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수익률 1,000,000배>
새로운 사냥감
-22-
“하하하, 하하하! 박 선생! 박 선생은 확실히 꼴리는 맛이 있어. 그 참, 실장님 말씀대로 예술 감각! 그래, 그게 있다니까! 개미 새끼들 개털돼서 종토방에서 징징거리는 거 보니까 내가 더 재밌네.”
나이가 들면서 대머리 징후가 나타나자 머리를 빡빡 밀어버린 중년 건달 강창식 부장. 아지트 안전과 각종 뒤처리를 맡고 있는 그는 입가에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그러고는 담배를 다시 입에 물고 쭉 빨아 하얀 담배 연기를 곧 뿜어낸다.
“그럼 내일은 오늘처럼 밑에서부터 쭉 훑을 거야? 아니면 쩜으로 올릴 거야?”
약간 세모눈을 하고서 강창식 부장이 묻자, 이때 담배를 쭉 빨았다가 연기를 뽑아내던 박 선생은 씨익 웃는다.
날카로운 눈매에 각진 턱을 가진 박 선생. 어깨는 왜소하지만, 눈빛은 아주 살아 있다.
이때, 담뱃재를 툭툭 털어내고는 박 선생은 입을 열었다.
“아이··· 참 나! 강 부장님. 그거 알아서 뭐하게요? 이미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데··· 아까 최 실장님하고도 이미 통화했습니다.”
서울 외딴 지하 사무실 내 중형 회의실이라 할 수 있는 공간. 이곳이 약간 더운지 하얀 와이셔츠 단추들을 몇 개 풀어놓고 있던 박 선생은 갑자기 강 부장이 인상을 팍 쓰자, 곧바로 표정을 바꾸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아이씨, 그럼 좀만 이야기해드릴게요. 뭐, 아시다시피 이번 건은 아주 잘 들어간 상태라, 똥파리들도 사정없이 꼬였고, 이제 존나 후려치는 일만 남았습니다.”
“뭐? 존나 후려친다? 그건 무슨 말인데?”
강 부장이 바로 의아해하자, 할 수 없이 박 선생은 좀 더 설명했다.
“아이씨, 설거지 말입니다! 설거지!”
“아!”
“그러니까 내일은 그냥 쩜상으로 들어갈 거고, 다음 주부턴 바로 설거지 들어갈 겁니다. 월화수, 이렇게 3일 연짱! 물량 세게 후려치고 그 뒤 정산! 그리고 일 끝입니다! 아주 깔끔하죠? 하하하, 그래서 제가 바로 클린 박입니다. 클린 박! 하하하.”
“오케이! 이제 대충 뭔 말이 알겠다. 그러고 보면 나도 이 바닥 짬밥이 벌써 3년이네! 3년! 내 머리가 돌대가리라도 해도 이제 대충은 알아. 흠, 근데 해외 유학파 출신 박 선생님! 참, 대단하신 분이시네. 몸값도 아주 높고, 인천 정수파 행동대장 출신인 제가 감히 박 선생한테 이렇게 쩔쩔매는 걸 보면···.”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박 선생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바뀌었다.
“아니, 강 부장님.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제가 뭘? 아! 젠장! 제 말투가 좀 그렇습니다. 작업 들어갈 땐 특히 입이 더러운데··· 아유, 죄송합니다. 설마 화나신 거 아니죠?”
박 선생은 강 부장에게 말을 함부로 하다가도 곧 적당하게 조절을 하고 있다. 그 바람에 강 부장은 괜한 노기를 좀 지우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내일은 쩜상이라는 말이지?”
“넵. 그렇습니다.”
아주 공손해진 박 선생의 말투에 그제야 굳었던 표정을 풀고는, 강창식 부장은 담배 연기를 길게 허공에 뿜어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박 선생은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
“근데 어제 그 자식, 종토방 그 자식은 또 나타났습니까?”
“응? 종토방??”
두 눈에 힘을 주던 강창식 부장은 이내 탄성을 지른다.
“아아! 그 새끼!!”
“네. 그 종토방에···.”
“오늘 안 나타났어. 우리 애들이 확인했는데, 오늘은 없어.”
“하하, 그럼 그렇지. 오늘 제가 얼마나 차트를 비틀어댔는데, 누구든 못 따라올 겁니다. 아시다시피, 중대형 주를 갖고 놀기는 쉽지 않죠. 제가 업계 최곱니다. 지금은 프리랜서지만 외국계 투자사 경력도 있는 업계 최고죠. 하하하.”
