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수익률 1,000,000배-70화 (70/170)

<내 수익률 1,000,000배>

TFT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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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퓨전아이텍이라는 종목이 곧 정리매매를 시작하게 될 거고, Stock24가 보유하고 있는 180억 원 상당의 주식을 장내 매도해달라는 말씀입니까?”

“네. 맞습니다.”

이원진 부사장의 그 대답에 현수는 바로 자신이 책에서 본 적이 있는 정리매매에 대해서 바로 떠올렸다.

보통, 정리매매라는 것은 상폐 종목(상장폐지 결정 종목)에 대해서 마지막 장내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일종의 투자자 보호제도다.

즉, 상폐 종목은 곧 장외 종목이 되기 때문에 향후 거래 활동이 무척 제한적으로 될 수밖에 없고, 그래서 투자자들은 자금 회수가 무척 어려워진다. 그래서 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데, 마지막 장내 정리매매를 통해서 해당 주식을 팔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총 7일간 거래가 가능한데, 이때 이런 종목의 거래 방식은 일반 상장 종목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

즉, 정규장(오전 9시 ~ 오후 3시 30분)에서는 30분마다 단일가 거래, 장후 시간외 종가 거래(오후 3시 30분 ~ 오후 4시)는 기존과 별 차이가 없지만, 시간외 단일가 거래(오후 4시 ~ 오후 6시)는 동일하게 30분마다 시장 단일가로 거래가 진행되게 된다.

“좀 더 덧붙이자면, 거래정지 시점의 주가 기준으로 했을 때 저희 보유 주식의 가치는 180억 원 정도 됩니다. 다만 전환사채를 통해 전환가액을 잘 받고 들어간 거라, 실제 저희 투자액은 100억 원 정도 됩니다.”

그렇듯 이원진 부사장은 사정 설명을 계속 이어 나갔다. 이때, 현수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슬쩍 좌우를 살폈는데···.

현재 회의실에 배석한 사람들은 자신을 제외하고는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텍사스 퍼시픽 그룹 등 유명 해외 투자사 재직 경력을 갖고 있는 투자 전문가들이었다. Stock24에 소속된 투자부문 베테랑 직원들인 것이다.

그런데 이원진 부사장은 이런 사람들을 놔두고서 현수에게 도움을 구하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 몇몇 직원들은 한 번씩 현수를 싸늘한 눈으로 쳐다보기 일쑤였다.

“···흠, 가장 답답한 부분은 현재 재판 과정 중인 정일서 대표의 말을 저희가 철석같이 믿었다가 저희 피해가 상당히 커졌다는 겁니다. 물론 미래 전망 때문에 저희가 위험한 투자를 시도한 책임도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서 이원진 부사장은 배석한 직원들 중에 한 직원 쪽을 날카롭게 쳐다보자, 그런 눈빛 지목을 당한 직원은 이내 정색하더니 곧바로 머리를 숙이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때, 현수는 이 대목에서 Stock24의 기업 투자 전략의 한 면모를 깨닫게 되었다.

즉, 적자 기업에 대해서 헐값 인수를 추진하거나 공격적인 투자를 개시한 뒤, 향후 기업을 되팔거나 해당 주식을 처분하는 식의 전형적인 사모펀드형 투자 전략인 것이다.

물론 이런 방식은 국내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투자 회사들도 즐겨 쓰는 방식이 아닌가. 다시 말해서, 이런 투자가 성공할 경우, 상당히 큰 이윤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런 사모펀드(PEF)식 투자는 인수·합병(M&A) 쪽에서 그 점유 비율을 절대 무시할 수가 없을 정도다.

어떻게 보면 부정적일 수도 있겠지만 다르게 본다면, 이런 사모펀드(PEF)는 부실기업 혹은 적자기업 쪽에 해결사 혹은 백기사가 같은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즉, 이런 투자행위를 통해서 기업 회생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0년대 후반, 모 투자 컨소시엄의 경우, 국내 모 맥주 회사를 2조 3천억 원에 인수한 뒤, 혹독한 기업 실적 개선 과정을 수행했고, 그로부터 5년 뒤 6조 1천억 원에 이 회사를 되팔면서 아주 엄청난 시세 차익을 챙긴 적도 있다.

