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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폐 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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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현수가 가용 가능한 현금 자산은 15억 9천만 원. 거기에 대신정밀화학 주식 29만 6천 주를 갖고 있어, 상당한 금액에 해당되는 미수거래를 할 수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성통상의 시총규모다!
현재 대성통상의 시총 규모는 고작 3천억 원 규모. 물론 작지 않은 규모지만, 현수의 자금 동원력으로 볼 때, 이건 생각보다 작은 규모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개인의 특정계좌에서 대량 순매수가 발생하게 되면 그때 공시가 터질 수 있는데···. 바로 그 한계선이 순매수(순매도) 주식 수량이 상장 주식 수의 2% 이상일 때의 조건이다. 물론 여기에 당일 주가 5% 상승(하락)이라는 조건이 따라붙게 된다.
즉, 현수가 현재 생각할 수 있는 최대 마지 노선은 전체 규모의 2%, 즉 60억 원 미만 규모다.
물론, 공시가 나가는 상황을 감안하고 그 이상의 투자도 가능하겠지만, 현수는 순매수뿐만이 아니라 순매도시 탈출 용이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딱 40억 원 정도. 이 회사 규모와 거래량을 보면 이 정도가 가장 무난해 보여.’
그래서 현수는 어제 종가 12,250원을 기준으로 진입을 고려하게 되었다. 그래서 잠시 후, 장전 시간외 거래가 시작되자, 우선 매수를 진행해 봤다. 그러나 현재 매도로 나온 물량은 고작 5천 주.
‘흠. 너무 약한데?’
아무래도 그간 주가가 워낙 떨어진 상태라 매도 의지가 거의 실종된 모양이었다. 거기다가 어제 시외거래에서는 +3% 정도 상승한 것도 있어 그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최소량 1,000주만 구매한 뒤, 잠시 후 8시 40분 동시호가가 시작되자, 이때 현수는 바로 매도 쪽에 주문을 던졌다.
‘우선 분위기부터 보자.’
사실, 이 방식은 조용한 수면에 돌멩이 하나를 던지는 식이다. 실제로, 현 시세보다 훨씬 낮은 11,750원에 1,000주를 풀자, 그 작은 돌멩이질에도 대성통상 종목은 곧바로 반응했다. 11,750원 주변으로 매도 주문 물량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그 바람에 동시호가 시세가 11,750원으로 잡히는 모양새다.
‘음. 어제 시외 분위기도 좋았는데도 호가는 별로 안 좋네.’
이런 변화들을 유심히 관찰한 뒤, 현수는 곧이어 자신의 1,000주 매도주문 물량을 도로 거둬들였다.
곧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현수의 매도주문 물량. 그럼에도 동시호가상의 주가 하향세는 아직 꺾이지 않은 모습이다.
‘그럼 이대로라면 장 초반에 저점을 잡을 수도 있겠어. 근데 문제는 매도 물량이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데···.’
결국, 이런 상황은 큰 자금 없이도 주가를 끌어올리기가 아주 쉬워지지만, 문제는 처음 장내 진입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고달프다. 매도 물량이 적어 충분한 주식 매수가 무척 어려울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거래량이 좀 붙어야 원하는 숫자까지 먹을 수 있다는 말인데···.’
물론 주가가 급등해서 어느 순간 주가 상승률 10%를 넘어서는 순간, 그때부터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각종 주식앱에서 주가상승 상위 종목들이 표기가 되는데, 이때 수많은 투자자들은 이런 상승 종목에 곧바로 흥미를 보이기 때문이다.
- 야, 이건 무슨 종목인데 갑자기 튀지?
- 무슨 호재가 있나?
- 내가 이럴 때가 아닌데?
즉, 수많은 투자자들이 하이에나처럼 달려들면서 그 먹잇감을 탐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때 그들의 구미를 더 당기려면, 충분한 주가 상승 기세 혹은 주가 상승을 주도하는 주포의 능력이 아주 중요하다. 단순히 고점을 잡고 물량을 우수수 토해내는 상황이라면, 곧바로 하이에나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대신에 뾰족한 피뢰침 차트만 남고서 주가는 바로 급락하고 만다.
다시 말해서, 단타 개미들이 우르르 몰려들었을 때, 쏟아져나오는 매물 물량을 곧바로 받아치며 주가를 바로 끌어올리는 힘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주가 상승을 몇 번 정도 반복하다 보면, 이때부터 아주 큰 탄력이 붙을 수밖에 없다.
