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수익률 1,000,000배>
급등주 탐색(1)
##
한편, 2022년 4월 15일 밤늦은 시각.
오늘 작전 결과를 정리하던 실무자 김철용 과장은 직원이 방금 전 가져온 인쇄 문건을 확인하다가 곧 눈살을 팍 찌푸리고 있다.
바로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문 김철용.
이 사무실은 사실상 급조된 사무실이라서, 금연 법규를 지킬 필요가 없다.
곧바로 하얀 연기를 뿜어내는 담배.
“흠! 근데 이 새끼, 진짜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물량 떠넘기기 전에 바로 대피를 탔다?”
특히, 오후 2시 11분에 녀석이 남긴 댓글.
ㄴ 지금 심상치 않습니다. 물량 풀리는 거 보이시죠? 매도 물량 계속 나오고 있고, 매수 대기 물량 슬슬 빠지는 거 보이지 않습니까? 저, 무조건 털 생각입니다. 무조건 전량 매도하시는 거 추천합니다 (개미군단 2022-04-15 14:11)
바로 그것이었다.
물론 그 댓글을 본 사람들 대다수가 반신반의하는 모습이었지만, 그 댓글을 보고서 바로 행동에 옮긴 자들도 있었다.
그러니 진짜 뭔가 냄새가 나는 것이다.
하지만 김철용은 괜한 일을 만들기 싫어하는 설계자 차민수를 의식한 듯, 그저 신경질적으로 종이 뭉치를 데스크 위에 던져 버리는 것이 끝이다.
“에이씨! 조만간 설거지도 끝날 판인데.”
그러니 지금 이 시점에서는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일은 별로 의미가 없어 보인다. 만약 작업 개시 전이었다면 모를까. 더군다나 이 정도의 작전 추격은 자신들에게 별로 영향을 준 것 같지도 않다.
“에이씨! 암튼 이 새끼, 닉네임만이라도 꼭 기억해야겠어.”
물론, 기억도 하고, 또 이 문건에 대해서는 본부장에게 보고도 할 생각이다.
##
2022년 4월 18일 월요일.
주말 동안 백화점, 아울렛 등을 쏘다니며 옷 쇼핑을 한 현수. 대략 50만 원 정도를 옷 사는 데 썼지만, 이 비용은 그의 주식 투자 수익과 비교한다면 별로 쓴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주말을 보낸 그는 이제 월요일 장을 준비했다.
그런데 보통 월요일이라는 것은 주식투자자들에게 있어 그리 좋지 않은 요일이기도 하다.
바로 월요일은 한 주의 시작점.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변수들이 촉발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또한, 변동성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도 대체로 주가에 빨간 불이 켜지기보다는 파란 불이 켜지는 경우가 잦은데, 현수는 그런 사실들을 주식 책을 통해서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흠. 내가 봐도, 월요일에 큰 기대를 하는 건 무리지. 대신에 오늘은 좋은 종목을 찾아서 저가 매집을 할 수 있으면 더 좋겠는데···.’
물론, 경동건설 주가 추이가 아주 궁금하기도 하지만, 현수는 그쪽을 더 들여다볼 생각이 전혀 없다.
이제는 시간 낭비일 터.
차라리 다른 종목에 집중하고, 괜찮은 종목으로 갈아타는데 시간을 쓰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그래서 그때부터 현수는 각 종목들을 누비며 좋은 투자 종목들을 물색하기에 바빴다.
한 번씩 재무제표나 연결 재무제표를 확인하기도 했고, PER(주가수익비율), PBR(주가순자산비율), EPS(주당순이익), BPS(주당순자산) 등도 꼼꼼히 따져보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덧 오후 1시가 될 무렵, 마침내 현수는 좀 괜찮은 테마주 종목 하나를 발굴할 수 있었다.
현재 주가 흐름이 썩 괜찮았고, 주가 변동성 역시 나름 구미를 당기고 있었다.
바로 제약벤처 기업, LK바이오닉스! 신약주였다.
##
“휴! 진짜 진짜 그때 팔길, 진짜 잘 했다.”
동대문 상가 쪽 의류 납품 일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하려던 영업사원 박정식, 닉네임 주식초딩.
그는 길가에 봉고차를 세운 뒤, 하루 내내 궁금했던 주식 동향을 잠시 휴대폰 앱을 통해서 관망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경동건설은 그가 평생 처음 만진 주식 종목이다. 그래도 제때 맞춰 경동건설 주식을 판 덕에 그는 진짜 꿀맛 같은 이익을 봤다.
매수가 8,430원, 매수량 2,000주.
그걸 15,400원에 전량 매도했는데.
그래서 무려 1,380만 원가량의 이익을 본 것이다.
단, 며칠 사이에 몇 달 치 월급을 한 번에 벌어들인 것이다.
싱글벙글!
그는 주말에 모처럼 외식을 했다. 아울렛에 들러 아내에게 옷도 사 줬다.
자신의 주식 자랑에 아내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근데 이제 어떤 종목을 사지?’
사실, 며칠 사이에 천만 원 이상의 수익을 거두다 보니, 욕심이 더 나는 것이다.
즉, 단순 셈을 해도 이런 식의 수익이면, 몇 달이면 수억 원대의 수익을 거둘 수도 있다.
주식시장은 이른바 돈이 철철 넘치는 곳. 즉, 돈 밭이다.
