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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수익률 1,000,000배-69화 (69/170)

<내 수익률 1,000,000배>

정리매매(2)

-27-

“하하, 여깁니다. 어제 매물도 아주 최고 매물이지만, 여긴 주변 인프라 때문에 더욱 빛이 나는 곳입니다.”

공인중개사 직원은 아주 밝은 목소리로 청담동 호화빌라를 소개했다. 그리고 첫눈에 현수는 아주 놀랍다는 듯 입이 바로 벌어지고 있었다. 한강을 바라보고 있는 뛰어난 조망, 그리고 아침 조깅하기에도 좋은 공원이 근처에 있었고, 그 직원의 소개대로 주변에는 백화점, 마켓 등 인프라 시설도 아주 뛰어나다.

그리고 가장 압권은 층마다 1세대씩 거주할 수 있어 아주 프라이빗한 삶을 영위할 수 있고, 주차 공간도 아주 넓으며, 거주자용 휘트니스, 파티룸도 있다고 한다. 또한, 집 내부 공간은 그냥 럭셔리 그 자체였다.

‘우아, 진짜 멋지다. 서울에 이런 집이 다 있다니, 상상 그 이상이구나.’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난한 공시생이었던 현수. 그로서는 집 공간이 아주 넓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탄성이 나올 정도다.

그리고 곧이어 현수는 그곳에서 나와, 이번에는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에 위치한 최고급 주택에 들렀다.

지상 2층, 지하 1층의 단독 주택인 이곳은 한적한 정원도 있고, 경관 뷰도 상당히 좋다. 보안 시스템이 역시 아주 괜찮아, 입주했을 때 보안 걱정을 완전히 덜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장님, 고민해 보시고 빨리 결정해 주십시오. 현재 나온 매물들 중에 이만큼 좋은 것들이 없습니다. 이런 좋은 매물들은 누군가 갑자기 확 채갈 수도 있습니다.”

“네. 좀 고민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했지만, 현수는 사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사실 세 군데 다 마음에 들었고, 어느 곳을 과연 선택할지 막막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셋 모두를 한 번에 다 가질 수는 없다. 아무리 이 나라가 부동산 불패 나라라고 해도, 부동산 투자보다는 금융 투자가 훨씬 더 자신에게 큰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 어디가 좋을까?’

한강뷰와 주변 인프라가 압권인 청담동 호화빌라.

한적한 한남동 유엔빌리지 최고급 주택.

최신형 100평형 펜트하우스.

선택을 앞둔 현수로서는 그저 행복한 고민일 수밖에 없다.

##

그렇듯 집 구경을 마친 현수는 잠시 후 자신이 예전에 살던 고시원 근처의 소박한 도서관으로 향했다.

이미 화려한 집들을 본 터라, 이 동네에 도착하자마자 마치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 그러나 이런 환경 속에서 살았던 기억과 감정들은 고스란히 머릿속에 남아 있어, 곧 이질감은 사라지고 적응이 된다.

곧바로 도서관 2층, 제1 자료실 문을 열고 들어간 현수. 이때, 도서관 사서 김상희의 모습이 곧바로 눈에 들어왔다.

“카드는 나한테 주고, 책들은 여기에. 그럼 잠깐만 기다려줄래?”

엄마와 함께 온 초등학생이 마침 동화책을 빌리고 있었는데, 그녀는 그 대출 처리를 도와주고 있는 중이었다.

이때, 현수는 곧바로 그 뒤쪽에 줄을 섰다. 그리고 어느새 현수의 옆으로 따라붙은 최승희. 그 바람에 두 사람은 나란히 줄을 서게 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 현수의 차례가 되자, 현수는 먼저 자신이 빌린 책들을 내밀고 상황 설명부터 했다.

“책 반납 좀 하려고요. 근데 제가 좀 깜빡하고 좀 늦었는데 설마 또 연체자가 된 건 아니겠죠?”

그런 현수의 말에 힐끔 그를 쳐다보는 김상희. 그러나 이때 그녀의 시선은 바로 옆으로 옮겨가며, 현수의 옆에 서 있는 모델같은 모습의 최승희를 빤히 쳐다본다.

“혹시 다시 대출 정지됐나요?”

이때, 현수가 다시 묻자,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짓던 사서는 바로 고개를 숙이고 모니터에 집중했다.

“아, 책부터 주세요.”

그렇게 현수의 책들을 받아 바로 반납처리한 그녀. 그러고는 집중해서 모니터 화면을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들고는 그녀는 입을 열었다.

“음. 죄송한데, 하루 연체됐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일주일간 대출 일시정지가 될 겁니다. 음. 다음엔 꼭 반납 일자를 지켜주세요.”

그렇듯 평소와 다름없이 말을 하면서도 힐끔힐끔 최승희 쪽을 쳐다보고 있는 도서관 사서. 이때, 현수가 바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계속 번거롭게 해서 죄송하네요. 그리고 또··· 아, 아닙니다.”

