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수익률 1,000,000배>
옵션거래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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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저녁, 현수는 방송국 FD 박창석을 만나 사업 방향에 대해서 좀 더 심도있게 논의를 했다.
아직은 옵저버 같은 느낌에서 박창석은 현수에게 조언을 하고 있지만, 조만간 회사 설립 자금을 직접 보여준다면 분명 자신의 일을 도와주리라고 현수는 믿었다. 물론 아직은 충분한 자본금 확보가 우선!
현수는 앞으로 몇 달간 선물·옵션 거래, 주식 투자 등으로 자산을 더 늘려나갈 생각이다.
‘그러고 보니까, 공시 공부 때보다 더 바빠진 것 같단 말이야.’
그리고 어느덧 다음 날, 늦봄 마지막 주말이라고 할 수 있는 5월의 마지막 주 일요일.
간단한 운동 외에도 편안한 휴식을 취하며 일요일을 보냈지만, 현수는 사업 방향 모색으로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저녁에는 제일캐피탈 장병권을 만나 한우 갈비로 저녁을 사면서 대출금 정산 이야기도 나누었다. 그러고 보면 지난 4월 13일 대출이 발생한 이후, 오늘자 5월 29일까지 대략 한 달 반의 기간이 흘렀을 뿐이다.
이 와중에 대출금 1,500만 원은 현수에게 피와 살이 되었던 종잣돈이었다. 이 돈을 기반으로 돈을 굴린 끝에 거의 30억 원대 자금을 확보하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야, 내일 갚으면 이자에 약간의 중도상환수료까지 발생하니까, 대략 56만 원 정도 나오겠다. 근데 너 이렇게 빨리 갚는 걸 보면 돈 좀 벌었냐? 이런 비싼 고기도 네가 사는 걸 보면?”
장병권의 의아해하는 그 말에 현수는 씩 웃고는 속으로 정말 돈이 돈 같지 않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자신은 1,500만 원을 기초로 30억 원대 현금을 확보했는데, 이 대출금의 한달 반 기간동안의 전체 이자가 겨우 56만 원에 불과했으니까 말이다.
‘그러고 보면, 수익률 높은 나한텐 저런 이자 따윈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야.’
어쨌든 장병권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주말을 보낸 현수는 다음 날 아침, 새벽 일찍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덧 새벽 5시.
그때부터 대략 30분간 현수는 주요 주식 종목들과 각종 선물·옵션 종목들을 차례로 살펴봤다.
‘음. 그러고 보니까 이런 것들도 있었네. 흠. 좀 아쉬운 부분들인데.’
사실 이런 유형의 투자 형태는 종목 선정과 투자 시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2주간 선물거래에만 몰두하다 보니, 현수는 시기상 흥미로운 테마성 주식 투자 기회를 놓치고 만 것이다.
즉, 미국 모건 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에서 작성해서 매번 발표하는 세계 주가지수. 즉, MSCI 지수.
특히, 이 지수의 산출법은 각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종목을 선정해서 이 종목을 지수에 반영하게 되는데, 이때 신규 지수 편입 종목들을 세상에 공개하게 된다.
지난 5월 13일, 이 지수에 새로 편입하는 종목들이 발표되었는데, 바이오넥스 등 일부 종목들은 곧바로 외국 자본의 주목을 받으며 크게 주가가 출렁이는 모습이었다.
다시 말해서, 지수 종목 정기변경(리밸런싱)에 따라 이벤트 플레이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제히 신규 편입 종목들을 순매수하면서 주가 상승이라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식이다.
‘흠. 미리 들어가 좀만 기다렸으면, 투자 수익을 확실히 봤을 거야.’
그러나 막차를 타기에는 이미 늦은 상태다. 거기다가 해외선물 계좌에 돈이 묶여있는 바람에 며칠간 주식거래를 할 수도 없다.
‘음. 역시 혼자서 모든 걸 다 하기엔 손이 부족해. 더군다나 정보가 좀 더 많으면, 좀 더 좋은 종목을 미리 발굴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이때, 현수는 강일중을 떠올렸다. 증권회사에 다니는 강일중에게 차라리 부탁을 해 볼까? 여의도 증권가에 떠도는 찌라시를 구해 보는 것도 좋은 방편이 될 수가 있다.
