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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수익률 1,000,000배-71화 (71/170)

<내 수익률 1,000,000배>

현수의 마법(1)

-28-

아침 8시 정각.

Stock24 본사가 위치한 대성빌딩 12층 1208호실에 현수는 출근했다. 이곳에서 앞으로 10일간 머물게 될 예정인데, 이곳은 바로 증권거래특수TFT가 상주하게 될 곳이다. 특히 오늘 오전 9시 장 개장과 함께 퓨전아이텍 종목은 정리매매가 시작되고 향후 7거래일간 거래가 진행될 예정이다.

그래서 장이 열리지 않은 주말까지 포함한다면 총 9일이 소요되게 되고, 마지막 10일 차는 수익 정산 및 데스크 보안 정리를 위해 포함된 기간이다.

현재 이곳은 칸막이마다 총 6개의 책상이 설치되어 있는 상태. 그리고 각 책상마다 데스크탑이 설치되어 있고 이 컴퓨터 본체에는 최소 3개에서부터 5개까지의 모니터들이 상하좌우로 연결되어 있다.

이 TFT에서 현수의 업무를 돕고자 파견된 정규직원은 2명. 스티븐 최(최일우) 과장과 애런 한(한영신) 대리다.

그 외, 잡무를 돕기 위해 계약직 직원 2명이 붙게 되어, 팀장 현수를 포함하여 TFT 인원은 총 5명으로 배정이 되었다.

한편, 현수는 저번 주 일요일에 이곳을 미리 와 본 터라, 그 즉시 자신의 업무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즉, 별도로 이 회사 문화와 분위기에 적응할 필요도 없이, 자신의 임무, 즉 퓨전아이텍 주식 처분만 무사히 마무리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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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느덧 오전 8시 5분.

이른 아침에 출근을 마친 TFT 인원 5명은 이제 부서 한쪽 회의 탁자에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첫 회의를 준비했다.

그런데 그 회의가 시작되기 전, 가장 먼저 20대 후반의 애런 한(한영신) 대리가 농담 삼아 이상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 현수씨! 참, 대단하신 분이더군요? 하하, 우리 회사 인방 쪽에 인맥도 있고? 주말에 인방 본부 쪽, 제 입사 동기를 좀 만났다가 이야길 좀 들었습니다. 그럼 언제쯤 인방 일, 시작하시는 겁니까?”

‘?? 인방?’

그 순간, 조용히 앉아 있던 계약직 직원들의 표정이 조금 이상해지고 있었다. 비록 계약직이라고 해도 서울권 4년제 대학을 졸업했고 경영·경제 관련 학과 출신이라 나름 자존심도 있다. 그런데 투자계에서 딱히 족보도 없는 인방 업계, 또한 사기꾼같은 사람들이 득실대고 있는 그런 인방 쪽이 여기서 언급되자, 임시직 팀장 김현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애런, 인방이 뭡-니까?”

이때, 반 팔 와이셔츠에 넥타이 차림을 하고 있는 스티븐 최는 한영신 대리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 약간 혀가 꼬인 듯한 한국어 발음으로 되묻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현수가 이원진 부사장을 통해서 확인한 그의 정보는, 그는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넘어가 대학을 미국 현지에서 나왔고, 모건스탠리에서 첫 회사 생활을 시작한 이후, 3년 전에는 홍콩 쪽 유명 투자전문회사 에스펙드(Asped Management)에서 아시아권 선물·옵션 투자 실무를 담당했다고 한다.

올해 32살로 젊은 사람이다.

“하하, 스티븐! 인방 몰라요? 인터넷 방송! 그 아마추어 전문가들 있잖아요? 테마주나 급등주 추천해 주고, 적당히 차트 해석해준 뒤 돈 버는, 그런 거 혹시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아!”

그리고 그 순간, 스티븐은 곧 탄성을 지르며 바로 알겠다는 듯 두 눈을 반짝거렸다. 그러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현수를 빤히 쳐다봤다. 어떻게 그런 류의 아마추어가, 비록 임시직이라고 하더라고, 자신보다 높은 팀장급으로 올 수 있냐는 눈빛이다.

