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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짜리 쓰레기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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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12일 일요일.
현수는 평소대로 새벽 일찍 일어났다. 금요일 밤 과음으로 인해 흐트러졌던 생활 리듬을 다시 회복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먼저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을 꺼내 아주 집중해서 공부를 했고, 이후 중국집 배달음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간짜장에 군만두 한 접시. 사실, 이 정도면 점심으로도 아주 제격이었다.
‘아, 맛있다. 어젯밤 저녁, 스테이크도 맛있었지만, 그래도 후루룩 먹는 간짜장이 더 맛있단 말이야.’
그리고 오후 4시쯤 강남역 인근 커피숍에 도착한 현수는 잠시 후 방송국 FD 박창석을 만났다.
이때, 두 사람 간에 좀 더 긴밀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데···. 그 전에 현수는 자신의 국내 주식계좌 잔고를 그에게 공개했다. 물론, 아직 해외선물·옵션 계좌는 보여주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이제 적극적인 사업 추진을 하려면, 파트너 역시 자신의 수익을 어느 정도 알 필요는 있다고 봤는데, 그래서 그걸 공개한 것이다.
그리고 이때, 아주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라고 또 탄성까지 지른 녀석. 그 이후 그의 표정은 완전히 달라졌고, 또한 무척 진지해졌다.
사실, 그로서는 아주 힘든 방송국 FD 생활을 탈출할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 기쁜 모양이었다. 특히, 과거 실패작 보청기 사업 실패를 만회할 기회가 생겼다는 사실에 더더욱 흥분한 모습이었다.
“우선 내가 대표가 되는 것은 당연한 거고, 그럼 너는 Co-founder 겸 CAO(Chief Administrative Officer, 최고관리책임자), 즉 부사장 직책으로 해 줄 테니까, 앞으로 잘 부탁한다.”
현수가 그렇게 말하자, 곧 박창석의 입꼬리는 귀에 걸릴 정도다. 또한, 큼직한 뿔테 안경을 계속 만지면서, 그의 두 눈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고는 수더분한 머리를 뒤로 휙 넘기더니 그는 바로 입을 열었다.
“진짜 고맙다, 현수야. 네가 은인이다. 은인. 그 정도 돈이라면 진짜 뭐든지 할 수 있겠다. 어쨌든 지금부터는 내가 이 일에 총대를 메고 올인할 테니까, 넌 하나도 걱정하지 마라. 법인 설립부터 시작해서 잡다한 일들은 내가 책임지고 할 테니까, 그리고 직원 구하는 일도 내가 한번 알아봐 줄게. 예전에 벤처 하면서 이것저것 배운 게 많거든. 그때 금융 쪽 사람들도 많이 만나 봤어.”
“부탁한다 그럼! 내가 요즘 신경 쓸 일들이 좀 많거든. 우선 직원은 10명 정도. 이 정도 선에서 맞추고 시작하자. 사무실 임대 쪽은 내가 좀 알아본 데가 있는데, 너도 좀 더 알아봐. 우선, 내가 알아본 곳은 카톡 사진으로 보내줄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 우리 D-day, 7월 중순쯤으로 잡고, 회사 오픈하자.”
“7월 중순? 오케이! 열심히 해 볼게. 사실, 네가 저번에 이것저것 이야기하던 통에 나도 좀 찾아본 게 있어. 비록 우리나라가 이런저런 규제들이 참 많아도, 그러면 뭐하냐? 현재 법적 규정을 봐도, 네 자본 정도면 충분히 뛰어들 수 있어. 그리고 우선 회사 업무를 직접 종목 투자, 펀드운영,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되는 거지? 그리고 인방 같은 콘텐츠 사업 쪽은 추가로 기획하면 되는 거고? 특히 인방 쪽은 내가 다 책임지고 기획할 수 있어. 요즘 한가한 촬영팀 감독님들도 내가 많이 알고 있거든.”
“하하, 네가 도와준다니까 역시 일이 확 줄어드는데? 참, 그리고 이참에, 해외 주식투자 쪽도 한 번 들어갈 볼 생각이니까, 그쪽 종목 분석 전문가도 한번 알아봐 줄래?”
“알았어. 다만 좋은 사람을 뽑으려면, 직원에 대한 복지와 임금 수준도 아주 중요한데, 어때? 신생 기업이라 우리가 그 수준을 아주 잘 정해야 돼. 그렇지 않으면 좋은 사람 뽑기가 절대 쉽지 않을 거야.”
