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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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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대체 누굴까?’
“야, 뭐하냐? 김현수! 빨리 마셔! 나 술잔 비웠어!”
어느덧 밤 8시 25분.
불타는 금요일 저녁! 이 시각 모처럼 만나게 된 고등학교 동기 친구들과 함께 현수는 저녁 식사를 겸해 술을 마시게 되었다. 아까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들른 뒤 곧장 이쪽 약속 장소로 넘어와 그들과 어울리게 된 것인데···. 지금 현수는 잠시 딴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곧바로 소주잔을 들었다.
곧이어 주르르 목을 타고서 넘어가는 소주의 쓴맛.
그렇듯 단숨에 소주잔을 비워내고는 그 즉시 잘 구운 삼겹살 한 점을 기름장에 묻혀서 입에 넣었다.
구운 김치까지 곁들이자,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현재, 식품 관련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고교 동창 정세훈, 제약회사에 다니고 있는 영업맨 장광혁, 탁구 관련 물품 회사를 다니고 있는 또 다른 영업맨 이재구, 이렇게 친구 셋과 함께 현수는 삼겹살집에 불금을 즐기게 된 것이다.
물론, 친구들의 퇴근 시간에 맞춰, 느지막하게 저녁 8시에 약속을 잡았고, 지금 한참 불금 파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근데, 현수 너! 얼굴이 많이 환해졌다? 너 공시 때려쳤다며?”
친구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자, 그는 그렇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런 그를 힐끔 쳐다보던 현수. 눈앞의 친구 장광혁은 현재 목 쪽 넥타이를 조금 풀어 아주 여유로운 모습이다.
“그래, 공시 때려쳤어.”
현수는 그렇듯 가볍게 대답하고는 바로 씩 웃는다.
“그럼 뭐하냐? 혹시 계약직으로 들어갔냐?”
계약직?
하긴 뭐라도 먹고 살려면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이라도 택할 수밖에 없는 게 이 시대 청년들의 숙명이다.
그러나 현수는 곧 고개를 저었다.
“아니, 현재 전업 투자.”
“뭐? 전업 투자? 그게 뭔데?”
뜻밖의 말에 바로 호기심을 보이고 있는 그. 이때 다른 친구들, 정세훈, 이재구도 호기심을 보였다.
사실 현수의 대학 동기들과 달리, 이들 고등학교 친구들은 그래도 수도권 대학에 입학을 했고, 또한 어렵긴 했으나 그래도 각자 자신에게 맞는 중소기업에 취업을 한 상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돈을 왕창 버는 것도 아니다. 다니는 회사가 대기업도 아니었고, 또한 월급을 많이 주는 금융계 쪽도 더더욱 아니었다.
그저 저들은 작은 봉급만을 기다리는 가난한 봉급쟁인 것이다.
“뭐, 이것저것 투자, 주식도 포함해서.”
“야! 그럼 너 주식 한다는 말이냐?”
“그래. 그런 셈이지.”
“야! 진짜 너, 진짜 심하다! 전업 투자? 그거 순 말만 좋지, 그러다가 쫄딱 망하면 어떡하려고? 내 주변에 주식하다가 말아 먹은 형들이 엄청 많아. 날마다 징징거리고 있고. 작년에 상폐 종목 잡았다가 전세금 날린 형도 있어. 그거 잘못하면 그냥 골로 간다던데?”
“뭐, 주식이 그런 면이 없는 것도 아니지.”
이때, 아직도 얼굴에 여드름이 나 있는 친구 이재구가 슬쩍 대화에 참여했다. 대학 때 탁구 치는 게 좋아 전국적인 규모의 탁구 동호회에 들어갔다가 운 좋게 탁구용품 관련 회사 관계자를 만나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탁구용품 회사에 취업한 녀석이다.
작은 기업이다 보니, 벌써 대리 직함을 달고 있는 상태다,
“그럼 김현수. 혹시 너, 돈 좀 버냐? 아까 보니까 너 BMW 타고 왔던데?”
그러고 보면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이곳에 도착하다 보니, 차량에서 내리는 현수를 그가 봤던 것이다.
전철을 타고서 뚜벅이 신세로 걸어왔던 자신과 달리, 거의 백수나 다름없는 현수는 BMW 차량을 타고 왔으니, 그 상황이 무척 궁금했던 모양이다.
