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수익률 1,000,000배>
개미 성장하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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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17분 24초.
15,400원 상한가에 머물러 있던 경동건설 주가가 순식간에 금이 가 버렸다.
거대한 댐조차도 벽면에 미세한 금이 가게 되면 쩌쩌적 방사형 형태의 크랙이 발생하며 도저히 그 수압을 견딜 수 없게 된다.
그 징후인 듯, 장 초반대, 5백만 주에 달했던 매수 대기 물량은 어느새 싹 사라져 버렸는지 이미 실종된 상태다.
이제 드디어 설거지 작업이 시작된 것!
실제로 드드득! 하는 소리가 나기라도 한 듯 빗장이 뜯겨져 나갔고, 15,350원, 15,300원, 15,250원, 15,200원 순으로 빠르게 주가가 스르륵 밀려 내려오더니, 이내 주식거래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와, 진짜 시작됐네.’
실제로 그 충격파가 장내에 퍼지는 순간, 이미 주가 급락은 피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 되어버렸다.
ㄴ 대피! 대피! 진짜 터졌다!!! 무너진다!!! (다털어 2022-04-15 14:18)
ㄴ 수직하락!!! (처녀귀신 2022-04-15 14:18)
ㄴ 갑자기 왜 흘러내리고 지랄이야!!! (강남미녀 2022-04-15 14:18)
ㄴ 개미군단, 맞췄다! 차트에 그런 것도 보여? (금수저짝퉁 2022-04-15 14:18)
특히, 엄청난 매도 물량이 몰려들면서, 묵직한 10만 주 대기 물량을 가진 15,000원 저지선마저 순식간에 무너져 버렸다.
아찔한 순간!
그리고 그 결과, 쭈르르 미끄러져 내리는데, 마치 자유낙하를 하는 모습이다.
주가가 주르르 밀려 나가는 광경. 눈앞이 아찔할 정도.
특히, 다이빙 선수의 멋진 다이빙 장면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무려 13,750원 선까지 떨어진 뒤에야 주가는 드디어 멈췄다.
그리고 곧바로 일시 반등했으나 다시 하락하며, 그때부터 반등과 하락이 쉴 새 없이 교차되고 있는 모습이다.
ㄴ 와! 지린다! 지려! 대폭락! (배불러 2022-04-15 14:20)
ㄴ 아까 다 파셨죠? 아직 갖고 계신 분? (허니곰팅 2022-04-15 14:20)
ㄴ 개미군단 촉 죽인다!!! (큰꼬모니 2022-04-15 14:20)
ㄴ 혹시 갖고 계신 분들, 좀 더 기다리는 게 나을 듯. 곧 상승 모드 (호구자연인 2022-04-15 14:21)
ㄴ 이와아! 기사 떴다! 네이버 기사!!! 한영그룹 최태준 회장, 경동건설 인수 지시!!! (와런바피 2022-04-15 14:22)
ㄴ 이건 또 뭐지? 갑자기 폭발적 매수세!!! (몰빵천사 2022-04-15 14:21)
ㄴ 곧 14,250원! 수직 상승! (주식초딩 2022-04-15 14:22)
ㄴ 좀 더 기다리면 안 될까? (윤수준수 2022-04-15 14:23)
ㄴ 어째??? 지금 팔면 안 되나요??? (콜라사랑 2022-04-15 14:21)
ㄴ ㅂㅅ새끼들 지랄! 곧 상 복귀!!! (강남미녀 2022-04-15 14:23)
ㄴ 설마 또 무너지진 않겠죠? (처녀귀신 2022-04-15 14:23)
그러나 현수의 눈에는 분명히 설거지 각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인터넷판 기사까지 뜨고 있는 모양새. 대체 누구를 위한 걸까?
그리고 그 덕분인지, 지금껏 눈팅만 하던 수많은 개미들이 이 판세에 몰려들었다.
「제목: 경동건설 저평가 주! 지금 마지막 매수 기회!!!」
「제목: 14층 5,000주 입성 완료!」
「제목: 14,500원 입성!」
「제목: 14,550원 입성!」
「제목: 14,700원 입성!」
「제목: 곧 다시 상한가 임박!」
특히, 지금껏 아주 견고했던 상한가가 깨지다 보니, 지금껏 탑승을 할 수 없었던 단타꾼 개미들에게 아주 달콤한 매수 기회가 찾아든 것이다.
그 결과, 14,750원까지 주가가 주르르 치솟아 올랐으나, 그건 결국 누군가가 원하는 대로 맞장구를 친 격에 불과하다.
즉, 오후 2시 55분을 기점으로 해서 매도세가 다시 매수세에 압도되기 시작했는데, 그에 비례해서 거래량은 비약적으로 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점점 더 뚝뚝 떨어지고 있는 주가!
특히, 14,750원 고점에서 입성한 개미들은 기가 찰 노릇일 것이다.
「제목: 아 시펄 이거 뭐야」
「제목: 물렸다!!!」
「제목: 아, 존나 짜증나」
「제목: 상 간다메?」
「제목: 좇나 개잡주!!!」
「제목: 손절각!!!」
「제목: 대피하라!!! ㅂㅅ들!!!」
그러나 주가는 무정하다.
결국, 오후 3시 20분 동시호가를 앞두고 경동건설 주가는 무려 13,150원 선까지 떨어지고 있었다.