‘어쨌든 지금은 주식 확보가 우선이니까.’
그러고 보면, 현재 대성통상은 하락장의 종목이다. 쉽게 빠져나오기 힘든 늪에 빠져 있는 모습인 것이다.
사실,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칼을 함부로 잡다간 그 칼날에 손이 베인다고 하지만, 현수가 보기엔 대성통상은 이미 주가가 충분히 하락된 상태였고, 무엇보다도 미래 시가를 알고 있는 터라 현수는 더 과감해질 수밖에 없다.
‘음. 근데 어제 나한테 운빨이 좀 있었어. 하지만 물량 확보를 그런 식으로 했다간 앞으로 아주 큰 일이 날 수도 있어.’
그러고 보면, 어제 물량 확보 막판에 진양화학 주가가 급등하면서 다행히 마지막 매도 물량들을 집어삼킬 수 있었다.
그건 단순히 운이 좋았던 거라고 말할 수 있는데, 자칫 늦었다면 수익이 더 줄어들 뻔했다.
즉, 미래 주가를 알고 있으면서도 일 처리를 더디게 했다간, 자칫 헛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현수는 체감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오전 9시 정각이 되기 직전, 현수는 11,700원대부터 11,500원대까지 걸쳐서 두루 매수 주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 일이 끝나자마자 바로 장 개시가 되었는데···.
‘11,800원!’
바로 장 시초가가 그렇게 찍혔다.
생각보다 하향으로 잡힌 시초가.
어제 시외거래에서 +3%대 상승률을 기록했음에도 그런 하향가를 기록한 것이다. 거기다가 현재 거래양상은 아주 불안정한 모습이다.
특히, 혹여나 대주주의 반대매매가 나올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던 수많은 대성통상 주주들. 이런 판국에 결국 장 시초가마저 마이너스로 시작되자 금방 분위기는 싸해졌고, 결국 종토방은 온갖 험담들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이건 개잡주야! 한상훈 회장 개사기꾼!」
「이젠 뭘 해도 손절각」
「상폐 가자 ㅆ벌」
「내가 여러 번 겪어봤지만, 무조건 터진다 하한가」
「어제 시외는 개 장난? 결국, 오늘 반대매매 터지냐?」
「나가리」
「지금 당장 튀어」
「혹시 30층 계신 분 아직 있나요? ㅠㅠ」
「관리 종목 지정 예고」
「이러다간 곧 천 따리 주식」
「오늘도 개미만 매수할 듯 기관 외인 모두 매도」
「한 회장! 너 정신 똑바로 차려!」
「시외 상? 그딴 거 개나 줘 버려」
「ㅆ8」
「ㅉㅉ 조문하러 왔습니다」
「이젠 거래 정지각」
「아직도 떨어질 게 남았나? ㅆ바」
「곧 회사 문 닫을 듯」
현수는 이런 험담들을 쳐다보면서 곧 쓴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아직 존버하면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겐 조만간 장 중에 약간의 행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종토방의 나쁜 글들 때문에 바로 매도에 나서는 개미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하긴, 종토방 글들이 나름 위협적이지. 주가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특히 소액 주주들한텐 이건 위협이나 다름없어.’
실제로 9시 20분이 경과되는 시점까지 도무지 주가 반등이 나타나지 않자, 매도호가에 물량을 툭툭 던지는 이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었다. 그 바람에 거래량은 차근차근 쌓이고 있는데, 모두가 하방 매도 물량들뿐이다.
이때, 아래쪽에서 물량을 받아먹고자 입을 벌리고 있는 현수는 그저 조용히 장내에 나온 물량들을 차근차근 흡수했다.
그렇게 다시 20분이 지난 끝에, 현수가 흡수한 주식 물량은 총 10만 주다. 물론, 중간에 거래량을 높이려고 적당히 11,950원까지 올려주자, 매도 물량은 갑자기 터져 나왔고 그 덕분에 대략 10만 주가량의 물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도 부족해.’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주가 상승을 견인할 주포가 아직 활동을 시작하지 않고 있었다. 그 말인즉, 아직 매수 기회가 남아 있다는 말이고, 또 다르게 이야기하면 언제든 주포가 작업을 시작할 수 있으니, 더욱더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흠. 이렇게 하다간 안 되겠다. 좀 더 주가를 올려야겠어.’
현재 거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 저점 공략만으로는 물량 확보에 실패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현수는 지금부터는 직접 치고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즉, 11,950원대부터 12,350원대까지 쭉 깔린 총 15만 주 주식을 한 번에 집어삼킬 생각인 것이다.
