마치 마네킹처럼 굳은 표정을 하며 쳐다보다가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자기 일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이때, 가벼운 목례로 화답한 현수는 조용히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고, 곧바로 컴퓨터를 켰다. 그러고는 캡슐커피머신에서 커피를 뽑아 머그잔에 담았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휴! 또 하루가 시작이네. 근데 오늘 판세는 또 어떨까?’

저절로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실, 어제 장은 말 그대로 종말의 장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십 원, 삼십 원, 이런 최악의 동전들이 호가창을 지배했으니까 말이다.

곧이어 시계를 다시 확인해 보니, 아침 7시 25분.

아주 이른 시각이다.

그러나 미리 준비도 할 겸, 현수는 각 모니터마다 이것저것 차트 창을 띄웠고, 한편으로는 미국 선물시장의 동태와 선물·옵션 동향에 대해서도 차례로 확인해 봤다. 아직 그쪽 시장에 큰 건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지만, 언제든 큰 건이 다시 나올 수 있는 게 바로 그 시장이 아닌가.

‘참, 찌라시도 봐야 하는데.’

사실, 현수가 찌라시를 구독하는 이유는 변동성을 가진 정보 발굴 때문이다. 물론 찌라시 속에는 진짜 허황된 정보들이 많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우연히 좋은 정보들을 발굴해낼 수도 있는 법이다. 즉, 상승이냐 하락이냐 하는 고급 정보들을 찾아내는 게 아니라, 변동성 하나만 잡아낼 수만 있다면, 그 다음부터는 현수 스스로가 척척 알아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메일 형식으로 날아오는 유료 찌라시들을 보기 위해 현수는 자신의 이메일 계정으로 들어갔고, 곧이어 몇 종류의 찌라시들을 몇 분간 눈여겨봤다.

그러고는 곧바로 로그아웃을 하려다가, 때마침 눈에 띄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게 된 현수는 잠시 손을 멈추고 그 화면을 유심히 쳐다봤다.

그러고 보면 현재 현수가 읽지 않은 이메일의 숫자는 무려 +7,253개나 된다. 이 중의 태반이 스팸 메일이겠지만, 그럼에도 그 사이사이마다 익숙한 사람들의 이메일도 섞여 있는 상태다. 다시 말해서, 그것들은 종토방 댓글러들이 보낸 안부 메일들이다.

그런데 유독 눈에 띄는 이메일. 그것을 발견한 현수는 피식 웃으며 그것을 클릭해 봤다.

「야! 개미군단! 너! 진짜! 진짜! 삐졌냐??? 강남미녀」

그게 바로 그 이메일의 제목이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