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수익률 1,000,000배-47화 (47/170)

<내 수익률 1,000,000배>

입덕하는 사람들

-18-

다음 날 토요일 오후 3시 40분.

현수는 깔끔하게 차려입고서 강남역 인근 커피숍을 찾았다.

이때, 좀 근거리에서 듬직한 체격의 남자 두 명이 조용히 현수를 뒤따르고 있다.

잠시 후 커피숍에 들어가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현수. 이때 다른 두 남자는 현수의 지근거리에서 각기 자리를 잡았다.

아직 커피 주문을 하지 않은 현수는 먼저 주변을 한번 살펴봤고, 그러고는 넌지시 두 남자 쪽으로 시선을 한번 던졌다가 이내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들고서 휴대폰에만 집중했다.

현수와 함께 움직이고 있는 저 두 남자는 사설 경호업체 ‘빅원 씨에스’ 소속의 보디가드들이다.

물론 경호업체 빅원 씨에스는 고시원 총무 정성훈이 소개해준 곳이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았네.’

오늘 현수는 Stock24의 최현세 PD를 이곳 커피숍에서 만날 예정이다. 그러나 혹시 몰라 보디가드들을 동원한 것이다.

즉, 이틀 전 최현세 PD의 이메일은 받은 뒤, 현수는 갑자기 작은 불안함이 생겼다. 그 와중에 주식 전쟁 관련 영화들도 챙겨봤고, 그래서 현수는 그때부터 자신의 안전에 대해서도 좀 더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사실, 주식 판은 엄청난 돈들이 오가는 곳이 아닌가. 온갖 욕망과 욕구들이 또한 점철된 곳이 바로 주식판인 것이다.

‘음. 지금껏 괜찮았지만, 앞으로는 또 모르지.’

갈수록 자신의 수중에는 거액의 돈이 생기고 있다. 물론, 현실 속 각 종목 종토방에 가보면, 이미 수많은 아마추어 전문가들이 난립하고 있고, 또한 온갖 종류의 주가 예측이 난무하는 게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자신만큼 적중률이 높은 사람은 또 찾기 힘들 것이다. 그러니까 유료주식방송 Stock24에서 자신을 주목했겠지.

‘근데 어제는 참 드라마틱했단 말이야.’

어제 동시호가가 끝날 무렵, 대신정밀화학은 결국 상한가에 도달했다.

주가 14,350원!

전날 종가 대비 +29.86% 상한가에 도달한 것이다.

그러나 대신정밀화학의 경쟁업체인 진양화학은 어제 6,270원을 찍고, 전날 종가 대비 –20.13% 하락을 기록했다.

그때의 기억이 다시 떠오른 듯 현수는 웃음을 띠었고, 곧이어 자신의 주식앱 계좌 잔고를 다시금 들여다봤다.

그러고 보면 어제 아침 평균매수 단가 10,135원에 미수거래를 포함하여 총 270,965주를 매수했는데, 동시호가 때 그 물량을 몽땅 매도에 쏟아 넣은 덕분에 하루 단타로 아주 대단한 수익을 거뒀다.

이때 현수가 거둔 수익은 대략 11억 3천만 원.

평균매수 단가 10,135원짜리 주식을 14,350원에 매도했으니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어제 그 종목은 미수거래를 풀에 가깝게 할 수 있어, 진짜 어마어마한 레버리지 효과까지 누린 것이다.

그러고 보면 역대 주식거래에서 이렇게 큰 이익을 본 것은 현수로서는 처음이다. 정말 역대급이라고 할 만큼 놀라운 수익이 아닌가.

현재, 현수의 주식계좌 잔고는 현금 23억 7천만 원, 해외선물·옵션계좌의 잔고는 현금 15억 3천만 원.

그래서 두 계좌 잔고를 모두 합치면 총액 39억 원에 달한다.

이른바 한낱 백수 공시생이었던 현수에게는 정말 꿈의 숫자라고 할 수 있다.

‘하, 어제 진짜 기분 좋았는데···.’

특히, 수많은 체결 호가들이 붉은 소낙비처럼 쏟아지는 와중에, 거침없이 호가창을 가르며 승천하던 대신정밀화학의 주가.

