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수익률 1,000,000배-44화 (44/170)

<내 수익률 1,000,000배>

역전의 주인공(1)

‘하지만 이 찌라시들을 보면, 국제유가 쪽에 뭔가 일이 터질 것 같은데···.’

며칠 전, 증권회사에 다니는 강일중에게 부탁해서 여의도 증권가 찌라시들을 몇 개 받아봤다.

그리고 이때 현수는 뜻밖의 정보를 보게 되었다.

사실, 그는 아직 설익은 개인투자자이다 보니, 절대적으로 정보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서 신뢰성이 부족한 찌라시라도 우선 읽어보자는 마음에 찌라시를 구매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현수에게 아주 솔깃한 정보 하나가 걸린 것이다.

「국제유가 변동성 초읽기, 곧 임계점 도달」

더는 자세한 내용이 언급되지 않아 이게 국제유가 하락인지, 아니면 상승인지, 그게 아주 애매한 상태다.

다만, 국제유가와 관련된 모종의 일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 같았고, 결국 투자자들은 하락 베팅 혹은 상승 베팅이라는 선택지가 눈앞에 놓인 것이다.

특히, 선물거래에서는 매수포지션을 선택할지, 아니면 매도포지션을 선택할지, 승률 50%의 아주 무시무시한 도박을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럴 땐··· 옵션으로 들어가는 것도 괜찮은데.’

그래서 현수는 잠시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당장 옵션 투자에 들어가는 것도 좀 애매한 상황이다.

아직은 선물거래창이나 옵션거래창에 변화가 미비했고, 특별한 양상이나 낌새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고 보면, 현재 뉴욕상업거래소 서부텍사스산 원유 WTI 7월물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2달러 상승한 45.48달러다.

향후 이 가격이 상승하느냐 또는 하락하느냐에 따라 콜옵션 혹은 풋옵션에 투자한 사람들은 각기 큰 수익을 보거나 혹은 큰 손해를 떠안게 될 것이다.

‘음. 느낌상 아직은 아닌데. 그럼 이 종목 확인만 하고, 그냥 오늘은 주식으로 넘어가자. 이쪽은 아직 재미도 없어 보이니까···.’

곧이어 시간을 확인해 보니, 어느덧 7시 46분 16초가 지나가고 있었다.

주식 장 개장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상태.

이미 주식으로 마음이 기운 현수는 곧바로 선물·옵션거래창를 내렸고, 곧이어 노트북과 휴대폰에 주식 호가창을 띄웠다.

그러고는 그는 현재 주식계좌 잔고도 확인해 봤다.

현재 현금은 주식계좌와 해외선물·옵션계좌 양쪽으로 나누어진 상태다.

특히, 주식계좌에 들어있는 돈은 12억 4천만 원 정도. 나머지 15억 3천만 원은 해외선물·옵션계좌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그때부터 손가락 깍지를 끼고 쥐었다 폈다 하며 잠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던 현수는 그 와중에 어젯밤 밤늦게까지 연구를 통해 자신이 점찍어 놓은 오늘 투자 종목을 한 번 쳐다봤다.

즉, 오늘 현수가 관심을 가지는 종목은 「대신정밀화학」 종목이다.

사실, 어제 기분 전환 겸 들어갔던 주식이 갑자기 폭등하는 것을 지켜봤고, 모처럼 주식 꿀맛을 보게 된 터라 그 여흥이 아직 남아 있고, 그래서 좀 더 주식 투자에 호감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 오늘 현수가 노리고 있는 종목 「대신정밀화학」은 무척 사연이 많은 종목이다.

현재, 대신정밀화학은 경쟁사인 진양화학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중인데, 현재 구도상 대신정밀화학의 필패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쉴 새 없이 승소 가능성을 예견하며 언론 작업을 하고 있는 진양화학. 그 때문에 진양화학의 주가는 나날이 상승하고 있었고, 반면 대신정밀화학은 따로 언론 플레이를 하지 않아 주가가 나날이 추락하고 있었다.

‘왜 진양화학은 언론 플레이에 집중하고, 대신정밀화학은 왜 가만히 있을까?’

이런 와중에 ITC 판결일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갈수록 투자자들은 진양화학 쪽으로 완전히 무게추가 기울어진 상태다.