“야, 뭐야? 너 BMW 샀어?”
“이 자식 돈 잘 버나 봐. 참, 요즘 코스피가 많이 올랐다며?”
자신의 애마 때문에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고 또 친구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현수는 씩 웃다가 곧이어 능청스럽게 자신의 술잔을 비우고는 곧바로 소주 한 병을 손에 들었다.
“야, 너희도 좀 빨리 마셔라! 마셔!”
할 수 없이 다들 소주잔을 손에 쥐었고, 단숨에 술을 마셨다. 그러자 현수는 차례로 술을 따라주면서 곧 입을 열었다.
“난 좀 벌긴 해도 꼬박꼬박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잖아? 그래도 오늘 술값, 몽땅 다 내가 낼 테니까, 그렇게들 알아.”
그러자 다들 눈이 휘둥그레진다.
“오오, 너 진짜 돈맛 좀 봤나 보네?”
“이야, 하긴 그런 소득이 불로소득이나 다름없지. 근데 너 한 몇백 벌었나 보네?”
“이참에 나도 주식이나 할까? 전업은 힘들어도 부업으로 하면 돈이 좀 되냐?”
설마 현수가 아주 까마득한 수익률, 즉 백억 원대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는 것을 저들은 도저히 상상조차 못 하고 있었다.
즉, 현수가 정확하게 말을 하지 않은 터라, 그들은 대충 주식으로 돈 좀 버나 보다, 이 정도로만 생각하고 끝을 냈다.
그렇게 현수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자, 이제 각자 그들은 자신들의 회사 생활 이야기를 꺼냈고, 못된 상사들 때문에 물먹은 이야기들을 쉴 새 없이 토해냈다.
“야, 근데 너희들, 세상에서 가장 쫀쫀한 사람이 누군지 아냐?”
이때 제약 영업맨 장광혁이 소주 한잔을 단숨에 비운 뒤 입을 열었다. 때마침 구운 김치를 돌돌 감은 삼겹살을 입에 넣던 친구들은 그런 장광혁을 일제히 쳐다봤다.
“야, 누구냐 하면, 바로 우리 팀장이다. 우리 팀장.”
“왜? 왜?”
“진짜, 그 인간 아주 지독한 구두쇠야. 평소에 지 잘난 맛에 사는 것도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회사 회식비를 그렇게 떼먹냐?”
“대체 무슨 일인데?”
“너희도 알다시피, 팀장급 정도가 되면 매달 법인카드로 얼마쯤 쓸 수 있잖아? 그걸로 회식하라고 회사에서 주는 건데. 저번에 우리 팀이 마켓팅 팀이랑 공동 회식할 때, 회식 끝난 뒤, 그거 계산할 사람이 갑자기 없는 거야. 그 존나 황당한 거 있지? 두 쪽 팀장 모두가 갑자기 싹 사라진 거야.”
“어? 그래서?”
“우리가 낼 수도 없잖아. 그래서 두 사람을 바로 찾아다녔지. 근데 좀 있다 보니까, 마켓팅 팀장은 진작에 밖에서 나가서 한쪽 구석 외진 데서 담배 태우고 있더라고. 완전 귀신같이 나갔다니까. 그래서 지금 계산해야 한다니까, 그 팀장 말이, 자긴 오늘 깜빡하고서 지갑을 안 가져왔다네? 아씨, 존나 찐따같잖아. 할 수 없이 우리 팀장님 찾으러 사방으로 돌아다녔는데, 그 인간 대체 어디 있는 줄 알아?”
“······?”
“와, 진짜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바로 화장실에도 가 봤지. 근데 거긴 불러도 없더라고. 그래서 진짜 없는 줄 알았거든.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없길래, 혹시 몰라 다시 가봤는데, 양변기 칸에서 문을 살짝 열고 화장실 입구 쪽을 쳐다보고 있더구나. 아, 시팔, 거기 숨어 있었던 거야.”
“야, 대체 왜?”
“인마! 법인카드 내기 싫어서 존나 숨은 거지. 법인카드 회식비로 가족들이랑 밥 처먹으려고 그 짓거리다. 그 짓거리!”