‘그러고 보면, 어제 닉네임 하나를 더 만든 것은 좀 잘한 것 같아.’

사실, 어제 현수는 개미군단이라는 닉네임 외에도 신비주의라는 닉네임을 하나 더 가지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쿨타임 때문에 10분 단위 예측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신비주의라는 닉네임으로 잠시 나섰던 것.

즉, 현수는 장 개시 전, 대신정밀화학 장 시초가를 들여다본 뒤 실망한 뒤, 곰곰이 고민한 끝에 이날 막판 주가를 들여다 보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곧 다가오는 ITC 소송전의 결과.

그런데 그 와중에 아주 이상했던 점은 바로 언론 플레이만 계속하고 있는 진양화학과 달리, 대신정밀화학은 계속 무응답으로 일관했던 점이다.

실제로 현수가 찾아본 기사들은 진양화학의 승리를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서울일보) 진양화학 ITC소송전 승리 확신!」

「(J일보) 특허권 침해에 대한 ITC 판결 엄격···」

「(한국신문) 미로 속에 놓인 ITC 판결 결과, 그러나 진양화학 쪽에 무게추가 기울어···」

「(경제일보) 국내외 전문가들 대다수, 진양화학 우세···」

「(K일보) 특종! 진양화학, ITC 공방 내부 파일 공개」

그러고 보면 이것이야말로 늘 주가가 오를까 내릴까를 두고 고민하는 투자자들에게 진짜 제대로 된 숙제가 던져진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즉, 현 상황에서 대신정밀화학 주식투자는 대단히 위험한 투자다.

그러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어쩌면 보통의 투자자라면 물러설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현수는 물러서지 않았고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서 이날 오후 3시 28분 무렵의 동시호가를 먼저 들여봤는데, 이때 현수가 읽은 수치는 놀랍게도 14,350원!

상한가다.

‘설마 이게 또 2연상, 3연상 가는 거 아냐?’

그래서 오후 3시 29분 32초 무렵, 이날 오후 6시경 시외 종가를 확인해 봤는데, 이때 현수가 읽은 값은 -2% 하락된 호가.

즉, 시외 단일가 거래 막판에 이 상한가가 결국 풀린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현수는 곧바로 50원을 낮춰 14,300원에 매도 주문을 넣었고, 다행히 동시호가 때 물량이 대량 매수·매도 체결이 되면서 현수는 14,350원 단일가에 모든 물량을 매도하게 된 것이다.

‘흠. 근데 이 짓도 이제 마지막이겠다. Stock24랑 이야기만 잘 되면, 댓글러들은 유료 쪽으로 인도하고···. 뭐 전문 인방 업체니까, 거기 가면 뭐든 배우는 게 있겠지? 한 달 혹은 두 달? 그 뒤, 내 사업을 시작하는 게 훨 나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서 현수는 어제 자신의 게시물에 남겨진 수많은 댓글들을 다시금 읽어봤다.

······

ㄴ 와! 이거 갑자기 무슨 일이죠???? (상할가 2022-06-03 15:11)

ㄴ 진짜 종목 픽이었나? (급전땡강 2022-06-03 15:11)

ㄴ 미쳤다! VI 발동할 듯 (연수엄마 2022-06-03 15:11)

······

ㄴ 진심 감동!!! (예상가격 2022-06-03 15:12)

ㄴ ㅠ ㅠ 감사합니다! 개미군단님! (몰빵천사 2022-06-03 15:12)

ㄴ 우와!!! 이게 무슨 일?? 날아갔어!!! (배불러 2022-06-03 15:13)

ㄴ 슈팅!!! 완전 미침 (안기다림 2022-06-03 15:13)

ㄴ 개미군단님 황금손 재인증!! (똥침빵 2022-06-03 15:13)

······

ㄴ 차트 개이쁘다^^ 수직 상승, VI 발동 ㅋㅋㅋ (갓장어 2022-06-03 15:14)

ㄴ 성님! 진짜 주식 신 아닙니까? (집농땡이 2022-06-03 15:14)

ㄴ ㅎㅎ 사랑합니다!! (아마이너스 2022-06-03 15:14)

ㄴ 드뎌 떡상 실현!! 입덕합니다^^ (삐딱소녀 2022-06-03 15:14)

ㄴ 존나 쩔 뻔했는데, 감사합니다 (걸붕이 2022-06-03 15:15)

ㄴ 막판 끝판왕!!! (투자귀신 2022-06-03 15:15)

ㄴ 개미군단님 멋쟁이♡ (와런바피 2022-06-03 15:15)

ㄴ 감사합니다!! 개미군단님!!! (다파라머거 2022-06-03 15:15)

······

현수는 어제 자신의 게시물에 달렸던 그 댓글들을 다시금 보면서 피식 웃다가, 잠시 후 고개를 들었다.