실제로 진양화학은 최근 몇 주간 급등세를 유지했고, 무려 40% 가까운 주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반면, 대신정밀화학은 주가가 어느새 –25%까지 빠진 상태.

그러고 보면, 주식이라는 것은 참 오묘하다고 해야 할까.

늘 상승이냐? 하락이냐? 두 갈래의 길에서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늦지 않았어. 진양화학이 진짜 승소한다면 주가는 더 오를 테고··· 대신정밀화학이 승소한다면 최소 2번 정도 상한가를 기대할 수 있어.’

물론, 이럴 때 영리하게 양쪽 종목에 골고루 베팅하는 방법도 있다.

비록 수익은 적어지겠지만 그나마 안전빵이라고 할 수 있고, 또한 때에 따라서는 좀 더 큰 차익을 챙길 수도 있다.

‘음··· 그럼 내 선택은?’

그 순간, 피식 웃다가, 현수는 투자 종목에 대한 선택 대신에 다시금 대신정밀화학 종토방 글들을 유심히 살펴봤다.

「여긴 도둑질해 놓고서, 문 안 닫고 뭐 하는지 몰라」

「이제 결과 나오면 빼박 쩜하」

「조기 패소 확정 ㅋㅋ」

「대세는 진양화학」

「무조건 상폐각」

「저 13층인데 완죤 망한 건가요?」

「다음 주 폭포수 패대기 확정」

「ㅉㅉ 문상하러 왔습니다」

「아직도 안 판 놈들이 있다고?」

「주식 경험 20년 차로서 말씀드립니다. 그냥 상폐각」

「물 빠진다 빨리 나가」

「조심하세요. 이런 개잡주 만나면 그냥 골로 갑니다」

「여긴 주포도 없지?」

「철문 내려!」

「나 털린 거 아니지? 손절 잘한 거 맞죠?」

「이건 시체각」

「외인 기관 다 팔고 있습니다 ㅠ」

「진짜 좇된 겨」

「쓰바, 쫄보는 꺼져」

「아직도 뭔 기대?」

「빨리 튀라! 여긴 닝기리」

이런 종토방의 분위기에서 대신정밀화학의 주식을 살 수 있는 간 큰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알다가도 모르는 게 바로 주식이 아닌가.

##

인터넷 유료주식방송 Stock24의 최현세 PD.

그는 장 개시 시각 전, 실시간 주식방송을 인터넷을 통해 송출하고자 아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보통, 이런 실시간 인터넷 방송은 그 방영 매체가 TV가 아닌 인터넷이라는 점에서 좀 다른 부분이 있지만, 촬영 과정 대부분은 일반 방송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물론, 화질이 좀 떨어지는 점도 있지만, 혹시 모를 끊김, 버퍼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프로토콜 상황이기도 했다.

어느덧 오전 8시 35분.

이제 각 세트장 주변은 각 개별 PD들의 주도 하에 촬영 스텝, 조명 스텝들이 좀 더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유료 주식방송 BJ들은 각자 종목별로 주식방송을 하기 위해서 각자의 테이블 앞에 아주 단정하게 앉아 있는 모습들이다.

“야, 김정현! 오늘 왕박사님 주요 종목이 뭐라고 했지?”

이때 최 PD가 묻자, 스탭 한 명이 얼른 대답했다.

“왕박사님요?”

“그래.”

“아, 오늘 왕박사님은 진양화학입니다.”

“맞아. 진양화학. 근데 그 종목, 어제저녁 미팅 때도 말이 많았잖아? 진짜 수익이 더 있을지도 모르겠고. 이미 다 오른 놈인데.”

“네. 제가 봐도 좀 많이 약한 편인데, 그래도 아직 끝물이 남아 있다고 하시니까.”

“목표치 얼마?

“+5%라고 하셨습니다.”

“5%? 음. 뭐 주가야 더 오를 수도 있지만, 요즘 왕박사님 너무 일을 대충대충 짜 오는 것 같아. 참, 오늘도 강남귀족은 한 방 큰 거 노린다며?”

“네. 아까 자료 입고 마쳤습니다. 유전자 치료제 테마 종목 쪽인데, 자신감만큼은 확실히 넘칩니다.”

그 말에 최현세 PD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다가 곧 피식 웃는다.

