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수익률 1,000,000배>
슈퍼 개미(1)
‘근데 진짜 여긴 아무것도 없네.’
지난 1년 반 넘게 살았던, 아주 좁은 고시원 쪽방. 사실, 거긴 모든 게 세팅되어 있어서 구태여 뭘 살 필요가 없었다. 또한, 뭘 산다고 해도 그걸 놓아둘 여유 공간이 전혀 없었던 게 사실.
‘근데 이것 말고 또 뭘 샀더라?’
문득 생각해 보니, 싱글 침대, 작은 냉장고, 책상, 옷장, 가스레인지, TV 등등, 제법 많은 것들을 산 것 같았다.
이들 대다수 물건들은 내일 혹은 모레쯤에 이곳으로 들어올 예정. 그래서 오늘은 그냥 맨바닥에 이불 한 장만 깔고 지낼 생각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에어컨을 살 필요가 없었는데, 천장 붙박이 상태로 시설물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좀 있다가 인터넷 설치하러 온다고 했으니까, 그때까지 옵션이나 들여다볼까?’
사실 특별히 정리할 것도 없는 상태라, 현수는 바로 바닥에 앉아 휴대폰 옵션거래앱을 켜고는 이내 옵션 호가창만 유심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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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이것도 좀 그렇고··· 이 종목도 좀 애매하고··· 여기도 좀 애매한 것 같은데···.’
사실, 주식이든 선물이든 옵션이든, 그 종목 선택이라는 것은 아주 중요하고, 또 어떤 시기에 또 얼마만큼의 투자금을 투입할지는 무척 숙고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자신이 저번에 선물거래에서 대박을 맞은 것처럼, 앞으로의 옵션거래에서도 그런 대단한 수익을 맛보고 싶은 게 그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일례로, 국내 옵션거래 현황에서 아주 굵직굵직한 대박 사건들이 여러 차례 출몰한 게 사실이다.
특히, 2001년 9.11 사건 당시, 어느 국내 투자자는 코스피 지수 풋옵션 매수를 통해서 대략 500배가량의 이익을 본 사례가 있다.
일종의 로또 같은 대박!
즉, 당시 코스피200의 전일 현물가격은 66.5, 행사가격은 62.5 수준이었는데, 전일 옵션 종가가 0.01포인트였던 것이 다음 날 9·11 테러 이후 장중 5.05포인트까지 올라 무려 505배가량 폭등한 것이다.
그 바람에 풋옵션 매수자는 대략 505배가량 수익을 내게 되었고, 반면 풋옵션 매도자는 엄청난 손실을 떠안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선물 시장이든 옵션 시장이든, 이쪽은 제로섬 게임이라서 결국 누군가가 큰 수익을 보게 되면 누군가는 반대로 큰 손실을 입는 법이다. 하지만, 누구나 이 사실을 알고서 뛰어든 투자 공간이라서, 그저 총성 없는 투자 전쟁일 뿐! 각자는 각자의 승리만을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큰 대박은 이런 미국 9·11 사태 때뿐만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계속 출몰했다.
2007년 4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08년 9월, 세계 금융 위기.
그리고 2012년 9월 남유럽 재정 위기 사태 등등.
특히 이런 대형 악재들이 터졌을 때 한국 코스피 옵션 시장에서는 풋옵션 대박이 크게 터졌던 게 사실이다.
‘흠. 그래 역시 이런 쪽 분야는··· 정치, 경제, 군사 등등 각종 사건 사고와 관계가 있단 말이야.’
그래서 선물옵션 만기일에 맞춰 일부러 폭탄 테러를 자행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인데, 이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현수는 지금 한 종목을 눈여겨보고 있는 중인데, 곧 만기를 앞두고 있는 E-mini S&P 500 종목이다.
물론 이 종목은 미국 옵션 쪽이라 만기일은 미국 일정에 맞춘 6월 17일 금요일.
