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수익률 1,000,000배>
울산멍현과 갓장어
##
“진짜 이 사람 주식 고수인갑다. 어떻게 이렇게 차트를 잘 보지?”
닉네임 울산멍현, 김명현.
버스를 타고서 학교로 향하고 길. 그는 그 와중에도 정말 감탄하며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또 다른 한 손으로는 버스 손잡이를 꼭 잡고 있는 그의 모습.
한 번씩 버스가 좌회전을 할 때마다 몸이 오른쪽으로 확 쏠리지만, 그의 시선은 휴대폰에 딱 달라붙은 상태다.
이때, 절묘하게 손가락을 움직여가며, 주식앱 호가창과 인터넷 종토방을 쉴 새 없이 오가는 그.
그러던 중 눈에 띄는 댓글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ㄴ 곧 VI 발동됩니다. 꼭 붙들어 매세요 (개미군단 2022-04-27 09:14)
“크크크.”
이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길쭉하게 벌어진 입을 타고서 새어 나오는 웃음소리.
좌측 좌석에 앉아 있던 아줌마와 바로 우측 옆에서 손잡이를 잡고 서 있던 남자가 바로 그를 쳐다본다.
다소 짧은 머리카락에 얼굴에 아직 여드름 끼가 남아 있는 김명현의 모습.
그런데 그는 지금 완전히 몰입한 상태다.
“야, 뭐하냐?”
결국, 참지 못한 우측 남자가 어깨를 가볍게 툭 치며 묻자, 그제야 ‘어?’ 하며 고개를 돌리는 그.
“응?”
“왜 갑자기 큭큭거려?”
“어? 내가 그랬어?”
“그건 뭐냐?”
“어? 이거?”
“주식창? 너 주식 하냐?”
“야, 잠깐, 잠깐만.”
이때 무언가 몹시 급한 듯 바로 친구 최장호의 말을 끊고, 정신없이 호가창을 쳐다보는 그.
왜냐하면, 현재가 4,600원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디노스칩 주가가 다시 10주 단위 매수체결 소낙비를 만나면서, 상승 분출하며 치솟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소낙비처럼 우수수 쏟아지고 있는 10주 단위 거래체결 결과들.
그 사이사이마다 500주, 1,000주, 2,000주, 4,000주 체결 등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이어지더니, 여러 단계 호가를 단숨에 먹어치우는 대형 매수체결마저 출몰했다.
“이야아, 진짜 죽인다.”
결국, 4,700원대를 돌파하고 있는 주가.
이제 4,800원대를 향해서 거침없는 돌진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거 무슨 종목이냐? 지금 정신없이 빨리고 있네? 대체 무슨 종목이냐?”
김명현의 휴대폰을 곁눈질하며 계속 쳐다보던 최장호. 그는 깜짝 놀란 듯 물어봤고, 그제야 김명현은 고개를 돌렸다. 씩 웃으며 어깨까지 으쓱이던 그는 자신의 휴대폰을 자랑삼아 친구에게 보여줬다.
“디노스칩? 지금 몇 퍼 오른 줄 알아?”
“몇 퍼?”
“크크. 어제 종가 대비 8.38%. 이게 불과 아까 전까진 마이너스였거든. 근데 지금 이렇다. 아, 존나 좋아. 내가 들어간 단가가 얼만 줄 아냐?”
“얼만데?”
“4,270원.”
“4,270원? 야! 지금 4,700원 넘었잖아? 그럼 몇 퍼 먹었냐?”
“잠깐만.”
바로 자신의 계좌 잔고에서 수익률을 확인하는 김명현.
“음. 대충 10.5퍼.”
“뭐? 우씨! 너 진짜 한주식 하나 보네?”
최장호가 놀란 듯 외치자, 다시 어깨가 으쓱해지고 있는 명현.
그리고 바로 이때, 달리던 버스가 울산대 대학로 앞에 정차했다. 좌측 창가로 배스킨라빈스와 파리바게뜨가 보인다.
