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수익률 1,000,000배-20화 (20/170)

<내 수익률 1,000,000배>

운이 좋은 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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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더는 안 되겠다.’

그리고 어느덧 오전 10시 23분 22초.

눈이 빠져라 호가창을 쳐다보던 현수.

그는 드디어 매도주문을 던지게 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상한가까지 기다린 뒤 매도하고 싶다.

그러나 10분 뒤 갑자기 발생하는 주가 폭락. 이것을 엿본 터라, 현수는 과감히 털어내기로 결정했다.

매도 주문가 4,540원에 17,390주.

수익률 +23.37%.

갑작스러운 단타치고는 정말 최상의 수익률이 아닌가.

그래서 가볍게 마우스를 클릭하는 순간, 단숨에 17,390주를 팔아치우게 되었다.

띠링!

「매도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매수 우위에서 매도 우위로 상황 급변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 이유인즉, 난데없는 매도 물량 투하가 시작한 것. 그간 거의 숨을 멈추며 호가창을 들여다보던 수많은 개미들. 그들은 이제 더 참지 못한 것이다.

다행히 한발 앞서 매도를 마친 현수.

혼란한 태풍을 비껴간 덕분에 현수는 무난하게 1,470만 원 이익을 보게 되었다.

개똥밭에서 찾은 이른바 달달한 개꿀맛이다.

‘나이스! 그럼 이제 이 종목은 완전히 접고, 다른 단타거리나 찾아보자. 하하하.’

그의 입가에는 한가득 웃음꽃이 피어오르고 있다.

현수의 오늘 장은 그렇듯 아주 멋지게 시작되고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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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편, 바로 이날 아침, 닉네임 주식초딩, 박정식은 아침 시작부터가 아주 미칠 지경이었다.

어제 있었던 성진양행 하한가 사태! 그거 때문에 그는 어제 잠 한숨 자지 못했다. 눈이 벌겋게 변한 채 회사에 출근한 그. 그런데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직속상관 김 차장은 눈깔을 뒤집으며 바로 염장질을 시작하고 있었다.

“박 과장! 오늘 최 대리, 새벽부터 공장 들어간 거 알지? 우리 물량에 불량 좀 있는 건 어쩔 수 없잖아? 근데 왜 클레임이 바로 회사 전화로 들어오냐고? 이거 사장님 아시면, 큰일 난다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어! 박 과장! 제발 좀 알아서 잘 하자!! 동대문 사장님들 잘 알아서, 좀 잘 챙기고!! 너도 영업밥 오래 먹었잖아? 아직도 그런 것도 조정 못 하냐?”

그렇듯 김 차장으로부터 한소리를 듣고 난 박정식. 그는 오만상을 한 채 이제 회사 물류 창고로 향했다.

동대문 상가 등지에 납품할 물건들을 자신의 봉고차에 싣기 위한 것인데···. 그런데 머피의 법칙처럼 한번 일이 꼬이게 되면 계속 다음 일도 꼬인다더니. 결국, 이 물류 창고에서도 일이 꼬이고 말았다.

물류 창고 담당자 말로는 품목 몇 개가 현재 뒤죽박죽된 상태라고 한다.

“아이고, 이거 죄송합니다. 박 과장님. 저희가 지금 정신없이 정리 중인데, 좀만 더 기다려주시겠습니까?”

할 수 없이 그는 거기서 멍하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 의류 유통업은 일종의 박리다매라고 할 수 있는데, 싼값에 공장에서 물품을 받아 동대문 상가에 제때 납품만 하면 모든 절차가 끝이 난다. 그러다 보니 전문적인 유통 절차 없이 늘 주먹구구식인 게 사실이었다.

‘아이씨, 지금 바빠 죽겠는데?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

단순히 영업 일 때문이 아니었다.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 주식 문제 때문이다. 그는 지금 그야말로 숨이 턱턱 막혀 오고 있었다.

더는 참지 못한 박정식.

그는 화장실로 뛰어갔다.

