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수익률 1,000,000배-19화 (19/170)

<내 수익률 1,000,000배>

리픽싱, 급등주, 개꿀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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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식초딩님께」

: 안녕하세요? 개미군단입니다.

현재 상황이 많이 안 좋으신 것 같은데, 제가 염치 불고하고 작은 팁만 드립니다.

혹시 장 초중반에 상승 기세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최소 +15% 선. 최소 이 정도 주가가 오른다면 그때 장내 매도를 고려해 보십시오.

물론 판단은 주식초딩의 몫입니다.

개미군단 드림.

그렇게 현수는 주식초딩에게 짧게 답장을 보냈다. 그러고는 초시계 시각을 확인해 보니, 어느덧 아침 8시 29분 24초가 막 지나가고 있었다. 이 시각에 그가 자신의 이메일을 볼지 안 볼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이걸 본다고 해서 그에게 특별한 도움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누구나 다 아는 상식선에서 자신은 조언을 했기 때문.

즉, 주가가 오를 때 파는 것은 누가 봐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현수는 그가 다른 측면까지 만약 볼 수 있다면, 이번 하락장에서도 절대 손해를 보는 일이 없을 거라고 봤다.

‘이게 진짜 리픽싱 작업이라면, 분명히 장 개시 후 주가가 오를 거야. 이런 저가 매물을··· 누구든 가만히 놔둘 수 없을 테니까.’

그 바람에 현수는 잠시 고민하게 된다.

아직 큰 변동성이 없는 LK바이오닉스 종목.

임상 2상 결과 발표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남아 있다.

반면, 우연히 알게 된 성진양행의 하한가 소식.

이것은 은근히 군침이 도는 사냥감이 아닌가.

일명, 주가 리픽싱 작업.

자본 규모가 작은 기업이 사업 확장 혹은 재정 건전화를 위해서 주로 전환사채를 발행하게 되는데, 이 전환사채는 채권자들에게 두 가지 옵션이 주어지게 된다.

사채 만기시 확정 이자를 받을 수 있거나, 혹은 그 채권액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전환사채는 사채와 주식의 중간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돈많은 부자들은 이 전환사채 투자에 적극적인데, 해당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면 주식으로 전환해서 큰 수익을 챙길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평균 7%대의 만기수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약간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영세한 기업일수록 전환사채 만기일이 조금씩 다가오면 온갖 편법들을 동원해서 주주들에게 해악을 끼치기도 한다.

즉, 전환사채에 명시되어 있는 전환가액을 조정할 수 있는 일명 리픽싱(Refixing) 작업. 자신들에게 돈을 빌려준 채권자들을 위해서 이 작업을 묵인하에 허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번처럼 주가가 급락하게 된다면, 전환사채의 전환가액 조정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채권자들은 제법 큰 이익을 보게 된다.

‘그러니까 채권액은 변함이 없는데, 주식 전환가액이 시세에 맞춰 조정이 된다면··· 결국 주식 숫자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어. 그리고 나중에 주가가 다시 오르게 되면, 더 많이 받게 된 주식 숫자만큼 채권자들은 더 큰 이익이 보게 되는 셈이고.’

그래서 이런 계획된 리픽싱(Refixing) 작업을 할 때, 공매도 방식, 기업 악재 공시 등의 방법 등이 사용될 수 있는데, 때로는 이런 식의 무식한 방법도 쓰일 수가 있는 것이다. 대주주의 주식 물량이 한 번에 장내에 쏟아진 융단폭격 방법!

그리고 이런 식으로 영문을 알 수 없는 하한가 사태가 발생한다면, 주주들은 대체로 이런 식으로의 반응하게 된다.

ㄴ 대주주의 사채 문제? 그 때문에 생긴 대량 반대매매??? 그거 아냐?

ㄴ 이거 완전 새됐다!!!

ㄴ 회사 망한 거 아냐???

ㄴ 악재? 초대형 악재 발생!!!

ㄴ 손절이고 뭐고 빨리 탈출해!!! 회사 망했다고!!!

ㄴ 내일도 무조건 하한가!!!

ㄴ 이럴 땐 묻지도 말고 따지지 말고 무조건 탈출이 국룰!!!

그런데 이렇듯 주주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게 되는 이 사태의 원인이 정말 전환사채 리픽싱 작업인 것으로 나중에 표면화된다면, 그때 받게 될 주주들의 충격은 얼마나 대단할까.

그 순간, 기업가치는 확 꼬꾸라질 수밖에 없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이런 부도덕한 기업에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은 주식판이다.

모든 정의가 돈의 정의에 의해서 결정되는 곳.