그리고 한쪽 보도 쪽, 빠르게 걸어가고 있는 대학생들의 모습도 보였다.
“야, 다 왔다.”
두 사람은 재빨리 버스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들은 나란히 길을 걸으면서, 그때부터 신나게 떠들어 대기 시작한다.
“하하. 요즘 내가 수익률이 많이 좋아졌거든. 그 덕분에 새 노트북도 사고. 이거 완전 쩔지 않냐?”
재잘재잘.
김명현은 정말 정신없이 자랑질을 하다가, 갈수록 호기심이 커지고 있는 친구 최장호에게 아주 중요한 비밀도 살짝 털어봤다.
“야, 너니까 내가 살짝 알려주는 건데, 절대 다른 데서 이런 말 하지 마라. 소문나지 않게 반드시 너만 알고 있어.”
“아이씨이. 뭔데 그래? 존나, 노하우 공개가 그렇게 힘드냐? 야, 약속한다니까 뻑뻑하게 굴지 마. 좀 뿌리고 살아! 야! 나 저번에 마이너스 50하고 손절했어. 시발. 복구는 해야 할 것 아냐?”
“마이너스 50? 50만 원 털었냐?”
“아이씨, 존나 열 받는다니까. 상따하다가 씹창났다. 그때 마이너스 10퍼 먹고, 화딱지 나서 복구하려다가 연달아 물먹고 결국 주식 접었어. 차라리 그 돈으로 겜방이나 갈 걸, 학생이 할 짓이 아니더라.”
“하하, 원래 주식이 좀 그래. 단타가 어디 쉽냐? 사실, 난 너보다 더 심할 때도 있었어. 뭐, 그래도 지금은 눈칫밥이 좀 생겨서···.”
그러면서 김명현은 인터넷 종토방을 보여주었고, 또 게시물 하나를 가리켰다.
“이거, 존나 비밀이거든. 절대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말고···. 여기 개미군단 이 사람 있지? 이 사람 완전 초고수거든. 종목 발굴과 주가 예측을, 이렇게 잘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
“개미군단?”
“내 생각에는 작전 세력 쪽이거나 아니면 경력 20년 이상의 전문가 같은데, 진짜 죽인다. 저번에 내 평생 처음으로 3연상도 맛봤잖아. 그날 장중 3연상 찍고, 그게 좀 있다가 폭포수같이 흘러내렸거든. 그때 그 사람이 재깍 알려줘서 바로 고점 매도하고 나갔어. 그 돈으로 새 노트북도 샀고.”
“우와아! 진짜냐? 무려 3연상?”
“경동건설. 그 종목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팍팍 뛴다니까. 역대급이었어. 참! 너 혹시 앞으로 주식 할 거면, 이분한테 꼭 메일부터 보내.”
“왜? 메일은 왜?”
“일종의 멤버십 같은 거거든. 뭐 그런 거 있잖아. 미리 눈도장 찍는 거. 사실, 내가 보기엔 이분, 잔정이 좀 있는 것 같더라. 실은 아까 나도, 이 분 메일 받고서 이 종목으로 들어왔거든.”
“오! 씨이, 진짜 쩐다!”
“봐라. 지금 주가 얼마냐? VI 펑펑 터지고, 4,960원 찍었다. 진짜 죽이지 않냐? 야, 잠깐! 나 지금 댓글 달아야 해.”
걷다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있는 김명현.
그리고 순식간에 댓글 하나를 작성해서 거기에 올렸다.
ㄴ 개미군단님!!! 열렬히 사랑합니다ㅎㅎㅎ (울산멍현 2022-04-27 09:22)
그리고 그걸 옆에서 지켜보던 최장호. 그는 바로 기겁을 했다.
“야!! 너 게이냐? 존나 유치하게!”