“흠. 사실, 당분간은··· 너랑 나랑 투맨쇼를 할 수밖에 없을 거야. 뭐, 그래도 직원 복지나 임금 수준은 빨리 정해야 하니까, 그건 네가 한번 정리해줄래?”
“아, 알았어. 그 일도 내가 맡아서 할게. 하하, 대표님께선 큰일 하셔야죠. 하하하.”
어쨌든 할 일이 앞으로 태산이었다. 물론 아직은 회사 규모가 작아, 재무, 인사, 기획, 투자, 이렇게 총 4개 분야에 대한 소규모 형태로 인재를 충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게 되었다. 그리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잡다한 일들까지 차근차근 논의하면서, 그들은 저녁식사를 같이 했고, 또 밤 9시까지 많은 대화를 나눈 뒤에야 헤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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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점점 더 일들이 많아지고 있어.”
어느덧 밤 11시.
자신의 오피스텔 침대에 누운 현수는 컴컴한 천장 쪽을 바라보며 잠시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들었다.
그러고 보면 정말 미칠 정도로 좁았던 감옥 같은 고시원 쪽방. 그곳에서 탈출한 것만으로도 만감이 교차하게 되는데, 이제 자신은 사업까지 벌이려고 준비 중에 있다.
당시, 기약도 없이 공시에만 매달렸던 자신. 그러나 그 답답했던 상황은 갑자기 해소가 되었고, 그때의 숨 막히던 족쇄는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제 자신은 좀 더 넓은 오피스텔에서, 좀 더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상태에서, 자신의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흠. 투자, 사업, 인방··· 그게 뭐든지 간에 무조건 열심히 해 보자.’
그러고 보면, 기회조차 없었던 자신에게 하늘이 천금 같은 기회를 준 것이다. 현수는 그 기회들을 아주 소중하게 여길 생각이다.
그리고 잠시 후, 현수는 눈을 감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아주 달콤한 잠에 푹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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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13일 월요일 아침.
현수는 평소대로 새벽 일찍 일어났고, 또 평소대로 이것저것 일들을 마친 뒤, 곧이어 주식계좌부터 확인했다.
현재 주식계좌잔고에 남아 있는 주식은 대성통상 131,160주, 대신정밀화학 296,000주. 이제 새로 한주가 시작되는 마당이라, 이 주식들을 언제 처분할지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음. 대신정밀화학은 시총 규모상 더는 상한가 행진이 힘들 거야. 결국, 오늘 적당한 때 매도하는 게 맞는 것 같고···. 하지만 대성통상은 도대체 어떻게 될지 도무지 모르겠어. 이쪽은 확실히 뭔가 다른 흑막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대신정밀화학은 오늘 장중 매도, 대성통상은 판단 보류 쪽으로 매도 방향을 정했는데···.
곧이어 현수는 자신의 능력을 오늘 어느 종목에 쓸 것인지도 정해야 했다.
왜냐하면, 오늘 중요한 건수가 하나가 더 있기 때문이다.
즉, 석유수출국기구(OPEC) 외에도 러시아 중심의 비OPEC 산유국 모임인 OPEC+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의를 열어 원유 감산 결정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회의 장소인 오스트리아 빈과의 시차 때문에 아마도 오늘 저녁 늦게 결과가 발표될 수도 있는데···. 그 때문에 이미 국제유가 옵션 가격은 아주 빠르게 격동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 오늘은 무조건 옵션이다.’
결국, 현수는 더는 늦출 수가 없었다. 특히, 현재 상황에서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원유 감산 결정.
혹여 뜻밖에도 회의가 파국을 맞이하며 감산 결정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는 거고, 아니면 대다수의 예상대로 감산 결정이 아주 수월하게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현수는 주가창과 옵션창을 동시에 노트북 화면에 띄웠다. 그런데 이때 문제가 생겼는데, 현재 현수가 눈여겨봐야 할 종목은 무려 3개나 된다. 대신정밀화학 주식과 대성통상 주식, 그리고 WTI 유가 옵션.
‘아, 이런! 화면이 너무 작아.’
결국, 이대로는 다양한 투자를 병행할 수가 없다. 아무래도 이젠 멀티모니터를 장착한 최신형 데스크탑에서 일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최소 모니터 3개 이상이 있어야 할 것 같고. 그래서 현수는 즉시 인터넷 쇼핑물로 들어가, 가장 빨리 받을 수 있는 데스크탑, 모니터, 잡다한 연결잭들을 구매했다.