그래서 매수 타이밍을 재다가, 곧바로 현수는 12,350원을 겨냥하며 거대 매집 주문을 날렸다.
그 순간, 바로 체결이 되면서 11,950원대부터 12,350원대 사이의 매물이 텅 비어 버렸고, 순식간에 호가는 12,400원으로 올라섰다.
띠링!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띠링!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띠링!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
쉴 새 없이 들려오는 알람 소리와 함께 단숨에 12,400원까지 올라간 호가.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현수는 곧바로 12,350원에서 12,000원대까지 매수 주문을 넣었는데, 이때 호가창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양분되었다.
갑작스러운 주가 상승에 놀라며 바로 매도 물량을 던지며 황급히 주가를 낮추는 쪽과 혹시 모를 추가 주가 상승에 대비하여 서둘러 그 위쪽 매도 물량을 빼는 이들이 동시에 나타난 것이다.
‘하하, 이거 봐라?’
그 순간, 현수는 두 눈을 반짝거렸다.
자신이 애써 끌어올린 주가를 이때 누군가가 서둘러 낮추려고 난리 블루스를 치기 시작한 것이다.
1주 단위, 2주 단위, 10주 단위로 계속 하방 매도를 퍼붓고 있는 누군가.
그 바람에 매매 체결 건들이 파란 소낙비가 우수수 쏟아지고 있었다.
특히 그런 미치광이같은 하방 매도세가 나타나자 이에 동조한 일부 주주들이 수백 주, 수천 주 단위의 매도 물량을 툭툭 던지자, 금방 주가는 12,250원까지 뚝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고, 1주 단위의 하방 매매 소낙비는 계속 쏟아졌다. 이때 누군가가 매도호가를 치며 주가를 한 단계를 높이기도 했지만, 도저히 1주 단위 하방 기세를 억제할 수가 없다.
결국, 딱 5분 만에 주가는 다시 12,050원대로 떨어지고 말았다. 물론 아래쪽에 매수 주문을 잔뜩 걸어놓은 현수는 아무 짓도 하지 않고서 조용히 7만 주가량을 흡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니 주가 조작을 하지. 아무리 봐도 좀 심하단 말이야.’
조금 전 상황에선 사실 누구든 이 매도 물량을 주워 먹을 수 있는 상황인데, 현수가 운 좋게 가장 먼저 주워 먹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씁쓸한 미소를 감출 수가 없다.
어쨌든 그렇듯 주가 상승을 견인한 상방 매수와 가만히 수동적으로 받아먹은 하방 매수를 교차한 끝에 현수는 결국 대량 매집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고는 현재 자신의 매수 현황을 확인해 봤다.
현재 평균매수단가 12,120원, 보유 주식 숫자는 312,560주.
대략 38억 원 정도의 물량을 흡수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최근 거래량의 거의 절반가량을 현수가 독식한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준비가 되자, 이제 그는 팔짱을 끼고서 관망 자세에 들어갔다.
어느덧 오전 9시 59분 57초.
그러나 아직 변화 조짐은 없는 상태다.
‘흠. 확실히 이 종목은 뭔가 질 나쁜 세력이 붙었어. 그럼 지금껏 주가 하락을 조장한 것도 그들인 것 같은데.’
다시 말해서, 누군가 엄청난 개미털이를 했다는 이야기다. 특히, 이렇게 바닥을 다져놨으니, 앞으로 이 하한가 종목에서 한 번 터지게 되면 어쩌면 최대 6연상까지 기본으로 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음. 어쨌든 이거 하나는 확실히 하고 가자. 연상 행진을 하더라도 미수거래 분은 항상 당일에 털어내야겠어. 괜히 미수동결계좌로 지정되어 손해를 보는 것보단 적당히 먹고서, 이런 식으로 타 종목 투자로 다시 보상받으면 될 테니까. 하긴 증권사 직원들 눈에 괜히 튀는 게 별로 좋지 않을 거야.’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뒤, 현수는 호가창을 바라보며 조용히 기다렸다. 이건 마치 토요일 저녁 시간, 로또 당첨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과도 같을 것이다. 그런 마음가짐을 갖고서 현수는 초시계를 한 번씩 쳐다보면서, 슈팅이 나올 그 시간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덧 10시 47분이 막 지나갈 무렵!
바로 그 순간, 종토방의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호가 슈팅이 드디어 터져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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