그런데 그런 눈빛이 비단 스티븐뿐만이 아니라 계약직 직원들한테서도 흘러나오자, 현수는 속으로 어이가 없어 바로 실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곧 표정을 고친 뒤, 좌우 직원들을 냉랭하게 쳐다보며 그는 사무적으로 입을 열었다.

“이제 쓸데없는 농담은 그만하시죠. 바로 회의를 주관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오늘 업무에 대해서 간단하게 말씀부터 드리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이원진 부사장님으로부터 제가 전권을 받은 이상, 비록 짧은 기간이 되겠지만, 이 TFT의 모든 일들을 제가 직접 주관하게 될 겁니다. 언제든 어드바이스를 하시는 것은 허용하지만, 한 가지만 꼭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 어떤 상황이든 제가 팀장인 이상, 권한을 넘어서는 월권행위는 절대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향후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현수. 이번 일은 현수에게 나름 의미가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미리 조직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그래서 어젯밤에 준비해뒀던 말들을 현수는 아주 차분하게 이야기했고, 바로 그 일을 마친 뒤 이제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려고 했지만,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바로 반발이 나타났다.

조금 전 약간 어리바리해 보였던 스티븐 최다.

“음. 미스터 킴! 당신의 그 말을 나는 따르기가 좀 힘듭니다. 당신이 이번 일을 잠시 책임지는 것은 알겠지만, 애런과 나는 당신이 떠난 뒤에도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결국, 당신은 우리의 의견을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니까 자신들은 회사에 더 오래 있을 거고, 그러니까 자신들의 의견을 더 인정해 달라는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말싸움을 본격적으로 하려는 생각인지 스티븐 최와 애런 한의 얼굴은 아주 딱딱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이때, 현수는 그들의 반응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듯, 곧바로 아주 뜻밖의 말을 던지고 있었다.

“좋습니다. 최일우 과장님, 그리고 한영신 대리님. 책임은 각자가 지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그럼 제가 이렇게 제안하겠습니다. 현재 주식계좌가 총 3개, 총 3개로 양분되어 있는 상탭니다. 즉, 기존 주가 기준으로 해서 각각 60억 원씩 공평하게 나누어져 있습니다. 원래 한꺼번에 돌리려고 했는데, 차라리 두 분도 각자 책임을 지시죠. 각자 한 계좌씩 맡으시고, 일을 한번 진행해 본 뒤, 오늘 장이 끝나면 그때 다시 논의하도록 하죠.”

그러니까 현수는 지금 구태여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최일우, 아니 스티븐 최 과장은 해외 유명 투자사 출신으로 Stock24에 스카웃된 사람이다. 애런 한, 즉 한영신 대리는 유펜(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출신이라 그 자존심이 아주 높다.

즉, 이들은 현수가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뛰어난 학벌과 경력을 갖고 있었고, 한국적 유교 문화 측면에서 봐도 현수는 이들을 상대하기가 무척 곤란하다. 왜냐하면, 이들은 현수보다 나이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듯 현수가 그런 제안을 던지자, 그들의 표정은 곧바로 밝아지고 있었다. 마치 자신들의 아주 높은 실력을 직접 보여줄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하는 모습들. 그 바람에 아침 회의는 정말 간단하게 끝이 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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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오전 8시 25분.

캡슐커피 한 잔을 자신의 데스크로 가져온 현수는 이때 계약직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려, 주식 처분 현황과 현재 주식 잔고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들을 한쪽 대형 화이트 보드에 30분 단위로 붙이게 했다.

그러고는 현수는 만반의 준비를 갖춘 뒤 우선 인터넷 종토방으로 들어갔고, 거기서 현재의 분위기를 염탐해 봤다.

그런데 역시나 자신의 예상대로, 종토방 분위기는 기대감보다는 불안감이 아주 짓누르고 있는 모습이다.

즉, 조금이라도 더 비싼 가격에 팔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들. 그 욕망들은 각 게시물마다 잔뜩 묻어나오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정매꾼(정리매매 투기세력)들이 붙인 알바 같은 사람들이 온갖 험한 악소문들을 게시판에 쏟아내고 있었다.

