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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군단의 인터넷 주식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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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숙취 때문에 죽겠네.’
어느덧 아침 8시 15분.
알람 소리에 간신히 잠에서 깨어난 현수.
그러고 보면 어제 그는 간만에 신나게 달렸다.
1차 돼지곱창구이, 2차 노래방, 3차 호프집, 4차 포장마차, 즉, 새벽 2시까지 술을 진탕 마신 것이다.
어쩜 자신의 대학 동기들은 하나같이 술을 잘 마시는지, 강일중, 장병권, 김경수, 다 한술 하는 녀석들이 아닌가.
‘아, 머리야.’
결국, 푸석푸석한 모습으로 일어난 현수는 그래도 공용샤워실에 들러, 찬물에 시원하게 샤워를 마쳤다.
그리고 서둘러 24시 편의점으로 달려가, 따뜻한 컵라면 국물로 간단히 해장도 했다.
그러고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아, 현재 시각을 확인해 보니, 어느덧 아침 8시 43분이다.
이미 장전 시간외 거래는 끝이 났고, 동시호가가 진행되고 있는 시각이다.
현재, 숙취 때문에 머리가 멍하고 약간 열도 나는 것 같다.
그러나 목 근육을 풀면서 노트북 주식거래창과 휴대폰 앱을 켜는 현수.
“아. 아.”
사실, 어제 노래방에서 어찌나 심하게 노래를 불렀던지 목이 쉰 상태인 현수. 그는 가볍게 목소리를 내며 목 상태를 점검한 뒤, 이제 습관적으로 자신의 주식계좌 잔고를 확인해 봤다.
현재 그의 계좌 잔고에는 LK바이오닉스 주식 3,763주(평균단가: 13,287원)와 현금 3,960만 원이 남아 있다.
‘흠, 그래도 이걸 보니까 기분은 좋네. 자자! 이제 정신 차리자! 그래, 오늘 타깃은··· 디노스칩, 성진양행, LK바이오닉스. 이 종목들부터···.’
즉, 이 종목들은 오늘 자신의 관심 종목들인 것이다.
“하아~”
이때, 갑자기 입을 크게 벌리고 길게 하품을 하는 현수.
2022년 4월 27일 수요일. 아침부터 봄비가 조금씩 내리는 날. 그래서 숙취에 봄기운까지도 느껴져 졸리기도 하고, 또 몸이 나긋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연달아 세 번 하품을 한 뒤, 이제 손바닥으로 뺨을 탁탁 치며 현수는 정신을 다시 차렸다.
‘음. 우선,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즉, 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주가 예측 정보는 디노스칩의 장 시초가다.
어제 종가인 4,355원보다 조금 하락한 4,315원에서 오늘 장은 시작될 것이다.
현재 눈앞에 나타난 동시호가창도 마이너스 시세 4,300원을 가리키고 있는 모습인데···.
그러나 저 호가는 조만간 상승해서 4,315원으로 새롭게 조정될 것이다.
‘그래. 진짜 정신을 차려야 할 때야.’
다시 한번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했고, 축 가라앉은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가볍게 손발 체조까지 해 봤다.
그런 뒤, 서둘러 시각을 확인해 보니, 어느덧 아침 8시 53분 56초.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장 개시 시각에 점점 더 가까워지자, 심장이 갑자기 흥분된 듯 빠르게 뛰기 시작한 것이다.
이건 어떻게 보면, 참 놀라운 일이 아닌가.
급변하는 주가 수치의 흥분과 매력.
그 감각을 적나라하게 기억하는 뇌가 아드레날린 분비를 적극 촉진하면서 온몸에 활력이라는 멋진 선물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참, 종토방에도 한 번 들어가 볼까?’
머리 회전이 빨라지자, 현수는 다른 곳에도 신경을 분산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덧 8시 54분 15초.
현수는 이때 여러 개 인터넷 창을 띄웠고, 디노스칩 종토방, 성진양행 종토방, LK바이오닉스 종토방 등을 차례로 확인해 봤다.
‘이쪽 일, 오늘부터 다시 시작해 볼까?’
은근히 당기는 일.
사실, 그러고 보면 지난주부터 현수는 순전히 홀로 주식거래를 해 오고 있었다. 어떠한 댓글 중계도 없이 혼자서.
물론 지난주에 자신은 LK바이오닉스 주가 동향을 확인하는 데 더 주력했다. 또한, 아주 짧게 치고 들어갔다가 바로 나오는 초단타 미수 거래만 집중적으로 진행했던 게 사실. 그런데 그런 초단타 매매는 너무 도박성이 짙어서 댓글 중계거리로 삼기엔 좀 애매하지 않은가.
‘음. 하지만··· 오늘 종목은 좀 다를 수가 있어.’
이때, 현수의 머리는 비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지금 당장 경동건설 종토방으로 들어가 글을 게재한다면, 기존 댓글 멤버들을 다시 불러모을 수가 있을까 하는 고민. 그러나 자신도 알다시피, 보수적인 투자자들은 장기투자를 좋아하지만, 대다수 개미들은 이 종목 저 종목 갈아타는 걸 더 좋아하지 않은가.
‘흠, 차라리 이메일을 보내는 게 낫겠다.’
