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수익률 1,000,000배>
역전의 주인공(3)
「제목: 개미군단의 인터넷 주식방송」
: 모든 주식투자는 자신의 판단일 뿐이니까요.
그러고 보니, 오늘 제목에서부터 이전과 차이가 있었다. ‘실시간 정보 입력 예정’이라는 문구가 제목에서 빠져 있었고, 본문 내용 역시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ㄴ 이건 뭐지? (주식왕건 2022-06-03 09:47)
ㄴ 어라, 정말 다르네 (돼지불겹 2022-06-03 09:47)
ㄴ 그럼 오늘은 종목 픽만? (십개미 2022-06-03 09:47)
ㄴ 설마 슈팅 임박? 지금 당장 매수해야 하는 거 아냐? (안기다림 2022-06-03 09:48)
ㄴ 서, 설마? (적당히좀 2022-06-03 09:48)
ㄴ 당장 매수부터!!! (마누라무서 2022-06-03 09:49)
ㄴ 10,300원 입성 완료 (허니곰팅 2022-06-03 09:49)
ㄴ 10,350원 입성 완료 (서울택시 2022-06-03 09:50)
ㄴ 10,600원 입성, 늦지 않았겠죠? (존버타짜 2022-06-03 09:52)
그렇듯 갑자기 태세 전환을 한 댓글러들이 일제히 매수를 시작하자, 매도 물량 수만 주, 수십만 주가 통째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0분 뒤, 전날 종가 11,050원까지 근접하더니, 마침내 11,050원 선을 넘어가 버렸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주가 창에 붉은 불이 들어오면서 댓글러들은 드디어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어찌 되었든 주가는 오르게 되었고, 모두가 약간의 이익을 보게 된 것이다.
ㄴ 그럼 오늘은 고작 몇 퍼 먹으면 끝??? (뭐라도좋아 2022-06-03 11:37)
ㄴ 그래도 매수 주문 팍팍 쌓이고 있으니까 아래로 더 떨어질 리 없을 듯 (집농땡이 2022-06-03 11:39)
ㄴ 여기 소문 안 좋은 종목인데 개미군단님 여길 왜? (적당히좀 2022-06-03 11:43)
ㄴ 이 정도면 좀 아쉬운데··· (주식왕건 2022-06-03 11:48)
그러나 이런 소폭 상승은 절대 오늘의 전부가 아니었다.
물론 오전장이 끝나고 오후장으로 넘어섰음에도 붉은 호가 11,550원대는 계속 유지되고 있을 뿐, 전혀 슈팅 전조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ㄴ 이거 아무래도 며칠 홀딩해야 되겠죠? (두딸아빠 2022-06-03 14:42)
ㄴ 저 주식10년찬데, 하루 더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오리무중 2022-06-03 14:53)
ㄴ 우리, 개미군단님 한번 믿어보죠 (신비주의 2022-06-03 14:55)
그런데 꼭 될 놈은 언제든 꼭 된다고 하던가.
어느덧 장 마감을 10여 분 앞둔 오후 3시 09분 37초.
특히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그 시각, 대신정밀화학 호가창에서는 아주 놀라운 지각 변동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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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PD님!! 지금 왕박사님! 왕박사님! 지금 큰일났습니다!!”
어느덧 오늘 장을 마감할 시각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촬영 역시 어느덧 마무리될 시간이 된 터라, 최현세 PD는 Stock24의 메인 BJ 강남귀족의 세트장에서 막판 상황을 지켜보던 중, 갑자기 자기 쪽으로 달려오며 고함을 지르는 스탭의 모습에서 어리둥절해 하며 그를 쳐다봤다.
“왜 그래? 갑자기 무슨 일?”
“최 PD님! 지금 당장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다급한 상황일까.
스탭의 표정이 하도 이상해서 우선 최현세 PD는 그와 함께 BJ 왕박사의 세트장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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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 BJ 왕박사는 현재 자신의 상황마저도 잊은 듯 얼굴은 납덩이처럼 굳어졌고, 무척 당황한 듯 입술에 계속 침을 바르고 있지만 선뜻 방송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게 왜 이래··· 대체 이게 왜 이러지? 절대 이럴 리가 없는데···.”
