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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수익률 1,000,000배-37화 (37/170)

<내 수익률 1,000,000배>

고시원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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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아침 업무가 시작되자, 도서관 사서 김상희는 가장 먼저 장기 연체자 목록부터 확인한 뒤 그간 변동사항이 있는지를 다시금 꼼꼼하게 확인해 봤다.

보통 도서는 15일 동안 대출이 가능한데, 그 중간에 그 기간을 한 번 더 연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지키지 않고서 나 몰라라 식의 무대포 연체를 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은 편이다.

‘흠. 재밌어. 이 사람도 연체했네···.’

마침 장기 연체자 목록에서 김현수의 이름을 발견하고서 그녀는 쓴 미소를 짓고 만다. 「복합 파생상품 집중 분석」 등 총 5권의 책들이 현재 연체된 상태. 대출 날짜는 4월 30일. 그 뒤 아직도 반납하지 않은 것이다.

아마 몇 번이고 독촉 문자메시지가 갔을 텐데, 지금껏 무반응인 것을 보면 무언가 일이 바빠서일까.

‘할 수 없지. 다시 독촉 문자를 보내는 수밖에.’

그리고 그 사이,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도서관을 찾고 있었다. 특히, 오늘은 토요일 아침이라서 그런지 동네 아이들과 애들 부모님들이 나란히 나타났고, 김상희는 웃으며 그들을 맞이했다.

그로 인해 점점 더 분주해져 가는 도서관의 모습.

그 사이 민원 처리도 해 주고, 웃으며 도서 대출과 해당 도서의 위치 안내도 해주던 김상희는 그때 갑자기 묘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렸는데···.

아침 10시 10분.

별안간 입구 쪽에서 낯익은 남자가 나타난 것이다.

김현수?

그리고 그는 곧장 자신의 데스크 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아, 이거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연체를 했더군요. 아, 이거 어쩌지.”

책 5권을 양손에 들고 나타난 그.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그의 모습이 말이 아닐 정도다. 눈 밑이 퀭하고 얼굴 살이 쏙 빠진 상태. 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녀는 속으로 놀랐지만, 겉으로는 전혀 모른 척하며 책들을 건네받았고 바로 반납 처리부터 했다.

“음. 반납 처리는 했지만, 지금 장기 연체를 하셔서 앞으로 한동안 대출이 안 되세요.”

그렇게 사무적으로 이야기하고는 김상희는 슬쩍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그때 그의 목소리가 바로 들려왔다.

“저기, 죄송해서 그러는데 이거 좀 드시겠어요? 방금 오다가, 편의점에서 막 사온 겁니다.”

저번과 동일한 차가운 에스프레소 라떼.

할 수 없이 김상희는 고개를 다시 들었다.

“아, 안 주셔도 되는데···. 뭐, 주시니까 받긴 하지만, 다음에는 절대 안 그러셔도 돼요.”

“하하. 그냥 죄송해서 그런 겁니다.”

그러고는 그는 경제 서적들이 모여 있는 코너 쪽으로 걸어가더니 거기서 한동안 책들을 고르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업무 중, 그녀는 한 번씩 그런 그를 쳐다보다가 어느 순간 슬그머니 카톡창을 열고 있다.

→ 신혜야, 이제 일어났어?

← 아··· 그래. 나 지금 막···.

→ 뉴스! ㅋㅋ 혜정이 전 남친 또 왔어

← 진짜?

→ 근데 요즘 많이 힘드나 봐. 얼굴이 많이 상했고··· 설마 공사장 막일 하는 거 아닐까? 그래도 먹고 살려면···

← 참, 그 사람 공시 포기했다고 했지?

→ 응. 그런 거 같애

← 공시 준비 안 하면 대체 뭐할 거래?

→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 근데 너 그 이야긴 했어?

→ 뭘? 아, 혜정이한테? 아니. 아직 그 말은 못 했거든

← 그럼 그 이야기 절대 하지 마! 절대!

→ 왜?

← 며칠 전 통화하다가 들었는데··· 혜정이 새 남친 생겼대. 소개팅 겸 선본 거라던데

→ 와, 진짜? 결국, 완전히 끝난 거야? 두 사람 진짜 좋아했잖아?