돈이 전부이고, 돈의 의해서 좌우되는 세계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리픽싱 작업으로 인해 주가 하한가를 맞은 종목이 다음 날 상한가를 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이때 새로운 매수자들이 우르르 몰리게 되며,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금 그 종목은 호황을 맞이하게 된다. 이건 서글프게도 주식판의 현모습이기도 했다.

‘이거 확실히 리픽싱 가능성이 커.’

특히, 현수가 그렇게 거듭 확신을 하게 된 것은, 지금 장전 시간외 거래에서 매도주문 물량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이다.

어제 장중에는 수백만 주에 해당되는 매도 물량이 잔뜩 쌓였다.

그러나 지금은 고작 수십만 주에 불과한 매도 물량.

즉, 겁에 질린 개미들만 매도에 나선 것이다.

‘이건 분명히 뭔가 있어.’

현수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치며 잠시 고민하다가, 곧이어 장전 시간거래가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리고 잠시 후!

현수의 두 눈에 들어온 것은 아주 찰나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3,780원이라는 숫자! 아무래도 동시호가창의 숫자는 확정된 것이 아니라서 아주 잠시 나타났다가 바로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어쨌든 전날 종가 3,680원보다 더 높은 가격이 아닌가.

‘그럼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오전 8시 39분 01초.

장전 시간외 거래 종료를 불과 1분 앞두고서, 현수는 바로 매수 주문을 넣었다.

이번에는 미수거래다.

이미 원금은 LK바이오닉스 주식 매수에 썼기 때문인데, 이때 현수는 17,390주 매수를 미수 방식으로 주문했다.

띠링!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현재, 호가창에 매도 물량이 잔뜩 쌓여 있는 상태라, 순식간에 매수체결까지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직후, 오전 8시 40분을 경과하는 순간, 아주 놀라운 일이 현수의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장전 시간외 거래가 끝나고 곧바로 동시호가창으로 넘어가는 바로 그 순간!

난데없이 대량의 매수 주문 물량이 몰려든 것이다.

‘우와! 이게 뭐야? 무려 50만 주 매수 주문?’

그 바람에 단숨에 매도 우위에서 매수 우위로 바뀌어 버렸다.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호가가 3,680원을 집어삼키고 더 위로 치솟기 시작했다.

아주 거대한 매수세다.

그리고 이 매수세 때문에 동시호가는 3,780원, 3,740원, 3,790원, 3,700원 등을 정신없이 오가고 있는 중이었다.

‘와! 이거 대박이다!’

이 순간, 현수의 심장은 콩닥콩닥 뛰기 시작한다. 확실히 자신이 좋은 선택을 했다는 것을 지금 바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잠시 후, 드디어 코앞으로 다가온 대망의 오전 9시!

장 개장 직전, 이때 현수는 곧바로 10분 뒤 단가를 들여다봤는데, 곧바로 그는 무릎을 탁! 치며 환호성까지 질렀다.

“우와와!! 3,820원!! 나이스!!!”

그 순간, 시작된 오늘의 레이스.

장 시초가는 3,740원이었다.

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물량 흡수가 시작되고 있었는데···.

현재 이 상황은 앞으로 대략 10분 뒤 더 격렬해질 것이다.

단가는 3,820원으로 오를 예정.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등락을 반복하면서 엄청난 거래량을 보이던 호가창이 갑자기 급진전하며 놀라운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오전 9시 12분 37초!

이 시각을 기준으로 주가가 확 치솟기 시작한 것이다.

갑자기 수직 상승한 끝에 나타난 주가 4,200원!

이것은 무려 12분 사이에 생긴 급등이다.

어제 종가 대비 14% 선을 넘어서는 급등.

동시에 VI(주가 변동성 완화장치)가 발동되었다.

그러면서 2분간 단일가 매매가 시작되었는데, 주가 진정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호가창의 숫자는 계속 치솟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어제 종가를 기준으로 리픽싱 작업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이제 세력들은 저가로 주식을 매수할 기회를 절대 놓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렇게 집중 매수를 하다 보면, 주가가 다시 올라간다.

그렇게 된다면, 자신들에게도, 채권자들에게도 큰 이익이 되는 셈이다.

그러고 보면, 현수는 아직 개미다.

순전히 세력들이 만든 이 판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치만큼 영리하게 머리를 쓸 생각인 것이다.

‘그래! 달려라! 달려! 더럽지만, 달려! 상한가까지 가즈아!!’

그렇게 달리다 보면, 소액주주들의 피해는 조금씩 줄어들게 될 것이다.

특히, 주가가 끊임없이 상승하고 있어, 더없이 즐거운 긴장감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얼마 뒤 도달하게 된 4,490원!

어느덧 수익률 +22%를 넘기는 순간, 현수의 양손은 슬슬 근질근질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어쩌면 매도 시점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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