이때, 강창식 부장을 의식한 듯 슬그머니 자화자찬을 하고 있는 박 선생. 사실, 자신과 강 부장 같은 사람의 관계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지만, 지금은 조용해도 강 부장같은 사람이 성질이 아주 더럽다는 것을 박 선생은 잘 알고 있다. 아까 강 부장의 표정이 이상한 듯해서, 혹시 몰라 그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그저 말없이 담배만 줄창 피워대던 강창식 부장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박 선생을 빤히 쳐다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흠, 근데 박 선생. 뭐, 아시다시피 나도 이 바닥에서 계속 밥을 먹어야 할 것 같고. 그래서 좀 궁금해서 그러는데, 그 주가 조작은 어떻게 하는 거야?”
“아, 주가 조작요? 하하, 그건 조작이 아니라 바로 예술이죠. 하하, 뭐, 자세한 것은 차차 이야기 드리고, 우선 간단한 팁만 드리죠.”
그러고는 박 선생은 곧바로 새 담배에 불을 붙였다.
뻐끔하며 연기를 뿜어낸 뒤, 그는 바로 입을 열었다.
“먼저, 주식 1주가 어떤 가치가 있는지 아십니까?”
“주식 1주? 그깟 게 뭐?”
“하하하. 주식 1주, 생각보다 진짜 대단한 놈입니다.”
그러면서 박 선생은 좀 더 설명했다.
“이 1주를 갖고서 매수호가를 치느냐, 매도호가를 치느냐, 이게 아주 중요합니다. 즉, 현재가 상태에서 누군가가 1주를 아래쪽 매수호가에 던지면 바로 주가가 한 단계 내려갑니다. 그러나 금방 누군가가 다시 매도호가를 치며 주가를 올리게 되죠. 그러나 바로 이때! 다시 1주를 한 단계 아래 매수호가에 던져 버리면, 주가가 또 한 단계 다운되죠. 오르면 1주를 던져 버리고, 그러다가도 한 번씩 5주, 10주, 20주, 이런 식으로 계속 던지다 보면, 금방 일이 터집니다.”
“일? 무슨 일?”
“특히 1주짜리 공략은 조용한 종목 쪽에서 효과 만점인데··· 이걸 반복하면 매수 기세가 점점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즉, 위쪽에서는 애매한 양의 매도 물량을 풀고, 아래쪽으로는 줄창 1주 하락 공격이 들어가니까, 개미들은 주가가 잘 안 오르니까 결국 염장이 터져 버립니다. 이런 개미들이 나중에 매도호가로 물량을 꼭 던집니다. 이걸 줄기차게 하다 보면, 결국 몇 단계 아래로 호가가 뚝 떨어지죠. 그때 저희는 야금야금 주워 먹는 겁니다.”
그렇듯 간단한 주가 조작 방법을 설명하자, 강 부장은 집중해서 귀를 기울였다. 그러고는 또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그러나 그 대화는 오래 가지 않았고, 갑자기 전화가 걸려오면서 박 선생은 설명을 중단했다.
“아, 실장님. 네! 접니다! 네, 네. 네. 그럼 위쪽에서 최종 결정을 하신 겁니까? 네. 네. 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주 설거지 끝내고 주가를 최소 18,000원대에 맞추고 작업을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꼭 명심하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은 뒤 박 선생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강 부장의 시선에 잠깐 설명을 했다.
“아, 강 부장님! 실장님 말씀이, 설거지를 하더라도 나중에 18,000원 주가는 맞추고 끝내라고 하시네요. 뭐, 대주주가 끼인 종목이라서 크게 말아 먹지도 못하고··· 사실 이런 급에 이런 호재라면 최소 3연상 빨아올리고 확 밟아버려야 하는데···.”
어쨌든 기존 주가가 만 원대에서 왔다 갔다 하던 놈을 주가 18,000원대에 맞추는 것은 아주 대단한 일이다.
특히, 이번 일에 관여한 대주주는 어떤 식으로든지 큰 이익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다른 꼼수(?)들까지 부려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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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10일 금요일 새벽.
