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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조심스럽게, 아주 영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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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9일 목요일 새벽.
여름 장마의 전조 현상인 듯 이날 새벽에 비가 많이 내렸다.
그러나 초여름 무더위가 비에 씻겨져 나가는 느낌보다는 세상이 좀 더 축축해진 느낌이다.
우산을 쓰고서 헬스장을 다녀온 현수는 곧이어 자신의 책상 앞에 앉았고, 이제 세 가지 일들을 차례로 구상했다.
첫 번째는 이제 충분한 자본금이 확보된 터라 더 미룰 수 없는 법인 설립 건이다.
두 번째는 다음 주 미국 선물·옵션 시장의 만기일에 대비한 대박성 옵션 투자 계획 수립.
그리고 세 번째는 오늘 주식 장을 대비한 대신정밀화학 투자 건 계획 수립이다.
‘음. 먼저 창석이부터 스카웃하고 일을 좀 맡겨야겠어.’
즉, 법인 설립 건.
물론, 법인 설립 자체는 법무사 사무실을 통하면 수월하게 일을 끝낼 수가 있다. 그러나 이 법인을 페이퍼 컴퍼니나 단순 유령회사로 운영할 게 아니라면 적당한 조직을 갖춰야 하고, 또한 그에 걸맞은 사람들을 회사에 배치할 필요가 있다.
‘뭐, 어쨌든 창석이가 경험이 많으니까 수월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을 거야. 이런 회사는 나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거기다가 사무실 임대도 해야 하고, 사무실 인테리어도 꾸며야 한다. 사업 방향 역시 이제는 좀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 이번 주 일요일에는 창석이를 꼭 만나봐야겠어.’
그러고 보면 이번 주말은 무척 바쁠 것 같다. 이미 토요일에는 유료주식방송 Stock24 최현세 PD와의 약속도 잡혀 있는 상태다.
‘좋다. 이 건은 우선 이 정도로 정리하고···.’
그리고 다음으로 현수는 두 번째 옵션 투자 건도 고민하게 되었는데···. 그러고 보면, 저번에 봤던 증권가 찌라시에도 나와 있듯, 현재 국제유가가 점점 더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안갯속 국제유가의 향방은?」
「OPEC 감산 결정 임박?」
「국제원유 레버리지 ETN 혼란세 지속···」
이런 기사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었는데···.
특히, 옵션만기일을 임박해서 그런 변동성이 나타났다는 것은 결국 뭔가가 그 수면에 잔뜩 몸을 낮추고 도사리고 있다는 의미였다. 예를 들어, 국제 헷지 세력이 모종의 작업을 시작했을 수도 있고, 그게 아니면 최근 나타난 중동 지역의 정치적 격변 때문에 다음 주 월요일로 예정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회의에서 진짜 뭔가가 크게 터져 나올 수 있다는 말이었다.
‘흠. 유가 상승이냐? 하락이냐? 아주 해묵은 문제이긴 해도, 늘 이게 대단한 질문거리란 말이야.’
보통 오펙(OPEC) 혹은 오펙 플러스(OPEC+)의 정책과 합의에 따라 산유국들은 원유 생산량을 결정하게 되는데, 이것은 결국 오일 선물가격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즉, 원유 생산량이 늘어나게 되면, 국제유가는 하락. 반면 감산 정책이 나오게 되면, 국제유가는 반대로 상승세를 타게 된다.
특히, 만기일을 앞두고 있는 선물·옵션 쪽은 이 정책에 따라 무시무시한 직격탄을 맞게 된다.
‘결국, 다음 주 월요일이 변곡점이란 말인데···.’
즉, 오늘은 목요일이다. 그래서 적어도 오늘은 대신정밀화학에만 집중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현수는 옵션 쪽 투자 계획을 잠시 뒤로 미루고, 대신정밀화학 종목의 주가 차트를 펼치며, 이 종목의 어제 발생한 장후 시간외 거래 동향을 다시금 확인해 봤다.
‘음. 좀 복잡하단 말이야. 종가 대비 –4퍼 하락이라···.’
즉, 어제 장후 시간외 단일가 거래에서 거래가가 –4%나 하락한 것이다. 어찌 되었든 어제 대신정밀화학의 장중 종가는 전날 대비 +16%에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장중에 상한가 언저리에서 무너지긴 해도 이른바 상승 모드였다. 그러나 어제 오후 4시부터 시작된 시간외 단일가 거래에서 이날 종가 대비 –4%의 폭락세가 나타난 것이다. 거기다가 시외 총거래량은 무려 50만 주를 넘어선 상태.
