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수익률 1,000,000배>
개미, 눈을 뜨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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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찌뿌둥해. 역시 다음 날 숙취 땜에 죽겠다.”
그러고 보면, 어제도 신나게 달렸다.
술이 사람을 먹었고, 사람이 술을 마셨다.
아주 무진장 마신 것만 같다.
특히, 방송국 일로 스트레스가 무척 많은 박창석. 거기다가 두 사람은 모처럼 만난 터라 할 이야기가 정말 태산같이 많았던 것이다. 쉴 새 없이 수다를 떨었고 쉴 새 없이 소주를 마셨다.
‘몇 시야? 대체.’
시간부터 확인해 보니, 어느덧 아침 8시.
그나마 다행스러운 게 아침 장을 앞두고 충분히 일찍 일어난 것이다.
물론, 전날 저녁 6시 반부터 음주를 시작한 터라, 좀 더 일찍 파장했고, 그 덕분에 좀 더 일찍 일어나게 된 것이다.
현수는 고시원 공동샤워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역시 이번에도 찬물에 샤워를 했고, 간단히 옷을 챙겨 입은 뒤, 곧장 편의점으로 가서 컵라면 국물로 해장을 마쳤다.
일종의 평범한 아침 시작이다. 그럼에도 젊은 현수는 이런 평범함이 절대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그러고는 다시 노트북 앞에 앉은 현수.
‘그럼 오늘은 어떤 종목을 건드리지?’
사실, 어제 노심초사하며 지켜봤던 디노스칩. 다행히 수익도 짭짤했다. 그러나 더는 단물이 나올 것 같지 않은 모습인 디노스칩.
다행스러운 점은 새로운 종목 발굴에 앞서, 자신에게는 성진양행과 LK바이오닉스, 두 개 종목이 아직 남아 있다는 점이다.
‘음. 역시 하루에··· 딱 한 종목만 잡아야 뭔가 수익이 커져.’
그러고 보면, 크게 먹을 땐 항상 하루 한 종목 이상을 만지기가 쉽지 않다. 어제도 장이 끝날 때까지 디노스칩 차트만 쳐다봤다.
‘내 능력을 좀 더 업그레이드시키면 더 좋을 텐데.’
그러나 이 일을 위해서는 꼭 시간이 필요하다. 혼자만의 연습을 해야 했고, 그 와중에 금싸라기 같은 시간을 허비할 수밖에 없다.
‘하긴 뭐···.’
그러고 보면, 시세 변화를 관찰하는 데, 10분 예측도 그리 나쁘지 않다. 3분 예측? 5분 예측? 이런 것들도 좋겠지만, 그래서 더 단기 투자도 가능하겠지만, 다만 예측률이 많이 흔들리는 게 문제다.
여기에 편차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껏 현수가 확인한 바로는 10분 단위 예측도 딱 10분 단위로 딱딱 들어맞는 게 아니었다. 어떤 때는 9분 48초, 어떤 때는 10분 14초 등등, 이런 차이를 가지고서 예상가가 실거래가로 찍히는 것이다.
‘설마··· 미래를 알고서 움직이는 거니까, 그 자체가 시세에 영향을 주는 걸까?’
어쨌든 이런 합리적 의심은 충분히 해 볼 만했다. 그러나 현수는 구태여 이 일 확인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봤다. 현재로써는 하루빨리 돈을 버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왕 하는 거니까, 진짜 제대로 해야지.’
즉, 친구 박창석에게 어제 말한 대로, 현수는 법인 설립부터 시작해 볼 생각이다. 이른바 투자전문 회사. 거기에다가 인터넷 주식방송 아이디어까지 가미한다면, 뭔가 색다른 사업이 될 수 있다.
물론 친구 박창석은 이미 사업을 해 봤고, 방송 제작 경험이 있다.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가 아닌가.
‘어쨌든 솔깃한 표정이었어. 이제 문제는 돈인데···.’