‘흠. 근데 어쨌든··· 곧 5월도 끝이네.’
사실, 5월이라는 시기는 보통의 투자 쪽에서는 그리 좋지 못한 시기다. 기업의 1분기 실적 발표가 대부분 5월 중순에 있는데, 이때 주가가 한번 출렁이게 된다.
흑자 전환을 했거나 흑자의 폭이 큰 우량 기업들은 큰 호재를 맞이하게 되겠지만, 적자 전환 혹은 영업 실적이 좋은 못한 회사들은 큰 악재를 만나게 된다.
그 결과, 주가의 흐름은 양방향으로 나뉘게 되는데, 흑자 기업은 우상향, 적자 기업은 하락.
즉, 주식이라는 것은 그 생리상 기업의 실적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맹점이라는 게 있다.
다시 말해서, 기업의 1분기 적자를 확인하는 순간 깜짝 놀라 해당 주식을 서둘러 손절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이들은 대체로 손절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땅을 치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기업의 가치는 단순히 적자 흑자로만 나뉘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재무 구조, 자산, 자본, 부채, 이 외에도 감성적인 부분, 테마성 등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들이 작용하는 것이다.
특히, 이때 헛된 공포심을 조장하는 종토방의 글들이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실제로 그 글들을 믿다가 그대로 폭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회사 망했다. 상폐다!!! 상폐!!!」
「이런 적자 기업은 천원도 아까워!」
「곧 500원 봅니다. 500원에서 매수 대기」
「ㅋㅋ 하한가 직빵! 곧 2천 원대 무너질 듯」
「이건 날마다 전환사채 발행?? 엉망진창 기업」
「이런 기업 여러 번 봤슴. 상폐 당하고 한강 가고 싶으면 존버해라」
「순 개잡주!!!」
「이런 데에 투자한 용자가 아직도 있다고?」
「ㅋㅋ 오늘부터 대폭락 각 ㅋㅋㅋ」
「걸레 주식」
「더 늦기 전에 던져라」
「아까 탈출한 게 신의 한 수 ㅋㅋㅋㅋ」
바로 이런 식인 것이다.
‘음. 뭐, 그건 그렇고, 오늘부터는 선물거래보다는 옵션거래 쪽에 집중해보자.’
주식은 이미 해 봤고, 선물도 해 봤으니, 이제는 옵션거래 차례.
그러나 옵션거래는 선물거래와 내용상 또 다르다. 이익 산출 방식도 다르고 종목별 변화 추세도 다르다.
그래서 현수는 이 종목에 적응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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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옷을 차려입고서 고시원 밖으로 나간 현수는 천천히 동네를 돌며 15분 남짓 조깅을 했다.
그러고는 헬스장에 도착한 그는 30분 남짓 근력 운동을 마쳤고, 이후 고시원으로 돌아오는 길에 콩나물국밥 집에 들러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그런 뒤, 다시 자신의 책상 앞에 앉은 현수.
그때부터 현수는 눈을 크게 뜨고 옵션 종목들에 대해서 분석을 시작했다.
이때, 그는 노트북 화면에 해외선옵(선물·옵션) 현재가, 해외선옵 주문종합, 종목검색, 종합 차트 등을 여기저기 띄웠다.
특히, 해외 옵션 종목들을 유심히 살펴봤고, 호주 달러, crude oil 등등의 종목들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음. 이게 콜옵션, 풋옵션 종목 표인 것 같은데?’
바둑판 모양의 콜옵션과 풋옵션 표. 이 표 각 상단에는 옵션의 만기일이 표기되어 있는 모습이다.
이때, 가장 먼저 등가격(지수와 행사가격이 동일: 기초자산) 옵션ATM을 확인할 수 있는데, 콜옵션에서는 이 등가격을 중심으로 위쪽 라인을 외가격OTM이라고 하고, 아래 라인을 내가격ITM이라고 한다.
