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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수익률 1,000,000배-62화 (62/170)

<내 수익률 1,000,000배>

입질어부

-23-

“그럼 이분이 바로?”

“네. 그렇습니다. 부사장님. 김현수씨입니다.”

“아, 인터넷에서 아주 유명하신 분을 이렇게 뵙게 되는군요. 정말 반갑습니다. 아까 복도에서 잠깐 봤을 때, 바로 인사나 할 걸, 죄송합니다. 저는 이원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Stock24의 이원진 부사장.

30대 초반의 나이로 짐작되는 그는 아주 젊어 보였다. 눈빛은 아주 살아 있었고, 심플한 반 팔 흰 와이셔츠 차림이지만, 호리호리한 체격에 유난히 짙은 머리 색깔 때문인지 무척 단정해 보였다.

긴 곱슬머리를 하고 있는 최현세 PD와는 아주 대조적으로 진짜 사업가 스타일의 남자였다.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김현수입니다.”

현수도 바로 인사를 하자, 그는 밝게 웃으며 자신의 명함을 건넸고, 또 말을 이어 나갔다.

“저희 촬영 본부가 좀 외진 데 있죠?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자, 이렇게 서 있지만 마시고 이제 편안하게 앉으시죠.”

잠시 후, 콘텐츠 제작팀 내, 회의실 겸 귀빈실에는 이원진 부사장, 최현세 PD, 박기묵 대리, 그리고 김현수, 이들 네 사람이 각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혹시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저희 회사는 훌륭한 인재라면 어디서든 섭외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 회사가 하는 일은 단순한 인터넷 방송만이 아닙니다.”

그러면서 이원진 부사장은 좀 더 설명을 했다.

“물론 대외적으로 보면 인방 촬영과 콘텐츠 기획 위주로 돌아가고 있지만, 저희 역삼동 본사에서는 주로 대형 PB(프라이빗 뱅커) 라인을 운영하며 각종 투자 활동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인방은 일종의 대외 이미지 차원이고, 저희의 주 업종은 사모펀드를 포함해서 국내외 기업 인수합병, 또한 해외 투자 쪽도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회사의 규모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이원진 부사장은 계속 어필하고 있었다.

“하하, 그리고 좀 더 직설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오늘 제 일정이 아주 빠듯한 데도 현수씨를 꼭 뵙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원진 부사장은 현수에 대한 묘한 관심을 드러냈는데, 그 바람에 현수는 바로 의아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사실, 최현세 PD는 직접적으로 자신을 컨택한 사람이다. 그가 실무자라서 그럴 수도 있다고 하지만, Stock24의 주요 경영자 중의 한 명인 이원진 부사장이 왜 자신을 그토록 보고 싶어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곧이어 이원진 부사장은 더욱더 솔직하게 그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사실, 저희 투자 사업 본부에서 최근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하나 있습니다. 아마 제가 말을 하면 바로 아실 겁니다. 바로 성진양행입니다.”

‘어? 성진양행?’

그 순간, 현수는 아주 익숙한 회사 이름에 바로 눈을 반짝거렸다. 이때, 이원진 부사장은 계속 말을 이었다.

“저희 쪽 퀀텀ST 제2호 투자조합, 이 사모펀드는 조만간 전환사채를 통해 성진양행의 최대주주가 될 예정입니다.”

그제야 현수는 눈이 조금 더 커졌다. 아주 익숙한 회사 이름, 그런데 그 회사 이름을 여기서 듣게 되자, 현수로서는 약간 황당할 정도다. 왜냐하면, 성진양행은 자신도 잘 알고 있는 회사다.

과거, 리픽싱 작업을 하고자 무모한 주가 폭락을 주도했고, 리픽싱 작업이 끝난 뒤 곧바로 주가 급등세를 보였던 회사.

당시, 주식초딩의 긴급 구조 요청 이메일을 받고서 성진양행을 알게 된 뒤, 그 종목 투자에 황급히 들어갔다가 그때 현수는 쏠쏠한 이익을 보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당시 게재되었던 리픽싱 관련 공시는 아직도 기억이 날 정도다.