그러나 만기일이 좀 더 가까워지자, 평소 큰 폭의 변화가 없던 이 종목도 장중 분위기가 조금씩 반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보통, 옵션거래는 기초자산과 행사가격의 차이에서 수익이 발생하는데, 이 차이가 바로 옵션의 내재가치라고 하고, 이 내재가치에 따라 장중 거래 가격이 달라지게 된다. 또한, 이 내재가치는 옵션 만기일에 가까워질수록 그 가치가 고착화되거나 혹은 더 큰 영향을 받기도 한다.
‘음. 이 종목은 틱 단위가 0.05 지수 포인트, 틱 가치가 2.5달러.’
간단히 종목 현황부터 확인한 뒤, 이후 현수는 E-mini S&P 500 종목의 콜옵션과 풋옵션 쪽도 유심히 쳐다봤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예상한 결과치와 비교하며, 그 수익률들도 지속적으로 점검해 봤다.
그리고 실제로 한 번 소액 투자를 해본 뒤, 몇천만 원 정도의 이익을 보기도 했다.
‘근데 아직도 잘 모르겠네. 어떻게 해야 진짜 옵션다운 옵션, 초대박 옵션을 잡을 수 있을까? 가장 급선무는 시장 변동성이 커야 하는데, 생각보다 변동성이 약해. 이걸로는 수익이 많이 나긴 힘든데···.’
그러고 보면 옵션 시장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다양한 이슈들이 크게 터질 때, 반사이득으로 때로는 천문학적인 수익이 생기는 게 사실이다.
물론, 그런 큰 이슈가 없더라도, 적당하게 잘만 포지션을 잡는다면 제법 대단한 수익을 맛볼 수도 있다. 물론, 그런 포지션을 어떻게 어떤 식으로 잘 잡느냐 하는 게 가장 큰 문제지만 말이다.
‘그래도 뭔가··· 조만간 크게 이슈화될 거리가 없을까?’
그래서 마음 같아서는 만기일 전날의 포인트를 당장이라도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러나 만약 자신이 그렇게 해 버린다면, 긴 쿨타임 기간 동안 자신은 그저 손만 빨며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할 수 없이 현수는 잠시 자신의 투자 노선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음. 그래. 만기일이 얼마 안 남은 시점이니까··· 차라리 당분간 선물거래나 주식 투자에 집중하다가, 다음 주 주말 정도, 그때 옵션으로 넘어가는 게 낫겠어.’
즉, 선물·옵션 시장에서 늘 만기일은 아주 성가신 날짜인데, 그때 유독 변동성이 많이 터지기 때문에, 그때 뭔가 큰 변수가 생긴다면, 어쩌면 한 방 큰 것을 바라볼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어쨌든 현수는 그렇게 마음을 먹은 뒤, 자신의 계좌 잔고를 양쪽으로 완전히 나누었다. 한쪽은 해외선물계좌, 다른 한쪽은 주식계좌. 이렇게 정리한 뒤, 현수는 이날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아주 조용히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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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느덧 다음 날 아침.
이날 아침 현수는 노트북과 휴대폰으로 주식거래를 위한 주식 호가창부터 띄웠다. 즉, 오늘 그는 모처럼 주식거래를 해볼 생각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LK바이오닉스 이후 한동안 주식에서 손을 놓았다. 인터넷 주식 댓글 방송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4월 28일, 성진양행 주식방송을 마지막으로 댓글 중계를 안 한 지 벌써 한 달째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흠. 그러고 보니까, 주식 호가창을 보니까, 괜히 고향에 온 기분이네. 그 댓글러들도 날 아직 기억하고 있을까?’
그렇듯 다시 주식 투자를 하려고 하니, 먼저 종토방 댓글들도 새록새록 기억이 나는 것이다.
주식초딩, 울산멍현, 손절마왕, 호구자연인, 몰빵천사, 티끌모아똥, 100세시대, 허니곰팅, 와런바피, 처녀귀신, 처녀무당, 강남미녀, 연수엄마, 급전땡강 등등.
그 수많은 닉네임들이 현수의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다.
‘하긴, 그 사람들이 열띠게 호응을 해 줘서, 나도 미친 듯이 주식 일에 몰두했던 것 같은데···.’