← 몰라. 남자가 백수라서 깨진 건데, 혜정이 엄마가 그렇게 반대했잖아

→ 음

← 근데 세상 진짜 좁다. 네가 일하는 곳에 나타날 줄이야···.

→ 그니까.

← 근데 상희야

→ 응?

← 너 말이야. 너도 공시 공부 안 할 거야? 계속 계약직으로 있을 생각?

→ 몰라. 넌 공시 공부가 얼마나 힘든 줄 모르지?

그렇게 카톡을 주고받다가 김상희는 갑자기 흠칫하며 고개를 들었다. 슬그머니 자신의 앞으로 나타난 김현수, 바로 그 사람 때문이었다.

“근데 저기··· 혹시 저 진짜 대출이 안 되는 겁니까?”

“네?”

“물론 제 잘못이긴 하지만, 혹시나 해서···. 이 책들 잠깐이라도 대출이 안 될까요?”

그러면서 책 2권을 내밀고 있는 현수.

그 순간 김상희는 인상을 조금 썼고, 목소리도 약간 퉁명해지고 말았다.

“음. 저번에는 그랬지만, 이번에는 좀 그래요.”

“죄송합니다.”

결국, 머리를 긁적이며 책을 도로 가져가려는 현수.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김상희는 그가 갑자기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나이에 직장도 없는 청년 백수 신세. 거기다가 살아가는 게 힘든지 얼굴이 저렇게 상했는데도, 책을 읽으려는 그의 모습에서 은근히 동정심마저 생기는 것이다.

“흠. 저기, 잠시만요.”

“네?”

“잠깐 책하고 대출카드 좀 주세요.”

결국, 현수의 도서대출카드를 받은 그녀는 이번에도 키보드를 탁탁 소리 내며 두드리며 뭔가 조치를 취했다.

나중에 상사로부터 한소리를 듣긴 하겠지만 이건 충분히 감내할 수가 있어, 그녀는 재빨리 행정 처리를 마쳤다.

그러고는 책 2권에 대해서 대출 처리를 마친 그녀.

“이번이 정말 마지막 기회에요. 다신 안 되니까 절대 반납 날짜 잊지 마세요.”

“와, 진짜 고맙습니다. 다음에 절대 잊지 않고 반납하겠습니다.”

그렇게 그가 기뻐하며 도서관을 나가는 모습을 김상희는 말없이 쳐다보다가, 다시금 남몰래 카톡 대화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한편, 지금 현수는 입꼬리가 한없이 올라간 채 도서관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사실, 지난 2주간 현수는 정말 정신없이 바빴다.

오로지 선물거래에 몰두했고, 거의 밤낮이 없을 정도로 거래에 매진한 것이다. 거의 하루 내내 장이 열리고 있는 선물·옵션 거래. 그 때문에 돈 버는 재미에 세상만사를 잊을 지경이었고, 또한 틈틈이 선물옵션 투자 공부까지 병행하다 보니, 온몸이 말이 아닐 정도로 피폐해진 것이다.

그 와중에 도서 연체도 된 것. 그러나 그는 거기까지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뒤늦게 그걸 확인하고서 도서관을 찾았고, 마침 읽고 싶던 책들이 있어 다시금 사서에게 어려운 부탁을 했으나, 놀랍게도 그녀는 또다시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었다.

‘하하. 확실히 나한테 관심이 있긴 있나 봐.’

검은색 정장에 셔츠 차림, 단발머리의 그녀는 꽤 이쁘장하게 생긴 여자 사서다. 더군다나 그녀의 따뜻한 선의에 호감이 느껴져 현수는 절로 기분이 좋다. 특히 조금 전에는 작은 테스트까지 해 본 것이나 다름없는데, 다행히 자신의 의도대로 그녀는 또다시 도서 대출을 해 준 것이다.

‘그래. 이렇게 착한 여자가 매력적이지.’

현수는 그저 입가에 한가득 미소를 띠고서 거리를 나왔고, 잠시 후 택시를 타고서 강남 수입차 매매단지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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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28일 토요일.

아주 화창한 날씨.

택시에서 바로 내린 뒤 수입차 매매단지를 찾은 현수는 곧바로 딜러를 만나 다양한 종류의 수입차들을 구경했고, 곧이어 자신한테 딱 맞는 저렴한 수입차 한 대를 계약하게 되었다.