「공시 회사명: 성진양행」 「전환가액 조정 (제6회차)」 (접수일자: 2022-04-26)

그러니까 성진양행은 일반 주주들에게는 정말 악독한 수법을 써서 리픽싱 작업을 했던 것인데···. 당시 어느 사모펀드가 그 혜택을 고스란히 받은 바 있다. 그런데 지금 이원진 부사장의 말을 듣게 되자 현수는 곧바로 그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바로 저 퀀텀ST 제2호 투자조합이 리픽싱과 관련된 그 사모펀드인 것 같았다.

“네. 맞습니다. 바로 감을 채신 것 같군요.”

현수의 눈을 빤히 바라보고 있던 부사장 이원진은 그렇게 말을 하며 곧이어 추가 설명도 했다.

“그러니까 저희가 퀀텀ST 제2호 투자조합의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업무집행을 도맡아 하고 있죠.”

“아, 그럼 그 말씀은?”

“사실, 그때 전환가액 조정이라는 큰 건이 있어, 저희도 사실 조마조마했습니다. 물론 그 일은 저희 쪽에서 한 게 아니라, 성진양행 경영진에서 벌인 일이긴 합니다. 다만, 저희는 그 과정에 계속 주가를 모니터링했는데, 바로 그때, 하하, 참 우연히도 한 인터넷 전문가가 저희 눈에 띄더라고요.”

“네?”

“하하, 정말 아슬아슬한 선에서 주가 예측을 하고 계시더군요. 딱 애매한 선에만 걸쳐 있고. 그러다가 나중에 최 PD님 이야길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면서 씩 웃는 이원진.

“그리고 이건 제 개인적으로 죄송한 말씀인데, 제 닉네임이 바로 입질어부입니다.”

‘뭐? 입질어부?’

뜻밖의 말이라 현수는 그 의도를 머릿속으로 유추했고, 그러다가 이원진 부사장이 자신의 댓글러 중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그 닉을 어디선가 한 번쯤 본 것 같았다. 물론 자신을 따랐던 댓글러들이 워낙 많다 보니, 대다수 닉네임들은 익숙하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그 과정에서 저도 한두 번 추격 매수를 하다 보니, 현수씨 덕분에 한 2억, 3억 원 정도 벌었습니다. 하하하, 물론 저한텐 소액 투자였죠. 하하하.”

그렇듯 즐겁게 웃고 있는 이원진 부사장의 모습. 젊은 경영자가 아주 인상 좋게 웃는 모습은 보기에 나쁜 것은 아니지만, 현수는 그 순간 머릿속이 좀 복잡해졌다. 그러고 보면, 일면식도 없는 여자 연예인이 어제 케이블TV에서 자신에 대해서 언급을 했고, 또한 눈앞의 Stock24 부사장은 자신에게 묘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하, 뭐, 그렇다고 해서 제가 신기해서 현수씨를 뵙고 싶어 한 건 아닙니다. 저는 현수씨의 투자 감각에 완전히 반했습니다. 뭐, 주식이란 게 오를 수도 있지만, 또 갑자기 내릴 수도 있죠.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는 게 주식입니다. 그런데 신내림을 받은 것처럼 정말 놀랍더군요. 대체 어떻게 아신 겁니까?”

이원진 부사장은 눈을 약간 크게 뜨며, 강한 호기심을 지금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현수는 이런 식의 질문을 받게 될 날이 올 거라고 예상하고 있어, 오히려 좀 더 수월하게 답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이때 쓰려고 공부했던 주식 이론들을 쭉 풀어놓았는데···.

이른바 주식 투자이론이란 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게 사실이다. 아무리 훌륭한 통계 프로그램도 단기 주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그리고 잠시 후···.

“역시 지식이 아주 출중하시군요. 한데 최 PD님한테 듣기로 이쪽 전공자가 아니라고 하시던데, 맞습니까?”

“네. 전공자는 아니지만, 독학했습니다. 투자 쪽에 관심이 많이 있다 보니.”

“아, 그러고 보면 예전에 리먼 브러더스 부실과 환율 폭등, 이런 심각한 금융 위기를 미리 예견했던 인터넷 전문가가 계셨는데, 현수씨는 꼭 그런 분들과 비견될 만하군요. 사실, 저희 직원들 중에는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텍사스 퍼시픽 그룹 등 세계 유수의 투자사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보다 저는 현수씨가 감각적인 면에서 더 월등하고 봅니다.”

그러고는 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원진 부사장.