“음. 연체를 피하시고 싶으면 저희 도서관에서 보내는 문자메시지를 항상 잘 봐주세요. 반납 날짜 며칠 전에 항상 문자메시지가 가거든요. 그럼 1주일 뒤에 다시 도와드릴게요. 네! 그럼 다음 분!”

그러면서 이제 시선을 옮겨 최승희를 빤히 쳐다보는 도서관 사서. 이때 현수는 손을 저으며 바로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이 분은 제 경호원이라서··· 그럼 수고하세요.”

결국, 현수는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그러고는 한쪽 서고의 경제 코너를 서성거리다가 잠시 후 그는 조용히 제1 자료실을 나왔다. 오늘은 책을 빌릴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맨손으로 그곳에서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때 그는 대체 무슨 생각이 그리도 많은 건지 도서관 1층 로비에서 잠시 가지 않고 한참 머뭇거렸고, 그러고는 10여 분 뒤 무언가 생각이 드디어 끝난 듯 힘차게 도서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

한편, 도서관 사서 김상희는 지금 난리가 났다. 데스크 앞으로 몰려들던 사람들이 하나둘 물러가고 좀 일들이 뜸해지자, 곧바로 친구 박신혜에게 카톡을 날린 것이다.

→ 야! 박신혜! 지금 바빠? 빅 뉴스! 혜정이 전 남친 또 왔어

그리고 대략 10분쯤 뒤.

← 미안. 방금 회의 끝나고···. 근데 그 오빠 항상 거기 다니잖아?

심드렁한 박신혜의 반응.

그러자 김상희는 바로 자세한 상황 설명에 들어갔다.

→ 이번엔 여자랑 같이 왔어!

← 뭐? 여자?

그렇듯 박신혜가 조금 더 호기심을 보이자, 김상희는 조금 전 있었던 일을 아주 상세하게 설명했다.

즉, 놀랍게도 공포자(공시포기자) 백수가 아리따운 모델 출신 같은 여성과 함께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그는 그 여자를 자신의 경호원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상희는 절대 그 말을 믿을 수가 없다.

연예계 최고 스타들이나 정·재계 고위급 인사들이 여성 보디가드들을 고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지만, 김현수라는 남자는 한낱 백수가 아닌가. 어떻게 그런 사람한테 무슨 보디가드가 붙는단 말인가.

← 뭐?!!!! 진짜??

→ 진짜야

그때부터 그녀들은 별의별 상상의 나래를 폈지만, 당사자가 아닌 이상 절대 마땅한 답을 찾을 수가 없다. 결국, 그 이야기는 오래가지 못했고, 마침내 다른 이야기로 화제가 자연스레 옮겨갔다.

← 참, 상희야, 너 지난달에 소개팅한 남자, 그 남자 괜찮아?

→ 아, 그 오빠?

← 요즘 만나고 있어?

→ 응. 주말에···

← 어때?

→ 음~ 아직은 잘 모르겠어. 매너는 좋고, 직장도 좋고

← 혹시 사귈 거야?

→ 몰라. 아직은 몰라. 다만 직장이 안정된 상태라서 마음에 드는데

← 참, 어디라고 했지?

→ 한신생명

← *^^*

→ 조만간 대리 달 거래

← 와, 좋겠다^^

→ ^^

← 그 오빠 연봉도 장난 아니겠지?

→ 음, 좀

← 좋겠다. 너 싱글 탈출? ㅠ ㅠ 나만 싱글이네

→ 야, 박신혜! 넌 대학 때부터 남자들이 줄을 섰잖아!!!

← 야야, 그러면 뭐해? 나 지금 옆구리가 시린데··· ㅠ ㅠ

→ 그럼 내가 소개팅해 줘?

← 음, 아니. 됐어. 아직은 아니다 ㅠ ㅠ 누구 사귈 시간도 안 되고, 회사 일 적응도 못 했고, 아직 방송도 못 해 봤잖아

그렇듯 두 사람 사이의 카톡 대화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

한편, 도서관에서 나와 BMW 118d 차량에 탑승한 뒤, 잠시 후 남부순환로를 따라 한국대 쪽으로 향하고 있는 최승희 과장과 김현수는 각기 다른 곳을 보면서 또 각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먼저, 최승희 과장은 정면을 바라보며 운전에 몰두하고 있지만, 여자경호원이라는 특성상 조금 전 일을 몇 번이고 되새겨 보고 있는 중이었다. 특히, 상황 판단이 빠르고 주변 상황에 아주 민감한 최승희 과장은 경호 원칙에 따라 빈틈 하나 놓치지 않은 성격인데, 현재 그녀는 김현수라는 존재가 다시금 이상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즉, 조금 전 도서관에서 봤던 김현수의 모습은 도서관 사서에게 약간 마음이 있는 모습 그 자체였던 것이다.