「결국 상폐ㅠ」

「분위기 스산하네」

「33분 남았다. 존나 지려」

「개새끼들 회사 말아먹더니 결국 정리매매」

「이건 무조건 부도각」

「헤쳐 먹어도 정도껏 헤쳐 먹어야지! ㅅ발 새끼들!」

「양심 있으면 사과라도 해라! 정일서 개쓰레기!」

「정일서 그 새낀 무조건 사형시켜야 함」

「전세대출금 다 날림. 죽고 싶음ㅠ」

「이젠 뭘 믿고 투자하나?」

「동전주! 땡그랑! 그렁그렁~」

「드디어 상폐···」

「오늘 하한가 없죠?」

「주린이들 잘 들어! 오늘 시초에 파는 게 짱땡이!」

「속 터진다! 속 터진다고!!! +_+」

「시초 100원 시작할 듯」

「집 한 채 값 다 날림」

「정리매매는 특성상 수백퍼 상승 가능」

「스바! 진짜 뭣도 모르는 새끼네! 이건 부도각이야! 곧 1원짜리 될 수 있다니까! 이런 ㅂ신들」

「정리매매, 타이밍이 중요」

「평단 만원 있습니까? ㅠ ㅠ」

「결국 망했구나」

「이런 개쓰레기, 이런 개잡주를 잡다니」

「차라리 너 죽고, 나 죽자」

「현실적 대안, 온라인 톡 방 오픈! 선착선 5명」

「특급 분석, 회원 모집」

「너무 걱정마라 최소 20퍼는 먹을 거다」

「정말 20퍼 먹을 수 있나요?」

「우리는 개호구, 정일서는 개쓰레기」

「곧 부도 날 거라고 하던데, 정리매매 중단될 수도···」

「ㅅ바, 시초에 몽땅 터는 게 정답」

「도둑놈들 다 헤쳐 먹어라」

「피눈물나네」

현수는 그런 암담한 분위기를 읽은 뒤, 어느덧 아침 8시 30분이 되자, 정확히 30분 뒤의 호가를 확인했다. 그리고 이내 현수의 표정은 굳어졌다. 역시 정리매매의 첫 시초가는 폭락 그 자체다.

‘음. 쉽진 않겠는데.’

그리고 잠시 후, 동시호가 시간이 시작되고 있었다.

역시나 호가는 무섭게 주저앉았고, 어느덧 8시 54분쯤 되었을 때, 현재 호가는 무지막지하게 떨어져, 206원을 가리키고 있는 모습이다.

이것은 거래정지 전의 주가 2,450원과 비교한다면 실로 어마어마한 폭락세다.

‘음. 이런 판에서는 장 시초에 터는 게 장땡이가 아닐 수도 있어.’

그렇듯 현수는 자신의 턱을 가볍게 만지며 계속 머릿속으로 생각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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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디어 8시 57분 16초!

이때, 머릿속 정리가 어느 정도 된 듯 현수의 두 눈은 반짝이기 시작했다.

‘역시 시초 진입은 항상 도박이란 말이야. 이런 정리매매는 특성상, 장 시초에 1원짜리 매도 주문들이 쏟아질 수도 있을 텐데.’

왜냐하면, 정리매매 첫날, 일부 스탁론 업체들은 무조건 자금 회수가 필요해서 고객들로부터 받은 주식들을 단돈 1원에 던져 버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때 매도 주문가가 1원이라고 해도 꼭 1원에 매도 계약이 체결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정리매매는 거래체결 방식이 무조건 단일가 매매이기 때문에, 더 많은 포지션이 모여 있는 호가에 수렴해서 그 가격으로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 현수는 정리매매의 또 다른 면모도 놓치지 않았다. 이런 초저가 정리매매 주식은 초반에 동전주를 재구매해서 나중에 오를 때 되파는 것이 오히려 꽤 괜찮은 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일은 Stock24 회사 본연의 일이라, 괜히 자신의 돈을 가져와 쓰기에는 좋지 않다고 봤다.

그렇다면, 이 회사 주식을 가지고서 이 돈을 굴릴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현수는 바로 사고의 역발상을 하며, 다소 긴장된 마음을 갖고서 오늘 장이 열리기를 기대했다.

그리고 점점 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8시 59분.

곧이어 59분 55초가 지나갈 무렵, 현수는 곧바로 9시 30분 근처의 호가를 확인한 뒤, 갑자기 표정이 눈에 띄게 바뀌었고, 곧바로 그는 장 시초 매도 주문을 9시 정각 딱 1초 전에 황급히 던져 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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