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수익률 1,000,000배-48화 (48/170)

<내 수익률 1,000,000배>

인맥 확충

“참, 개미군단님. 제가 좀 흥분한 것 같죠? 사실, 어제 회사에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다행히 오늘 개미군단님을 보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서 그런 겁니다. 하하, 그래서 이제부터는 좀 더 차분하게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아 참!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제가 갑자기 뵙자고 했음에도 흔쾌히 응해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러고는 그는 또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우선, 오늘 제가 뵙자고 한 목적을 아까와 달리 정정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도 그렇고 개미군단님도 그렇고, 바쁜 시간을 절대 쓸데없는 일에 쓸 수는 없지 않습니까? 우선, 앞으로 미팅을 몇 차례 더 하기로 하고, 그러면서 양쪽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한번 찾아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물론 저희 쪽에서 적절한 사례를 할 생각입니다.”

“음. 저도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사실, 저도 관심이 있어서 이 자리에 나온 거니까요. 그러니까 저한테 객원 컨설턴트 혹은 인방, 이 두 가지를 이야기하시는 거 맞죠?”

“네. 맞습니다.”

“그럼 혹시 이거, 스카웃 제의라고 볼 수 있나요?”

“하하, 그러고 보셔도 되고 또 아닐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첫눈에 봤을 땐 너무 느낌이 좋아 둘 다 가능하신 것 같은데, 카메라 앞에서는 그게 또 아닐 수도 있으니까. 그럼에도 최하 마지노선, 즉 객원 컨설턴트 형식이라도 저흴 도와주신다면 저희는 그에 합당한 사례를 꼭 할 겁니다. 물론 컨설팅 자체가 종목 선정까지는 아니고, 종목 검증 정도입니다.”

“음.”

“우선은 관심이 좀 있으시니까 제가 좀 더 설명해 드릴게요. 먼저, 인방 BJ는 일반 주식전문가들이 그렇듯 꼭 특별한 조건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예를 들어 저희 회사 왕박사님 같은 분은 인상도 별로이고, 외모도 별로, 나이도 꽤 많지만, 증권회사 쪽 경력이 좀 있다 보니, 인방 BJ로 맹활약하고 계십니다.”

그러면서 그는 팁도 알려주었다.

“즉,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BJ의 학벌, 경력, 나이, 이런 것들이 아니라, 바로 누구도 어찌할 수 없는 주가 수익률 실적입니다. 여기에다가 독특한 개성까지 들어가게 된다면 그야말로 인기 만점이죠. 물론 개미군단님은 종토방에서 이미 크게 인기를 날리시는 분이니까, 실력 인증, 화제성도 확실히 담보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특히, 인기 쪽 부분은, 제가 인방 PD 외에도 다른 경력들이 좀 있어서 개미군단님 얼굴과 웃는 모습만 봐도 좀 더 확신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사실, Stock24의 주식 인방 부분을 총괄하는 최현세 PD는 원래 방송국 PD 출신이었다. 그러나 방송국 생활은 그리 오래 하지 않았고, 대신에 그는 연예기획사 이사 겸 공동 파트너로서 연예 기획 사업에 뛰어들었던 젊은 사업가이기도 했다. 물론 그 일이 잘 풀리지 않아, 2년 전 사업을 접고 현재 Stock24 메인 PD 일을 하고 있는 중인데, 그래도 그때의 경험이 아직 생생한 게 사실이었다.

“뭐, 앞서 말씀드렸듯이 BJ 강남귀족은 두말할 것 없이 이쪽 업계에서 최고 스타입니다. 하지만 그 녀석 이미지 메이킹을 담당했던 게 바로 저였습니다. 그런 제가 보기에도 개미군단님은 그 녀석 못지않을 거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BJ 강남귀족이 이쪽 업계에 대스타가 된 것은 그의 잘 생긴 외모도 한몫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의 뛰어난 종목 선정 능력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제 최현세 PD는 한때 BJ 강남귀족에게서 느꼈던 기분을 똑같이 현수에게서 느꼈던 것이다.

