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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옵션거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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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 45분.
현수는 먼저 돼지곱창 양념구이 집에 도착했다.
강일중을 기다리면서 주식앱을 습관적으로 들여다보던 현수.
그런데 이때, 그는 오후 6시 30분 무렵 이미 게재된 성진양행 공시 내역을 우연히 발견할 수 있었다.
「공시 회사명: 성진양행」 「전환가액 조정 (제6회차)」 (접수일자: 2022-04-26)
바로 클릭해서 그 내용을 살펴보니, 역시 자신의 예상대로 리픽싱 관련 공시였다.
‘흠. 그러니 주가가 반등하며 오를 수밖에.’
특히, 이 공시 게재와 동시에, 성진양행 종토방은 이미 난리가 난 상태였다.
비정상적인 하한가.
그리고 오늘 있었던 주가 급등.
그 내막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앞으로 성진양행 주가는 부침이 클 것이다.
반짝 상승했다가 또 하락하고, 또 무섭게 급등했다가 또 무섭게 급락하고···.
회사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진 터라 불안한 심리에 매도세력은 몰릴 수밖에 없을 거고.
한편으로는 주가 조작 세력들이 기승을 부리면서 갑작스러운 급반전이 터져 나올 수도 있다.
특히, 이런 곳만 냄새를 맡고서 몰려드는 개미 단타꾼들. 그들에게는 신나는 놀이터가 될 수도 있다.
‘흠. 이렇게 리픽싱 공시까지 나왔으니까, 또 분위기가 반전됐네. 아무래도 내일··· 성진양행 주가를 다시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
혹시 또 모르는 일이다.
먹을 게 더 있을지.
거기다가 디노스칩 종목 역시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비록 내일 시초가는 하락세이지만, 장중에 다시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미국발! 무려 1조 달러대의 기술개발 진흥책!
이게 절대 단발 재료로 끝날 일은 없을 것이다.
연속 기사들이 봇물 터지듯 터지고 나면, 다시 주가가 급등세를 탈 수 있는 일.
‘음. 성진양행, 그리고 디노스칩···. 이 종목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좀 흥미진진한데?’
특히, 다음 주, LK바이오닉스 임상 2상 결과 발표 전까지, 이 두 가지 종목을 번갈아 가면서 타다 보면, 뭔가 재밌는 일이 꼭 생길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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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저녁 8시 10분.
지글지글.
하얀 연기를 내며, 노릇노릇하게 익어가고 있는 돼지 곱창.
약속 장소에 만난 두 사람은 우선 돼지 곱창 2인분을 시켰다. 사실, 건장한 남자들이 단 2인분만으로 배를 채울 수는 없어, 다음 2인분은 양념으로 시킬 생각이었다.
“야, 한잔하자.”
가득 채워진 술잔.
가볍게 짠! 소리를 내며 잔을 마주친 뒤, 두 사람은 단숨에 소주를 들이켰다.
“카아! 좋다!”
기분 좋은 소리가 저절로 막 나온다.
그러고는 막 익은 곱창 한 점을 바로 소금에 살짝 찍어서 입에 넣는 두 사람.
“이야, 이거 맛있네.”
탄성을 지르며, 두 사람은 그때부터 정신없이 허기진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야, 뭐하냐? 잔 비웠잖아.”
다시 빈 술잔이 채워지고, 두 사람은 연거푸 술잔을 비워냈다.
먹고 마시고, 또 먹고 마시고···.
그러다 보니, 딱 30분 사이에 어느새 소주 2병을 다 마시고, 벌써 3병째를 따게 되었다.
“카아, 이제야 술기운 좀 오르네. 하아, 이제 좀 살 것 같네. 야, 근데 넌 술 많이 마시냐? 난 회사에서 평균 주 3회, 매주 주 3회 이상이 회식이다.”
“흠. 나야 뭐, 회사도 안 다니잖아. 이럴 때나 술 마시지, 언제 마시겠냐? 근데 넌 회사 다닐 만하냐?”
“야! 회사가 어디 다닐 만해서 다니는 데냐! 그냥 할 수 없이 다니는 거지! 나한테 돈벼락만 떨어져 봐라! 내가 어디 회사에 붙어 있나 봐라!”
“인마, 그래도 넌 증권회사잖아? 연봉도 좋고, 복지도 좋고··· 또 인센티브도 괜찮다며?”
“야! 그래도 월급쟁이가 월급 따박따박 받아서 뭔 돈을 벌겠냐? 좀 경력 쌓이면, 나도 PB(프라이빗 뱅커) 쪽으로 한번 넘어가 보려고. 거긴 만지는 돈도 좀 되고, 인맥으로 승부하면 인센티브가 그냥 장난이 아니거든.”
그러면서 그는 아주 잘 나가는 PB들에 대해서 일장연설을 했다. 특히, 잘 나가는 PB들의 인센티브 규모는 최소 5억, 많을 경우 30억 원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근데, 현수야.”
“응? 왜?”
“인마, 근데 넌 대체 뭐냐? 공시 때려 쳤다면서? 경수가 그러더라.”
“경수?”
