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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버가 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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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26일 화요일.
아침 6시, 아주 이른 시각에 일어난 현수는 고시원 공동 샤워실에서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고서 방으로 돌아왔다.
찬물에 샤워를 한 거라 정신이 바짝 든 현수. 그는 곧이어 깔끔한 모습을 하고서 오늘 장을 준비했다.
사실 그는 대략 일주일 전, 서명석과 홍서영의 도움으로 LK바이오닉스 췌장암 신약 LK-P123003에 대한 공부를 충분히 하게 되었다.
이때 두 사람의 공통된 의견은 LK-P123003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보통, 췌장암은 아주 높은 전이성을 지닌 암종으로 생존율이 무서울 정도로 낮다.
최근에 췌장암 암세포의 분화와 전이에 관련된 MEK, ERK, PI3K, mTOR 등을 표적화할 수 있는 다양한 약물 기술들이 나오고 있긴 있지만, 그 중에서 아직 상용화된 것은 없다고 했는데···.
이 췌장암세포의 공격성과 관련된 G protein-coupled receptor(GPR87)이라는 세포 수용체를, LK바이오닉스의 신약 LK-P123003은 아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한다. 이른바 현 의약계의 입장에서, 아주 혁신적인 약물이라고 한다.
실제로 그런 좋은 전망과 예측은 3년 전 여러 언론사들을 통해서 일제히 보도가 된 적도 있다.
「LK-P123003, 임상 1상에 참여한 췌장암 환자 82%에서 유의적인 효과가 나타나···」
「LK바이오닉스, 글로벌 임상 1상 계획 돌입···」
「LK-P123003, 진행성 전이성 췌장암 환자에게 효과 탁월···」
「LK바이오닉스의 혁신적인 췌장암 치료제, 장밋빛 전망 연이어···」
이렇듯 당시에는 이 신약에 대해서 칭찬일색이었다.
그러나 작년, LK-P123003의 임상 2상 중간결과가 나오면서, 이 신약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달라지고 만다.
「LK-P123003, 전이성 췌장암 2차 치료제 페길로데카킨과의 병용 임상에서 효력 확인 힘들어···」
「세계적 제약기업 릴리, LK바이오닉스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철회?」
「LK바이오닉스, 중국계 제약회사와 면역항암제 옵디보(니볼루맘)를 이용한 새로운 병용 임상 추진···」
「LK-P123003, 임상 2상 난항 전망···」
그리고 그 결과, LK바이오닉스 주가는 당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만다.
추풍낙엽!
딱 이런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대규모 주가 급락 사태를 맞이한 것이다.
하한가 폭탄을 맞은 주주들의 낙심한 모습들이 밤 8시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는데···.
한때 장중 26만 원대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그런 폭락을 거듭한 끝에, 현재 불과 만 원대에서 거래가 되는 중이었다.
“근데 현수야. 내 생각에는 그 이유가 임상 1상 결과를 본 뒤, 병용 임상 쪽으로 넘어간 게 잘못이 아닌가 싶어. 약물 자체의 효력보다는··· 기존 약물을 이용한 병용 요법을 통해 시너지 효과부터 서둘러 보려고 했다가 결국 망한 케이스지. 뭐, 회사 덩치가 작으니까, 빠른 성과에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일이 엉망이 된 케이스같아.”
서명석은 그렇게 평가했는데···.
다행히 LK바이오닉스는 최근에 정신을 차리고서 LK-P123003 단독 임상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조만간 나오는 임상 결과는 바로, LK-P123003만의 순수한 임상 2상 결과라고 한다.
문제는 지난 병용 요법 임상 중에서 LK-P123003의 효력이 명확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대다수 전문가들은 LK-P123003의 임상 2상 통과 가능성에 대해서 현재로서 큰 의문을 던지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그래서 제가 공부한 이 신약의 약리 메커니즘은 아주 매력적인데, 신약 자체만으로도 학술적 가치가 충분히 있어요. 현수씨. 다만 임상 효력이 진짜 있다면 그게 큰 대박이겠지만,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들처럼 그게 아닐 수도 있어요.”