그러고 보면 ITC 판결이라는 큰 변동성을 가지고 있는 이 종목은 그 변동성 때문인지 무척 복잡하고 어려운 종목임이 틀림없다.
쉽게 날아가지도 않고, 쉽게 예측하기도 힘든 종목.
‘근데 오후 6시, 막판 30만 주 거래량은 혹시 통정거래일까?’
충분히 통정거래 정황으로 의심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시장에 던져진 이 시외가 폭락 사태였다.
특히, 시외가 폭락은 다음 날 장 시초가에 일정 부분 반영이 되게 된다. 즉, 시초부터 갭 하락으로 호가가 크게 주저앉을 수 있는데, 그 때문에 이 종목 투자자들은 어젯밤 내내 불안감과 공포심을 맛봐야 했을 것이다
‘흠. 이런 걸 보면 참 아슬아슬한 종목이란 말이야.’
미친 듯이 오를 것 같다가도 다시 주저앉아 버리는 대신정밀화학 주가.
도저히 종잡을 수 없다는 게 바로 이 종목을 두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걸 좋게 표현하면 주가 조정이고, 나쁘게 표현하면 개미털이인데···.’
이때 현수는 후자라고 우선 생각했다.
일명 개미 털기 작업!
보통 세력들이 주가를 끌어올리기 전, 수시로 개미 털기 작업을 병행한다.
이때 개미들이 토해내는 물량을 직접 받아먹는 것도 있지만, 새로 진입하는 개미들에게 기존 물량을 넘기는 것도 이 개미털기 작업에 포함된다.
왜냐하면, 주가가 갑자기 급상승하면, 흥분한 개미들이 너나없이 단타 형식으로 매도 주문을 던지게 되는데···.
이때 큰 박스권이 발생할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매수 우세가 매도 우세로 바뀌면서도 그로 인해 추가 상승세가 크게 꺾일 수도 있다.
그런 까닭에 개미털이는 주가 상승에 방해가 되는 요인들을 미리 거둬내는 일종의 전처리 작업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흠. 시외 –4퍼··· 내가 봐도 절대 만만치 않은데.’
특히, 고작 몇 퍼센트 상승·하락에 크게 일희일비하는 개미들에겐 –4% 하락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하긴 뭐, 나도 처음 투자했던 남부토건 투자 때 그냥 털릴 뻔했으니까···.’
물론, 이 과정에서 뚝심있는 투자자들은 이 공포를 이겨내고, ‘존버’ 끝에 큰 수익을 맛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류의 원금 보장이 없는 투자에서는 언제나 정답이 없듯, ‘존버’가 항상 옳은 것도 아니다.
적당한 손절 위치에서 한참 벗어난 ‘존버’만을 고집하다가, 나중에 상폐(상장폐지)까지 뒤집어쓰고 원금 80% 혹은 90% 손실이라는 ‘쫄망’하는 경우도 아주 많기 때문이다.
‘그럼 오늘은 시초가부터 들여다볼까? 흠. 아니지. 어제 시외가 작업해 놓은 게 있으니까, 무조건 시초에 갭 하락이 뜰 텐데. 그럼 그럴 필요도 없이···.’
즉, 오늘 장도 만약 후반기 거대 양봉 장이라면 적당한 타이밍을 재는 게 필요했다. 그래서 현수는 대신정밀화학의 몇 주간 주가 차트와 일봉, 주봉, 월봉, 5일선, 20일선, 60일선, 120일선 등을 유심히 따져보면서, 혹시 모를 슈팅 타이밍까지 면밀하게 따져봤다.
‘아무래도 가장 높은 확률대가 오전 10시 30분 혹은 오후 3시 무렵인데···.’
그러나 후반기 거대 양봉 가정 하에서, 이 슈팅 시기는 더 빨라질 수도 있고, 더 느려질 수도 있다. 그건 도저히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일이다.
‘흠. 그냥 차라리 오늘 종가나 확인해 볼까?’
차라리 그게 더 편할 수도 있다.
좀 더 편안하게 투자를 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저점 공략을 할 때 이 전략이 좀 애매해질 수가 있다. 즉, 주가 하락 폭에 흥분하여 자신도 모르게 최저점을 잡지 못하고 그냥 적당한 저점에서 주식을 매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오늘은 댓글 중계도 필요 없고, 그냥 이 종목에 올인해도 되니까··· 그냥 몇 분 단위로 촘촘하게 확인해 볼까?’
그러나 이것도 맹점이 있었다.