BMW 118d 최신형.

우선 자신이 보기에도 차량 가격이 4천만 원대로, 가격이 아주 저렴하고, 자신한테 딱 맞는 차량인 것 같았다.

디젤 연료에 배기량 1,995cc.

특히, 차체 무게에 비해서 배기량이 제법 커서, 동일 선상에서 차량들이 출발할 때 이 차량은 독보적으로 아주 빠르게 튀어나가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물론 이 차량 자체가 스포츠카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다만, 시속 100㎞가 되기까지 8.4초가 걸려 그렇게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딜러의 말로는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변경했을 때 운전하는 맛이 아주 살아나고, 또한 연비도 아주 좋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혼자 타기에도 딱 안성맞춤이었고, 저렴한 외제차라서 어느덧 30억 원대 부자인 자신에게도 제법 맞을 것 같아서, 현수는 이 차를 자신의 첫차로 계약하게 된 것이다.

“하하, 정말 잘 생각하신 겁니다. 플모는 제가 최대한 많이 잡아드리겠습니다. 하하하. 그럼 구매 비용은 어떻게 납부하실 생각이십니까? 혹시 대출이 필요하시다면?”

그러나 현수는 다음 주 수요일 날 차량 비용을 전액 입금하겠다고 이야기했고, 그러고는 곧바로 차 매매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후, 현수는 다시 택시를 타고서 이제는 근처 부동산 중계업자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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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2억 원이라? 근데 그 정도로는 절대 좋은 데 못 들어갑니다. 매물들을 한번 보시면··· 아! 이것부터 먼저 보시죠! 이건 14평짜리인데, 전용면적이 겨우 6.6평이네요. 흠. 아주 좁죠? 뭐, 그래도 도면상으로 보면 화장실도 있고, 간단한 주방도 있고···.”

즉, 원룸이었다.

다행히 위치가 나쁘지 않아, 강남권에서 살 수 있는 최하 마지 노선으로 생각할 만했다. 물론 더 돈을 들여서 더 좋은 데 살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아주 귀한 투자금을 그런 곳에 날리기는 싫었다.

우선 현수의 목적은 고시원 탈출이니까.

“그럼 한번 가서 보시죠. 총 세 군데 가볼 예정인데, 시간 괜찮으시죠? 사실, 요즘 원룸 전세 물량이 많지는 않습니다.”

부동산 중계업자의 말에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차량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차례로 세 군데 오피스텔들을 일일이 보고 확인한 뒤, 현수는 가장 빨리 주거가 가능한 한 군데를 계약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아직 자신은 계약금을 낼 현금이 없는 상태. 그래서 중계업자에게 양해를 구한 뒤, 다음 주 수요일 날 다시 이곳을 찾기로 약속했다.

“하하. 뭐, 괜찮습니다. 그럼 다음 주 수요일에는 꼭 오십시오. 그때까지 이 물량만큼은 꼭 잡아두고 기다리겠습니다. 물론 다른 부동산에서 이걸 가져가지 않는다면 말이죠.”

“감사합니다. 사장님.”

그렇게 인사를 한 뒤 현수는 그곳에서 나왔다.

그러고 보면, 현재 현수는 최근까지 각종 투자로 총 28억 3천만 원을 벌었다. 즉, 대략 30억 원대의 가까운 돈.

물론 이 수익금을 앞으로 현금화하려면, 주식거래 때와는 다르게 시간이 좀 더 걸리게 된다. 왜냐하면, 이 돈으로 해외 선물거래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5월 말일경 그는 현금을 찾아 쓸 수 있는데, 이때 대략 3억 원 정도만 찾을 생각이다.

이것으로 오피스텔 전세금와 차량 비용을 납부할 생각이고, 또한 남은 금액은 향후 생활비로 쓸 예정인 것이다.

‘이것으로 오늘 일은 다 했어. 그럼 고시원에 복귀하자마자 25억 원 정도로 선물거래나 해야겠다. 아, 아니지. 오늘은 모처럼 기분 전환 겸 주식도 한번 만져볼까?’

그러고 보면 요즘 주식거래를 접고 있는 상태가 아닌가.

현수의 두 눈은 갑자기 다시 반짝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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