“그래. 저번에 통화하다가, 너 안부 묻다가 걔가 살짝 흘리더라. 넌 대체 왜 그러냐? 27살에 또 사춘기냐?”
강일중이 그렇듯 따지듯 묻자, 현수는 잠시 고민했으나, 곧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음. 나 비전 바꿨어.”
“비전? 그건 무슨 개소리?”
“이젠 투자만 하려고.”
“투자? 무슨 개뼈다구 소리?”
“투자, 투자 몰라?”
“야이 씨이! 너 설마! 주식 말하는 거면, 지금 나한테 죽는다!”
갑자기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강일중.
그러나 현수는 그의 다음 말을 바로 가로막았다.
“인마, 그럼 네가 나한테 생활비라도 대 줄래? 나 조용히 공부하게···.”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흠칫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강일중. 눈이 동그래지고 동공마저 흔들리던 그는 이내 고개를 푹 숙이며, 뒷머리를 뻑뻑 긁고 만다. 혼자서 괴상한 신음 소리까지 내더니, 소주를 연거푸 두 잔 마시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이씨이, 대체 너 왜 그러냐? 제발 좀 그러지 마라. 내가 미안하다. 미안하다고! 괜히 너 같은 놈한테 주식을 알려줘서.”
“야, 알면 됐다.”
“근데 너 자알 생각해라. 주식으로 돈 따먹기가 어디 쉬운 줄 아냐? 개미는 열 번을 이겨도 한번 지면 몽땅 다 잃어. 기관이나 세력은 열 번을 손절해도 딱 한 번만 제대로 먹으면 무조건 수익이 나는 거고. 거기다가 개떼 같은 세력들이랑 얼마나 뽕짝이 잘 맞는데. 넌 그런 거인들이 노는 데서 죽도 밥도 못 돼.”
“그러니까 너도 나도 다 어렵게 사는 거 아니야? 야! 술 한잔하자!”
현수는 술을 권했고, 단숨에 두 사람은 쓴 소주를 입에 털어 넣었다.
“어쨌든 일중아. 날 먹여 살릴 거 아니라면, 그냥 무운이나 빌어주라. 혹시 또 모르잖아. 암튼, 당분간 열심히 해 보려고. 정 안된다면, 나중에 다른 기회를 찾으면 되겠지.”
“에이씨, 그래 니 마음대로 해라. 다 큰 어른한테 이래라저래라 할 수도 없는 거고. 대신에 딱 한 가지만 명심해라. 절대 미수 거래만큼은 하지 마! 신용거래도 하지 말고! 그러다가 진짜 한강 간다.”
“인마, 걱정 마. 내가 알아서 다 할 테니까, 야! 그것보다··· 오늘 너한테 좀 물어볼 게 있는데.”
그러고는 현수는 드디어 자신의 목적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잠시 귀를 기울이던 강일중. 그런데 곧 강일중의 짙은 눈썹은 심하게 일그러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네가 선물·옵션 투자를 하겠다고?”
“응. 물론 아직 공부 중이고.”
“하아, 이거 어쩌냐? 이거 진짜 미치겠네.”
결국, 가슴이 답답한 듯 강일중을 긴 한숨을 내쉬고 만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기 때문이다.
주식투자까지는 그렇다고 쳐도, 선물·옵션거래는 초짜들이 만질 수 있는 끈덕지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주식으로 재산을 말아먹는 데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린다고 한다면, 선물·옵션거래는 단 며칠 만에, 혹은 최악의 경우 거래 당일에 몽땅 다 말아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거래 종목에 따라 계약금액이 어마어마하게 클 수도 있고, 또한 판세가 쉴 새 없이 변하기 때문에, 선물·옵션 전문가들조차도 이 거래를 할 때는 무척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선물·옵션거래의 꽃은 레버리지 효과라고 하지만, 이것은 큰 수익을 안겨줄지 몰라도, 반대급부는 무조건 한강행이다.
그런데 그런 선물·옵션거래를 현수가 하겠다고?
결국, 두 사람은 10분 남짓 지루한 말싸움까지 했지만, 어쩔 수 없이 강일중은 두 손을 들고 말았다.
현수의 의지가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다.
“그래. 알았다. 알았어. 대신에 내가 원망스럽다는 소리, 절대 하지 마라. 그거 목숨 걸고 약속할 수 있냐?”
“인마, 걱정 마. 약속한다. 약속해.”
결국, 그 말에 강일중은 드디어 선물·옵션거래 방법과 노하우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선, 너 완전 초짜지?”
“그래. 초짜긴 초짜지.”
“그럼 이거부터 봐라. 이게 해외 선물·옵션거래에 쓰는 앱인데, 증권사마다 좀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비슷해.”
그러면서 강일중은 먼저 선물·옵션거래에서 주문을 넣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이쪽 항목이 매도, 이쪽 항목이 매수. 꼭 주식 호가창이랑 비슷하지? 하지만 좀 달라. 매도는 파는 것, 매수는 사는 것, 이런 의미는 같지만, 선물·옵션거래에서는 그 의미가 조금 달라. 즉, 선물에서 매도는 가격이 떨어져야 수익이 나는 형태이고, 매수는 가격이 올라가야 수익이 나는 구조야.”
