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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의 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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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점심 때, 현수는 짜장면 곱빼기에 만두 한 접시를 배달시켜 먹었다. 그리고 그렇게 점심 식사를 마친 그는 이제 다시 집 정리에 집중했다. 자신이 어제 구매한 가구들과 전자 제품들이 차례로 배송되어 왔기 때문이다.
싱글 침대, 책상, 작은 옷장, 작은 냉장고, TV 등등을 여기저기 배치했는데, 그러다 보니 사람 사는 집 같은 아늑함은 생기지만, 반면 집이 아주 좁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뭐 그래도 최소 조건은 갖췄으니까.’
이제 어느 정도 세팅이 된 집.
만족하며 현수는 한쪽 벽면에 붙어 있는 침대로 다가가 그 위에 누워봤고, 그렇게 잠시 여유를 즐기던 중 세상만사가 그렇게 편안한 것이 없다.
‘좋다. 어젯밤엔 바닥에서 자느라 딱딱했는데.’
결국, 푹신한 침대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현수는 잠시 뒤 스르륵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로부터 30분 남짓 달콤한 낮잠을 잤는데, 그런 뒤에 일어나니 머리가 그렇게 맑을 수가 없다.
‘휴. 이제 공부나 시작해야겠다.’
저번에 도서관에 빌려온 투자 관련 책들. 그 책들을 열심히 읽고 공부할 생각인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에 현수는 잠깐 시간을 내어, 지방에 사시는 엄마한테 모처럼 안부 전화를 하게 되었다.
“엄마, 저예요! 잘 지내고 계시죠?”
곧이어 들려오는 밝은 엄마의 목소리.
“왜 이렇게 요즘 전화도 통 안 하고? 공부가 많이 바빠?”
“아, 그냥. 그게··· 하하, 죄송합니다. 엄마.”
그리고 그때부터 시작된 대화.
물론 이때 현수는 공시 공부를 포기했으며 투자 일에만 집중한다는 사실이나, 강남 오피스텔로 이사했다는 이야기, 한편으로는 무려 30억 원에 육박하는 돈을 벌었다는 사실을 일부러 말하지 않았고, 아직은 숨기기로 했다.
“그래. 우리 아들, 계속 공부 열심히 해. 식사 잘 챙겨 먹고. 우리 아들은 아마 진짜 잘 될 거야. 엄마가 믿어.”
엄마의 그런 격려성 목소리를 들으며 간단히 안부 전화를 마친 현수.
그 뒤 그는 그때부터 아주 열심히 투자 공부를 시작하다가, 그로부터 한참 뒤 오후 5시쯤이 되자, 비로소 책을 내려놨다.
‘딱 10분만 쉬자.’
그러면서 힘껏 어깨를 앞뒤로 흔들며 어깨 근육을 풀던 그는 갑자기 이때 뭔가가 생각이 난 듯, 포털사이트 이메일 계정으로 들어갔다.
‘혹시 누가 메일을 보냈을까?’
이번 신영물산 댓글 중계 역시 아주 성황리에 끝났기 때문에 극성 팬들이 메일을 보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실제로 확인을 해 보니, 메일 숫자가 갑자기 늘어난 상태다.
사실, 오늘 아침 스팸 메일을 정리했는데도 아직 읽지 않은 메일 숫자가 무려 +222개나 되고 있는 모습이다.
