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수익률 1,000,000배-51화 (51/170)

<내 수익률 1,000,000배>

무료 방송 종방

‘음. 이 위치에서 개미들이 속절없이 당한 것 같고··· 또 이 위치에서 뭔가 작은 호재거리가 터진 것 같은데···. 대체 이유가 뭘까?’

그래서 현수는 전날 게재된 인터넷 기사들을 뒤져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아주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바로 진양화학에서 배포한 반박 기사들이다.

「진양화학, 미국 뇌물죄 혐의 즉각 반발! 아직 기소조차 되지 않은 일이라며···」

「진양화학, 악성 루머 강력 대응하기로 결정···」

「진양화학 최규찬 사장, ITC 소송전 승리 확신, 재천명!」

「진양화학, 각 언론사에 기사 정정 요청」

「진양화학, 주력 사업 안착으로 미국시장 본격 진출 예고!」

‘아, 이거였구나!’

결국, ITC 소송전 판결이라는 업보를 짊어진 양쪽 진영은 다시금 분위기가 급변해 버렸다.

사실 소문에 주가가 오르고 또, 소문에 주가가 폭락하는 게 주식판이라지만, 그런 적극적인 진양화학의 발 빠른 대응 덕분에 대신정밀화학의 기세는 저절로 꺾이게 된 것이다.

실제 그 영향 때문에 대신정밀화학은 금요일 상한가에 대한 서늘한 주가 조정이 들어가야 했고, 반면 진양화학은 조용히 상승세를 타며 전날 종가 대비 +6%가량 상승할 수 있었던 것이다.

‘흠. 판은 재밌어졌는데··· 그럼 주식 댓글 방송을··· 오늘도 똑같이 진행할까? 아니면 오늘은 그냥 조용히 내 일만 할까?’

어느덧 장전 시간외 거래를 앞둔 시각.

현수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그 고민을 떨쳐낸 뒤, 곧이어 대신정밀화학 시초가를 조심스레 들여다봤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알 수 없는 미묘한 미소를 짓다가, 곧 시작된 장전 시간외 거래에서는 매수 주문을 따로 넣지 않고 그저 장 내 흐름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역시 매수 주문이 약해.’

어제 장 막판에 큰 상승세가 있긴 했지만, 장후 시간 외 단일가 거래에서는 다시 –3% 하락이 된 게 큰 원인인 것 같았다.

그래서 장전 시간외 거래에서, 어제 종가 13,950원에 주식을 사겠다는 매수 주문은 겨우 몇천 주에 불과할 정도다.

‘흠. 이런 걸 보면, 개미들은 진짜 힘들어. 손절한 뒤, 다시 저가를 노려 봐도, 이렇게 나오니까 도저히 살 수가 없지. 이러다가 시기만 놓치게 되고, 결국 주가는 날아가 버리고···. 휴! 뭘 해도 답답하단 말이야. 그래···. 내가 순 약장수는 아니지만, 이번만 딱 한 번! 그래, 딱 한 번만 더 하자. 진짜 마지막으로 오늘 딱 한 번만 더. 무료 방송은 진짜 마지막으로···.’

사실 저번 주 토요일 날, Stock24 최현세 PD를 만나 유료주식방송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은 현수는 이제 유료, 무료에 대해서 좀 더 구분하게 되었다.

물론 이 인터넷 댓글 방송은 답답한 고시원에서 해방되는 느낌이 좋아 자신이 벌인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그 덕분에 자신에게 색다른 기회(Stock24)가 온 것도 사실이었다.

‘음. 그럼 오늘 댓글 방송은 마지막 무료 방송이라고··· 살짝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던져놓는 것도 괜찮겠다. 나중에 유료회원 모집을 겨냥할 수도 있고···.’

어쨌든 Stock24 최현세 PD는 자신한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가.

물론 현수는 아직 BJ 경험이 없지만, 평소 조용하긴 해도, 대인관계가 좋고 또 사회성도 좋다 보니, 이런 외적인 일에도 큰 흥미가 생기는 게 사실이다.

즉, 그에게 주식과 선물·옵션 투자는 돈 버는 길이라고 할 수 있고···.

인터넷 주식방송과 BJ는 모든 게 보잘것없는 공시생 출신 김현수의 존재를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잠시 후, 현수는 어느덧 장 개시가 되자, 시간을 건너뛰어 오늘 종가부터 먼저 확인한 뒤, 곧이어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매도 물량들을 보면서, 가장 좋은 위치인 저점 공략을 위해 잠시 대기했다.

##

현재, 대신정밀화학의 장 시초가는 13,550원.

