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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매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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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23일 목요일 아침 9시.
최승희는 지하주차장에 정차 중인 경호 차량에 대기하고 있었다. 경호란 게 항상 대기와 기다림의 연속인데, 오늘은 출근부터 대기 모드다.
그러고 보면 이번에 자신의 경호대상이 된 남자는 좀 특이한 남자가 아닌가.
‘재벌가의 사생아? 좋게 말하면 서자? 아니면, 위장 호적으로 뭔가를 감추고 있는 남자?’
현재 이 시점에서 그녀는 그의 정체를 그렇게 봤다.
그리 돈 많은 사람이 어떻게 이런 좁은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지 우선 의아스러웠고, 그런 상황에서 왜 갑자기 사업을 하려고 하는지, 또한 초고가 주택을 왜 구매하려고 하는지, 모든 점들이 석연치가 않다.
‘설마 최근에 유산 상속을 받았나?’
혹시 몰라 최근 대기업 총수들의 부고 기사들도 뒤져봤고, 정치계 거물들의 사생아 관련 기사들도 뒤져봤지만, 딱히 이 남자와 어울리는 기사는 하나도 없었다.
“저기, 최 과장님, 그럼 오늘은 계속 대기 상탠가요? 오후 2시까지?”
경호 1팀 팀장격인 최승희 과장. 올해 30살, 미혼 상태인 그녀는 운전석에 앉아 있는 젊은 경호원의 물음에 바로 고개를 끄덕인 뒤, 입을 열었다.
“참, 진수씨, 앞 팀에서 오피스텔 관리인하고 이야기는 잘 됐죠?”
“네. 잘 됐다고 했습니다. 좀 그쪽에서 많이 황당해했지만, 저희 고객님이 추가 주차요금을 낸다고 하니까 납득하고 바로 돌아갔습니다.”
“그럼 오피스텔 앞 도로변 정차, 제2 차량은요?”
“우선 정차 문제 때문에 원거리 경호를 겸해서 수시로 정차와 운행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네.”
다행히 경호 프로토컬상에 특별한 문제는 없다.
“그리고 혹시 전 팀에서 뭔가 이상 동향 발견한 거 없습니까?”
“네, 딱히 없는데, 아! 한 가지가 있습니다. 아침 일찍 젊은 남자와 카메라를 든 사람이 나타나, 오피스텔 주변과 1층 입구 쪽을 쳐다보며 뭔가를 찍고 간 게 포착되었다고 합니다.”
“음. 혹시 카메라 종류는?”
“인수인계를 받을 때 보고받은 내용에, 캐논 DSLR 카메라로 적혀 있습니다.”
“음. 그건 기자들이 특히 좋아하는 카메라인데.”
“네. 저도 그렇게 압니다.”
“그리고요?”
“딱히 딴 건 없습니다. 아주 평범합니다.”
그의 보고를 다 들은 최승희는 미간을 살짝 오므렸으나 생각해 보면 아주 특이한 동향은 아니었다.
다만 전문가 촬영용 DSLR 카메라가 좀 마음에 걸리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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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현수는 현재 아주 바쁜 상태다. 어느덧 30분 뒤, 자신의 쿨타임이 끝나자마자 다시 30분 뒤를 확인하는 현수.
그렇게 쉴 새 없이 반복을 계속하던 중, 현수는 마침내 S&P500 선물 지수가 갑자기 큰 변동성을 보이는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목격했다.
사실, 이 선물 지수 값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상승, 하락을 반복한다고 하지만, 이번에는 좀 더 뚜렷한 변동 폭이 나타난 것이다.
마치 작은 댐이 터지듯, 흡사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모습인데···. 순식간에 –1.6%가량 폭락하는 작은 이변이 발생한 것이다.
즉, 특별한 조짐이 없는 가운데 –1.6%대의 하락 발생은 무릇 장중에 언제든 나올 수 있는 것이지만, 그러나 이게 현실화되는 순간, 그 자체만으로도 큰 변동사항일 수밖에 없다. 대폭락이 아닌 상황에서 이 정도의 폭락은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P3300 옵션 가격이 날뛰기 시작했다.
36.75.
37.00.
37.50.