“어쨌든 저희와 함께 일을 하게 된다면, 여러모로 저희가 도움을 받는 부분도 있을 거고, 또 저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들도 많이 있으리라고 봅니다. 객원 컨설턴트도 좋고, 인방 BJ 좋습니다. 이렇게 인연을 만들다 보면, 분명 서로에 윈윈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그렇게 말을 이은 뒤, 이원진 부사장은 갑자기 자신의 손목시계를 황급히 보더니 곧 표정을 달라졌다.

“아! 이런!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제가 좀 일이 있어서 지금 시간이 좀 없습니다. 오늘 제가 무리하게 시간을 낸 건데, 지금 시각이··· 아, 죄송합니다. 지금 당장 일어나야겠습니다. 4시 40분 뉴욕행 비행기, 이걸 타야 하거든요.”

그러고는 그는 거듭 양해를 구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이어 현수와 아주 힘 있는 악수도 했다.

“그럼 현수씨,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아, 좋은 여행 되십시오.”

그렇듯 현수와 이원진 부사장의 만남은 아주 짧게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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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현수가 다시 오피스텔로 돌아온 것은 시간이 꽤 흘러, 어느덧 밤 8시가 될 무렵이다.

즉, 오후 2시부터 밤 8시까지, 무려 6시간 남짓한 긴 시간 동안을 Stock24 최현세 PD와 함께 보낸 것이다.

그 와중에 두 사람은 저녁도 함께 먹었고, 또 많은 대화도 나눴다.

또한, 현수는 실제 촬영장에서 모의 촬영을 직접 해 보기도 했다.

이때, 최현세 PD는 현수의 방송 감각이 나쁘지 않다고 했다. 약간의 발음 교정할 게 있다고 했지만, 어색하지 않게 카메라를 보면서 말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아주 만족스럽다는 것이다.

‘그래도 쉽진 않아. 차라리 댓글 방송이 훨 쉽지.’

그럼에도 이번 방문을 통해 현수는 자신의 또 다른 가능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이 점점 현실이 되자, 현수는 조금씩 머리가 복잡해졌다. 평소에 떨지 않고 남들 앞에 말할 자신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게 막상 인방 BJ로 연결되자, 머리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근데 진짜 해도 될까?’

즉, 인방 BJ가 자신한테 큰 수익의 원천이 된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투자 수익보다도 인방 BJ 수익은 훨씬 더 낮을 것 같았고, 어쩌면 자신은 시간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음. 하지만 장점도 있으니까.’

그건 바로 유명세다.

즉, BJ 강남귀족과 같은 그런 유명세를 자신이 누릴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자신의 천성은 조용한 곳보다는 친구들과 왁자지껄 어울리는 게 더 맞았다. 즉, 조용히 일확천금을 벌기만 할 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골방 부자가 되는 것보다는 좀 더 유명한 부자가 되고 싶은 게 현수의 욕심이자 바람이다.

‘그래, 내 회사를 만들어서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하면, 내가 직접 매수·매도를 안 해도 투자가 가능할 거고. 또, 내가 유명해지면 친구들이나 부모님도 내 수익에 대해서 절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현재로서는 아주 비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신의 수익 형태를 자신의 유명세를 통해서 가릴 수도 있는 일이다.

더군다나 수익 외에는 별다른 내세울 게 없는 자신에게 아주 좋은 경력들이 만들어질 수도 있는 일이다.

또한, 지금껏 찌지리 궁상이었던 자신의 루저 인생, 이걸 통째로 바꿀 색다른 기회가 생길 수도 있는 일이다.

‘흠.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난 아직 나이가 적어. 그래, 우선은 그냥 한번 해 보자. 뭔가 색다른 재미가 있을 수도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더 많은 기회가 생길 수도 있어. 흠.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이번 기회에 빅원 씨에스(경호회사)와 장기 계약도 맺어야겠다. 이원진 부사장 같은 사람이 날 주목했으니까··· 혹시 또 모르는 일이지. 그래, 앞으론 보디가드들과 함께 다녀야겠어.’

어쨌든 골방 투자만 몰두하던 현수에게 좀 더 넓은 세상이 찾아오고 있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기회도 이제 생길 것 같았다. 특히, 큰 투자를 하려면 종목 정보, 투자 대상 정보를 더 넓게 볼 필요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과의 교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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