즉, 이런 홍서영의 의견까지 종합한다면, 저들 두 사람의 의견은 이 신약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지만, 임상 2상 결과에 대해서는 절대 확신할 수가 없다는 일반적인 평가다.
이런 조언들 때문에 판단 자체가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겠지만, 현수는 이 신약이 그저 그런 신약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그래서 현수는 좀 더 신중하게, 대략 일주일가량 LK바이오닉스 주가를 집중해서 들여다봤는데···.
그러던 중, 장중 주가 급락과 동시에 나타난 묘한 변화들이 현수의 시선을 끌기 시작했다.
‘음. 이건 바로 집중적인 매집 흔적 같은데?’
왜냐하면, 장 시초가 17,250원에서 시작한 주가는 임상 2상 결과에 대한 불안 심리가 반영되면서 장중에 13,250원까지 뚝 떨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이때 나타난 집중적인 매수 세력들.
그 덕분에 종가는 간신히 15,500원 선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장 시작과 동시에 드러난 시초가는 16,000원.
이른바 3%대의 갭 상승까지 나타난 것이다.
그렇듯 현수는 차트 흐름에 계속 집중한 터라, 우선 평균단가 13,270원대에서 매수를 모두 마친 상태다.
평균단가 13,270원에 3,014주.
그는 자신의 투자금 4천만 원을 몽땅 투자한 것이다.
물론 이번에는 미수거래를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LK바이오닉스 종목 투자는 중단기 투자다. 적어도 다음 주까지는 주가 흐름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암튼··· 리스크 있는 매수는 끝났는데, 뭔가 심상치가 않아.’
왜냐하면, 공시 발표가 있기 전,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지만, 법의 경계 선상에서 그런 불법적인 일들이 왕왕 일어나는 곳이 주식판이 아닌가.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었다.
즉, 임상 2상 결과에 대해 미리 귀띔을 받은 사람들이 은밀히 장중 물량 흡수를 한 것이라면, 현수는 결국 큰 대박을 칠 수도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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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듯 LK바이오닉스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현수는 이제 새로운 화요일 장 시작을 앞두고, 고시원 책상 앞에 앉았고, 자신의 노트북 화면으로 인터넷 주식창을 들여다봤다.
아직 장이 시작되지도 않은 아침 8시 10분 12초.
장전 거래 시작까지도 대략 20분이나 남은 시점이다.
‘휴! 또 하루가 시작되네. 근데 오늘은 또 얼마나 두근거릴까?’
단지 자신은 주식 호가창을 들여다보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호가창의 숫자 변화가 그렇게 흥분될 수가 없다.
현수는 힘껏 기지개를 켠 뒤, 이제 미국증시의 다우존스 지수와 선물지수 등을 확인했다. 그리고 곧이어 최신판 정치, 경제, 사회 부분의 주요 기사들을 확인했고, 그래도 시간이 남아서 모처럼 포털 사이트 이메일 체크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포털 사이트 이메일 계정에 들어가던 현수는 흠칫 놀라고 만다.
사실, 자신은 이메일 체크를 자주 하지 않은 편이다.
그 때문일까. 유난히 많이 쌓여 있는 읽지 않은 이메일들.
현재 자신이 읽지 않은 이메일 숫자만 무려 +999개에 달하고 있다.
‘휴! 이걸 언제 다 지우지? 스팸 메일만 잔뜩 쌓였나 보네?’
그래서 우선 이메일 계정으로 들어간 현수는 대충 제목을 훑어보고는 바로 이메일 정리를 시작했다.
이건 스팸, 이것도 스팸, 저것도 스팸···.
그래서 지우고, 지우고, 또 지우고···.