38.00
38.25.
쑥쑥 올라가고 있는 풋옵션 가격.
그렇듯 현재가 수치에 큰 변화가 생긴다는 것은 현수에게는 정말 꿀이 뚝뚝 떨어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올라라. 더 올라.’
39.75
40.50.
41.50.
42.25.
43.50.
43.75.
그렇듯 현수 바람대로 풋옵션 가격은 아주 빠르게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거래량도 펑펑 터지고 있었다.
사실, 생각해 보면, 개인 공매도가 금지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해외선물·옵션 거래는 무척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선물 지수가 하락하든, 상승하든, 그에 맞춰 베팅을 하게 되면, 선물 지수 변동 폭에 따라 큰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상방 베팅이냐, 하방 베팅이냐를 결정해야 해서, 단순히 주가 상승만을 기대하는 국내 증시보다 더 복잡한 것도 사실이긴 하다.
‘그래도 암울한 하락장에서 달달하게 맛볼 수 있는 진짜 꿀맛이지.’
현수의 입꼬리는 현재 쓱 올라간 상태다.
지금 현수가 원하는 대로 S&P500 선물 지수의 큰 하락세가 발생했고, 그에 비례해서 풋옵션의 가치(현재가)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로 콜옵션 가격은 빠르게 급락하기 시작하는 모습인데···.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런 옵션의 가치 상승 혹은 하락은 눈앞의 실물 지수 변동률에 꼭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옵션은 만기일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기도 하고, 콜옵션이냐 풋옵션이냐에 따라 서도 그 가치가 달라지게 된다, 거기다가 각 옵션당 권리행사 가격에 따라서 옵션의 가치(현재가)가 좀 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데···. 즉, 내재가치 외에도 외재가치 등을 포함한 시장 기대감도 큰 변수가 되므로, 장중에 실물지수와 정비례 형태의 상승 혹은 하락이 나타나지는 않은 것이다.
45.25.
46.75.
47.50.
48.25.
48.75.
그렇듯 풋옵션 가격은 아주 빠른 속도로 상승 모드다. 그리고 드디어 현재가 48.75까지 뛰는 것을 현수는 확인할 수 있었다.
‘시간 됐다!’
그리고 동시에 쿨타임이 끝나자마자, 현수는 다시금 30분 뒤의 S&P 500 선물 지수를 들여다봤는데···.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현수의 표정은 바로 굳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현실감이 돌아온 그는 재빨리 모니터 세 군데를 한눈에 훑어봤고, 그 뒤, 서둘러 자신의 포지션 청산 작업에 들어갔다.
띠링!
「매도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띠링!
「매도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띠링!
「매도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다행히 거래량이 폭발하고 있는 상태라, 현재가로 매도를 던지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거래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바로 자신의 포지션을 원점으로 돌리는 익절 청산을 한 것이다.
결국, (48.75-35.50) X 50달러 X 2,000계약 = 1,325,000달러.
현수의 그런 머릿속 계산 값에서 곧이어 거래수수료가 차감되자, 그 결과 실제 계좌에는 +15억 원가량의 돈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몇 시간에 그는 15억 원을 벌게 된 것이다.
‘하하, 뭐 대어는 아니지만, 그래도 잡어는 잡았네. 15억이라···. 역시 투자는 낚시하듯 기다리는 데서 제맛이 생긴단 말이야. 완전 개꿀이네.’
사실, 왜 갑자기 그런 변동성이 나타났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현수는 잡어(雜魚)를 잡은 것이다.
그래도 이 잡어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액수를 가진 잡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풋옵션 종목에 좀 더 빨리 진입했더라면, 좀 더 큰 이익을 챙길 수 있었을 것이다.
더 낮은 가격의 프리미엄을 내고서 더 큰 이익을 낚을 기회를 놓친 것이 현수로서는 다소 아쉬운 것이었다.
‘음. 근데 내가격 베팅도 이익이 좀 되네.’
다시 말해서, 현수는 조금 전 내가격ITM 베팅을 했다. 대체로 내가격 쪽 베팅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인데, 반면 투기 세력들은 대체로 옵션 수익권에서 동떨어져 있는 외가격OTM 투자 쪽에 투자 비중을 높이곤 한다.