즉, 이런 식의 투자는 투자사 쪽에도 큰 이익이 되지만, 기업 정상화에도 나름 기여할 수 있는, 자본주의적 상생 전략이기도 한 것이다.

“···근데 저희가 이런 실수를 하게 된 배경은 좀 복잡합니다. 거래정지가 떨어진 그 시점을 기준으로 해서 6개월 연속, 소폭의 영업이익 흑자가 갑자기 나왔고, 그래서 거래 재개 가능성이 아주 컸던 게 사실입니다. 즉, 기대감이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다 장부조작이더군요. 완전, 사기꾼한테 당한 겁니다.”

“음. 그 말씀은 더 이상 그 회사의 투자 가치가 없다는 말씀입니까?”

이때 현수는 자신의 앞에 놓인 서류들을 보면서 그렇게 물었다. 그 서류 중의 일부는 기사 발췌본인데, 기사 제목 중에는 아주 묘하게 사람의 심리를 끌어당기는 것들이 많았다.

「퓨전아이텍, 고객 집중 관리를 통한 6개월 연속 영업이익 흑자! 거래 재개 가능성 고조!」

「퓨전아이텍, 2분기 영업이익 8억 원 흑자 전환!」

「퓨전아이텍, 영업 정상화 대폭 확대」

「퓨전아이텍, 해외 특허 취득」

「퓨전아이텍, 각종 유언비언에 대한 신속 대응 방침 보도」

「퓨전아이텍 정일서 대표, 회사 관련 허위사실 유포에 엄정 대응 발표」

「퓨전아이텍, 경영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전환사채 발행」

“네. 저희가 내부 회의 외에도 외부 자문까지 거쳐 최종결정한 것은, 퓨전아이텍은 회사 내부 문제가 너무 심각해서 회생 가능성이 더는 없다고 판단하게 됐습니다. 무조건 철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고, 그런데 문제는 이 지분을 사려는 사람이 누구도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완전히 보기 좋게 당한 것이다. 나름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이곳도 이런 일을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방법은 바로 정리매매 밖에 없습니다.”

이젠 어쩔 수 없는 선택, 이 방법이 아니고서는 주식이 종잇조각이 되는 것을 그냥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Stock24의 판단은 이 회사가 조만간 부도 처리가 된 뒤 공중분해가 될 거라는 이야기다. 이때 채권자들은 회사 소유 토지, 건물, 집기 등을 노리며 득달같이 달려들겠지만, 일반 주주들은 법적으로 땡전 한 푼 받을 수 없다.

“뭐, 거래정지 때, 그때 주가를 기준으로 한다면 180억 원 가치가 되지만, 저희 투자 원금은 100억 원. 그러나 정리매매를 감안해서 현재 목표로 삼은 회수액은 최대 45억 원입니다.”

그러니까 거래정지 때 기준으로 1/4 수준의 주가를 받고서 주식을 모두 처분하고 싶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이런 목표 자체가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이원진 부사장도 잘 알고 있는 듯 바로 말을 덧붙였다.

“현재 주가가 2,450원입니다. 이게 정리매매가 시작되면 바로 100원짜리, 200원짜리 동전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까 정리매매가 시작되면, 주가가 대략 1/20까지 폭락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최악의 기준이라면, Stock24가 건질 수 있는 돈은 기껏 9억 원 선이다.

‘음. 9억 원과 45억 원이라, 괴리가 상당히 큰 데···.’

현수는 그렇게 생각했고, 실제 이원진 부사장 역시 그 이야기를 직접 꺼냈다. 즉, 이 주식 매각이 절대 쉽지 않다는 말이다.

“저희들 입장에서는 타이밍을 놓쳐 주식이 0원짜리 종잇조각이 되는 것보다는 9억 원 선에서 타협하고 매듭을 짓는 게 낫다고 봤는데, 다만 며칠 전 저희 내부 회의 결과, 매각 방침이 좀 달라지게 됐습니다.”

그러고는 그는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좀 다른 경로를 통해서 들은 게 있는데, 이번 정리매매 장에 여러 세력들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네?”