바로 대신정밀화학 종목에서 나타난 역전홈런과도 같은 막판 상한가 진입!

이런 놀라운 종목 선정력을 보인 현수와 달리, BJ 왕박사는 어제 얼마나 쭈글쭈글한 모습을 보여주었던가.

특히, 이날 저녁, 격렬한 항의 전화들이 빗발친 것도 있지만, 중간 해약 회원 숫자가 무려 2천여 명에 달할 정도로 회사 매출에 큰 지장을 준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눈앞의 현수! 그런 왕박사와 달리, 아주 젊고 싱싱하고 또한 활기차다.

“참, 제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어젠 왜 댓글 중계는 안 했습니까?”

갑자기 화제를 전환하자, 현수는 바로 웃으며 그 질문에 가볍게 대답했다.

“음. 보다시피 그런 하락장 종목은 슈팅 각을 찾기가 좀 힘든 편이죠. 그래서 차트 리딩보다는 종목 선정이 더 중요했고··· 네. 그래서 결국, 상한가를···.”

그런 현수의 대답이 무척 마음에 드는 듯 씩 웃던 최현세 PD는 이제는 좀 더 현수 본인에 대해서 알고 싶은지, 이것저것 사적인 질문도 시작했다. 그리고 곧 그 일을 끝낸 뒤, 최현세 PD는 이제 간단히 회사 수익 조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리고 저희 회사 인방 쪽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드릴 수 있는 오퍼가 대략 2 대 8 정도 수익 배분입니다. 여기서 회사가 8을 가져가는 건 촬영 비용, 인터넷 회선, 각종 광고, 메이크업·의상 지원, 쿠폰 발급, 유료고객 관리 등등 잡다한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물론 BJ 강남귀족 같은 스타급이 되면 3 대 7 정도의 수익 배분도 가능합니다. 여기서 2 혹은 3이 적을 수도 있겠지만, 저희는 광고가 워낙 세게 들어가서 타 유료 채널들보다 훨씬 더 BJ 수익들이 더 커지게 됩니다. 다만, 소속 BJ들이 계약 형태의 프리랜서들이라 저희는 4대 보험을 책임지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그 외 시간에는 개인적으로 다른 수익활동을 해도 무방하다는 이야기겠군요?”

“네. 맞습니다. 프리랜서니까요. 다만 인방과 동일 종목에 대한 주식 투자는 절대 금지해야 합니다.”

이때, 현수는 한 가지 질문을 더 추가했다.

“그럼 계약 기간은 어떻게 되죠?”

“보통 2년 계약인데··· 처음에는 3개월 단위로 끊습니다. 물론 좀 더 일찍 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사실, 처음 이 일을 하시는 분들한테 많이 안 좋은 조건이죠. 왜냐하면, 처음은 무조건 회사가 갑이니까요. 이게 꽤 죄송스러운 부분인데, 즉 수익이 안 나면 금방 계약을 해지한다는 이야깁니다.”

그런데 이런 3개월 계약 조건은 뜻밖에도 현수에게 정말 딱인 조건이었다. 현수는 이쪽에 오래 얽매여있을 생각이 없으니까 말이다.

“음. 그리고 추가로 더 말씀을 드린다면, 향후 이런저런 기회들이 많이 생기게 될 겁니다. 특히 스타덤에 오르게 되면, 고액 연봉 외에도 강남귀족처럼 지상파 방송 출연도 가능할 거고, 또 그게 아니더라도 저희 회사와 연결된 각종 국내외 투자 회사들, 캐피탈, 증권사, 주요 그룹, 각종 은행권 고위 간부들과 각종 교분도 가능합니다. 인맥 확충에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그러면서 최현세 PD는 Stock24가 인방 부분 외에도 거액 자산가들을 상대하는 대형 PB(프라이빗 뱅커) 라인 사업을 하고 있으며, 또한 중대형 규모의 국내외 투자 본부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줬다.