이른바 장 개시와 동시에 하락 출발을 하게 된 셈이다. 이런 하락 출발은 결국 여러 가지 요인들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인데···.

특히, 그중에서도 조금 전 동시호가 때에 있었던 황당무계했던 호가 조정은 절대 무시할 수가 없다.

즉, 8시 40분부터 시작된 동시호가 때, 갑자기 호가가 -20% 선까지 급하락했던 것이다. 그리고 곧이어 -30% 하한가까지 떨어지는 엄청난 장난질이 발생했던 것이다. 그 바람에 종토방은 난리가 났고, 다들 장난질이라고 성토했지만, 그럼에도 오늘 주가 상승을 잔뜩 기대하고 있던 개미들의 심리가 저절로 위축된 게 사실이다.

「이 개잡주! 오늘 쓰레기 인증 각?」

「미쳤다! 누가 이런 개 장난질을?」

「설마 ITC 패소??」

「오늘 날아가긴 개 글렀네 ㅉㅉ」

「젠장 무쟈게 떨어지겠다」

실제로 동시호가 때의 이런 식의 장난질은 생각보다 영향력이 큰 편이다.

거대 물량 보유자가 양쪽 계좌를 놓고서 한쪽에서는 매도를 치고 한쪽에서는 매수를 걸면서 그런 식의 허위 매물 형태의 장난질을 친 것이지만···.

아찔한 하한가 도달 모습은 어쩔 수 없이 투자자들의 머릿속에 큰 공포심을 각인하게 만든다. 즉, 이 수법은 돈 한 푼 들이지 않으면서도 투자자의 감성을 뒤흔드는 단기 세뇌 작업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불안감 조성 뒤, 장 시초에도 누군가 잔뜩 매물을 푼 덕분에 전날 종가 대비 -2.78% 하락된 13,550원에 장 시초가가 만들어지자, 이제 개미들의 심리가 한층 더 무너지기 시작했다.

특히, 종토방에서 지금 쏟아지고 있는 안티성 글들. 그것은 정말 악마적일 수밖에 없다.

「미국증시, 유럽 증시 개폭락! 무조건 탈출이 정답···」

「오늘 세력들 설거지하겠네. 아직 탈출 못한 흑우 있냐?」

「장 초반 강력한 매도 신호 발생」

「금방 반 토막 날 듯」

「갭 하락! ㅋㅋ 무조건 탈출이 정답」

「곧 떡락 각」

「지수폭락 이런 건 무시했다간 큰코 다칩니다」

「설마 ITC 패소???」

「거봐 갭 하락이잖아」

「매물 쳐 던진 거 좀 보소」

「벌써 -4퍼 하락」

「고럼 오늘 하한가 갑니까? 만 원에서 입 벌립니다 ㅋㅋ」

「급보, 진양화학 최규찬 사장, ITC 소송전 승리 확신···」

「급보, 진양화학, 주력 사업 안착으로 미국시장 본격 진출 예고」

「하한가~ 하한가~ 신나는 노래~」

「개미들 오늘 죽어나겠네」

이런 와중에 전날 보도된 진양화학발 기사들까지 마치 오늘자 뉴스인 듯 위장되어 대신정밀화학 종토방에 속속 올라오고 있었다.

완전히 주가 폭락을 예고하고 있는 모습들이다.

그러나 이미 오늘 종가를 알고 있는 현수로서는 다소 가소로운 일이다.

물론 현수로서는 현명하게 유리한 저점 확보가 시급해서 가만히 호가창을 쳐다보다가, 그리고 어느덧 10시 12분 36초 무렵, 호가 12,000원대가 무너지는 순간, 더는 기다리지 않고 바로 매수 버튼을 눌렀다.

사실, 이렇게 내리다가도 금방 매도 물량을 빼면서 언제든 호가를 올릴 수 있는 게 세력의 힘이 아닌가.

특히, 오늘 이 종목에 아주 질 나쁜 세력이 달라붙었다는 것을 현수는 감각적으로 깨달았다. 어제도 개미들을 아주 힘들게 하더니, 오늘도 장 초반부터 무려 -14%까지 빼면서 개미들을 아주 고달프게 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그런 세력과 싸울 힘이 아직 없는 현수. 그래서 그는 우선 액면 그대로 현실을 받아들이되, 대신에 자신의 주식계좌 잔고에 있는 현금 23억 7천만 원을 몽땅 대신정밀화학 주식을 구입하는 데 사용했다.

띠링!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띠링!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띠링!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띠링!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띠링!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쉴 새 없이 들려오고 있는 알람 소리.