이날 현수는 평소와 같이 새벽 일찍 일어나 헬스장을 다녀온 뒤, 책상 앞에 앉자마자 먼저 국제유가 옵션 종목부터 확인했고, 그 뒤 대신정밀화학 종목도 유심히 쳐다봤다.
사실 어제 자신이 미리 들여다본 대신정밀화학의 오늘 시초가는 정말 믿을 수 없게도 쩜상이었다.
이런 중대형 종목에서 쩜상이 나오긴 쉽지 않은데···.
오늘은 시초가부터 쩜상!
그러다 보니 저절로 어제 매도한 미수거래분에 대해서 아쉬운 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런 중대형 종목에서 3연상이 터지긴 힘들 거야. 그렇다면 괜히 30일 미수거래 금지 독박을 쓸 필요도 없고.’
즉, 이왕 일이 그렇게 된 이상, 오늘은 대신정밀화학 주가를 모니터링하되, 차라리 다른 곳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다시 말해서, 남은 현금 잔고 외에도 미수거래 가능 금액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인 것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타 종목 수익을 얻게 된다면, 충분히 미수거래 처리분에 대한 아쉬움을 달랠 수도 있을 것 같고, 혹은 그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럼 어떤 종목이 좋을까?’
마치 새로운 사냥감을 탐구하듯 현수는 그때부터 이것저것 물색하기 시작했다. 물론 어젯밤부터 시작된 탐색이었는데, 그동안 현수는 각종 찌라시 분석 외에도 주가 차트 분석 등을 계속 이어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현수는 드디어 한 종목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거다. 가장 위험하면서도··· 가장 변동성이 클 것 같은 종목.’
특히, 이 종목은 현재 시점에서 누구든 쉽게 들어가기 힘든 종목이었다. 왜냐하면, 이 종목의 회사 사정이 무척 복잡하게 꼬여 있었고, 현재 종토방은 그야말로 쓰레기통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
「내일부터 하한가 가나요? ㅅ펄」
「갈수록 점입가경, 지럴한다 개잡주」
「혹시 이거 상폐되면 장외거래할 수 있나요?」
「한상훈 회장 개ㅅ끼」
「반대매매 위협, 심각 수위」
「대체 이 회사 뭐 하는 회사지?」
「주담 전화가 왜 안 돼?」
「10일 연속 파란 불, 제발 좀 살려 주세요ㅠㅠ」
「이젠 다 틀렸다! 탈출 못 하면 무조건 한강행」
「시외 장난질 누가 한 거야? 개쓰레기들」
「장난사절! 정보방 회원 모집」
「존나 답 없다」
「주식 10년 차로서 조언합니다. 걍 손절하세요」
「무섭네」
「이 개잡주 개쓰레기」
「이런 쓰레기가 시총 3천억이나 한다고?」
「제가 분석한 거 잘 읽고 냉정히 판단하세요」
「대주주 반대매매로 인한 곧 상폐각」
「상폐! 상폐! 빨리 매도하는 게 국룰!」
특히 그간 나온 찌라시 내용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었다.
「대성통상, 대주주 반대매매 주의 종목, 접근 주의(2022-06-02)」
「대성통상, 주간 하한가 주의 종목(2022-06-07)」
「대성통상 한상훈 회장 위독설(2022-06-07)」
「전환사채 총액 200억 원, 만기이자율 10% 곧 발행 예정(2022-06-09)」
그런데 찌라시에는 이런 악재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대성통상, 남미 쪽 대량 물류 계약 체결 임박(2022-06-03)」
「베트남, 말레이시아와 대량 물량 계약 호재(2022-06-08)」
다시 말해서, 현재 상황은 호재와 악재가 뒤엉켜 있는 상태다. 하지만 대다수 투자자들의 눈에는 대주주 반대매매에 대한 주가 폭락 건이 뚜렷하게 보이고 있어 누구도 쉽사리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 2주간 폭락하여 완전히 바닥을 헤매고 있는 중이었다. 다만, 어제 장후 시간외 거래에서 +3%대의 긍정적인 신호가 나온 것도 있고, 현재 찌라시에서 나돌고 있는 이야기들과 달리, 아직 남미,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과의 대량 물류 계약 건은 공시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즉, 현수로서는 이 악재 소문들의 진의를 파악할 방법은 없으나, 그럼에도 호기심을 갖고서 먼저 오전 11시 정각의 대성통상 주가를 확인해 봤는데···. 그 순간 그의 손놀림은 갑자기 빨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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