“아씨, 진짜 지독하네. 니네 팀장도 그렇고 마켓팅 팀장도 진짜 고단수네? 언제 그렇게 도망을 쳤대?”
“그러니까 그 인간들, 진짜 지독한 인간들이라니까. 두 사람이 쌍두마차라고 소문이 자자하더니, 그때 다 알게 됐다니까.”
“그럼 결국 니네 팀장이 법인카드 썼어?”
“야! 그럴 인간이 화장실에 숨었겠냐? 자기도 깜빡하고서 법인카드 안 가져왔다잖아. 아씨, 할 수 없이 한 선배가 우선 결제하고 다들 뿜빠이 했다. 뿜빠이.”
“뿜빠이는 왜?”
“야, 법인카드란 게 바로 그때 안 쓰면 안 되거든. 진짜 구리더라. 혹시 자기가 두 팀 회식비 낼까 봐, 서로 눈치까고 두 인간이 서로 미루려고 그 짓거리를 한 거야!”
“야아, 그러고 보면 니네 회사 진짜 대단하다, 대단해.”
다들 혀를 차다가, 이번에는 가볍게 건배를 하며 소주잔을 일제히 비웠다.
“야, 오늘 소주는 쓰면서도 달달하네.”
“너도 그러냐? 나도 좀 달달한 데.”
“넌 어때?”
“난 그냥 그럭저럭.”
그러고 보면 조금 전 이야기된 두 팀장들의 모습은 인색함, 그 자체다. 하지만, 이게 바로 딱딱한 도시를 살아가고 있는 보통 사람들의 세상 모습이 아닐까. 최근 들어서 더욱더 서울 물가는 비싸지고 있었고, 전셋값, 집값 모든 게 너무 뛰었다.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는 게 없는 사람들한테 앞으로 세상 사는 게 더욱 힘들어졌다. 즉, 첫 직장을 가진 뒤 자신의 첫 집을 마련하기까지 너무나도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야! 오늘은 그냥 마시고 죽자! 다들 잔 채워!”
그렇다.
이렇듯 세상이 각박해도 그럼에도 오늘은 불타는 금요일이 아닌가.
그래서 더욱더 신이 났고, 다들 힘차게 쭉쭉 달려나가고 있었다.
즉, 자신이 술을 마시고 있는지, 술이 자신을 마시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그들은 소주병을 계속 비워내고 있었다.
물론 그런 즐거움의 와중에도 현수는 간혹 한 번씩 자신만의 생각에 잠겼는데···.
‘음. 근데 대체 누굴까?’
아까, 케이블TV에서 봤던 그 여자 연예인. 아직도 현수는 호기심을 감출 수가 없다. 요즘 각종 CF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는 여배우, 최인영.
명문 연국대 출신에 머리도 좋고, 몸매도 아주 좋고, 얼굴도 아주 이쁜 청순미녀 아가씨다.
작년에는 시청률 30%대를 찍은 케이블 드라마에서 서브여주로 출연한 뒤, 그녀의 인기가 한때 크게 폭발하기도 했었다.
‘진짜 대체 누굴까?
문득 현수는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닉네임들을 하나씩 떠올려봤다.
울산멍현, 허니곰팅, 몰빵천사, 다파라머거, 100세시대, 연수엄마, 와런바피, 갓장어, 주식초딩, 티끌모아똥, 삐딱소녀, 강남미녀, 위조따발, 집농땡이, 대탐소실, 진구사랑, 똥침빵, 처녀귀신, 입질어부, 상할가, 처녀무당, 니가가라, 오리무중, 아마이너스, 큰꼬모니, 배불러, 던킨형, 만두언냐, 하루좋아, BTS짱, 초리뽕, 냐옹이, 낭랑50세 등등.
그리고 그 수많은 닉네임들 중에서 대략 여성형 닉네임들만 뽑아내면, 연수엄마, 삐딱소녀, 강남미녀, 처녀귀신, 처녀무당, 만두언냐, 냐옹이 등으로 압축이 된다.
‘근데 연수엄마? 흠, 연수엄마는 댓글이 좀 아줌마 같아서 절대 아닐 테고, 그럼 강남미녀? 하하, 아니지, 악플러는 절대 아닐 거야. 삐딱소녀? 그것도 아닌데. 댓글을 좀 어리게 썼던 것 같고···.’