무척 의아스러운 점은, 아까 봤던 도서관 여자 사서가 비록 이쁘장하게 생기긴 했지만, 자신이 과거 만난 적이 있는 재벌가 상류층 아가씨들과 비교한다면, 도무지 발끝마저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도무지 모르겠어. 이게 젊은 부자의 변덕인가?’

우선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 상황은 완전히 이해불가였던 것이다. 그리고 또한 그 상황에서 그는 왜 그렇게 소심했을까?

결국, 최승희는 피식 웃다가, 이내 감정을 지우고 다시 표정이 무뚝뚝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한편 이런 최승희 과장과 달리, 현수는 지금 머릿속이 조금 복잡해진 상태다. 일부러 그 도서관에 다녔고, 인상 좋은 사서 김상희에게 오늘은 직접 대시를 한번 해 볼까 고민도 했는데···.

그러나 현수는 결국 마지막 순간에 주저하고 말았다. 자신이 모델 같은 최승희 과장과 함께 나타났음에도 약간의 호기심만 보일 뿐 여전히 사무적인 그녀의 모습. 뭔가 짠하고 바뀌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자신도 더 용기를 내려고 했는데···. 결국 현수는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거두고 만 것이다.

‘휴우, 아무리 봐도 진짜 착한 여자인 것 같은데, 내가 진짜 매력이 없나 보네. 휴! 할 수 없지 뭐···.’

결국, 그는 고개를 젓고 만다. 사실, 그러고 보면 현수는 대학 다닐 때, 큰 연애 실패 경험이 있다. 그래서 특히 이성 관계에 대해서는 좀 더 수동적, 보수적으로 변해 버린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몰라. 그냥 투자에나 집중하자. 언젠가 다시 여친은 생기겠지.’

그래서 그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뒤, 곧이어 선물·옵션 거래창을 띄우고 옵션 동향을 유심히 살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일에 푹 빠져 버렸는데, 요즘은 투자 때마다 현수의 집중력은 놀라울 정도로 높아지고 있었다.

‘음. 이거 괜찮은데, 이거 매수해 볼까?’

그리고 때마침 아주 좋은 매수 타이밍을 발견하고서 그 즉시 매수 주문을 넣으려는 순간, 갑자기 휴대폰 화면이 싹 바뀌더니 통화수신 요청이 뜨는 것이 아닌가.

갑작스러운 통화 요청?

정말 갑작스러운 방해를 받은 현수는 깜짝 놀랐고, 그럼에도 곧바로 발신 전화번호부터 확인하던 그는 뜻밖의 사람이 자신에게 전화를 건 것을 알게 되었다.

‘이원진 부사장? 이분이 왜?’

정말 느닷없는 일이다.

저번에 그 사람으로부터 명함을 받은 뒤 그 사람 연락처를 휴대폰에 입력해 두긴 했는데, 갑자기 그가 자신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어쨌든 현수는 서둘러 수신 버튼을 누른 뒤 그와의 통화를 시작했다.

“네. 김현수입니다.”

그러자 바로 들려오는 그의 웃음소리.

“하하하, 이원진입니다. 현수씨. 혹시 지금 통화가 가능하십니까?”

“네? 아, 지금 괜찮습니다만.”

“아, 정말 다행입니다. 우선 거두절미하고, 죄송하지만 현수씨 의견 좀 묻겠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혹시 시간이 되신다면 오늘이든 내일이든 최대한 빨리 뵙고 싶습니다. 저희 역삼동 본사 사무실에서요.”

“네?”

“아, 아니면 제가 직접 현재 계신 곳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제가 어디로 가면 될까요?”

“네?”

“아, 이런! 현수씨, 하하! 제가 갑자기 너무 놀라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꼭 저희한테 시간을 내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대체 무슨 일일까?

거듭 부탁을 하고 있는 Stock24의 이원진 부사장.

심플한 반 팔 흰 와이셔츠 차림이었지만, 유난히 짙은 머리 색깔과 젊은 사업가다운 박력있는 그의 눈빛 때문에 그의 모습이 현수의 기억 속에는 선명하게 남아 있다.

“부사장님. 혹시 무슨 일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혹시 BJ일 때문인가요?”

현재 Stock24 최현세 PD는 BJ 계약을 하자고 현수에게 몇 번씩 카톡을 보내오고 있다. 그러나 현수는 저번 주 풋옵션 대박 사건 때문에 그 일을 보류한 상태다.

“아, 그건 아닙니다. 다른 쪽으로 도움을 받을 게 있어서··· 물론, 직접 뵙고 말씀을 드리는 게 더 정확할 겁니다. 다만, 좀 간단하게 말씀을 드린다면, 이건 정리매매 쪽 일인데··· 만약 저희를 도와주신다면 상당한 수준의 보상을 꼭 해드리겠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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