1억 원 남짓한 자본금. 충분히 많다고도 볼 수 있지만, 문제는 본격적인 사업을 꾸릴 만한 자본금으로는 분명 하자가 있다.
더 돈을 굴려야 한다.
주식이든 선물·옵션이든, 뭐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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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아침 8시 30분.
장전 시간외 거래가 시작되고 있었다.
이때 현수는 먼저 디노스칩 거래 양상부터 지켜봤다.
‘음···. 역시 더 볼 것도 없네. 이쪽은 이미 끝났어.’
지금 시간외 거래장에서는 7만 주에 달하는 매도주문이 몰리고 있었다. 더는 상승 모드가 아니라 하락 모드인 것을 다들 아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진양행은?
이제 현수는 성진양행을 살펴봤다.
특히, 어제 종가부터 확인해 봤는데, 4,250원!
그리고 어제 주식 차트도 다시 확인해 보니, 어제는 하루 내내 소폭 등락을 반복하는 아주 지루한 보합 장이었다.
그러나 그런 어제와는 달리, 현재는 분위기가 좀 더 개선된 편이다.
장전 시간 외 거래에서 매수 주문들이 조금씩 몰려들고 있으니까.
‘매수 주문 34,250주?’
사실, 이 정도면, 장 시작과 동시에 바로 일부 갭 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
더군다나 성진양행은 작전주가 아닌가.
주가 급락과 주가 급상승. 그리고 하락 뒤 보합.
이런 추세에서 세력은 다시 한번 신나게 달릴 가능성이 있다. 어쨌든 성진양행 주가는 리픽싱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저가인 상태이니까.
‘음. 좀 더 확인해 볼까?’
현수는 다시 집중했고, 잠시 후 장 시초가를 읽어낼 수 있었다.
4,325원!
확실한 갭 상승이다.
그러나 곧 문제가 발생했다.
현재 주식 매수 주문은 꽉 차 있고, 반면 누구도 매도할 생각이 없는 상황. 그래서 주식 매수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딱 하나다.
‘장 시초가를 물고 들어가는 건데···.’
그런데 여기서도 맹점이 있다.
일례로 초반 기세가 좋아 장 시초가를 물었는데, 그게 초반만 반짝하고 몰락해서 큰 손해를 입히는 종목들도 있기 때문이다.
‘음. 할 수 없지. 매수 결정은 좀 보류하고, 좀 더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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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느덧 아침 8시 59분 26초.
이제 현수는 다음 10분 뒤 주가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러나 곧이어 그는 손가락 관절 마디들을 꺾으며 똑똑 소리를 낸다. 그저 현재 상황이 무료하다는 반응이다.
‘흠. 이거 왜 그래? 초반 기세가 다 무너졌나?’
앞으로 10분 뒤의 주가는 장 시초가 4,325원보다 훨씬 더 하락한 4,130원.
초반 반짝 상승한 뒤, 영문을 알 수 없는 하락세가 발생한 것이다.
‘흠. 그냥 포기할까? 아냐. 좀만 더 기다려보자.’
그러고 보면 낚시를 할 때도 지루한 자신과의 싸움이 벌어진다. 물고기가 미끼를 물 때까지 그 지루한 시간을 인내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시간들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절대 대어를 낚을 수 없다.
그리고 다시 시간은 흘러, 어느덧 9시 9분 45초.
현수는 다시 집중했고 다음 주가를 읽어냈다.
‘흠. 역시 이것도 아니네. 4,025원. 더 떨어졌어.’
정말 오늘은 단맛이란 게 하나도 없는 그저 힘없는 하락장일까.
그래서 다른 종목으로 바로 넘어갈까 심각하게 고민하던 현수.
다만, 터져 나오는 매도 물량들을 신나게 흡입하고 있는 매수 기세가 조금 이상했고, 그런 낌새 하나 때문에 현수는 좀 더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렇게 무려 40분을 더 소요한 끝에, 기다리는 자에게 인내의 떡고물이 떨어지듯, 현수의 장중 예측가에도 묘한 변화가 생겨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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