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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의 마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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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들려오는 매도체결 알람 소리.
지금 현수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식 245만 중의 100만 주를 정말 헐값에 날려 버린 것이다.
매도 단일가는 221원.
총 100만 주의 주식이 대략 2억 2,040만 원(거래세 및 수수료 차감)으로 바뀌면서 아주 초라한 모습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현수의 동태를 힐끔힐끔 살피고 있던 애런 한은 칸막이 너머로 고개를 쏙 빼 들고 쳐다보다가, 곧 비웃음의 눈빛을 날리고 있었다.
그런 뒤, 그는 바로 옆자리의 스티븐 최와 대화를 주고받았다.
“하하, 저런! 장 시초부터 대량 매도라?”
“벌써? 하하하.”
“아무리 장 시초가 좋은 자리라도 해도 기간도 많이 남아 있고, 저건 하수나 할 짓인데.”
“하하하, Just let it go, he'll soon have a fire in the asshole. 하하하.”
이때, 스티븐 최의 목소리 톤이 조금 높다 보니, 현수의 귀에도 그 목소리가 들릴 정도다. 그러고 보면, 그 정도로 그들은 현수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족보도 없는 인방 사기꾼(?)이 전문 투자 기관에 들어와서 자신들의 상전 노릇을 한다고 생각한 듯, 미국식 개방적 사고를 가진 스티븐 최조차도 그게 무척 거북스러운 모양이었다.
그러나 현수는 그들의 말을 한 귀로 듣고 바로 한 귀로 흘려 버렸다. 지금은 그런 쓸데없는 일에 신경을 쓸 데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 감정적인 일보다는 자신이 읽었던 대략 30분 뒤의 호가를 다시금 떠올리며, 현수는 대범하게 새로운 전략을 짜는데 골몰했다.
사실, 그러고 보면, 이런 단일가 매매에서 정확한 호가를 맞추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딱 그 시점마다 단일가가 최종 결정되기 때문에 단 몇 초, 단 몇십 분의 1초 단위에서 오차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현수는 완전히 다른 값을 호가로 오해할 수도 있고, 또 거래 시점을 놓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맹점을 좀 더 다른 측면에서 생각한다면 오히려 현수의 입장에서는 좀 더 유리한 점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즉, 대략적인 호가만 알더라도, 그 직전에 더 낮은 가격을 써서 매도 주문을 던지거나, 혹은 더 높은 가격을 써서 매수 주문을 한다면, 금방 단일가 매매의 맹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장 시초, 매도를 마친 현수의 거래 내역은 곧이어 노란색 포스트잇에 적혀져 벽 쪽 화이트보드에 붙게 되었다.
「김현수: 100만 주 매도, 매도가 221원」
그렇듯 현수의 거래 내역이 담긴 포스트잇이 공개되었지만, 그럼에도 현수는 담담한 기색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팔짱까지 끼고서 모니터들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곧이어 다른 모니터 창에 띄워져 있는 종토방 분위기도 아주 유심히 관찰했다.
그러고 보면 현재 시각 종토방의 모습은 일부 희비가 엇갈리고 있었지만, 대체로 점점 달아오르는 모습이었다.
「결국 9퍼 건진 건가?」
「나 평단가 만원, 고작 2%」
「근데 왜 안 팔리냐고??? 아씨, 230원에 넣었는데」
「혹시 매도하신 분 있나요?」
「존나 열 받네, 갑자기 호가가 개지랄」
「이거 팔 수 있긴 하나?」
「첫날입니다. 다들 힘내세요」
「이제부터 진짜 힘든 시기」
「부도처리 곧 임박ㅠ」
「빨리 털어! 부도각 나고 뒤진다!」
「난 털었다! 바이! 바이! 다들 힘내세요」
「시초부터 진짜 절벽이네」
「혹시 다음번 호가 얼마나 될까요?」
「근데 이러다간 10원짜리 되는 거 아냐?」
「ㅋㅋ 100원 임박」
「100원??? 노노노! 10원 임박ㅎㅎ」
「후덜덜, 1원이 곧 기준가격이 될 듯」
「빨리 털라니까 ㅂ신들! 그러다가 죽창 터진다!」
「주주 여러분, 제가 예전에 거래정지 난다고 빨리 털라던 사람입니다. 빨리 털고 나가요! 죽어요! 죽요!」
그러고 보면, 현재 호가 단위는 50원, 10원 단위가 아니라 고작 1원 단위다. 그 때문에 너무나도 변수가 많은 것이다.