계속 같은 말만을 반복하고 있는 BJ 왕박사.
사실, 오늘 주가 목표치 +5%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과 얼마 전까지 +3%대의 나쁘지 않은 수익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즉, 적어도 체면치레는 했다는 말.
그러나 막 3시 11분을 넘기는 순간, 갑자기 그는 난데없이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2,275주 체결.
1,525주 체결.
13,250주 체결.
240주 체결.
8,253주 체결.
5,991주 체결.
20,302주 체결.
15,203주 체결.
16,236주 체결.
2,020주 체결.
······
지금도 줄줄 새어나가고 있는 파란 색깔의 매도 체결들. 상방 매수세가 아니라, 하방 매도세로 인한 거래체결이다 보니, 불과 얼마 전 8,090원이었던 주가는 전날 종가 7,850원보다도 훨씬 더 내려가, 순식간에 7,300원 선을 향하고 있었다.
이건 바로 날벼락이 아닌가.
특히, 오늘 하루 내내 조금씩 오른 +3% 수익을 반납하는데 딱 10초면 충분했을 정도로, 진짜 날벼락을 맞은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다.
특히, 조금 전 주가 차트를 띄운 채 일봉, 주봉, 월봉을 가리키며 정신없이 설명까지 했던 BJ 왕박사.
다음 주에는 반드시 120일선을 돌파할 거라며 장담까지 했는데, 단숨에 그는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하, 이걸 어떡하냐?”
이때 목이 무척 타는 듯 컵에 든 냉수를 벌컥벌컥 마신 뒤, 두 손으로 얼굴을 비비적거리다가 왕박사는 고개를 들었고, 이때 담당 PD인 강윤석 PD와 눈이 딱 마주쳤다.
그 순간, 강윤석 PD는 손으로 목을 긋는 수신호를 했는데, 이른바 컷 사인이 떨어진 것이다. 그 순간, 정신을 번쩍 든 왕박사. 그는 황급히 입을 열었다.
“자, 잠시··· 방송 사정이 생겨, 고객님들··· 잠시 후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그 순간, 고함을 지르는 강 PD.
“컷! 빨리 잘라!”
서둘러 인방 촬영과 송출이 중단되었고, 그 순간 보조 스탭이 서둘러 왕박사의 데스크로 뛰어들었다.
“왕박사님! 이게 대체 뭡니까? 더 떨어지는데요? 6,500원 선! 방금 무너졌어요!”
그러나 아직도 우수수 떨어지고 있는 주가. 도저히 끝을 모를 정도다.
그러고 보면, 보통 인방 전문가들이 고른 종목은 하한가를 맞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왜냐하면, 최대한 안전빵으로 가는 게 최대 원칙이고, 따라서 최대 손절 범위 –5%를 넘어서서는 안 되는 게 회사가 정한 룰이기도 했다.
즉, 큰 위험을 감수하고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종목 추천을 했다가 만약 실패할 경우, 유료회원들의 반발과 욕설이 쏟아지는 것은 둘째치고, 소중한 유료회원들이 줄지어 떨어져 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순식간에 전날 종가 대비 –17.2%까지 빠지면서, 주가가 6,500원대까지 폭삭 주저앉고 있었다.
이것은 인방 BJ에게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더군다나 이게 끝이 아닌 듯, 호가가 미친 듯이 급락급등을 거듭하며 하방 폭락 기세를 거침없이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때, 총괄책임자 최현세 PD가 나타났다.
“대체 무슨 일이야? 강 PD! 대체 무슨 일이 터진 거야?”
“아! 그게··· 선배님. 아씨, 죄송합니다. 그게, 방송사고, 터졌습니다.”
이때 강윤석 PD가 오만상을 쓰며 방송사고를 언급하자, 최현세 PD는 곧장 고개를 돌려, 데스크 앞에 앉아 있는 왕박사를 쳐다봤다.
현재 점점 얼굴에 핏기가 사라져가는 왕박사, 그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다. 거의 넋이 나간 표정으로 호가창만을 계속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다.