N! 「(YouTube) Big Hit Labels의 새 뮤직 동영상 업」
N! 「(계정담당자) 당신의 계정은 곧 폐쇄될 겁니다···」
N! 「(12번가) (광고) 최대 품목! 이번 주 특가 상품은···」
N! 「(광고) 제주 항공왕복권+렌터카 3일 이용권, 절찬 할인 판매」
N! 「(광고) 여름 의류 초특가 할인판매! 지금 당장 썸머 이벤트에 응모하시면···」
······
N! 「개미군단님! 근데 이렇게 하면 가입되는 거 맞나요? 친구한테 들었는데···」
N! 「저 급전땡강이라고 하는데, 혹시 블로그나 동호회 활동은 안 하세요?」
N! 「저기, 가입 절차 좀 알려주세요」
N! 「정말 감동 받았습니다 ㅠ ㅠ」
N! 「개미군단님! 가능하다면 개인적으로 상담도 받고 싶습니다···」
······
N! 「(광고) 최소 30만 원, 동남아시아 3박 4일 관광 상품, 절찬 할인판매 중」
······
N! 「저 돈 벌어야 해요. 삐딱소녀 올림」
N! 「완전 주식 왕초보인데··· 좀 도와주실 수 없나요?」
N! 「정말 궁금해서요! 내일 어디서 중계하나요?」
N! 「실례합니다^^ 저는 네xx 주식 블로그 주인인데, 혹시 인터뷰할 수 없을까요?」
······
N! 「(광고) 금주 추천 영화 <채식 라이프> 초대권 100장 선착순 응모···」
······
N! 「야! 개미군단! 너 그러다가 욕 뒤지게 먹고 병신된다! 강남미녀」
······
N! 「(구팡) 고객님 주문하신 내역을 확인해주세요」
······
현수는 눈으로 새로운 이메일들을 주르르 읽어가며 피식피식 웃기고 하고, 또한 과감하게 삭제를 하기도 했는데···.
그러던 중 그는 갑자기 뜻밖의 이메일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N! 「인터넷 유료주식방송 Stock24의 최현세 PD입니다. 혹시 결례가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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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건 또 뭐야?’
인터넷 유료주식방송?
최현세 PD?
설마, 스팸 메일계에서 전설같은 김하나 팀장이나 김미영 팀장 같은 일종의 신종 스팸 메일일까?
‘음.’
고개를 갸웃거리던 현수는 우선 그 메일을 클릭해 보기로 결정했다. 그냥 호기심 때문이다.
그리고 곧바로 눈앞에 나타난 이메일 내용.
「안녕하세요? 저는 인터넷 유료주식방송 Stock24의 최현세 PD입니다. 이렇게 갑자기 메일을 드려서 죄송하지만, 먼저 저희 회사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저희는 대형 인방 아프리카방송 개별 콘텐츠에서부터 출발하여 큰 인기를 누린 뒤, 현재 따로 인터넷 주식방송사 Stock24를 설립했고, 지금은 저희만의 독특한 콘텐츠로 유료고객님들께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중략)」
「···그런데 다름이 아니라, 오늘 신영물산 종토방에서 댓글 중계를 아주 흥미롭게 봤습니다^^ 혹시 가능하시다면, 직접 뵙고 아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만···.」
현수는 그 메일을 아주 유심히 읽다가 곧 묘한 표정을 짓고 만다. 사실, 자신이 향후 사업거리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주식, 파생상품 투자 외에도 유료 투자 방송 채널 오픈 등의 콘텐츠 사업이 아닌가.
그런데 때마침 인터넷 유료주식방송사 PD가 자신한테 직접 이메일을 보내온 것이다.
사실, 이 일은 친구이자 방송국 FD로 일하는 박창석과 협력해서 추진할 생각이었는데, 이렇듯 최현세 PD로부터 제안성 이메일을 받게 되자 저절로 기분이 묘해지는 것이다.
‘이걸 어쩌지?’
특히, 이메일 하단에는 Stock24 웹주소, 회사전화번호, 최현세 PD의 개인 연락처까지 기재되어있었다.
다시 말해서 그냥 헛소리가 아닌 것 같았다.
‘그럼 혹시 설마··· 내가 스카웃 제의를 받은 건가?’
그렇듯 좀 더 멀리까지 생각하며 피식 웃던 현수.
그러다가 갑자기 다른 생각들도 많아져 버렸다.
‘참, 내 투자 잔고가 얼마더라? 음. 28억 3천만 원에서 3억 원을 뺐고, 다시 2억 4천만 원 정도 벌었으니까···.’
즉, 현재 27억 7천만 원 정도가 남아 있는 상태다.
그래서 앞으로 이 돈을 종잣돈으로 삼아서 주식 투자, 선물·옵션거래 등을 계속 진행한다면, 앞으로 이 돈은 무진장 커지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돈 벌 기회가 많으니까, 구태여 주식방송이니 유료방송이니 이런 걸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흠. 하지만 그런 삶은 누가 알아주지도 않을 테고······. 뭐, 돈도 돈이지만, 역시 사람은 자기 이름 석 자는 남기고 죽어야 하지 않을까? 휴! 확실히 나도 욕심이 많아.’