그 바람에 현수의 호기심은 더욱 증폭되었는데, 어떻게 보면 Stock24는 자체 방송 콘텐츠가 있으면서도, 또한 투자행위도 직접 하고 있는 터라, 현수가 생각하고 있는 신규 사업 테마랑 거의 비슷한 모습인 것이다.

즉, 자신의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에 앞서, 짧은 기간이지만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일종의 노하우 취득 같은.

그렇듯 물과 물고기가 만난 듯한, 최현세 PD와의 만남을 마친 현수는 다음 날 일요일 저녁, 저번 LK바이오닉스 투자에 도움을 줬던 서명석, 홍서영을 만나게 되었다. 물론 이전에 약속한 대로 그들에게 저녁을 사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날 저녁, 현수는 전날 인도받은 자신의 BMW 차량을 몰고서 약속 장소인 5성급 호텔에 도착했고, 곧이어 호텔 2층에 자리잡은 최고급 일식집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19-

“하, 또 아침이네. 잘 잤다.”

어느덧 초여름이 시작되고 있는 6월 6일 월요일 이른 아침.

현수는 기지개를 켜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사실, 한국은 오늘 6월 6일 현충일, 즉 공휴일이라 주식 장 개장은 없지만, 미국 장은 그렇지가 않다.

현재 시각, 새벽 5시 50분.

서둘러 체육복으로 갈아입은 현수는 간단히 거울을 한 번 본 뒤 오피스텔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곧장 인근 헬스장으로 가서 50분 남짓 운동을 한 현수는 그곳 샤워장에서 몸을 씻은 뒤 집으로 돌아왔다. 이후, 간단히 커피 한 잔에 딸기 잼을 바른 토스트를 먹으며 그는 노트북 화면에 미국 선물·옵션 거래창을 띄웠다.

‘음. 오늘 들어갈 만한 종목이 좀 없을까? 확실히 나한테 돈이 있으니까 걱정도 없어진 것 같고, 또 세상만사가 행복해진 것 같고···.’

그러고 보면 어제저녁 간만에 정말 맛있는 밥을 먹었다. 1인당 식대가 무려 30만 원이 될 정도 최고급 일식집. 그곳에서 그는 저녁을 먹은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150만 원짜리 주식투자에서 하한가 폭탄을 맞고서 절규했던 자신. 그러나 이제는 90만 원대 식비를 아무렇지도 않게 계산까지 하게 된 것이다.

‘근데··· 명석이가 랩커플인 걸 진작에 눈치챌 걸, 내가 좀 둔했어.’

고교 동창 서명석, 그리고 한국대 약대 대학원생 홍서영.

동갑인 두 사람이 대학·대학원 동기라는 것을 떠나서 전혀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고서 진작에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어제저녁 두 사람이 팔짱을 끼고서 나타난 것을 보고서 현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던 것이다.

“현수씬 그럼 얼마나 이익 봤어요? 아까 오면서 보니까, LK바이오닉스 현재 88,000원 하던데.”

그렇듯 처음 보자마자 인사 후,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수익을 물어보던 홍서영. 약간 직설적인 성격의 홍서영은 여전했지만, 그럼에도 당시 최고점 109,500원에 자신의 주식을 모두 매도했던 현수는 그저 씩 웃으며 그 흐뭇함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고 보면, 주식이라는 것은 한번 반짝 상승을 하고 나면, 그 뒤 어쩔 수 없이 지루한 조정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나 보다.

어쨌든 이날 현수의 저녁 식사는 아주 기분 좋게 끝이 났는데···. 특히 이들 두 사람이 신약 쪽에 상당한 전문성이 있는 만큼 현수는 다음 번에도 이들의 도움을 받고 싶어 그 이야기를 꺼낸 뒤, 결국 다음 번 바이오주, 신약주 분석을 할 때는 두 사람에게 정식으로 기술분석을 의뢰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우까진 아니겠지만, 적어도 합당한 아르바이트 비용를 지불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참, 아메리카노 한잔 더 마셔야겠다.”

바로 자리에서 일어난 현수는 자신의 작은 주방 쪽으로 가서 캡슐커피 하나를 기기에 넣고 잠시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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