즉, 선물·옵션거래에서 매수라는 것을 long position을 말하는 것이고, 반면 매도라는 것을 short position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네가 계약을 매도에 걸 것인지 아니면 매수에 걸 것인지 그것부터 정해야 돼. 여기 매수에다가 주문을 넣고 체결이 되면, 나중에 선물 가격이 올라야 수익이 생겨. 이렇게 매수한 계약을 나중에 매도를 취하고 나면, 익절 청산이 되는 거고. 이런 long position은 주식이랑 꼭 비슷하잖아. 다만 다른 점이 있는데, 선물 1계약을 사려면 그에 합당한 증거금이 꼭 있어야 돼. 물론 이쪽은 증거금률이 많이 낮아서 레버리지 효과가 아주 큰 편이고.”
그러면서 강일중은 더 설명을 했다.
“뭐, 예를 들자면, 여기 천연가스 1계약 증거금이 3,600달러거든. 여기에 레버리지 효과가 15배나 들어가 있다고 치자. 이때, 3,600달러 증거금(거래 수수료 등 제외)만 있으면 1계약을 매매할 수 있거든. 즉, 네 돈 3,600달러만 들어가면, 실제적인 효력은 54,000(=3,600×15배)달러짜리라는 거야.”
그러다 보니, 만약 수익이 발생한다면, 그 수익은 15배나 부풀려지는 셈이다.
“참, 이것도 봐야 돼. 이게 1틱이라는 건데, 선물·옵션거래의 기본 단위거든. 여기 천연가스 선물은 변동 구간이 0.001포인트 단위로 움직이고 있는데, 바로 여기 0.001포인트가 1틱이고 1틱 가격은 10달러야. 물론, 1틱 가격은 선물 종목마다 다 다르고···. 그래도 만약 이 선물이 0.011포인트까지 상승했다면, 10달러 곱하기 10틱(=0.010포인트 상승), 총 100달러 수익이 난 거지.”
그러고는 강일중은 매수 중심으로 해서 모의선물거래 형태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점은 웬만한 주식 호가창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선물·옵션 호가창은 정말 정신없이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정말 정신없지? 특히 이런 변동성이 너무 심해서, 호가가 확 치고 무섭게 올라갔다가 바로 확 내려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슬리피지(slippage)가 발생할 수도 있어. 즉, 원하는 위치에서 매수를 못한 경우지. 어쨌든 초보는 지정가 매수 위치를 잘 찍어둔 뒤, 계획적으로 매수하는 게 훨씬 더 나아. 그리고 매수 뒤에는 익절(위쪽 호가) 포지션과 손절(아래 쪽 호가) 포지션을 정해서 자동 매매하는 것도 괜찮고.”
그러고는 아주 중요한 말도 덧붙였다.
“참, 여기 stop 항목, 다른 증권사 앱에서는 이 항목을 ‘예약’ 혹은 ‘MIT’로 표기하는데, 이건 아직 건드리지 마. 전략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들이 있거든. 이건 다음에 다시 알려줄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 선물은 당일 매수매도가 끝난 뒤, 선물 평가 금액이 대략 6% 내외, 증거금 형태로 있어야 돼! 이게 부족하다면, 반드시 채워 넣어야 하는데, 지정된 시각까지 그게 입금이 안 되면 다음에 반대매매를 당하게 돼. 일종의 강제 청산 절차지.”
“음.”
“그러니까 이 구조가 바로 매일 정산시스템 같은 거라서, 결국 선물·옵션 투자로 원금 손실 외에도 큰 마이너스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어. 이게 진짜 머리 아파. 원금도 날리고, 또 빚쟁이가 되는 거지.”
현수는 머리를 쥐어 짜내며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선물·옵션거래 관련 책자들을 본 게 있어서, 꼭 어렵지만은 않았다.
“그럼 매도 쪽은?”
“방금 내가 설명한 것과 정확히 반대로 하면 돼. 어쨌든 매도는 선물 가격이 하락하면 무조건 수익이 나는 구조니까, 일종의 주식의 공매도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어. 참, 내가 깜빡할 뻔했는데, 선물 거래는 네 마음대로 바로 할 수가 없어. 주식거래야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지만, 선물 거래는 실수로 계약 체결했다가 몽땅 다 날려버리거든. 그러니까 반드시 사전교육 같은 걸 이수해야 거래를 할 수 있어.”
주식보다도 더 어렵고, 더 복잡한 선물·옵션거래.
거기다가 주문창은 주가 가격 형태로 표기되지 않고, ‘건수’와 ‘(계약)잔량’으로 표기가 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이쪽 거래를 하다가 뭔가 수익이 발생했다는 것은 결국 숫자가 만든 변화 때문이 아닌가.
이런 숫자 변화에 익숙한 현수. 그래서 이런 선물·옵션거래가 여전히 흥미로운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어쨌든 그렇게 선물·옵션거래에 첫발을 내딛게 그는 우선은 선물·옵션거래 쪽에 대한 실질 투자는 잠시 뒤로 미루고, 이제 다시 집중해서 아침 정규장을 준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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