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수익률 1,000,000배>
개미, 진화하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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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매수단가 3,723원, 평균매도단가 5,230원, 매수매도 체결 물량 18,570주.
수익 +2,760만 원.
오늘 얻은 수익은 상상 이상이었다.
완전 저점(-12.4%) 파란불 상태에서 매수를 했고, 5,230원(+23.6%)에서 성공적으로 매도를 마쳤다.
그리하여 계좌 잔고에 찍힌 수익, 대략 2,760만 원 선.
‘와, 진짜 꿀 제대로 빨았네.’
현수는 무척 기분이 좋다.
인터넷 중계 역시 역대 최고의 댓글 수를 기록한 것.
직접 사람들을 눈앞에서 볼 수는 없지만, 느낌상 자신의 댓글을 보러 온 사람들로 게시판은 미어터졌던 것 같다.
‘그럼 현금 잔고는?’
즉, 기존 5,898만 원에 새로운 수익 2,760만 원을 더하자, 8,658만 원가량이 잔고에 찍혔다.
단돈 150만 원에서 시작한 주식 투자.
어마어마한 수익률이다.
‘흠. 공무원 생활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아. 수익이 더 높아.’
다만, 아쉬운 점, 재택근무라는 것.
아주 좁은 고시방 골방에서 갇혀,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흠. 돈을 좀 더 모은 뒤, 명석이처럼 오피스텔에서 살아야겠어. 나도 좀, 사람답게는 살긴 살아야지.’
현재 이곳에서는 화장실조차 공동 화장실을 써야 하고, 세면대, 샤워장 등등, 모든 조건이 열악하기만 하다. 방 안에 냉장고조차 없다. 밤늦은 시각, 시원하게 맥주 한 캔이라도 마시려면, 꼭 편의점에 들러야 한다.
‘근데 이상하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아메리카노가 달달하지?’
평소처럼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오늘 일을 마무리하고 있는 현수. 그리고 그는 이내 입꼬리를 쓱 올리며 웃고 있다.
지금 커피가 너무나도 달게 느껴진다. 마치 캐러멜 마키아토를 마시는 기분처럼. 아마 오늘은 특별히 더 기분이 좋기 때문일 것이다. 달달한 돈맛, 그리고 인터넷상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근데 이것도 좀 신기하단 말이야. 미래··· 미래란 게 대체 뭘까?’
자신이 엿보고 있는 미래는 고작 숫자의 나열에 불과하다. 현상을 보는 것도 아니고, 영상을 들여다보는 것도 아니다.
고작 숫자의 나열에 불과한 것.
그러나 그러고 보면, 그 숫자 속에는 무언가 아주 많은 일이 함축되어 있지 않을까. 누군가의 의지, 누군가의 눈물, 누군가의 기쁨, 누군가의 욕망과 탐욕 등등.
사실, 오늘 자신의 댓글에 수많은 사람들이 동조했다. 그래서 그들의 반응은 분명 장내 시세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때, 현수는 자신의 댓글에 의해 댓글러들이 주식 매도에 일제히 나서게 된다면 순식간에 시세가 5,020원 아래로 폭삭 주저앉지 않을까 염려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 좀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즉, 자신의 매도 의견 댓글이 올라간 시점에서, 실제로 5,250원에서 5,000원까지는 아주 빠른 속도로 주가가 주저앉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
누군가 갑자기 툭 치며 다시 주가를 끌어올렸고, 그 바람에 주가는 5,070원까지 급상승했다가 이때부터 아주 서서히 가라앉았다.
결국, 9분 23초 뒤, 주가는 5,020원에 수렴할 수 있었는데, 이건 참으로 묘한 일이 아닌가.
단지 자신의 오차 범위인 몇 초, 몇 십초의 편차만 있을 뿐. 그 이상의 편차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뭔가 시계추가 아주 교묘하게 돌아가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자신의 쿨타임도 그런 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정각 9시 시점에서 10분 뒤(9:10분)의 주가를 확인하고, 다시 현 시각(9:00분) 기준 3분 뒤(9:03분)의 주가를 한 번 더 확인한다면 구간 주가를 세세히 알게 되어, 현수는 좀 더 촘촘하게 투자 전략을 설계할 수 있다. 그러나 현수는 그런 능력이 없다.
즉, 10분 뒤(9:10분)의 주가를 확인하고 나면, 무조건 9시 10분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땐, 무조건 쿨타임이 적용되는 식이다.
다시 말해서, 앞서 봤던 미래 수치가 나올 때까지 현수는 무조건 기다려야 한다는 것.
그래서 9시 10분쯤이 되어서야(즉, 미래 수치가 완전히 결정되면), 그때 현수는 다음 단계 수치를 볼 수 있다.
‘이런 게 일종의 시간 룰일까? 내가 시간을 엿보는 순간, 그 변화가 바로 순간적으로 결정이 되는 거고, 그게 확정이 돼야 시간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뭐, 그래야 시간 자체가 이상하게 꼬이진 않겠구나.’
다만, 의아한 점은 10분 단위 예측을 하다가, 갑자기 3분 단위 예측으로 갈아탈 때, 왜 그렇게 주가 예측 시점 정확성이 떨어지냐 하는 거다. 혹시 자신에게 무언가 향상되어야 할 점들이 있는 걸까?
‘음. 나중에 선물·옵션 투자로 넘어가려면 최소 1분 단위, 3분 단위 예측도 해야 할 텐데···. 역시 조만간 시간 내서, 트레이닝을 해야겠어.’
갈수록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비례적으로 욕심도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상태.
하긴, 그러고 보면 사람은 욕심이 있어야 능력이 발전하는 것이고, 또한 성장을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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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29일 금요일.
이날 현수는 장 개시와 동시에 LK바이오닉스 종목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이제 얼마 뒤로 다가온 임상 2상 결과 공개.
그래서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아마 이때쯤이면 아마 알만한 사람들은 그 결과를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좀 이상한 분위기가 장내에 연출되고 있었다.
LK바이오닉스 주가. 그 주가가 계속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어? 매도 우위? 이거 왜 이러지?’
갑자기 빨간 경고등이 켜진 느낌.
LK바이오닉스 주식 3,763주(평균단가: 13,287원)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 현수로서는 무척 당혹스러운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었다.
‘대체 뭔가 일이 잘못됐나?’
현재 LK바이오닉스의 주가는 15,050원.
지난주부터 계속 소폭 상승 중이던 주가가 오늘 장 초반부터 갑자기 흔들리더니, 10시 30분을 경과한 이 시점에서는 아주 빠르게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이 수치는 어제 종가 15,750원보다도 훨씬 더 떨어진 값.
그런 생각지도 못한 변화 앞에 현수로서는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음. 설마······ 임상 2상 실패 결과가 나왔을까?’
갑자기 머리가 아파졌고, 이젠 10분 단위 예측도 무의미해지기 시작했다.
정말 임상 2상 실패가 사실이라면, 지금 당장 자신은 매도를 해야 한다.
지금 빼면 적어도 손해는 입지 않으니까.
그런 식의 하한가 공포를 갑자기 맛보게 되자, 저도 모르게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되던 현수.
그런데 바로 그때, 현수의 표정이 좀 이상해졌다.
‘아냐. 아니지. 다르게 생각해 보면···.’
설마 이것도 계획적 개미 털기 작전? 이 시점이면 개미들에게 확실한 공포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반대급부가 있다. 만약 개미 털기 작전이 아니라면? 그러면 결국 현수는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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