그렇다면 다소 어감이 세고 으스스한 닉네임들, 처녀귀신과 처녀무당? 만약 그게 아니라면, 만두언냐 혹은 냐옹이?
그러나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사실, 닉네임에는 신상정보가 없어, 현수로서는 도저히 알 길이 없는 것이다.
‘하긴 내 닉만 보고서는 내가 누군지 절대 알 수 없을 거야. 아, 아니지, 지금은 날 아는 사람이 딱 한 명 있긴 하네.’
바로 Stock24의 최현세 PD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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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다음 날 아침 10시.
현수는 평소보다 좀 더 늦게 일어났다.
전날 마신 술 때문에 아주 심한 숙취가 생겼고, 그 때문에 그는 먼저 생수부터 쉴 새 없이 마셨다.
그러고는 팅팅 부은 얼굴로 멍하니 침대에 앉아 있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는 곧바로 샤워를 시작했다.
사실, 오늘은 따로 일정이 있었다. 즉, Stock24 최현세 PD를 Stock24 촬영장에서 만나야 한다.
이때 약속 시각은 오후 2시.
그래서 그 전에 술을 좀 깨고, 해장도 하며 쓰린 속을 달래야 한다. 물론,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 있는 상태다.
잠시 후, 샤워를 마친 뒤 젖은 머리를 헤어드라이어로 말렸고, 그 뒤 현수는 아주 깔끔하게 차려입고는 곧장 밖으로 나왔다.
현재 토요일 아침 시간대라 아침을 먹을만한 곳이 그리 많지 않아, 좀 멀리 걸어갈 필요가 있었다.
물론 근처에 아침 일찍 여는 빵집이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빵이나 케익 같은 것을 먹게 되면 그대로 오바이트가 쏠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현수가 찾은 곳은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국밥집. 24시간 운영하는 곳이라 바로 가게로 들어가, 현수는 따끈한 돼지국밥 한 그릇을 시켰다.
그리고 채 5분이 지나지 않아, 바로 나오고 있는 돼지국밥 한 그릇.
“맛있게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바로 수저를 들고서 공깃밥을 국밥에 말았다. 그리고 훌훌 말아서 먹자, 어제 새벽 3시까지 마셨던 과량의 술이 몸속에서 이제 많이 희석되는 느낌이다.
‘하, 이제야 살 것 같네.’
언제나 느끼지만, 소주는 마실 때가 즐겁지만, 언제나 다음 날이 문제다. 바로 그 숙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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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느덧 오후 2시.
현수는 딱 시간에 맞춰, 경기도 한적한 곳에 위치한 Stock24 촬영장에 도착했다. 물론 아직 술기운이 완전히 사라진 것 같지 않아, 카카오 택시를 타고서 그곳에 도착한 현수는 먼저 1층 로비 안내 데스크에서 최현세 PD를 찾았다. 그러자 잠시 후, 한 젊은 직원이 1층 로비에 곧바로 나타났다.
“반갑습니다. 박기묵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김현수입니다.”
이때, 직원은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Stock24
콘텐츠 제작팀
박기묵 대리
“아, 죄송한데 저는 아직 명함이 없습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먼저 그 명찰을 목에 거시고 이쪽으로 가시죠.”
박기묵 대리는 그렇게 친절하게 말했고, 현수는 조금 전 안내 데스크에서 발급받은 방문자 명찰을 목에 걸고는, 그와 함께 움직였다.
잠시 후, 그들은 계단을 통해 본관 2층에 위치한 콘텐츠 제작팀 사무실로 향했는데···. 그런데 바로 그 무렵, 2층 복도를 진입하자마자, 바로 끝쪽 방문이 열리며, 그때 한 남자가 거기서 걸어 나왔다. 그런데 그 남자의 모습에 이때 박기묵 대리는 갑자기 몸이 굳어지더니 곧바로 아주 힘있게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안녕하십니까?”
그 순간, 30대 초반의 남자는 눈을 반짝이며 박기묵 대리를 쳐다봤고 살짝 고개를 끄떡이더니, 곧이어 현수 쪽으로도 시선을 옮기며 잠시 현수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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