즉, 정확한 호가를 잡으려면 1원 단위로 맞춰야 하니, 이런 1원 단위 거래를 해본 적이 별로 없는 사람들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 시간은 흘러, 어느덧 9시 29분 정각에 가까워지자 현수는 바로 다음 작업을 준비했다.
이번에도 거의 동시에 의사결정을 할 생각. 즉, 다음 호가를 들여다보는 것과 동시에 바로 매수 혹은 매도 주문을 던질 생각인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현수는 대략 10시 근처의 호가를 읽자마자 곧바로 주문을 던졌다.
‘맙소사! 이번에도 매도!’
그 순간, 현수의 손 움직임은 아주 빨라졌는데, 원래 현수의 계획은 이번에는 매도가 아니라 매수 주문을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찰나의 순간, 그 전략이 바뀌면서 현수는 아주 대량의 매도 주문을 집어넣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래체결 알림 소리가 들려왔다.
띠링!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휴!”
동시에 현수는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만다. 조금 전, 현수는 남아 있던 145만 주를 몽땅 매도해 버린 것이다.
이때, 매도가는 268원.
이전 가격보다 무려 21% 상승한 값.
즉, 시초에서 털고, 30분 뒤 주식을 매수하면, 주식 숫자를 더 불릴 수 있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현수는 지금 전량 매도를 택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현수가 지닌 회사 주식계좌에 상당한 금액의 현금이 찍혔다.
총 3억 8,750만 원가량이 더 들어오면서, 기존의 2억 2,040만과 합쳐졌고, 그 결과 대략 6억 790만 원 정도의 돈이 확보된 것이다.
그러나 이 수치는 회사가 정한 기준 목표치에 비하면 아직 어림없는 가격이다. 현재, 현수는 1/3 수준의 주식을 매도한 것인데, 그 회수금액이 대략 6억 원 선. 여기에 3을 곱하게 된다면 고작 18억 원에 불과하다. 즉, Stock24가 정한 최소한의 목표치인 20억 원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수치인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화이트보드에는 새로운 노란 포스트잇이 바로 붙게 되었다.
「김현수: 145만 주 매도, 매도가 268원」
그렇듯 현수가 순식간에 245만 주 전량 매도를 마치자, 아직 거래를 시작하지 않고 있던 스티븐 최와 애런 한은 약간 놀랍다는 눈으로 화이트보드 쪽을 계속 쳐다봤다. 그러나 그런 놀라움의 표정은 금방 사라졌고, 곧 그들은 두 팔을 벌려 힘껏 기지개를 켰고, 또한 아주 환하게 웃으며 떠들기 시작했다.
“목표치 미달, 생각보다 별론데?”
“스티븐!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보기엔 지금 상승 분위기인데?”
“노! 아직 무르익지 않았어. 애런, 좀 더 기다려보도록 하죠. 좀 더 고조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팔고, 다시 매수해서 팔더라도, 그 타이밍을 읽지 못하면 영원히 자신을 이길 수 없어요. You must win the battle against yourself to be a real winner! 오케이?”
“오오~케이. 스티븐! 하하하.”
그렇듯 이 상황을 은근히 즐기고 있는 듯한 두 사람. 그러고 보면 두 사람의 성격 역시 은근히 잘 맞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들의 농담 따먹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끝났고, 이내 두 사람은 아주 진지한 표정을 하고서 퓨전아이텍 호가창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때 스티븐은 때때로 뭔가 계산을 하기도 했고, 애런은 정신없이 주가 차트 위에 몇 가지 선을 긋기도 하는 모습이다.