잠시 그때의 일을 생각하다가, 현수는 씩 웃는다.
‘그럼 오늘 잠깐만 그 사람들이랑 놀아볼까?’
거기다가 때마침 괜찮은 테마성 종목 하나도 눈에 띈 상태다.
일명 그래핀 주.
몇 년 전부터 테마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종목인데, 급작스러운 주가 급상승 뒤, 늘 급작스러운 주가 하락이라는 양면성을 지닌 아찔한 종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시 분위기가 되살아나고 있는 종목.
특히, 서둘러 장 시초가를 들여다보니, 어제 종가 8,860원 대비 +3.16%나 오른 9,140원. 즉, 갭 상승된 상태에서 장을 시작하게 되는 종목이었다.
무엇보다 이 정도의 갭 상승이라면 오늘 장은 대략 상향 가능성이 아주 크다. 물론, 막판에 설거지와 함께 무지막지한 폭락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현수에게는 이런 종목이 딱 재밌는 종목이기도 하다.
‘근데, 10억 원 정도, 이 장에서 소화할 수 있을까?’
현재 현수가 생각하는 투자금은 10억 원 정도. 결과적으로 자신은 대략 11만 주가량을 매수해야 한다.
그래서 이런 거액 매수에도 장이 버틸 수 있어야 하고, 나중에 전량 매도 때에도 충분히 그 물량을 흡수할 수 있는 그런 크기의 장이어야만 한다.
즉, 이제 자신의 재력으로는 시총 몇백억 원대 종목은 함부로 들어갈 수도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드디어 장전 시간외 거래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미래 시초가에도 드러났듯, 현수는 곧 매수에 실패하고 말았다.
갭 상승분이 어느 정도 예정된 상황이라, 매도 물량은 전혀 나오지 않았고, 그저 매수 주문만 몰린 것이다.
‘음. 매수 대기 물량 8만 주라···. 아주 크지도 않고 아주 적지도 않고···.’
결국, 할 수 없이 장전 시간외 거래는 포기하고, 현수는 곧이어 동시호가를 눈여겨보다가, 어느덧 오전 8시 58분 56초가 되자, 마침내 10분 뒤 주가를 들여다봤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와, 이게 뭐야?’
현수는 속으로 탄성을 지르며 갑자기 두 눈이 저절로 커지고 있다.
이게 바로 주식의 따끈따끈한 맛일까?
10분 뒤 주가, 9,560원!
즉, 전일 종가 대비 +7.90% 상승한 값이다.
다시 말해서 시초가에서부터 시작해서, 앞으로 주가는 불붙듯이 오른다는 의미다.
‘그럼 무조건 매수지.’
즉시 현수는 초시계를 보며 준비했고, 9시 정각이 되려는 찰나, 현재 호가보다 여섯 단계 높은 곳까지 노리며 곧바로 매수 주문을 던졌다.
특히, 높은 쪽까지 바로 흡수하는 현수의 매수 주문 때문에 삽시간에 주가가 9,200원까지 치솟게 되었다.
띠링!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띠링!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띠링!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띠링!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띠링!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잇달아 들려오는 알람.
그리고 계좌잔고를 확인해 보니, 평균단가 9,170원에 체결량이 109,000주다.
특히, 현수의 공격적인 매수 덕분인지, 9,190원대까지 몰려있던 소형 박스권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하하, 내가 거추장스러운 것들 싹 치워 버렸네.’
그렇게 장 내 진입을 마친 직후, 현수는 이메일 계정에 공동으로 모아 놓은 여러 댓글러에게 일제히 메일을 날렸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는 서둘러 신영물산 종토방에도 글을 올렸다.
「제목: 돌아온 개미군단의 인터넷 주식방송 (실시간 정보 입력 예정)」
: 실시간 댓글 올립니다. 다만, 일절 책임 없습니다. 모든 주식투자는 자신의 판단일 뿐이니까요.
그렇듯 현수는 다시 종토방에 게시물을 달며, 실시간 댓글 중계를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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