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수익률 1,000,000배-49화 (49/170)

<내 수익률 1,000,000배>

큰 투자 각

사실, 요즘 현수는 캡슐커피에 푹 빠진 상태다. 이게 1회용 봉지 커피보다 훨씬 더 맛이 있는 데다가, 직접 원두커피를 갈아서 핸드드립으로 마시는 일은 귀찮게 여겨져 현수로서는 그저 이 캡슐커피에 매료된 것이다.

물론 나중에 가정용 원두커피머신을 구매해서 좀 더 깊은 향의 커피를 마실 수도 있겠지만, 현수는 아직은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근데 저번에 나스닥 선물 종목으로 돈맛을 좀 봤는데···. 흠! 이번에도 괜찮을 게 없을까? 적어도 10억 이상 벌 수 있는 종목이면 더 좋겠는데···.’

이제 현수는 통이 아주 커졌다.

그래서 그는 오늘 역시 선물거래 단타, 즉 데이트레이딩(day trading)으로 꽤 좋은 물건 하나를 잡아보려고 이것저것 살피기 시작했다.

물론 해외옵션 쪽은 좀 더 큰 한 방을 노리고 있어서, 우선은 미국 선물 종목부터 손댈 생각인 것이다.

그리고 어느덧 2시간 뒤, 현수는 고심 끝에 한 종목을 골라내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요근래 선물시장은 뜻밖에도 아주 평온한 상태라 지금은 잦은 초단타를 하더라도 큰 수익이 나지 않을 수 있었다. 참고로, 초단타 거래는 그 매매 횟수가 크게 증가할수록 그에 비례해서 거래수수료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따라서 무난하게 초단타로 가는 것보다는 혹시 모를 갑작스러운 등락 특징을 가진 종목 하나를 잘 발굴한다면, 그게 더 큰 수익을 낼 수가 있다. 물론 이때 종목 선정을 자칫 잘못한다면, 그날 하루를 공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 현재 현수가 눈여겨보고 있는 것은 바로 천연가스 선물 종목이다.

현재 6월 초.

특히, 앞으로 역대급 더위가 찾아온다면, 결국 전력수요량이 갈수록 커져 천연가스 발전 수요는 커지는 게 일반적인 사실이다. 비슷한 예로,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철에도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동일하게 상승한다.

그래서 사실상 현재는 천연가스 선물가격의 상승을 논의할 수 있는 시기지만, 다른 종목들 투자에서도 발견되듯, 이런 일반 원리들이 반드시 지배적인 것은 아니다. 즉, 에너지 수요가 큰 계절에 천연가스 선물가격의 상승률이 높다는 일반론이 있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각종 변수들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올여름 진짜 역대급 무더위가 온다는 보장도 없고, 한편으로는 천연가스 재고량과 생산량, 각종 정책, 정치적 이슈, 천연가스 수송 방법 등도 선물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단기적 혹은 중기적 관점에서의 기후예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GFS, GFS-ens, ECMWF, CFS, GWDDs 등 다양한 기후예보 수치들이 활용되며 천연가스 사용수요를 예측하곤 하는데, 물론 이런 예측치가 항상 정확한 데이터는 아니다.

일례로 GWDDs(Gas Weighted Degree Days) 수치가 높아지면 HDD(난방 필요 일수)와 CDD(냉방 필요 일수)는 30년 평균 수치보다 높아져 향후 천연가스 수요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선물 가격 상승을 예고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현재 상황은 그 반대라서 선물가격 하락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현수가 확인한 데이터는 7월물 천연가스 선물가격 하락을 예고하고 있었다. 그래서 실제로 그 때문에 매도포지션에 뛰어든 사람들이 아주 많은 상태다.

그런데 다만 특이한 점은 며칠 전부터 천연가스 선물가격이 하락세가 아니라 조금씩 상향세로 돌아서고 있는 모습이다. 이게 과연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뭔가 의미를 내포하는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황.