한편으로는 작년과 올 초에 진행됐던 다양한 정리매매 종목 차트들이 그들의 모니터창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하고 있었는데···.
그러던 중 어느덧 오전 9시 51분을 막 지나갈 무렵!
거의 332원까지 쭉쭉 치솟던 호가가 딱 1분 뒤, 정확히 9시 52분이 되는 순간, 난데없이 이상 징후를 보이더니 갑자기 요동을 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마우스를 클릭하며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던 스티븐 최와 애런 한의 두 손은 갑자기 동시에 경직되고 말았다. 또한, 그들의 두 눈은 모니터 중앙을 정신없이 쳐다보던 중, 이내 한순간 격랑을 치며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지금 호가가 난데없이 어마어마한 절벽 아래로 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불과 2분 만에 화면에 나타난 호가는 무려 36원!
순식간에 30원대까지 주저앉아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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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59분 54초.
이때 현수는 다음 30분 뒤 호가를 읽은 뒤, 그대로 손이 멈춰지고 말았다. 초저가 동전주들을 노리며 대량의 매수 주문을 하려던 손이 바로 멈춰진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10시가 되면서 단일가가 나왔는데 이때 호가는 38원.
바로 직전 단일가에 비해서 실로 어마어마한 폭락이 발생한 것이다.
무려 86%대의 폭락.
완전 개폭락이다.
이때, 스티븐 최와 애런 한은 더는 농담할 여유가 완전히 사라진 듯, 그들의 얼굴은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어져 버렸다.
그러고 보면, 회사 내부 회의 때도 이미 나왔지만, 퓨전아이텍은 거의 부도가 임박한 회사가 아닌가.
이런 회사의 주식은 구태여 장외 시장을 겨냥할 필요도 없이 무조건 버려야 한다. 왜냐하면, 부도 즉시 0원으로 수렴할 테니까 말이다.
물론 아직 이 부도 건이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은 잠시 이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즉, 현수가 했던 방식대로 장 시초 2번의 거래를 통해서 물량을 모두 털어내는 게 오히려 유효한 전략일 수도 있는 것이다.
‘Shit! 이거 왜 이래? 한국 주식은 엉망진창이라더니!’
조금씩 얼굴이 달아오르고 있는 스티븐 최.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호가창의 분위기가 완전히 쫄망 분위기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이 단순히 쓰레기 처리에만 나선 거라면 별 감흥이 없었을 텐데···. 하필이면 아침에 자신이 했던 말이 있다 보니 현 상황이 무척 곤혹스럽게 변해 버린 것이다.
왜 하필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고, 왜 하필 245만 주씩 받은 건지, 스스로에게도 무척 불만스럽다.
이건 어쨌든 임시직 팀장의 책임이었는데···.
그런데 바보같이 자신은 감정에 휩싸여 그 책임을 넘겨받은 것이다. 그 바람에 자신의 향후 실적에도 큰 오명이 새겨질 수도 있게 된 것이다.
‘노! 노! 아냐! 아직 시작이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선물옵션 때도 그랬어. 끝없이 망가지다가도 나중에 탈출구가 꼭 생겼어. 이번에도 꼭 그럴 거야. 타 차트의 흐름을 봐도 절대 이게 끝이 아니다!’
스티븐 최는 그렇게 마음을 다독였는데, 그로부터 다시 시간이 흘러 어느덧 10시 30분이 되었고, 드디어 다음 단일가가 나오는 순간, 그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으로 데스크를 쾅쾅 내려치며 ‘shit! shit!’을 연발하고 말았다.
현재 단일가는 더 폭락해서 무려 20원.
그에게 현 상황은 정말 최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반면 현수는 지금 자신의 자리에서 아주 환하게 웃고 있다. 조금 전, 현수는 저들과 다르게 대량 매수를 마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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