어느덧 오후 4시 무렵, 이때 한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커피숍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

“아, 저는 나이가 꽤 있으신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젊으신 분인지는 몰랐습니다. 좀 많이 놀랐습니다.”

30대 후반의 나이인 최현세 PD.

눈매가 예리한 면모가 있지만, 유난히 새카만 동공 때문인지 그는 다소 밝아 보이는 인상의 소유자다.

미끈한 외모에 예술가처럼 긴 곱슬머리를 하고 있는 그는 입가에 미소를 달고서 계속 대화를 이끌고 있는 중인데···.

특히, 조금 전 웃으며 서로에 대한 소개를 할 때부터 그는 정말 기분 좋은 표정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뭐, 조금만 더 이야기를 드린다면,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희 Stock24는 국민 주주 시대를 맞이하여 아주 전도유망한 인방 전문 기업입니다.”

그리고 쭉쭉 이어지는 설명들.

“···하하, 참고로 저희 회사 메인 BJ 강남귀족! 혹시 이 친구 이름 들어보셨습니까? 정말 대단한 친굽니다. 개인 연매출 150억 원에 저희 회사에서 가져가는 연봉만 해도 무려 50억 원이 넘죠.”

아주 유쾌한 어투로 말을 이어 나가고 있는 최현세 PD.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전혀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웹상의 대스타 개미군단이 이렇게 오프라인으로 모습을 드러낸 게 놀랍기도 하지만, 상대가 아주 젊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본래 그는 현수를 돈 많은 중년 슈퍼개미 혹은 고루한 외모의 주식 분석가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과는 완전히 딴판인 외모, 거기다가 아주 센스 있는 옷차림을 한 그를 보자,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띨 수밖에 없다.

“사실, 제가 개미군단님을 갑자기 뵙자고 한 이유가, 최소 저희 인방 본부 아마추어 논객 혹은 객원 컨설턴트로 모시고 싶은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혹시 결례가 안 된다면 제가 다른 제안을 해도 되겠습니까?”

“네?”

“사실 여기까지 오면서 이런 생각을 안 해본 것도 아닙니다. 이를테면 말이죠. 종토방 인기스타! 슈퍼개미 BJ! 하하! 이런 타이틀, 은근히 생각보다 멋지지 않습니까? 물론, 뭐, 눈앞의 개미군단님이 좀 근엄하신 연령대의 분이었다면 아마 이야긴 절대 못 꺼냈을 겁니다.”

그러니까 젊은 현수를 보고서 생각이 달라졌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그 정도 실력이라면 투자 수익도 상당하실 텐데? 혹시 취미 삼아서라도 인방 쪽을 한번 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그러고는 그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뭐, 제 업계 경험으로 봐도, 개미군단님 같은 분은 꼭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외모, 그리고 인상, 하하! 다 좋네요. 특히 아마추어 무대에서 전문가 무대로 스카웃된 슈퍼개미의 출현! 신예 주가 리딩 전문가! 이거 정말 괜찮지 않습니까?”

내내 현수의 얼굴에서 한 번도 눈을 떼지 않고서 이야기를 하던 최현세 PD. 그런데 이때 그는 갑자기 목소리 톤까지 바꾸었는데, 이제는 의향을 묻는 쪽이 아니라 갑자기 설득조로 바뀐 것이다.

즉, 현수의 눈빛이 자신의 말에 반응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 캐치한 최현세 PD.

아무래도 이쪽 분야 경험이 많다 보니 그는 눈치가 누구보다 빨랐고, 그 결과 종토방의 괴물 개미군단의 속내가 적어도 유료주식방송 쪽에 관심이 있어서 여기에 나온 것이라고 확신하게 된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