현수는 아무리 생각해도 주식 투자, 선물·옵션 투자만을 천직으로 삼는 게 은근히 답답하기만 하다.
아무래도 아직 젊기 때문일까.
아직은 무모하기 때문일까.
어쨌든 그런 형태의 일은 그저 큰 돈방석을 깔고 앉은, 그저 돈 많은 늙은이가 되는 느낌이 들 뿐이다.
따지고 보면 대기업 총수 역시 어마어마한 부자가 아닌가. 그런 사람이 왜 골치 아프게 계속 회사 일을 하려고 할까?
그냥 어마어마한 재산을 밑에 깔고 앉아, 그냥 평생을 초호화판으로 살면 그만일 텐데 말이다.
‘그래. 이 나이에 절대 수동적일 필요가 없지.’
이미 거듭된 투자 성공으로 자신감이 넘치고 있는 현수. 그래서 최현세 PD의 제안에 약간 솔깃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즉, 자신의 사업 시작 전, 또 다른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때, 현수는 아주 영리하게도 다음 일까지 염두에 두게 되었다.
‘흠. 확실히 내 댓글 영향력, 아주 많이 커졌어. 물론 긍정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거야.’
특히, 오늘 오전에 있었던 신영물산 주가 전투.
무엇보다도 10,400원 호가대에서 아주 끈질기게 매도 물량을 쏟아내며 주가 상승을 끝까지 저지했던 누군가.
‘흠. 설마?’
그러고 보면, 유료주식방송사 PD마저 자신을 주목했다는 것은 이제 자신은 어느 정도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그래서 고민하던 현수는 잠시 후 무언가 떠올린 뒤, 곧바로 휴대폰을 들었다.
“아, 안녕하세요? 총무님! 접니다. 김현수.”
“네? 누구··· 누구신지?”
“아, 죄송합니다. 어제 이사 간 307호, 307호 김현수입니다.”
“어? 아하, 307호! 307호 현수씨?”
“네. 맞습니다. 307호 김현수. 총무님. 혹시 바쁘신 게 아니라면? 네. 네. 저는 이사는 잘 했습니다. 네! 그게, 다름이 아니라, 저번에 듣기로··· 총무님 친구분들 중에··· 네! 네! 아, 자세히는 말씀 못 드리겠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좀···.”
그렇게 현수의 대화는 이어지고 있었다.
-17-
6월 3일 금요일 새벽.
현수는 오피스텔 근처 헬스장에서 1시간 남짓 운동을 한 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먼저 캡슐커피 아메리카노 한잔을 머그잔에 담은 뒤 아침 커피를 마시며, 선물 거래창부터 노트북에 띄웠다.
어느덧 아침 7시 12분 36초.
이미 선물거래는 시작이 된 상태지만, 장 초반부터 세게 들어갈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선물거래는 장 개장 시간이 무척 길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더 느긋하게 종목들을 살피던 현수. 그리고 그로부터 30분 뒤, 그는 종목 하나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사실, 수많은 초단타 거래로 수익을 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지만, 며칠 전부터 다소 변동성이 적어진 선물 장에서 제대로 된 수익을 도출하려면, 괜찮은 종목부터 선정하는 게 가장 필요하다.
특히, 이런 좋은 종목 선택은 선물·옵션 투자자들에게 가장 필수적인 것인데···. 왜냐하면, 이쪽 투자는 수익을 낼 확률이 주식보다도 더 낮기 때문이다. 즉, 제로섬 게임의 경쟁자가 바로 아주 대단한 정보력과 전문성까지 갖춘 해외 투자자들 혹은 기관투자자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실제 선물·옵션 투자자 중 상위 1~2%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실패할 수밖에 없고, 일부는 가산을 탕진하고서 거리에 나앉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흠. 근데 이쪽도 곧 만기일이 임박했어. 변동성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단 말이야.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나야 고맙지.’
즉, 선물·옵션거래 쪽은 변동성에 따라 수익과 손해가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 큰 변동성이 생기면, 그만큼 리스크도 커지지만, 수익도 동시에 더 커질 수가 있다.
다만 만기일까지 변동성의 폭이 더 완화가 된다면, 선물·옵션 투자로는 밥값 벌기마저 힘들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