즉, 현수가 저번 주 WTI 유가 옵션에서 큰 대박을 터트린 것은 따지고 보면 최소 프리미엄만 내고서 덤벼든 아주 위험한 외가격 투자였다.
즉, 현수는 휴짓조각이 다름없는 곳에 베팅을 한, 이른바 아주 위험한 투자를 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투자는 성공했고, 그 대가는 판타스틱 그 자체였다.
‘하하, 갑자기 옵션에 재미가 더 붙네. 조금만 더 하자.’
그렇듯 아침 시간, 단 몇 시간에 15억 원이라는 수익을 낸 현수는 잠시 기분 전환 겸 해외옵션 블로그 쪽에 들어가 사람들의 반응도 한번 살펴봤다.
그리고 역시나 다를까. 콜옵션 투자자들 쪽에서는 곡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고, 풋옵션 투자자들 쪽에서는 환호와 기대감이 폭발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선물 투자 쪽과 달리, 콜옵션 매수자들은 손실 제한이 있어 다행이지만, 풋옵션 매도자는 현재 아주 죽을 맛일 것이다.
「ㅅ발 이게 무슨」
「된장할」
「SP500 진짜 너무 한다」
「너무 어이없게 무너지네」
「수익권 진입ㅋㅋㅋ」
「운빨 개빨」
「아 스발」
「나 강제청산 당할 듯」
「ㅋㅋ 야금야금 주서 먹기」
「지수 구조대, 구조 요망ㅠ」
「개박살나네」
「역시 대세는 풋 ㅋㅋ」
「지금이라도 갈아타야 하남?」
「2억 날렸다 ㅅ바」
「최악의 상황」
「진짜 ㅈ밥들 옵션 패가망신하니까 아닥하고 꺼져」
「멘붕+_+」
「혹시 한강 갈 사람 있나요?」
「익절완료 ㅋㅋ」
「무조건 하방이 국룰」
「난잡하다 난잡해」
「힘든 싸움··· 지수야 올라라」
「살려주세요ㅠ 저 전세금 다 날립니다ㅠ」
「미쳤나???」
「손절 청산 타임 졸라 힘들다」
「우헤헤, 벤츠 사야징^^」
「아다구 닥쳐! 풋 새끼들」
「개꿀! 콜 숏자리ㅋㅋ」
「자비없는 SP」
각기 다른 감정적 반응들을 한번 살펴본 뒤, 현수는 그로부터 30분쯤 뒤, 갑자기 포지션을 바꿔 이번에는 E-mini S&P 500 콜옵션 쪽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듯 정신없이 투자에만 몰두하던 중, 어느 순간 갑자기 띵동 하는 벨 소리가 들려왔고, 그 순간 현수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아차!”
그리고 바로 그때,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드는 현수. 어제 잠자기 전, 최승희 과장에게 카톡을 보낸 것이 지금 막 기억이 난 것이다.
오늘 오후 2시,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가겠다고 언질을 했던 것. 그래서 즉시 현재 시각부터 확인해 보니, 현재 시각은 정확히 오후 2시 정각이다.
즉, 자신은 정말 시간을 잊을 정도로 무척 몰두했던 것이다.
‘아, 이런! 점심도 안 먹었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
우선 옵션거래창을 한 번 더 확인한 뒤, 현수는 문을 열었고, 최승희 과장에게 5분만 더 기다려달라고 부탁한 뒤, 부랴부랴 콜옵션 청산에 들어갔다.
띠링!
「매도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띠링!
「매도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띠링!
「매도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그렇게 빠른 익절 청산을 한 결과, 현수는 이번 콜옵션 투자에서도 대략 5억 원 남짓한 돈을 벌게 되어, 오늘 총합 20억 원 남짓한 돈을 벌 수 있게 되었다.
‘뭐, 소소해도 20억이다.’
어느덧 옵션 투자에도 숙달된 현수. 그는 바로 컴퓨터를 끈 뒤, 저번에 도서관에서 빌렸던 「신주인수권과 전환사채의 이해」 등 총 3권의 책을 손에 쥐고는 곧장 자신의 오피스텔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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