현수가 의아해하자, 이원진 부사장은 바로 비공식적인 정보들을 조심스럽게 공개했다. 그러니까 정리매매 기간 동안 각종 투기 세력들이 이 장에 들어와 판을 치게 될 거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일들이 가능하게 되는 이유는 정리매매 기간에는 따로 가격제한폭이 없어져, 상한가, 하한가 자체가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리매매 장 시초에는 대폭락이 발생하긴 해도, 곧 투기 세력들이 덤벼들면서 갑작스러운 주가 폭등세가 연출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때, 밑장빼기, 윗장빼기, 폭탄돌리기 등, 온갖 수법들이 다 동원되며, 한바탕 쓰레기장 같은 모습들이 연출될 수도 있다고 한다.

또한, 온갖 유언비어들이 난무하기도 하는데···.

이런 주가 폭등 모습에 일부 투자자들은 자연스레 이런 난잡한 장에 뛰어들게 되고, 이때 이런 투기성 폭등세를 잘못 쫓아 들어갔다가 나중에 빈털터리가 되는 개미들도 상당히 많다고 한다.

“오늘 이 회의에 모인 사람들은 사실, 투자 쪽에 다들 일가견에 있는 분들입니다. 다만, 저희가 현수씨를 이쪽으로 모신 이유는 현수씨의 주가 차트 리딩 능력을 아주 높이 사기 때문입니다. 만약 저희를 도와주신다면, 이 일에 합당한 보상도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외부 전문가 활용이니까 단기 계약 차원에서, 적정 기준치, 즉 매각 총액 20억 원 상향시, 그 차익에 대한 20% 수고비를 지급하겠습니다.”

그렇듯 이원진 부사장은 자신의 입장에서는 다소 후한 오퍼를 던졌는데, 그러나 당사자인 현수로서는 좀 어이가 없을 정도다.

무려 7일간 이 회사에 붙들려 있게 되는데, 고작 수고비가 차익의 20%?

자신의 실질 수익률과 비교한다면 이건 너무 터무니없는 수치다. 더는 들어볼 것도 없는 협상 종료상황.

그런데 바로 그때, 놀랍게도 다른 직원들의 입에서 아주 볼멘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부사장님.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저도 죄송하지만, 저번 회의 때도 말씀드렸지만, 20% 조건은 너무 과한 거 아닙니까? 이미 이 투자로 저희 손해가 막심한데···.”

“맞습니다. 데이빗 윤의 말에 일리가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저희 내부에서도 충분히 매각을 진행할 수도 있는 일인데, 부사장님! 이번에 영입한 이 친구, 스티븐은 이쪽 분야 최고 전문가입니다.”

“부사장님, 저도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 역시 조 부장님 말씀에 적극 동감합니다. 결국, 이번 일은 저희 부서에서 맡아서 하면 금방 끝날 일입니다. 다만, 부사장의 뜻이 있으니까, 저분은 서브 자격으로 저희에게 약간 도움을 준다면 그게 더 효율적이라고 봅니다.”

“네! 저 역시, 서브 역할 정도라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이 회사는 사내 분위기가 나름 개방적인 듯 하급 직책의 사람들까지 아주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평상시와 달리, 이원진 부사장의 표정은 결코 좋지 못하다. 이미 저번 내부 회의를 통해 결정이 난 상황인데도 아직도 뒤끝이 남아 있는 직원들의 모습들 때문인 것이다.

“흠. 조 부장님! 제가 다시 말씀드리지만, 아주 어렵게 모신 전문가입니다.”

그러나 40대 후반의 조태호 부장은 가소롭다는 눈으로 현수를 쳐다봤다. 그의 안경 너머로 날카로운 시선이 여러 번 번득였고, 그는 곧 다시금 볼멘 목소리로 항의했다.

“저는 언제나 부사장님의 의견을 존중합니다만, 제발 이건 정확하게 아셔야 합니다! 저희가 바로 부사장님께서 말씀하시는 그런 전문가입니다! 저희는 아마추어가 아니라.”