반면 풋옵션은 콜옵션의 정반대 개념이라 용어도 바뀌게 된다. 즉, 풋옵션 등가격 중심으로 위쪽 호가는 내가격ITM, 아래쪽 호가는 외가격OTM이라고 한다.
따라서 권리행사를 할 때, 옵션 매수자가 수익을 보는 위치는 내가격 위치이고, 손해를 보는 위치는 외가격 위치다.
즉, 콜옵션만 봤을 때, 자신의 위치가 아래쪽 내가격에 있다는 것은, 기초자산이 자신의 행사가격보다 높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서, 기초자산(예를 들어 미래 가격) > 행사가격(자신이 계약한 행사 가격)일 때, 미래 지수 상승에 따른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옵션거래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이런 콜옵션 거래에서도 매수 포지션과 매도 포지션이 각각 존재하는데, 즉, 콜옵션 매수 포지션은 향후 지수가 상승하면 최대 무한대의 이익을 볼 수 있는 데 반해, 콜옵션 매도 포지션은 최대 무한대의 손해를 볼 수 있게 된다(다만 포지션 청산 작업으로 손해를 줄일 수도 있다).
또한, 향후 지수가 하락하게 되는 경우, 콜옵션 매수포지션은 처음 지급한 프리미엄만큼의 손해를 보게 되지만, 반면 콜옵션 매도 포지션은 그 프리미엄만큼만 딱 이익을 보게 된다.
이 과정들은 아주 복잡해 보이지만.
그러나 생각보다 또 간단한 점들이 있다.
즉, 지수가 오를 것 같으면, 콜옵션을 매수한 뒤, 그 포지션 그대로 쭉 가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큰 수익을 맛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현수는 이제 모의거래부터 진행하기 시작했다.
복잡한 옵션거래에 좀 더 익숙해지기 위한 일종의 노력인 셈이다. 그리고 이런 투자 일을 이제는 업으로 삼을 생각이라 적어도 진짜 전문가다운 면모를 꼭 갖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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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1일 수요일.
이날 현수는 당장 입실이 가능한 강남 전용면적 6.6평짜리 오피스텔에 대해서 전세계약과 함께 전세금을 모두 납부했다. 그리고 저번 주 월요일 날 갚은 대출금 외에 남은 계좌 잔고를 확인한 뒤, 현수는 다음 일들을 진행했다.
먼저 얼마 되지도 않은 고시원 짐들을 챙겼고, 곧바로 택시를 타고서 자신의 오피스텔에 들어갔는데, 미리 예약해둔 청소 아주머니들이 이곳저곳 청소하느라 무척 바쁜 모습들이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잠시만 저 밖에 나갔다가 오겠습니다.”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더 남은 터라 그렇게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온 현수는 곧이어 인근 렌트카 업체에 들러 최신형 국산 SUV 차량 한 대를 렌트했다.
그 길로 수입차 매매단지에 들러 BMW 118d 신차 계약금을 지불했고, 다음으로 마트, 가구점, 전자 상가 등에 들러 이것저것 구매를 했다.
식료품, 냄비, 그릇, 1인용 밥솥, 수저 등등. 그것들을 한가득 안고서 그는 잠시 후 오피스텔로 다시 돌아왔다.
“아, 벌써 다 하셨네요?”
“어머, 이제 왔어요? 여기 보세요. 여기 창틀뿐만이 아니라, 양변기, 문틈, 서랍, 구석구석 새것같이 다 닦았어요. 집이 아담해서 저희도 신경 아주 많이 썼어요. 혹시 더 할 거 있는지 어디 한번 보세요.”
두 아주머니의 수고 때문에 오피스텔 내부가 아주 환해진 느낌이다. 현수는 만족했다.
“충분합니다.”
곧바로 현수는 일당을 지불했고, 그녀들을 보낸 뒤, 오피스텔 문을 닫았다. 그리고 거실 겸 안방 공간을 한눈에 넣고 바라보다가, 씩 웃으며 자신이 사 온 물건들을 여기저기 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