문을 잠그고 바로 양변기 커버 위에 걸터앉은 박정식.

어느덧 오전 8시 34분!

그 순간, 바로 속으로 답답한 비명을 지으며, 무딘 손톱으로 이마를 뻑뻑 긁는 그.

이미 장전 시간외 거래는 시작된 상태다.

그 바람에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한다.

다행히 주식거래 앱을 켜고는 곧바로 매도주문부터 넣는 그.

그러나 그건 순전히 의미없는 일이었다.

이미 잔뜩 쌓여 있는 매도주문 물량들 때문. 팔고 싶어도, 현실은 팔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이다.

결국, 양손으로 머리를 마구 헝클어대던 박정식.

와이프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자신을 죽이려고 들 것이다.

자신은 3,380만 원을 통째로 넣었다.

평균단가는 6,280원.

그러나 현재 주가는 어제 종가인 3,680원!

이미 자신은 –40%대의 손해를 보고 있는 상태다.

다시 장 초반에 하한가(2,580원) 폭탄을 맞게 된다면, 손해가 –60%대에 이르게 된다.

대략 2천만 원대의 손해.

‘그런데 왜··· 개미군단님은 왜 그렇게 답장도 안 하시지?’

자신에 대한 분노. 금방 그게 개미군단에 대한 원망으로 번지다가···.

그래도 마지막 끈을 놓을 수 없는 그는 마지막 확인 차, 포털 사이트 이메일 계정을 열어봤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큰 비명을 지르게 된 그.

눈이 휘둥그레진 박정식.

얼른 개미군단이 보낸 이메일을 클릭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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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성진양행 주식 매도를 마치고, 다음 단타 종목을 물색하던 현수는 갑자기 아침 일이 떠올라 자신의 이메일 계정으로 돌아가 봤다.

과연 주식초딩이 자신의 이메일을 제대로 확인했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그런데 웬걸?

주식초딩으로부터 새로운 이메일 하나가 자신의 앞으로 도착해 있지 않은가.

「제목: 개미군단님께, 주식초딩 올림」

문득 시각을 확인해 보니, 어느덧 오전 11시 05분.

호기심에 재빨리 성진양행 주가도 확인해 보니, 주가는 큰 폭으로 내려 현재 +10%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중이다.

‘음. 매도처리는 제때 잘 마무리했을까?’

바로 호기심이 생기던 현수.

잠시 턱을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그는 그 이메일을 클릭해 봤다.

- ···개미군단님! 주식초딩입니다 ㅠ..ㅠ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은혜,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다행히 이메일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그러니까, 개미군단은 장 초반에 잠시 참았다가 VI 발동 직후에 팔았다고 한다. 즉, 4,260원에 전량 매도할 수 있었는데, 투자금 대비 32%의 손해를 보고서 깨끗이 손절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저번 경동건설 건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대다수 날리고, 일부 수익과 자신의 원금 2천만 원을 확실히 지켜냈다고 한다.

‘흠. 그러니까 직접 만나서, 저녁을 대접하고 싶다고?’

그러면서 자신의 연락처까지 남긴 주식초딩.

그러나 이 조언은 현수가 그저 재미로 한 일이 아닌가.

현수는 바로 이메일을 닫는다.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일할 시간인데.’

다시 주식에 집중하는 현수.

그러고는 현수는 특히 한 종목을 유심히 쳐다봤다.

디노스칩이라는 전자소재부품 종목.

마치 사냥을 하듯 주식 종목들을 이리저리 훑어보던 중, 아주 점잖게 양반같은 모습으로 가만히 있던 이 녀석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특히 2시간째 특별한 변동이 없는 녀석.

하지만, 주가 흐름을 쫓다 보니, 특이한 점이 분명 있었다.

호가창에 하방 매도 물량이 나와도 그것은 그저 흡수될 뿐.

주가가 계속 유지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촉감에 녀석의 10분 뒤 단가를 들여다봤는데···.

이놈!!

점잖은 놈이 변하면 무섭다더니, 이 녀석이 바로 그 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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