‘음. 보통 정상과 다른 괴리가 생길 때, 큰 투자 각이 나오는 법인데···.’

그렇듯 현수는 좀 묘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모두가 하락을 점치는 상황에서 조금씩 상승세로 터닝하고 있는 모습. 즉, 주식도 그렇지만, 전조가 나타난 직후 슈팅은 언제든 순식간에 나올 수가 있다.

그리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오전 9시 35분 14초.

무언가 깊이 고민하던 현수는 잠시 후 오늘 하루를 놓고서 한번 큰 모험을 해 보기로 결정했다.

현재 만기월 7월의 천연가스 선물 가치는 2.308.

전일 종가 2.290보다 소폭 상승한 상태다.

이 종목의 계약단위는 10,000 MMBtu. 틱 단위는 0.001, 틱 가치는 10달러다.

그래서 선물 1포인트당 무려 10,000달러 가치가 된다.

그런 종목의 포인트를 그때부터 아주 집중해서 들여다보던 현수. 그런데 잠시 후 현수의 표정은 아주 이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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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2.280!”

정말 소폭의 하락만을 기록한 오늘의 선물 종가.

사실, 현수는 천연가스 선물 쪽에 뭔가가 꿈틀거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과감히 결단을 한 것인데···.

정말 운 없게도 천연가스 선물은 장이 마감할 때까지 특별한 상승 혹은 하락이 없는 모습이었다.

즉, 전날 종가 2.290 대비 그냥 소폭의 하락만을 기록하며 오늘 장을 마감할 예정인 것이다.

차라리 상승세든 하락세든 눈에 띄는 큰 변화가 나타난다면, 매수포지션(호가 상승 때 이익) 혹은 매도포지션(호가 하락 때 이익)을 달고서 장내 진입이라도 할 텐데···. 이런 보합세에서는 절대 뭘 할 수도 없게 된 것이다.

‘에잇, 괜히 하루만 다 날렸네.’

결국, 하루를 공치게 된 현수.

‘근데 대체 몇 시지?’

결국, 하루 도박은 실패했지만, 시간은 무진장 남게 되었다. 노트북 하단 화면의 시계를 보니 오전 9시 40분도 채 되지 않은 상태다.

‘할 수 없지. 오늘 일은 여기서 끝이다.’

더는 볼 것도 없다는 듯 선물거래창을 내린 뒤, 현수는 이제 침대 쪽으로 다가가 벌러덩 눕고 만다.

‘그래도··· 아무리 생각해도 좀 아쉽단 말이야.’

사실, 사람한테는 뭔가 미지의 감이라는 게 있는데 그 감이 꼭 지금의 천연가스 선물 종목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실패였다.

흡사 감으로 투자를 하는 주식 초보, 주식 어린이(주린이)들의 흔한 실수들같이 말이다.

‘흠. 어쨌든 모처럼 낮잠이나 한번 땡기자. 그리고 오후에는 밖에 나가서 이것저것 쇼핑이나 해야겠다.’

그러고 보면 공시를 포기한 뒤 전업 투자자가 된 이후, 주중 낮 시간대나 밤 시간대에도 정신없이 투자 일만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렇듯 시간이 생기자, 자신을 챙길 여유도 저절로 생긴 것이다. 물론 하루를 공치게 된 대가라도 해도 말이다.

‘음. 근데 부모님께는 나중에 뭐라고 말씀드리지? 으음. 그래. 아직은 아니다. 좀 더 돈을 더 벌고··· 또 나중에 내 위치에 대한 확신이 더 서면 그때 말씀드리자. 그리고 그땐 부모님께도 아주 좋은 선물을···.’

그렇듯 현수는 그 생각을 잠시 거듭하다가, 이내 스르륵 눈을 감으며 달콤한 낮잠에 빠져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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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어느덧 오후 2시쯤이 되자, 현수는 외출 채비를 갖춘 뒤 밖으로 나왔다.

이때, 그는 작지만 힘이 있는 자신의 애마를 타고서 백화점에 곧 도착했고, 곧이어 쇼핑을 시작했다.