“인마, 그러니까! 너랑 나랑 갭이 벌어지잖냐! 야! 난 걸그룹보다도 이런 사람 팬 하고 싶더라. 나중에 이거 유료 방송으로 넘어가 회비 받는다고 해도 몇십만 원 정도는 낼 수 있을 것 같다. 너, 내 최근 수익이 얼만 줄 아냐?”
토할 것 같다는 표정을 짓다가 곧 호기심을 보이고 있는 최장호.
그런 최장호의 모습에 김명현은 눈을 흘기며 곧 대꾸했다.
“야, 2천만 원 벌었다! 인마!”
그 순간, 너무 놀라버린 최장호.
“김명현! 이 자식! 너 그렇게 크게 하고 있었냐?”
“야, 너도 알잖냐? 내가 여친도 없고 집에서만 뒹구는 거. 그러니까 장학금 받은 거, 노가다 뛴 거, 다 털어 넣었어. 이번 9월에 군대 가기 전까지··· 무조건 1억 원 만드는 게 꿈이다.”
“시발, 너 진짜 존나 지린다.”
“뭐, 우리가 문송하잖아. 지방대 중국어 전공으로 어디 취업이나 하겠냐? 난 이렇게라도 해서 나중에 졸업하면 개인 사업이라도 하려고.”
“공시 준비하면 되잖아?”
“인마, 그건 너나 해. 참! 이 이야긴 절대 비밀이다. 이런 건 새나가면 별로 안 좋아. 지금 봐라. 사람들 득달같이 몰려들잖아. 앗, 잠깐! 이게 뭐야? 하하하, 하하하. 이거 진짜 웃기네.”
“왜···? 왜 또?”
“이것 봐.”
그러면서 김명현은 댓글 하나를 가리켰다.
ㄴ ㅂㅅ들 여기서도 또 지랄이냐? 개미군단, 너도 일해서 벌어. 여긴 손절인생 뿐? (강남미녀 2022-04-27 09:23)
“하하하. 애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잘 모르겠는데, 날마다 악플만 달거든. 근데 또 어떻게 알고서 여기 나타났을까? 암튼 진짜 웃긴다. 사람 본성은 잘 안 변하나 봐.”
그렇게 웃던 김명현은 개미군단의 다음 댓글이 바로 게시가 되자, 흠칫 놀라며 바로 정신을 차렸다.
ㄴ (주의) 곧 조정에 들어갑니다. 소폭 하락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마음 약하신 분들, 차라리 지금 매도하세요 (개미군단 2022-04-27 09:25)
‘음. 이거 어쩌지?’
그러나 그의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아직 확실한 매도 사인이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그저 마음 약한 사람만 나가라는 개미군단의 조언일 뿐.
‘그럼 무조건 달려야지.’
그렇듯 그가 혼자만의 생각에 잠긴 사이, 이때 친구 최장호는 갑자기 자신의 휴대폰으로 댓글을 연달아 거기에 달았다.
ㄴ 개미군단님!! 처음 뵙겠습니다!! 갓장어입니다 (갓장어 2022-04-27 09:26)
ㄴ 개미군단님!! ㅎㅎ 저도 사랑합니다!! (갓장어 2022-04-27 09:26)
“야, 봐라. 나도 올렸어.”
곧바로 최장호가 자신의 휴대폰으로 그걸 보여주자, 그 순간 김명현은 최장호를 흘겨보면서 양 입꼬리를 쓱 올리고 있다.
“야, 너도 게이냐?”
“인마, 잘 보여야 한다며? 아이씨이, 존나 토 나와. 그딴 소리 하지 마!!”
“암튼, 너 사회성 하나는 기가 막힌다.”
“야, 근데 빨리 가자. 우리 늦겠다. 동아리방 미팅, 9시 반이잖아? 이쁜 희정이, 혜선이 봐야지.”
“맞다. 지금 몇 시? 앗! 9시 27분!”
그리고 그때부터 두 사람은 후다닥 뛰어가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