그런 뒤에 그는 휴대폰으로는 주식앱을 띄워, 오늘 변동성이 크게 나올 수 있는 대신정밀화학 종목을 유심히 관찰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갖춘 현수는 드디어 WTI 7월물 원유 선물 현재가를 확인했다.
현재가 71.38.
‘그럼 이 가격이 오를까? 내릴까?
저절로 호기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잠시 후 현수는 현재가에 집중한 뒤 내일 종가를 들여다봤는데···.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현수의 두 눈은 갑자기 찢어질 듯 커지고 있었다.
“뭐야, 이거? 하락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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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순간, 현수는 자신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역시 찌라시나 최근 기사 내용대로 국제유가가 크게 흔들린 것이다.
이른바 유가 상승이냐, 하락이냐,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사항인 큰 변동세가 나타난 것이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다.’
서둘러 매수부터 해야 한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는 돈 많은 사람들이 아주 많다. 제아무리 위험한 투자라도 그걸 꺼리지 않은 사람들도 아주 많은 것이다.
즉, 일확천금을 노리고서 자신의 큰 재산을 투자했다가 한 번에 날리는 사람들도 있으며, 또한 역으로 수십 배, 수백 배 이익을 취하는 사람들도 세상에 존재한다.
특히, 이런 일확천금형 투자와 관련된 옵션 투자는 아주 어려우면서도 또한 수많은 변수들이 만연한 상태라, 마치 도박과도 같은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투자에도 나름의 룰이라는 게 있다.
즉, 모든 옵션 투자는 내재가치와 시간가치를 가지고서 그 가치를 미리 평가할 수가 있다.
일례로, 내재가치라는 것은 기초자산가격과 옵션행사가의 차이에서 결정되는데, 반면 시간가치(혹은 일종의 거품 효과, 외재가치)라는 것은 옵션의 잔존기간, 변동성, 이자율 등에 따라 결정이 되게 된다.
그래서 옵션의 내재가치는, 콜옵션의 경우, (기초자산가격 – 행사가격)과 ‘0’ 중에서 큰 값으로 결정되며, 가치 상승 종목일 경우 이 내재가치가 무조건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시간가치(혹은 외재가치)는, 콜옵션의 경우, [프리미엄 - (기초자산가격 – 행사가격)]과 ‘0’ 중에서 큰 값으로 결정이 된다.
즉, 옵션만기일이 다가올수록, 시간가치 때문에 대체로 옵션 가치가 하락하는 게 일반적인데, 반면 큰 변동성을 눈앞에 두고 있을 땐 오히려 옵션 가치가 역전할 수도 있다. 즉, 가치 하락이 아니라, 가치 상승이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흠. 다들 이번에 감산 결정이 나올 거고, 곧 유가가 오를 거라고 생각했을 텐데, 내가 본 건 그 반대였어.’
즉, 현수가 봤던 WTI 7월물 선물가격은 갑자기 무지막지하게 떨어져 버렸다. 산유국들이 원유 감산이 아니라 결국 증산 쪽에 추가 기울어진 것이 분명했다. 그 결과, WTI 선물가격은 오늘 종가에 63.15까지 떨어질 예정이다.
그래서 지금 현수가 쓸 수 있는 전략은 바로 풋옵션 전략.
현재 WTI 원유 옵션은 호가 단위가 0.01단위이고, 틱 가치는 10달러다. 실물 포지션은 1계약당 1000배럴. 특히, 현재 행사가 65.5 풋옵션의 내재가치가 0에 수렴하고 있는데, 시간가치도 아주 낮아(만기일이 임박했으므로) 휴짓조각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즉, 현수는 65.5 풋옵션 구매에 즉시 나섰다. 특히, 리스크 때문에 옵션 투자자들이 주로 쓰고 있는 버터플라이 전략도 구태여 쓸 필요도 없이 그냥 몰빵을 넣은 것이다.
띠링!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띠링!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띠링!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띠링!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쉴 새 없이 들려오는 계약 체결 알람.
이때, 현수는 유지증거금과 현 매물을 고려해서, 대략 36억 원 정도를 65.5짜리 풋옵션 매수에 집어넣었다.
현재 내재가치 0짜리 쓰레기에 투자를 한 것이나 다름없지만, 현수의 표정은 절대 그렇지 않았다.
왜냐하면, 행사가 65.5 이하부터는 최저가인 0.02를 기록하고 있지만, 향후 얼마나 폭증할지 모르는 일이다. 만약 최대 1.00까지 오르게 된다면, 현수는 단숨에 50배의 이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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