자존심이 센 조태호 부장은 그렇듯 날카롭게 응대했는데, 평소 그가 입바른 소리를 잘 하는 고루한 사람이긴 해도, 이원진 부사장은 절대 그를 무시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어쨌든 조태호 부장은 아직은 업무력이 뛰어난 대단한 실력가이기 때문이다.

“흠! 흠! 조 부장님, 오늘따라 말씀이 조-옴 과하시네요? 좀 자중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 건에 대해서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번 일은 순전히 기업투자부의 판단미스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그러고는 이원진 부사장은 조금 서늘해진 눈으로 좌우를 훑어봤다. 아직 젊지만 그에게서 그런 카리스마가 나오자, 조태호 부장마저도 고개를 돌리며 그 시선을 피하고 있다.

“비록 조 부장님의 전임자가 판단미스를 했다고 해도, 같은 부서인 만큼 기업투자부에서 이번 일의 책임을 면할 수는 없습니다. 다들 그 점을 절대 간과하지 않길 바랍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오늘 회의는 여기서 마치는 게 좋겠습니다. 이미 상견례도 충분히 했고, 더 세밀한 부분은 조 부장님과 제가 따로 회의를 하도록 하죠.”

그렇게 이원진 부사장은 회의를 서둘러 마무리했는데, 이때 현수는 쓴 미소를 지으며 일어나 회의실을 떠나는 직원들과 가볍게 악수를 했다.

국내기업투자부 부장 조태호를 위시하여, 로버트 한(한진석) 차장, 스티븐 최(최일우) 과장, 데이빗 윤(윤신우) 과장, 애런 한(한영신) 대리 등은 이때 애써 웃는 표정을 지으며 현수와 악수를 했는데···. 그 순간 그들의 이름이 대부분 영어 이름인 것에 현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입가에 작은 실웃음을 만들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화이트칼라 금융전문가 그들이 그렇게 물러간 뒤, 잠시 후 현수는 이원진 부사장과 단독으로 회의를 계속 이어 나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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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아까 언사가 좀 심해서 죄송하게 됐습니다. 많이 분위기가 딱딱했죠? 하하, 원래 그 사람들 머리만 좋지, 눈치가 많이 없습니다. 하하, 참, 아까 하던 이야기를 마저 이어서 한다면··· 20% 수고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현수씨 생각을 알고 싶습니다.”

어느덧 밤 9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

그러고 보면 현수는 도서관을 들른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간단히 저녁을 먹었고, 그런 뒤 곧장 Stock24 본사를 찾은 것이다.

왜냐하면, Stock24 역삼동 투자본부에 대한 호기심이 나름 가득했기 때문이다. 대체 어느 정도 규모이고, 또 어느 정도의 인원이 상주하고 있는지, 이래저래 궁금했던 현수. 그런데 이곳은 생각보다 그 규모가 컸다.

빌딩 6개 층을 통째로 쓰고 있었고, 회사 상주 인원이 무려 200여 명에 달할 정도인데, 이 정도면 거의 중형급 투자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현수는 자신의 앞에 놓인 커피 한 모금을 마신 뒤, 곧이어 입을 열었다.

“근데 죄송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20% 조건은 저한테 맞지 않습니다.”

“네?”

“거기다가 7일간 잡혀 있는 것도 전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현수는 살짝 팔짱을 낀다. 마치 조건이 탐탁지 않다는 것을 알리는 부정적인 모습.

그렇듯 현수가 그런 반응을 보일 줄 몰랐던 이원진 부사장은 곧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하지만 오픈마인드의 사업가답게 이원진 부사장의 얼굴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럼 혹시 제시하고 싶은 조건이 있습니까? 뭐든 우선 말씀해주십시오.”

“음. 그런데 그 전에··· 제가 좀 궁금한 부분이 있는데, 9억 원 혹은 45억 원이 회사 차원에서 그렇게 큰돈인가요?”

“네??”

바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이원진 부사장.

“아, 저는 회사 규모 차원에서, 그걸 감안해서 물어보는 겁니다.”