즉, 자신한테 이메일로 안부를 물어본 사람들한테만 연락을 취하는 방법. 어쨌든 그들은 자신한테 애정을 보였던 사람들이니까.
그래서 현수는 따로 보관함에 모아두었던 이메일들에 대해서 공통적인 답장을 일제히 보냈다.
구질구질한 인사말은 다 쳐 내고, 딱 중요한 말만 복붙해서 기계적으로 보낸 것이다.
「관심있는 분들만, 디노스칩 2022-04-27 개미군단 드림」
그 일을 마치고 다시 시각을 확인해 보니, 오전 8시 57분 28초!
초시계의 시간은 정말 잘도 흘러가고 있었다.
‘흠. 근데··· 으음. 내가 계속 댓글 중계를 꼭 해야 하나?’
잔뜩 이메일을 보내고 난 뒤,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현수. 그러고 보면, 댓글 중계를 한답시고 자신한테 뭐 이익이 생기는 것도 하나도 없지 않은가. 딱히, 재능 기부를 하려고 이러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 아니다···. 내가 뭐, 그냥 재미삼아 하는 건데 뭐···.’
그러고 보면, 이 좁은 공간, 창문도 없는 무척 답답한 고시원 자신의 방.
책상 하나, 의지 하나, 1인용 침대 하나, 작은 옷장 하나, 고작 이게 전부다. 따로 화장실도 없는 방.
그러다 보니 조용한 주식창 앞에서, 아마 본능적으로 사람 냄새가 그리운가 보다.
‘음. 근데 차라리··· 실시간 주가 거래 창 한쪽에 실시간 댓글란이 있으면 더 좋을 텐데···. 왜 사람들은 그런 걸 안 만들어놨을까?’
그러나 잠시 생각해 보니 그것도 참 이상할 것만 같다. 아마 그렇게 된다면, 그곳에서는 아주 심한 욕판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즉, 매도호가 상단에 수만 주, 수십만 주를 걸어놓고서 주가 상승을 악착같이 막고 있는 놈들.
시장가 아래로만 계속 매물을 던지고 있는 놈들.
그런 사람들한테는 걸레 냄새가 진하게 나는 욕 세례가 마구 쏟아지게 될 테니까 말이다.
‘그럼 그건 완전 개판인데.’
킥킥 웃던 현수는 곧이어 디노스칩 종토방에 게시물 한 개를 황급히 올렸다. 경동건설 출신 댓글러들이 여기로 올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게시물부터 게재한 것이다.
닉네임: 개미군단
「제목: 개미군단의 인터넷 주식방송 (실시간 정보 입력 예정)」
: 실시간 댓글 올립니다. 최소 10분 단위. 다만, 일절 책임 없습니다. 모든 주식거래는 자신의 판단일 뿐.
바뀐 제목에 내용도 좀 더 달라졌다. 거기에 책임 관계를 명확하게 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나름의 체계도 갖추고, 또 현수도 발전한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56초, 57초, 58초, 59초···.’
그리고 드디어, 디노스칩의 오늘 첫 정규 거래체결이 장내에서 나왔다.
4,315원, 시초가다!
이때, 현수는 즉시 시초가 4,315원에 집중했고, 곧이어 10분 뒤 단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되었다.
이때,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숫자의 변화. 매번 하는 일이지만 무척 신기한 일. 물론 아직은 고작 10분 단위에 익숙해진 상태다.
‘와, 이거 신기하네. 4,400원! 어쨌든 다시 올랐어!’
확인과 동시에, 현수의 눈과 손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앞으로의 10분 간격에서 주가 낙폭이 있든, 혹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든, 10분 뒤 주가가 시초가보다 더 오른다는 사실은 아주 중요했다.
‘우선 물량 확보부터!’
현수는 서둘러 장내 매수를 시작했다. 즉, 하락하는 주가를 쫓아가며 흡수를 시작하는 그. 결국, 매도우세 탓에 그는 현금거래와 미수거래로 총 19,700주 물량을 즉시 확보할 수 있었다. 딱 1분 만의 일이다.
그리고 그 일을 마치자마자, 바로 디노스칩 종토방으로 넘어갔다.
닉네임: 개미군단
「제목: 개미군단의 인터넷 주식방송 (실시간 정보 입력 예정)」
ㄴ 이건 뭥밍? (집농땡이 2022-04-27 08:59)
ㄴ 스팸 광고? 그 머시기 주식 방송이라굽쇼? (급전땡강 2022-04-27 08:59)
ㄴ ㅋㅋㅋㅋㅋㅋ (개잡주주 2022-04-27 09:02)
ㄴ ㅅ바, 낚였다~ (멘탈파괴 2022-04-27 09:02)
어느새 달려있는 몇 개의 댓글들.
물론 악플들.
그러나 피식 웃으며 현수는 곧바로 자신의 댓글을 달았다.
ㄴ (급보) 차트 상, 곧 4,400원대 돌파예정 (개미군단 2022-04-27 09:02)
그리고 잠시 대기하던 현수. 그런데 곧 현수는 두 눈을 반짝이게 되었다.
눈앞 댓글란. 아주 익숙한 닉네임 하나가 갑자기 쓱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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