“하긴, 강남귀족 실력이야 알아줘야지. 미팅 없이 제 마음대로 종목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잖아.”

현재 Stock24 소속 BJ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유료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사람이 바로 BJ 강남귀족이었다.

잘 생긴 외모에 젠틀하면서도 입담도 아주 좋고, 또 거기다가 최근에는 케이블 TV 예능 출연도 한 상태다.

즉, 대외적으로도 호평 일색인 연예인급 BJ인 것이다.

“자자, 빨리 준비하자고! 곧 본부장님 오실 테니까 그전에 빨리 마무리하고, 방송 스타트 끊자고.”

“네. PD님.”

현재 Stock24의 주식 파트 부분은 총 7명의 대표 BJ들이 각자 종목별 방송을 맡고 있다.

물론, 뭐니 뭐니 해도 메인 BJ는 강남귀족이다.

특히, 강남귀족의 ‘절대강자 주식따블맨’ 코너는 한동안 포털사이트, 라디오, TV 등에 광고를 크게 때린 터라, 장기 구독형 유료회원의 숫자는 나날이 불어나고 있는 중이다.

현재 장기 유료회원 숫자만 5만 명, 단기 회원숫자까지 포함하면 대략 10만 명 선이다.

즉, 일년 회비가 대략 20만 원 선이라, BJ 강남귀족의 한 해 매출은 대략 130억 원에 달하게 된다.

여기에 쿠폰회원, 이벤트 회원들까지 포함한다면, 한 해 매출은 얼추 150억 원 선에 이르게 된다.

이른바 BJ 강남귀족은 BJ 업계에서 대기업 수준의 실적을 낸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결과 그는 한 해 회사로부터 받는 연봉이 무려 50억 원에 이를 정도다.

그에 반해서 BJ 주식황제, BJ 레이디LK, BJ 왕박사, BJ 리치 원더, BJ 존 박 등은 아주 소소하게 대략 수십억 원대의 매출을 내고 있는 일종의 중소기업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의 평균 연봉은 대략 2억 원에서 7억 원 수준.

비록 자신들이 방송하는 동종 종목에 대해서는 직접 투자가 금지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괜찮은 연봉으로 이를 보상받는 식이다.

물론, 이들 중에는 타 종목 투자를 하거나 혹은 밤늦게 선물·옵션 거래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럼에도 회원제 수익만으로도 충분히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로 하나같이 고액연봉자임이 틀림없다.

“아! 아! 아!”

한편, 자신의 세트장 데스크 앞에 바른 자세로 앉아 있는 BJ 왕박사는 방송 개시 5분 전부터 계속 목을 가다듬고 있는 중이다.

올해 55살인 BJ 왕박사.

그는 원래 증권사 부장 출신인데, 회사에서 잘린 뒤 주식 전문가 쪽을 계속 기웃거리다가, 올 초에 운 좋게 Stock24 주식 전문 BJ로 발탁되었다.

현재 그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하얀 실험 가운을 입고 있었고, 그러면서도 동그란 안경을 낀 상태다.

특히 이 안경 때문에 다소 투박하게 생긴 그의 얼굴 이미지가 희석된 게 사실이고, 은근히 학구적인 이미지 외에도 밝은 인상까지 주는 모습이다.

“자자! 스탠바이! 8시 50분까지 이제 딱 1분 남았습니다!.”

주식 파트 총괄 담당자 최현세 PD가 그렇게 외치자, 대형 창고형 공간에 자리잡은 각 세트장 담당 PD들은 이제 눈을 부릅뜨며 마지막 촬영 상태를 점검했다.

그리고 드디어 오전 8시 50분 정각.

장 개장 시각인 오전 9시를 10분 앞두고서, 실시간 인터넷 주식방송은 드디어 시작되었다.

사실, 10분 일찍 방송을 시작하는 이유는 종목 설명과 오늘 투자 방향을 미리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개장 이후 처음 1시간 동안 집중 방송을 한 뒤, 이후 30분씩 추가 2차례 혹은 3차례 방송이 더 이어지는 방식이다.

그 때문에 제작자 입장에서는 처음 스타트를 아주 잘 끊고 시작하는 게 중요해서 오전 9시 전후가 가장 바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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