오늘 쇼핑 예산은 대략 200만 원 정도.

그래서 현수는 백화점 각 층을 돌아다니면서 여름 양복, 구두, 혁대, 티셔츠, 양말, 케쥬얼 시계 등을 샀는데···.

딱 예산에 맞춰 대충 200만 원 정도를 지출했다.

사실, 그는 어제 90만 원대 저녁식사 외에도 오늘 쇼핑으로 200만 원대의 통 큰 소비를 한 상태인데, 그럼에도 그는 최대한 낭비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물론 어제 치른 90만 원 식대 자체가 큰 낭비일 수도 있겠지만···.

LK바이오닉스 투자와 관련하여 그들이 도와준 것에 대한 대접이어서, 현수는 절대 그게 낭비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쇼핑을 마친 현수는 백화점 1층 커피숍에 들러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케잌 한 조각을 곁들여 먹었고···.

이때 커피숍 내에 커플들이 여기저기 앉아서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모습들을 한 번씩 쳐다보다가, 이내 자기 휴대폰을 꺼내 들고서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들었다.

‘흠. 근데 아무래도 찝찝하네.’

현재 현수가 눈이 빠져라 쳐다보고 있는 휴대폰 화면 속에는 실시간으로 호가가 움직이고 있는 해외선물 천연가스 종목 차트가 띄어져 있는 상태다.

그러고 보면, 조금 전 쇼핑을 하는 와중에도 도무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 천연가스 선물 종목.

하루를 날린 실패를 맛보았기 때문인지 은근히 미련이 커진 모양이었다.

‘흠. 올랐다가 내렸다가··· 이건 뭐 뒤죽박죽이나 다름없는데, 그래도 조금씩 우상향이란 말이야.’

- 자기야, 이 옷 이뻐? 고마워. 잘 입을게.

- 너랑 진짜 잘 어울려.

- 진짜아? 고마워. 자기.

한편, 바로 옆쪽 테이블에서는 바퀴벌레 커플이 서로 딱 붙어서 약간 큰 목소리로 재잘거리고 있었는데···.

그러나 현수는 완전히 천연가스 선물에 집중한 듯, 휴대폰 화면에서 전혀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그의 고교 시절, 대학 시절에도 상상하지 못할 아주 놀라운 집중력이 주식을 시작하면서 생겨난 것이다.

‘흠. 차라리 내일 대신정밀화학 쪽보다는 그냥 천연가스 쪽을 한 번 더 노려볼까. 뭐, 대신정밀화학 쪽은 사실상 추가 투자를 할 필요도 없겠지? 저번 장후 시외거래에서 –2퍼 하락도 했고··· 주가도 충분히 올랐으니까, 아마 당분간 빨간불이 들어오기 힘들 거야. 하지만 그래도 또 모르는 일이야. ITC 판결이 나오는 금요일 새벽, 아니 적어도 목요일 시초가부터 또 심상치 않은 변화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즉, 대신정밀화학이 진짜 ITC 승소를 한다면, 먼저 목요일 주가 상승이 어느 정도 나온 뒤, 금요일 아침 시초가에는 진짜배기 큰 폭등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아주 크다.

‘근데 대신정밀화학 쪽에 아직 먹을 게 남아 있는데, 내가 너무 무리수를 쓰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이상한 일이다. 근육을 쓰면 쓸수록 근육이 더 탄탄해지고 더 힘이 실리듯, 현수 역시 자신의 능력이 갈수록 안정세에 접어드는 느낌이 들었고, 또한 정체를 알 수 없는 묘한 직관 능력이 자신에게 생겨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예를 들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시간 간격을 달리하면서 미래 수치를 읽으면 그 예측 시간대가 많이 흔들리게 되는데, 그러나 지금은 그 오차 폭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었다.

특히, 초단타 선물거래 쪽에서는 1초, 2초가 아주 중요한데, 다행히 수치 리딩 능력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가 지금 확신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감각을 자극하고 있는 천연가스 선물 종목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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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다음 날 새벽 5시 50분.