자신은 왜 이런 주식 투자를 늦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게 그저 한스러울 따름.
‘난 제때 팔아서 손해 하나 없는데···. 흐흐. 이 사람들 진짜 멍청하네.’
특히, 경동건설 종토방에 들어가 이리저리 살펴보던 중, 지금 험악해진 장내 분위기를 보고서는 그는 곧 입가에 웃음꽃이 팍 터져 버렸다.
실제로 오늘 장 초반에 잠시 피어올랐던 강한 기대감. 그것은 어느덧 차갑게 식은 상태였고, 게시물 곳곳마다 욕설과 탄식이 쏟아지고 있는 중이었다.
‘음. 근데 개미군단이 안 보이네.’
혹시나 해서 개미군단의 새 글이 있는지 계속 찾아봤지만, 지난 금요일 이후 개미군단은 따로 글을 올리지 않고 있었다.
‘음. 어떡하지?’
그래서 잠시 멈칫했으나 이내 그의 손가락은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저절로 다른 종토방으로 넘어간 그. 그리고 그의 시선은 여러 종토방을 건너다니며 이것저것 눈팅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 어느덧 40분 남짓이 지났는데, 그런데 그때 아주 그럴싸한 종목 하나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눈길을 끄는 것이 아닌가.
「소재부품 테마주 성진양행!! 곧 인수합병 발생!! 늦기 전에 매수 필요!!」
건강식품 관련 종토방에 누군가 막 달아놓은 짧은 게시물.
겨우 조회수가 3에 불과한 그 게시물.
그런데 특히, ‘인수합병’이라는 그 네 글자를 보는 순간, 마치 연상 작용처럼 경동건설이 바로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었다.
바로 솔깃해진 박정식.
흔히 개미는 동료가 남긴 페로몬 냄새 길을 따라서 먹잇감을 찾아가는데···.
바로 그 모습 그대로 박정식은 성진양행 종토방으로 옮겨갔다. 그러고는 촉수를 꼿꼿이 세우고, 여러 게시물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본래 성진양행은 염료산업 및 화학비료, 시멘트 등을 주요사업으로 하는 30년가량의 역사가 있는 중견기업인데, 지난 3년간 기업 실적이 썩 좋지 않아 수백억 원대 전환사채를 쓰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부가가치 산업인 전자재료사업에 진출해서 기업가치를 높이고 있었고, 이런 호재에 이어서 인수합병 예고 소식까지 확 퍼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미 이곳 종토방은 환하게 빛이 나고 있었다.
추매까지 권하는 모습들이 연출되고 있었고, 수많은 찬티들이 몰려와 이미 극성을 부리고 있었다.
실제로 어제는 10%가량 주가 상승이 있었고, 오늘도 현재 +8% 선에서 주가 상승 행진이 진행 중이다.
‘그러고 보니까 차트상 이 종목은 한동안 파란 불이었네? 아직 먹을 게 확실히 남아 있어. 그래, 뭐니 뭐니 해도 인수합병은 대박 호재잖아!’
그러니까 자신은 진짜 진짜 운 좋게 아주 아주 좋은 정보를 발 빠르게(?) 얻게 된 것이다.
‘현재가 6,280원. 더 생각할 것도 없이 3,380만 원 몽땅 집어넣자. 내 감이 확실히 맞을 거야. 확실히 오를 거야.’
특히 더 늦었다가는 이런 좋은 가격에 이 주식을 살 수 없을 것 같아서, 박정식은 서둘러 매수 주문부터 넣었다.
띠링!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그렇게 곧바로 주문 체결이 완료되자, 그때부터 박정식은 도저히 이 주가창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10원이 떨어지면 간이 철렁 내려앉았고, 10원이 또 오르면 입가에 웃음꽃이 피어오르는 식이다.
그렇게 시간은 쭈르르 흘러갔는데, 그런데 어느 순간 요란하게 울리는 휴대폰 전화벨 소리!
깜짝 놀라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회사 직속 상관 김병식 차장의 전화다.
‘아이씨, 왜 하필 요 때?’
주식에 몰두할 때면 만사가 귀찮아지는 박정식.
그래도 직속 상관의 전화라서, 할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
“음음, 김 차장님! 무슨 일입니까?”
- 야! 박 과장! 왜 아직도 안 들어와? 문제 있어?
“아, 아닙니다. 그게 좀, 길이 좀 막혀서··· 근데 뭐, 거의 다 왔습니다···.”
- 빨리 와! 오늘 3시에 간부 회의 있는 거 몰라?
‘아! 맞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뜬 박정식은 부랴부랴 운전대를 잡았다.
좌회전 대기 차선으로 곧 진입한 그는 잠시 대기했다가 곧바로 신호에 맞춰 좌회전을 했고, 좀 더 액셀을 밟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로 그 무렵.
한동안 횡보를 거듭하며 소폭 상승했던 성진양행 주가.
그런데 그게 갑자기 요동을 치더니, 어느 순간 주가 벽이 갑자기 우르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불과 딱 5분 사이다!
딱 5분 사이에 주가는 6,230원에서 5,420원까지 쭈르르 미끄러져 버린 것!
운전 중인 박정식은 그걸 꿈에도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손해는 순식간에 눈더미처럼 불어났다.
–460만 원대의 손해.
그런 줄도 모르고 박정식은 이제 회사 정문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