즉, 만약 하락장 상태에서 몇 분 뒤 소폭 상승한 주가를 읽고서 혹시 몰라 주식을 매집했는데, 그 주가가 다음에 곧 하락해 버리면, 바로 전량 매도 처분하거나 혹은 손을 빨며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물론 그렇게 기다렸음에도 긍정적인 것보다는 부정적인 상황, 즉 하락장이 계속 지속된다면, 그땐 아주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폭락장, 하락장일 땐 생각만 해도 아찔한데···.’
왜냐하면, 현수의 자금 규모가 이젠 너무 커져 버렸다. 액수가 적을 땐 잘못 들어가도 바로 나올 수 있었지만, 지금은 나오지도 못하고 그냥 물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주가 곡선은 단순한 일방향이 아니라 언제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나타나는 복잡한 형태라, 이것은 아주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더군다나 주식거래세 0.3%는 수익 기준이 아니라 매매 금액 기준으로 나오기 때문에, 거액 투자자인 현수로서는 이젠 이 수치도 절대 무시할 수가 없다.
‘좋다. 뭐 할 수 없지. 이번에도 좀 더 크게 보고 들어가는 수밖에.’
그래서 현수는 이번에도 시간을 많이 건너뛰어, 집중 끝에 오늘 종가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 현수의 두 눈은 바로 동그래졌는데, 곧바로 그의 양 입꼬리도 한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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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거 진짜 미쳤네!!”
진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더니, 바로 그 짝이다.
이번 대신정밀화학에 붙은 세력들. 정말 할리우드 영화감독을 해도 될 것 같은 그런 깜냥들이 아닌가.
‘그러니까 어제 시외에서 그 짓거리를 해 놓고서, 결국 오늘 상을 친다고??’
“와, 진짜 죽인다, 죽여!”
그렇듯 현수는 곧 마른 웃음을 터뜨렸고, 곧이어 시작된 장전 시간외 거래의 험악한 분위기도 그저 웃으며 지켜봤다.
현재 오전 8시 32분!
이 시각 장전 시간외 거래에서는 팔고자 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늘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매도 물량만 무려 42만 주.
그러나 매수 주문량은 완전히 실종된 상태다.
그런데 이런 아찔한 곳에서 펼쳐질 오늘 드라마는 놀랍게도 황금빛 상한가의 드라마가 아닌가.
‘그럼 이제부터는 저점 공략인데···.’
현재, 자신은 쿨타임 때문에 오늘 종가가 나오게 되는 오후 3시 30분까지 미래 주가를 들여다볼 수가 없다.
그래서 이제는 자신의 순수 능력만으로 최저점을 발굴해야 한다. 아주 조심스럽게, 아주 영악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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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명현아! 너 어떡할 거냐? 설마 계속 갖고 가려고? 지금 상황에선 시초가 탈출이 무조건 정답인데?
어느덧 아침 8시 52분.
한편, 어제 대신정밀화학 종목의 시외가 폭락 사태를 목격한 뒤 밤잠을 설쳤던 김명현(닉네임 울산멍현).
그는 친구 최장호(닉네임 갓장어)로부터 이런 카톡을 받고서 바로 두 손으로 머리를 뻑뻑 긁고 만다.
사실, 어제 개미군단의 종목 추천 때문에 저점 12,450원에서 대신정밀화학 주식을 잡은 것은 이른바 신의 한수였다.
그러나 이후 개미군단이 댓글 중계를 하지 않아 결국 매도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누가 봐도 어제 장중에 상한가가 나올 상황이었고, 최소 2연상, 3연상을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결국 종가는 고작 +16% 상승 마감.
그러나 장 중 분위기가 결코 나쁘지 않아 그는 끝끝내 주식을 팔지 않고 홀딩했던 것이다.
그런데 오후 5시쯤, 이유 없는 시외가 폭락 사태가 일어나더니 결국 오후 6시 마지막 거래에서는 –4% 하락이라는 결과까지 나왔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끝까지 버텼던 김명현.
그러나 현재 8시 52분 동시호가로 잡히고 있는 예상 시초가는 전날 종가 대비 –6.2%나 하락된 15,200원!
물론 아직까지 수익권에 들어가 있지만, 그럼에도 점점 더 심리적으로 위축이 되는 게 사실이다.
← 야! 그러니까 적당히 먹지. 난 어제 종가에 다 털었어. 무리하다가 개털 되는 거, 내가 많이 겪어봤잖아
→ 아, 존나 미치겠네. 어떡하지?
← 야! 곧 개장이다. 빨리 결정해
→ 진짜 시초가에 털어야 하나?
그렇듯 엄청난 혼란에 휩싸였다가, 결국 장 개시 직후 15,200원보다 더 떨어진 14,900원에 시초가가 잡히는 순간, 더는 견디지 못한 울산멍현은 서둘러 14,900원에 전량 매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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