그런데 삭제를 계속 이어가던 중, 갑자기 현수는 움찔하며 손을 멈추고 만다. 수많은 스팸 메일들 사이에서 뜻밖에도 무척 낯익은 닉네임들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N! 「적립률 5% 특별한 신용카드를 원하십니까?」
N! 「(광고) 남성 기능 저하? 근심 끝!! 정력 강화 팬티 절찬 판매!!」
N! 「(웹북) 캐시 자동 충전의 특별한 기회를 드립니다」
N! 「월스트리트 주식 동향 받으러 가기」
N! 「멋진 고객님들을 위한 특별한 안내! 뉴월드백화점 특별 세일 안내!」
······
N! 「개미군단님!!! 저, 허니곰팅입니다!」
······
N! 「저, 위조따발이라고 하는데, 혹시 어디서 활동하나요?」
N! 「경동건설 종토방 이제 안 오시는 건가요?」
N! 「경동건설 하한가 폭락!!」
······
N! 「댓 중계 이제 안 하나요?」
N! 「개미군단님 어디 계세요? 티끌모아똥 애타게 기다립니다!!」
······
N! 「좋은 종목 있으면 좀 가르쳐주세요!! 울산멍현」
······
N! 「잠수탄 겁니까? 손절마왕」
N! 「개미군단님, 심심해요. 연수엄마가」
······
N! 「너 이제 주식 손절했냐? 존나 웃겨! 강남미녀」
아주 낯익은 닉네임들.
그런데 그 와중에 가장 눈에 띈 것은 무려 50여 통의 이메일을 보낸 주식초딩이었다.
N! 「개미군단님, 저 주식초딩입니다. 살려주십시오!!!」
N! 「개미군단님, 연락할 방법이 없습니까???」
N! 「개미군단님, 큰일났습니다!!」
N! 「개미군단님, 이러다간 한강 갑니다!!!」
N! 「살려주세요!!!」
N! 「하, 미치겠다!!」
N! 「개미군단님, 제발 답장 좀!!!」
N! 「개미군단님,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N! 「접니다. 주식초딩! 절 아시겠어요?」
N! 「개미군단님, 긴급하게 조언 좀 받을 수 없을까요???」
N! 「개미군단님, 제발 답장 좀!!!」
······
그가 보낸 이메일들의 제목만 봐도 닉네임 주식초딩에게 뭔가 큰일이 생긴 것 같았다.
그래서 바로 그의 이메일을 클릭해서 본 현수는 그의 얼마 전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성진양행, 여기에 투자를 했다고?’
그런데 주식초딩의 설명은 좀 아찔함 그 자체다.
그는 저번 주 월요일 성진양행에 처음 투자를 했는데, 단 며칠 사이에 얼추 700만 원가량의 손실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눈물의 손절을 한 뒤 바로 나올 수도 있었지만, 저번 주 성진양행 종토방 게시물들은 무척 찬티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래, 곧 오를 거야. 존버가 답이라니까.”
그래서 그는 그 주식을 계속 들고 있었는데, 다행히 지난 목요일에는 5%대의 상승 기류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어제, 장중 5,020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주가가 갑자기 폭포수처럼 줄줄 흘러내리며 완전히 무너졌다고 한다.
그 이유인즉, 갑자기 장내에 던져진 3백만 주의 매물 폭탄!
바로 그것 때문에 하위 매수 물량은 순식간에 싹 다 사라지고, 곧장 하한가로 직행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매도 물량 폭탄 때문에 하한가 폭포수? 이건 좀 심각하네.’
그 바람에 눈더미처럼 불어난 손해.
더군다나 오늘도 하한가가 예상되는 판국이라,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는 애타게 조언을 구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출구 전략을 어떻게 짤지, 그 타이밍을 알려달라?’
현수는 그렇게 해석을 했지만, 사실상 이 건은 무척 난감한 일이었다.
그래도 성진양행의 어제 시세와 어제 거래량을 꼼꼼히 확인해 봤는데, 시간외 거래 때까지 3백만 주 매도 폭탄 대다수가 고스란히 하한가 매도 물량으로 남아 있는 상태였다.
이건 완전히 망한 케이스!
이대로 가다간 하한가 2방, 하한가 3방까지 맞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현수는 약간 묘한 느낌이 들었다.
문득 떠오른 생각.
자신이 예전에 주식 책을 통해서 읽었던 리픽싱(refixing)이라는 단어, 그게 얼핏 그의 뇌리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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