“아, 회사 규모라? 흠··· 뭐, 사실 그 돈이 그리 큰돈이 아니긴 하죠. 그러나 회사 영업이익 측면에서 그런 손실이 터지게 되면 대외적 이미지가 좀 나빠지는 게 사실입니다. 이런 악재는 저희 회사 주가에도 일부 반영될 테고. 특히, 당장 다가오는 분기 영업이익 산출 때문에 저로서는 큰 고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작든, 사소하든,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저희로서는 당연한 일입니다.”

“네. 이제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20% 수고비는 저한테 너무 작다고 생각합니다.”

“네? 그 말씀은?”

“그래서 그 조건을 좀 다르게 하면 어떨까요?”

“네? 조건을 달리한다?”

“먼저 이번 주식 매각 업무는 저한테 전권을 주십시오.”

“네?”

“그리고 20% 수고비보다는 저는 다른 방향으로 대가를 받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Stock24의 법무팀이 투자업계에서 가장 막강하다고 들었습니다.”

“네? 그걸 어떻게 아시고?”

“기사에서 봤습니다.”

“아, 그렇긴 하죠. 저희 사장님께선 원래 법조계 출신입니다. 그리고 이쪽 일을 하다 보면 꽤 송사들이 많다 보니···.”

이때, 현수는 입가에 묘한 미소를 짓다가, 젊은 사업가 이원진 부사장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의 요구를 이야기했다.

“사실, 전 제 개인적인 일들을 도와줄 뛰어난 변호사들과 세무사들을 찾고 있습니다. 만약 가능하시다면, 가장 최고의 분들로 추천과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워낙 제가 이쪽에 문외한이라 좋은 분들을 찾아가는 게 무척 힘듭니다. 그래서 올 연말까지는 Stock24의 초정예 법무 조직을 제가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주십시오. 이게 제 요구 사항입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만 더! 마지막으로 설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최대 목표치 45억 원 선을 초과하게 된다면, 그땐 그 초과액은 모두 저한테 주십시오.”

그렇듯 현수는 자신의 요구사항을 이야기했는데, 사실 이원진 부사장으로서는 대략 10억 원 혹은 20억 원 정도를 더 벌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반면 현수로서는 비록 그 시간이 아깝긴 해도, 사회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가장 빨리 획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즉, 단순히 대형 로펌을 찾아가 자신의 일과 향후 회사 일을 의뢰할 수도 있겠지만, 현수의 생각은 진짜 실력있고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들을 찾는 게 더 중요한 것이다. 이건 세무사 역시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돈만 노리고 알랑방귀 뀌는 인간들이, 즉 대평 로펌의 변호사든, 유명한 세무사든, 속내를 알 수 없는 질 나쁜 인간들이 파리 떼처럼 꼬일 수도 있다고 그는 본 것이다.

더군다나 아직 자신은 젊고 사회적 경험이 미숙한 게 사실이다. 그런 자신이 직접 그런 좋은 경로들을 새로 뚫어내기보다는 아주 잘 닦아놓은 길들을 활용하는 것도 좀 더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눈앞의 저 젊은 경영인 이원진 부사장을 믿을 수 있느냐 혹은 없느냐의 문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사회적 고급 인맥이라곤 하나도 없는 자신의 위치에서 어쨌든 시도는 해 볼 만한 일이라고 현수는 생각했다.

그래서 현수는 자신의 요구를 그렇게 던졌는데, 한참 생각을 거듭하던 이원진 부사장.

결국, 그는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현수 쪽으로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하하, 좋습니다. 뭐, 그 조건들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앞으로 어쩌면 서로에게 많은 도움이 될 일들이 계속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하, 윈! 윈! 이건 아주 좋은 말입니다. 상대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자는 결국 그 자체로서 짐만 될 뿐이죠. 그런 의미에서 저 역시 최대한의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그는 그렇게 말하며 밝게 웃었고, 현수 역시 밝게 웃으며 그와 악수를 했다.

그리하여 다음 주 월요일 아침, 현수는 아주 짧은 기간이지만 투자회사 TFT 팀장이 되어 Stock24 본사 출근을 하게 되었다.

물론 이런 회사 출근과 경험은 현수의 인생에 있어서 평생 처음 있는 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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