일찍 일어난 현수는 헬스장을 다녀온 뒤, 곧이어 선물거래창을 띄우고 곧바로 천연가스 선물 차트를 눈여겨 살펴봤다.

어제 선물 종가는 2.280.

그러나 장 개시와 함께 바로 선물가격은 소폭 상승했고, 현재 천연가스 선물은 2.287포인트를 기록하고 있었다.

‘음. 그래. 어디 다시 한 번만 더 해 보자.’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호기심, 그리고 미련.

결국, 현수는 온 정신을 선물 수치에 집중했고, 곧이어 잠시 후 무언가를 읽어낸 뒤 곧 표정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현수는 무언가 급한 듯 재빨리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재 선물가격 2.290.

이 수치를 확인한 뒤, 현수는 재빨리 매수포지션(선물가격 상승시 수익)을 잡고서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현재 선물 1계약 당 대략 22,900(=2.290 곱하기 10,000) 달러 정도가 필요한데, 물론 이 선물거래를 위해서는 22,900달러(대략 원화 2,630만 원)가 모두 필요한 게 아니다. 증거금 형태로 1계약당 2,800달러 정도만 있으면 바로 거래를 할 수가 있다. 결과적으로 현수는 유지증거금까지 고려해서 총 420계약을 매수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일을 끝낸 뒤, 현수는 마치 그만의 습관인 듯 두 손바닥을 맞댄 채 가볍게 비비며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선물거래창을 쳐다봤다.

그러나 아직 선물거래창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상태다.

현재 선물 포인트 2.294.

단지 소폭 상승세가 지속될 뿐이다.

‘근데 왜 이렇게 덥지?’

갑자기 열기를 느끼는 현수. 어느덧 바깥은 초여름 날씨다. 그래서 실내 기온도 올라가고 있었고, 조금씩 실내도 후덥지근해지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얼른 천장 에어컨을 켜자, 비로소 현수는 다시 선물거래창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덧 오전 9시 41분 35초.

이때, 약간 변화가 생겼는데, 추가 상승한 끝에 천연가스 선물포인트가 2.300선을 돌파한 것이다.

‘오케이! 확실히 전조 현상은 있어야지.’

이제야 만족한 현수는 노트북에 다른 창을 띄워 인터넷 뉴스 창과 해외선물 블로그 쪽도 유심히 살펴봤다.

아직 이쪽 기사가 뜬 것은 하나도 없었다.

해외선물 블로그 쪽도 아직은 담담한 모습들.

다만, 조금 전, 2.300선 돌파 때문에, 약간 신경이 쓰이는 모습들이 블로그 게시판에 조금씩 나타나고 있었다.

「갑자기 천연 선물급등? 무슨 일???」

사실 전날 종가 2.280 대비 0.020 상승은 큰 상승도 아니지만, 현재 하락을 기대하고 있는 대다수 사람들한테는 사소한 일도 급등일 수밖에 없다.

「모야! 하락장에서 대체 뭔 일??」

「걱정 마. 금방 떨어질 거야 ㅋㅋ」

「그저 소폭 상승」

「이건 뭐, 계단식으로 올라갔다가 내려갔다, 심장 펄스도 아니고···」

「난 매도포라 걱정······」

「야!! 그런 심장 달고 무슨 선물?」

「반등없는 하락 없어」

「설마 여기 뻥진 매수포도 있냐?」

그런데 바로 현수의 포지션이 바로 매수포(매수포지션)가 아닌가.

그저 현수는 웃으며 그 반응들을 지켜본 뒤, 다시 차분하게 기다렸고···.

그리고 그 사이 시간은 흘러 어느덧 오후 2시 38분이 지나갈 무렵, 해외 천연가스 선물시장에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 갑자기 펑! 하며 터져 버렸다.

이번만큼은 현수의 손에 땀이 가득 찰 정도로 정말 드라마틱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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