이렇듯 자유낙하는 칼날은 사정없이 손을 베어버린다.
설령 칼날을 우연히 잡는다고 해도, 손이 베이는 것은 절대 피할 수 없는 일.
결국, 고점 매수를 통해서 헛물을 켠 개미들. 그들은 이제 가슴을 치며 손절을 택하려고 할 때, 그때 아주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오후 3시 20분 동시호가 시각.
이때 뜻밖에도 동시호가가 갑자기 급상승을 시작한 것.
그렇다면 너무 주가가 떨어져서 이제 반등을?
「제목: 동시호가 봐라! 아직 힘빨 온전히 남아 있어!!」
「제목: 이대로 가면 시외 상 가능!!!」
「제목: 오늘만 날이 아니다! 꾹 붙들어 매자!!!」
「제목: 시펄, 간 떨어질 뻔했네」
「제목: 이거 다시 올라가는 건가요?」
「제목: 개미새끼들 털린 거잖아. 주포가 물고 다시 날아갈 듯」
「제목: ㅋㅋㅋ 시외상 100퍼!!!」
「제목: 세력 입성? 존나 달리자!!」
「제목: 상 가즈아!!!!」
일희일비!
이것은 바로 일반 개미들의 모습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개미들의 소망대로 3시 30분에 나온 종가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13,750원!
그래도 어제 종가 기준으로 한다면 무려 16.03%에 오른 가격이다.
더군다나, 3시 20분에 찍은 13,150원에 대비해도 무려 +4.56%나 오른 가격.
그리고 그런 결과가 나오자 분위기가 완전히 일신되었다.
인터넷 종토방에는 다시금 찬티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제목: 개미 새끼들, 존나 쪼려 터는 거 좀 봐라」
「제목: 상한가 깨진 거 순전히 개미 새끼들 때문···.」
「제목: 이거 적어도 6연상 감이라니까!! 제발 좀 잡고 있어!!」
「제목: 내일 상 가나요?」
「제목: 저평가주 경동건설 목표가 3만 원!」
「제목: 털린 새끼들 꺼져!!!」
「제목: 무조건 오른다!!!」
「제목: (모집) 선착순 5명, 경동건설 비공개 정보방!」
「제목: 내일 무조건 쩜상!!!」
「제목: 차트 분석, 주식 20년차 냉정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제목: 10년 만에 찾아온 개꿀 기회!! 쩜상 가즈아!!!!」
「제목: 매도세 박스권 없어!!! 순식간에 만오천 원대 탈환 가능!!!」
그러나 이 모든 상황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본 현수는 이미 경동건설 주가는 막장 분위기를 탔다고 예측했다.
즉, 앞으로 30분 뒤의 시간외 단일가 매매를 지켜볼 필요도 없이 이미 파장 분위기를 감지한 것이다.
그리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오후 4시 1분 12초.
현수는 마지막 댓글을 남겼다.
ㄴ 음. 제가 2시 11분에 남긴 댓글 무시하시고 아직도 안 파신 분들, 그래도 시외 상(+10%) 가능할 수도 있으니까 대기 물량 넣고 기다려보세요. 그게 실패하면 무조건 내일 시초가에 파는 거 권장합니다. 그럼 오늘 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개미군단 2022-04-15 16:01)
이제는 더 볼 필요도 없이, 현수는 경동건설 종목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로 결정했다.
아무래도 지금부터는 시간외거래 자체가 통정거래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한편으로는 세력이 내일 재탕을 해 먹을 작정이라면, 아마 시간외 막판에 상한가(+10%)를 칠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뭐, 내 수익은 충분히 봤으니까···. 도움도 충분히 줬고.’
그래서 현수는 미련 없이 기지개를 힘차게 켰다.
그러고 보면, 주식판에서는 투자자 전부가 다 행복할 수가 없다.
주가가 크게 오르면 다시 떨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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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오후 5시쯤 되자, 현수는 고시원 밖으로 나왔다.
오늘 오전 장은 무척 무료했지만, 그럼에도 단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어, 빵 몇 조각과 우유로 지금껏 버텼던 현수.
현재 배가 무척 고팠다.
그런데 이번에는 편의점이 아니라, 좀 더 골목길을 따라 걸어, 어느덧 노량진 학원가로 접어든 현수.
곧이어 그는 단골 컵밥 집에 도착했고, 거기서 2천 원짜리 김치볶음밥을 주문했다.
플라스틱 수저로 빡빡 바닥까지 긁어서 밥 한 톨 남김없이 먹은 그는 이제 옆 가게로 넘어가 오뎅을 먹었고, 뜨거운 오뎅 국물로 속을 달랬다.
휴! 이제야 살 것만 같았다.
그래서 무척 행복한 표정까지 지으며 다시 고시원으로 돌아온 현수. 물론 이번에도 스타벅스에 들러 저녁 커피의 여유를 즐기는 현수.
그건 그의 유일한 낙이자, 변함없는 단골 일과이기도 했다.
‘그럼··· 다음 주부터는 다른 종목으로 갈아타는 게 낫겠어. 원금 4천만 원을 우선 1억 원까지 만들고··· 그걸 가지고서 차제에 선물·옵션 쪽으로 넘어가면···.’
그렇듯 현수는 홀로 커피를 마시며 혼자만의 계획에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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