그렇게 정신없이 매수를 마친 끝에, 평균 매수단가 11,930원, 총 매수량 198,000주를 확보하게 되었다.

결국, 해외선물·옵션계좌에 들어있는 돈은 천연가스 선물에 올인, 주식계좌 현금은 모두 대신정밀화학 종목에 올인하게 된 것이다.

한편, 그런 현수의 집중 매수 덕분인지 조금 전까지 11,700원으로 떨어졌던 주가가 곧바로 12,100원 선까지 올라가 버렸는데···.

다시 말해서, 대신정밀화학의 시총 규모가 상당히 큰 편인데도, 그래도 23억 원 가치를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다.

‘흠. 재밌는 반응인데? 역시 주식은 미꾸라지 때는 영리하게 물살을 피해 다녀야 하고, 이렇듯 중간 크기 물고기가 되면 그래도 힘이 좀 있어.’

실제로 그런 주가 상승이 갑자기 나타나자, 잠시 대기를 타고 있던 투자자들이 일제히 달려들면서, 조금씩 매도 우위가 매수 우위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덧 대략 5분쯤 지나자, 드디어 진짜 호가 전쟁이 불붙어 버렸다.

빠르게 치고 올라가려는 매수 우위 세력! 그리고 끊임없이 물량을 토해내는 매도 우위 세력! 그들 간의 대접전이 벌어진 것이다.

호가 12,450원.

호가 12,250원.

호가 12,350원.

호가 12,150원.

호가 12,050원.

호가 상승, 하락, 상승, 다시 하락···.

‘아! 다시 12,050원!! 이건 드디어 추매 기회다!’

현재 현금 매수를 모두 마친 현수. 그래서 현수는 이때 곧바로 미수거래를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 장은 풀 미수거래를 하는 게 다소 부담스러운데, 왜냐하면 그가 들여다본 오늘 종가는 상한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흠. 어쨌든 종가는 16퍼 상승이었으니까···.’

그렇듯 종가가 나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즉 상한가가 아닌 이상, 현수는 자신의 퇴각 때가 다소 걱정이 되는 것이다.

이제는 보유 물량이 워낙 크다 보니, 자칫 팔지도 못하고 물릴 수도 있는 일. 그렇다고 계속 이 주식을 갖고 가는 것도 무리수다. 이런 종가는 절대 대신정밀화학의 ITC 승소를 예단할 수 없는 종가가 아닌가.

특히, 곧 다가오는 미국 ITC 판결에 꼭 논리적 정답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의 국익, 각종 다양한 요인들, 이런 것들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얼추 23억 원 정도는 털고 나가도 대세에 큰 지장을 안 주겠지만, 역시 그 이상은 좀 무리야.’

차라리 이럴 거면 오늘 종가가 아니라 금요일 아침 시초가를 미리 들여다봤으면 좋았을 텐데···. 현수는 그럴 수가 없었다. 문제는 아직 자신에게 변수, 천연가스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즉, 쿨타임을 아껴야 하는 것이다.

‘음.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렇다면 적당하게 미수를 넣자.’

그래서 현수는 미수거래로 주식을 다시 흡수하기 시작했다.

띠링!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띠링!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띠링!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띠링!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그 결과, 현수의 총 보유 주식 수는 350,000주로 늘어났고, 평균 매수단가 12,170원으로 맞춰지게 되었다.

결국, 총 거래대금은 42억 6천만 원(미수 포함) 정도.

이 일을 모두 끝낸 뒤 현수는 자신의 댓글러들에게도 즉각 이메일을 발송했고, 곧이어 대신정밀화학 종토방에도 글을 남겼다.

「제목: 개미군단의 인터넷 주식방송」

: 오늘 오후 장, 거대 양봉 기대해 봅니다. 물론, 주식투자는 항상 투자자 개인의 판단일 뿐입니다. 추가로, 제 차트 리딩은 언제든 틀릴 수가 있습니다.

더불어 오늘부로 저의 무료 조언은 완전히 마무리합니다. 그래도 관심 있으신 분들, 메일 주세요^^

이걸로 끝이었다.

현수는 더 이상 댓글 중계를 하지 않을 생각이다. 특히 이 종목에 확실히 달라붙어 있는 미지의 세력을 괜히 자극하기 싫은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울산멍현, 허니곰팅, 몰빵천사, 다파라머거, 100세시대, 연수엄마, 와런바피, 갓장어, 강남미녀, 주식초딩, 티끌모아똥, 삐딱소녀, 위조따발, 집농땡이 등, 많은 이들이 몰려들며 이 게시물에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