“왕박사님이 대체 무슨 사고를 쳤어? 설마 주가 터졌어? 설마 하한가는 아니겠지?”
“네. 흠. 흠. 그런데 거의 그게, 그 정도 수준입니다.”
“뭐? 대체 얼마나 떨어졌는데?”
“아씨, 이거 완전 미칩니다. 선배님. 마이너스 -18퍼센트.”
“뭐어? 마이너스 18퍼센트? 아아, 시펄!!”
최현세 PD는 자기도 모르게 욕설을 하고 말았다. 이건 아주 대형 사고다. 유료 주식방송에서 –18퍼센트 하락이 발생했다는 것은 앞으로 유료회원들이 앞으로 줄지어 떨어져 나간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이 순간, 두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것 같은 최현세 PD. 그는 자신보다 더 나이가 많은 왕박사를 무섭게 노려봤다.
그러나 왕박사의 충격은 더 큰 편이다.
단순히 개인 투자를 하면서 이런 충격을 당하는 것과 주식 전문가로서 또 인방을 하는 BJ로서 이런 충격을 당하는 것은 결코 그 강도가 같을 리가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유료주식방송 BJ의 추천 수익률은 바로 BJ 자신의 실적으로 기록되며, 고객들이 BJ를 고르는 판단 근거가 된다. 그래서 오늘 당한 이 오점은 앞으로 큰 후환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강 PD. 동시호가까지 얼마 남았어?”
“이제 2분 조금 더, 남았습니다.”
“설마 동시호가 때 더 주저앉지 않겠지? 아우우, 이거 어쩌지?”
현재 시각 오후 3시 17분 28초.
이제 남은 시각은 대략 2분 30초.
어서 이 시각이 지나고 동시호가 시간으로 넘어가 주가 하락 폭이 줄어들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주가는 뚝뚝 떨어지고 있다.
“지금 얼마야?”
“6,310원입니다.”
“흐음.”
얼굴이 잔뜩 굳어진 최현세 PD. 그는 뒷짐을 지고서 촬영장 위쪽 천장을 쳐다보다가, 갑자기 묘한 기억 하나가 뇌리에 떠올랐다.
그건 다름이 아니라, 오늘 아침에 봤던 개미군단의 이메일이다.
「관심있는 분들만, 대신정밀화학 2022-06-03 개미군단 드림」
‘참, 진양화학 대항마가 대신정밀화학이었지?’
갑자기 두 눈에 기광을 번득이던 최현세 PD. 그는 강윤석 PD에게 고함을 질렀다.
“야! 강 PD! 대신정밀화학 주가! 그쪽 주가 좀 확인해 봐!”
“네?”
“대신정밀화학!”
“네. 잠시만요.”
곧바로 주가를 확인하던 강윤석 PD. 그런데 그는 뜻밖의 사실에 놀란 듯 눈이 동그래지고 있다.
“왜 그렇게 놀라?”
얼른 그의 옆으로 다가와 대신정밀화학의 주가를 직접 확인하던 최현세 PD 역시 이내 표정이 아주 이상해지고 있다.
13,650원(+23.53%)!
그간 하락세였던 대신정밀화학이 언제 그랬냐는 듯 +23.53% 상승세를 달고서 지금 상한가를 향해서 미친 듯이 달려가고 있지 않은가.
그에 반해서, 진양화학은 무섭게 가라앉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바로 그때, 좌측에 있던 한 스탭이 경악성을 질렀고,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지금 막 확인한 인터넷 기사를 최현세 PD에게 보여주었다.
“이거 좀 보세요! 최 PD님! 방금 뜬 기삽니다!”
재빨리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던 최현세. 그리고 그 휴대폰에 떠 있는 기사를 바로 확인하고는 그의 표정은 더 굳어지고 있었다.
「진양화학, 미국 현지에서 뇌물 공여 혐의 고발 조치」
「진양화학 최규찬 사장, 미국 현지 법인 (주) 켐렉스 자금 횡령 혐의로 추가 형사 고발」
무언가 큰일이 터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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